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1 샘터 외국소설선 12
톰 에겔란 지음, 손화수 옮김 / 샘터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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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큰 사건들이 발생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아니었던가 싶다. 9.11 테러는 물론 지구의 멸망에 대해서도 예언을 했다는 그의 이야기가 들려올 즈음이면 아니겠거니,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신경이 계속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그의 문체 역시도 확고한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떠한 사건들이 표면 위에 올라왔을 때,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역시 뜨거운 감자로 오르는 것일 게다.

이번에 읽게된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1> 역시 그가 남긴 예언들을 기반으로 하여 이야기를 시작되게 되는데, 새벽에 읽기 시작한 이 책을 숨가쁘게 읽어내려갔으며 2권도 주문하지 않은 내 자신을 후회하면서 주말 동안 발을 동동 구르며 있었다. 다행이 2권으로 이 소설이 완결이라고 하니 다음주중에 바로 읽어보려 한다.

 신을 믿는자, 마침내 신을 부정하게 되리라.
 
신을 믿지 않는자, 비로소 신을 만나게 되리라. –본문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토록 거창한 서문이 있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을 안고 책을 펼치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이 안의 이야기들이 마치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밀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 놓은 암호와 그 암호를 풀기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시작하는 연인들의 밀당처럼이나 두근거리며 바라보게 하는데 이 거대한 장막은 한 심포지엄에서의 납치 사건으로 시작하게 된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필사본에 대한 이야기로 한 과학 심포지엄이 서막이 되고 있는데 이 이야기가 "과학"이라는 것에서 사실 처음에는 조금 놀라웠다. 신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그 안에는 암호로 숨겨진 것과 그것을 풀어야 하는 과학이 담겨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4일간의 이 심포지엄에는 비외른 벨토라는 고고학자가 참여했으며 노스트라다무스와 메디치가에 대해서 강연을 하기 위해서 모레티 교수도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모레티 교수에겐 핵심적인 요수 하나가 부족했다. 핵심어. 그에게는 암호를 풀기 위한 핵심어가 없었다. 비제네르 암호는 핵심어가 없으면 해독이 불가능하다. 핵심어만 있다면 여기에 시간과 인내심을 보태 암호문으 해독할 수 있는데.... 도대체 그는 이 핵심어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걸까? 뚫어지게 종이를 내려다보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대답은 바로 암호문 속에 있었다. 그걸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것이다 . –본문

그저 강연을 위해 참석한 모레티 교수는 강연 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되는데 알고보니 그는 괴한에 의해 납치는 당하게 된다. 중세 카톨릭 비밀결사이자 신의 군대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원하는 바가 있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비카리우스 필리데이에 의해 납치된 모레티 교수에게는 5일이라는 시간과, 그 시간 내에 노스트라다무스가 메디치 가문인 코시모 대공에서 보낸 편지 안에 숨겨진 암호를 파헤치라는 요구가 따르게 된다. 물론 이 기간 내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모레티 교수 자신은 물론 인질로 잡혀 있는 그의 아들까지 위험에 빠지게 되기에 그는 무조건 기한내에 모든 것을 풀어내야만 한다.

 한편 모레티 교수의 아내인 안젤리카는 비뢰은 벨토와 함께 모레티와 그의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이들보다 빠르게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를 파헤치기 위해 추격을 계속하게 되는데 언약의 궤를 찾기 위한 비카리우스 필리데이보다 빨리 암호를 찾아내지 못하면 모레티의 목숨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을 쫓기 위해 가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들에 의해서 살인범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된 비뢰은 벨토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끝을 맺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댄 브라운이 흠모했던 작가라는 톰 에겔란의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그들을 따라 가느라 정신 없이 지나왔다. 과연 노스트라다무스가 기필코 지키고자 했던 것들은 무엇이며 이들은 과연 그 비밀을 찾아낼 수 있을런지. 숨기려는 자와 밝혀내려는 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2권에서도 계속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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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1 / 댄 브라운저

 

 

 

독서 기간 : 2014.08.2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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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월간샘터 2014년 9월호 월간 샘터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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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추가 지나자마자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익숙해진 8월 중순을 넘어 가을의 풍경을 담고 있는 샘터 9월호를 마주하게 된다. 늘 그러했듯 이번에는 또 어떠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득 안고 이번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는데 무언가 친숙했던 이야기들이 눈에 띄여서 그런지 더욱 정겹게 이번호를 읽어내려간 듯 하다.

