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 깊이 있는 동유럽 여행을 위한 지식 가이드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처음 책을 받아 들고서는 여행 에세이 책이 도착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저 편하게 읽으면 되겠구나, 란 생각에 그야말로 퍼진 상태로 엎드려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단면으로 보아도 꽤나 페이지에 삽입된 사진들을 보면서 금새 동유럽의 여행기를 보고 덮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 안일한 마음가짐을 고쳐 먹고서는 바르게 앉아 책을 다시 바라본 것은 책을 펼친 지 10분도 되지 않아서였다. 

 이 안에 등장하는 나라인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는 한번쯤 들어는 본 곳이기에, 특히나 프라하는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거니와 오스트리아의 슈테판 대성당이나 헝거리보다도 부다페스트의 이름이 더 친숙했던 나로서는 어느 정도 이 곳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이 책을 보며 내가 만난 이 안의 이야기는 내가 그저 이 나라의 이름만을 알고서는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여실히 깨닫게 해주었다.

 편안하게 동유럽의 여행기에 대해서 마주하길 바라며 이 책을 펼쳤다면 이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넘어 역사와 방대한 문화적 배경에 압도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매 페이지마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의 양을 보면서 금새 읽어 내려가겠구나, 했던 이야기들이 체코의 역사를 넘어 그들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의 왕족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쏟아지기에 세계사의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이 안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검색을 하면서 보고 있었기에 꽤나 시간이 들긴 했는데 그래서인지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더 깊이 그 나라에 다양한 면을 배우게 된다.

 보헤미아 땅에 왕조를 세운 후 한때 유럽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체코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에서 벗어나 슬로바키아와 함께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명으로 비로소 독립국이 되었다. 그 후 나치 독일의 점령, 공산주의, 1968 프라하의 봄’, 1989년 벨벳 혁명 등을 거쳐 1993년에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로 조용히 갈라지는 등 격동기를 거듭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도 수도 프라하는 다행이 조금도 파괴되지 않고 아름다운 옛 시가지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본문

 크로크의 셋째 딸인 리부셰가 통치자가 되면서 그녀가 강 건너의 한 남자가 문지방을 만들고 있는 그 곳에 성을 세우라고 명하게 되는데, 이 곳이 바로 체코어로 문지방에 해당하는 프라하가 탄생한 비화라고 한다. 어느 곳이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을 테지만 그 이야기를 알지 못 한 채 지나치는 것이 대부분인 나에게 있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순간의 찰나도 쉬이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이 첨탑은 작은 슈테판이란 뜻으로 슈테플이라고도 불리는데 1368년 착공해 65년 만인 1433년에 완공되었다. 높이가 약 136.4m나 되는 비엔나에서 가장 높은 건축구조물이다. 따라서 비엔나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망탑이다. 이 탑은 그냥 짓다 보니 그렇게 높게 된 것이 아니라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언급된 노아의 방주 길이인 300큐빗에 맞춘 것이다. –본문

슈테판 대성당의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그저 웅장한 성당이며 높이 솟은 첨탑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만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이 건물의 전망탑의 높이가 창세기에 언급된 이야기를 고스란히 따다 만든 것이라고 하니 알면 알수록 신비로움이 전해지게 된다.

 

슈타트파크라는 시립공원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장소인데, 연주회장으로 각광을 받았던 이 장소에 자리한 수 많은 레스토랑을 넘어 주변의 아름드리 드리운 전경을 보노라면 언젠가 한번 이곳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관광안내소 건물 앞으로 펼쳐지는 광장에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그리스 신전 같은 품위 있는 대주교 궁이 있다. 이 건물 내부에는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이나 비엔나의 쇤브룬 궁에서처럼 거울의 방이라고 하는 널찍하고 화려한 홀이 있다. 지금은 브라티슬라바 시의회가 열리지만 이 홀은 중부 유럽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서 아우스테를리츠 전투의 승자 프랑스와 패자 오스트리아 간 프레스부르크 평화조약 1805 12 26일에 서명되었던 것이다. 이 조약에 따라 천 년의 전통을 이어오던 신성로마제국은 와해되었고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는 영토는 크게 축소되고 말았다. –본문

 슬로바키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전무했던 나로서는 터키와 오스트리아를 지나면서 슬로바키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서도 지나치기가 일쑤였던 이곳에 점점 마음을 빼앗기에 된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말처럼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니 보이는 이 안의 이야기가 점점 더 깊이 자리하게 된다.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기에 그저 사진만으로도 만족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난 뒤에 든 생각을 그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으로 만족했다면 그들이 품고 있는 찬란한 이야기는 알지도 못한 채 반쪽짜리 감상에 머물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보았던 에세이들보다 묵직하지만 그 묵직함이 곧 나를 충족하게 하는 힘이 될 터이니 그 시간을 즐기며 페이지를 넘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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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내게로 왔다 / 김윤희저

 

 

 

 

독서 기간 : 2015.07.06~07.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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