 

여러가지 식물들이 밭에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네 인생도 그런 기다림의 과정을 닮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뭄에 타들어 가는 농부의 마음도 배웠고요. 텃밭에 나가 생명을 묵상하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수녀원을 찾은 손님들에게 베란다에 상자 텃밭을 만들어보라고 권하지요. –본문 

 흙에 대한 감사함을 배우게 된다는 이해인수녀님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예쁜 그림집에 담아내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었는데 자신보다도 부족한 이들을 위해서 언제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그녀의 삶의 자세에서 전해지게 되는 따스함이 나로하여금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고 있었다.

 

 

 

 이미 여름휴가를 다 써버리고 난 이후지만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식지 않은 8월에 광주를 기반으로해서 소쇄원과 죽녹원, 메타세콰이아길을 지나 곡성 기차마을까지의 하루치기 여정이 이 안에 담겨 있었다. 푸르름만 보아도 그저 행복해지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 주말 하루 동안 시간을 내어 가보고 싶어지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서른 즈음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서 헌 책방 가게를 열었다는 윤성근씨가 말하는 브레히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나는 아직 생경하기만 한 '브레히트'의 시집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어진다.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그의 시집들을 보며 이제서야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과 미로에 빠져버린 그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고자 하는 여러갈래의 마음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책을 통해 책을 보게 하는 이야기. 브레히트를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여름이라 하기에는 왠지 서늘한 바람이 낯설기만 한 8월의 중반에 9월호 샘터를 읽으며 다가올 가을을 먼저 만난 기분이다. 점점 추워질 일만 남아있는 지금, 샘터 덕분에 따사로움을 담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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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샘터 2013.08 / 편집부엮음

 


  

 

독서 기간 : 201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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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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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망대해 속에 솟아 있는 섬이 있다. 뭍에서 바라본 섬은 이곳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은 호기심에 자꾸 눈길이 가지만 실상 겉에서 바라본다 한 들 그 섬을 낱낱이 알 수는 없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 말이다.

  <건너편 섬>에 담긴 8편의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상황 속의 이야기들이었다. 이산가족의 현장이라든지 가정 폭력을 겪었던 이들의 이야기나, 남과 북의 대치상황 속에서 가족의 분단과 그 안의 이념의 대립으로 연좌제에 묶인 이들,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사건으로 삶의 모든 것을 놓아버린 여인, 여류 소설가로서 현대를 산다는 것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집중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던 그 안의 삶에 고개를 쑥 들이 밀어 바라본 삶은 아련하기만 했다. 생채기 난 곳에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줘 아픔을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 아닌 그저 그 안에서 곪아터진다 한들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절로 숙연해지는 느낌이다.

 <콩쥐 마리아>속의 그녀는 이제 탱글탱글했던 젊은 시절은 기억 저 먼 곳에 자리하고 있는 할머니가 되었다. 일명 양공주가 되어 가족들이 나아갈 수 있도록 제 한 몸 희생하여 양분이 되어 준 그녀를, 이제 가족들은 외면하고 부끄럽다는 듯 외면하고 있다.

 아버지는 제왕같이 살았다. 제왕의 기분에 따라 가족이 이리저리 우왕좌왕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어른들의 문제로 아버지는 화를 내고 엄마는 매를 맞았다. 자신을 낳아놓은 엄마가 자기를 낳아 놓은 아버지에 의해 매질을 당하는 모습을 거의 다달이 지켜보아야 하는 생태 조건은 질병의 산실이었다. –본문

 아버지이자 남편의 죽음에 대해서 딸과 어머니가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는 <미움 뒤에 숨다>를 보노라면 모진 세월을 그야말로 견디고 있던 엄마가 딸은 밉기도 하고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이 일조한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먼저 떠나버린 제사상 앞에서 딸은 그 동안의 버리고 싶었던 세월마저 엄마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견디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언니, 나 그런 말 들으러 여기 온 거 아니야. 난 언니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어. 언니가 내 언니라면 그때를 잊어선 안 돼 내가 열두 살이었어. 미군 폭격기가 밤낮으로 떴잖아. 동네가 쑥대밭이 됐잖아. 난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못 했다고. 타다 남은 나뭇가지에 걸린 사람의 내장이 뭔지, 팔다리만 떨어져 나뒹구는 게 뭔지, 죽은 어머니 가슴을 파고 우는 갓난아이가 뭔지…… 미쳐서 여태 살았는게 거기 희망을 지펴준 게 언닌데…… -본문

 이산가족 상봉을 보노라면 몇 십 년이 지나 마주한 그들의 마음이 어떠할까, 라는 생각과 과연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때론 그렇게 떨어져 사는 동안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을까, 등등의 생각이 들곤 하지만 아무래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그 풍경은 언제 보아도 생경하기만 하다. <언니를 놓치다>에서 그리고 있는 모습은 이미 할머니가 되어버린 명희가 어린 시절 언니 세희의 약속을 믿고서 하염없는 세월을 기다리다가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테이블 위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쌀이 떨어지기 전에 돌아온다던 언니는 50여년의 세월이 지나 나타나서는 제대로 먹지도 못한 사람마냥 낯빛이 어두워져 있다. 그런 얼굴로 나타난 언니가 동생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 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라 믿던 명희에게 세희는 자신의 조국이 이토록 자신이 잘 살 수 있게 해 주었다며 광고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렇기 위해 50여년의 세월을 버텨온 것이 아니련만. 그렇게 생경한 언니를 외면하고 돌아서는 버스에 타는 순간, 명희는 깨닫게 된다.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며 이제 언니를 놓치면 언제 다시 볼지도 모른다는 것을.

 <세상의 모든 순영 아빠>는 읽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던 작품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화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남편에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 속의 그녀는 평소 술을 입에 대고 살며 동네 혼자 사는 여인들을 농락하던 김순경에게 겁탈을 당하고 그 이후에 일들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아이와 남편을 두고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남편은 뒤늦게나마 발 벗고 나서보지만 사회는 그로 하여금 구태여 그러한 일들을 끄집어 내려 하느냐, 부터 시작하여 김순경은 되려 죄가 없는 자신에게 죄를 씌고 있다며 순영 아빠에게 무고죄를 주장하고 있다.

 소설가 아내의 삶의 방식은 그와 너무도 달랐다. 어린 자식들이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다 새우처럼 잠이 든 모습을 보는 건 다반사였다. 소설가의 관심은 온통 사회와 다른 인생들에 있었다. 그리고 함께 있을 때면 늘 책을 들고 있었다. 책을 읽는다고 면피가 되는 건 아니었다. 생활은 독서의 시간에 있지 않았다. –본문

 <고독의 해자> <이별은 나의 것>은 저자가 자신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작가로서,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그려 놓았는데 뭐랄까. 왠지 미래에 내가 한 번쯤은 경험할 것들에 대해 그려놓은 듯해서 왠지 애잔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이지만 그네들의 가족 안에서는 환대 받지 못하는 가족 구성원이기도 하고, 전 남편의 결혼으로 인해 아이들 모두 새 엄마의 아이들로 호적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괜찮다, 괜찮다, 라는 말을 되풀이 하는 한 여자를 보면서 그들의 삶에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이 그저 막연히 바라만 봐야 하는 지금의 시간들이 송구하기만 하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그 어디에서도 개운하게 해갈되는 느낌 없이 켜켜이 무언가가 쌓이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통해서 유쾌함을 찾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들도 우리 안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에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비집고 들어와 아련함만을 주기는 하지만 이 아련함도 견딜 만 하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외지에서 바라보는 이방인으로서 그들을 보고 있었고 이제서야 겨우 그 안을 바라봤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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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 / 박경리저

 

 

독서 기간 : 2014.08.3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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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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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큘라에 대해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검은 색 망토같은 긴 옷을 입고서는 뾰족한 송곳니에 선명한 핏자국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재물이 될 사람들을 목을 물고다닌다는 그는 마늘과 십자가를 두려워하며 언제나 밤에만 움직이는 그는 어둠 속에서 사람들을 공포로 밀어넣게 만드는 이가 분명하다. 불멸의 존재처럼 느껴지는 그에게도 약점이 있기는 하나 그를 상대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그의 재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밤이슬이 내리는 어둠은 공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온다.

 음산하면서도 두려움이 가득하게 만드는 '드라큘라'라는 이름이 바로 브램 스토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병약했던 어린 시절, 침대에서만 생활해야했던 그를 위해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은 훗날 그가 '드라큘라'라는 인물을 만드는데 기반이 되었다고 하는데, 마음껏 뛰어 놀고 싶은 아이에게 들려준 공포스런 이야기는 그로 하여금 공포로 하여금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날개가 되어 준것이다. 그가 떠난 이후에도 드라큘라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창백한 피부의 괴기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드라큘라는 이 책 안에서 더 스산한 분위기로 나를 맞이하고 있다.

 얼마 전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한 조너선 하커는 호킨스 박사를 대신해서 드라큘라 백작을 찾아가고 있다. 당시 "드라큘라"라는 이름이 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조너선 하커가 가야할 길이 두려움이 엄습해오는 시간이 아닐 수 없었는데, 그가 드라큘라 백작을 마주하러 간다는 것을 아는 주변이들도 하나같이 그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할수만 있다면 그가 가야만 하는 길을 막으러 한 부인은 그의 다리를 잡고 눈물을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길을 계속하게 된다. 아마 조너선 하커가 앞으로 그가 마주해야 할 일들을 알았더라면, 스스로 그의 길을 포기했을 것이며 그가 가는 것을 막으려 했던 그들에게 생명의 은인이라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에게 드리울 나날들을 몰랐던 그는 순순히 드라큘라 백작의 은신처로 걸어들어가게 된다. 그는 그 스스로 그 성안에 감금하기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잘 주무셨소?>라고 인사하는 백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명히 내 뒤에 있는 방의 못브은 거울에 담겨 있는데, 백작의 못브이 비치지를 않았던 것이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느 면도날에 살을 살짝 베이고 말았는데, 그 순간에는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백작의 인사에 대답을 하고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닌가 해서 고개를 돌려 거울 속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 사람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고 내 어깨 너머로 그의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잘못을 저지를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거울을 보았는데 놀랍게도 그의 영상은 거울 속에 비치지 않았다. -본문 

거울에 비치지도 않고 함께 있는 동안 그 무엇도 먹으려 하지 않는 드라큘라 백작의 성안은 그야말로 미스테리 천지이다. 해가 뜨기 전에 그는 급하게 자리를 비우고 조너선 하커에게는 매번 식사를 하고 왔다는 핑계로 그 혼자 식사를 하게 하는데 이 커다란 집안에는 그 어떤 하인도 없이 드라큘라 백작이 손수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방문은 굳게 잠겨 있으며 심지어 이 안에는 백작을 따르는 세명의 여인이 살고 있는데 그 역시도 해가 사라진 그 때에만 모습을 드러내며 그녀들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그리고 그녀들은 살아있는 무언가를 먹고 있으며 이 성안에 들어온 자는 들어올때는 살아있지만 나갈때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이 모든 것의 유일한 목격자인 조너선 하커는 이 성을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방도를 꿈꾸고 있다.  

조너선 하커의 약혼자인 미나는 그녀의 친구인 루시를 통해서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하루만에 3명의 남자에게 청혼을 받은 그녀는 이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홈우드 아서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모든 상황들을 편지로 받아본 미나는 그녀의 행복을 바라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나의 삶에는 어둠이 드리우게 된다. 몽유병을 앓고 있던 루시는 어느 날인가 부터 시름시름 앓게 된다. 도대체가 어떠한 병인지에 대한 단서도 없이 그녀에게 어떠한 조취도 할 수 없을 때 반 헬싱 박사에 의해서 그녀가 왜 이렇게 앓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된다.

 [지금 사용하고 계신게 뭡니까?] 이번에는 아서가 질문을 했다. 반 헬싱 선생은 예를 갖추어 모자를 들어 올리고 나서 대답했다.
 [
성체의 빵이라네. 암스테르담에서 가져 왔지. 특별히 허락을 받았네] 우리 중에 신상심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아연 실색할 대답이었다. 선생이 하려는 일이, 가장 신성한 물건을 그처럼 사용해도 좋은 일이라면 그이의 의도를 의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드라큘라의 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한 루시에게는 경악하지 못할 일들이 더 벌어지게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트란실바니아에서 영국으로 이동하여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로 한 드라큘라 백작의 음모는 죽은 줄만 알았던 조너선의 등장으로 이 모든 이야기들의 미나의 손에 들어오게 되고 미나를 통해 반 헬싱 선생에게 전해지게 되면서 이들은 드라큘라 백작의 진격을 막기 위한 일들을 벌이게 된다.

 아아, 그것은 백정의 일이었다. 만일 내가 다른 죽은 사람들, 그리고 머리 위에 죽음의 엄청난 두려움의 장막이 걸려 있는 산 사람들을 생각하고 마음을 굳게 먹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일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이 끝나서 참으로 감사하게도 신경이 진정된 지금까지 내내 떨고 있다. 내가 첫 번째 여인에게서 그 평온한 표정과 마지막으로 분해 되기 전에 영혼이 구원받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 잠깐 스쳤던 기쁜 빛을 보지 못했더라면 나는 내 백정 일을 더 이상 계속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본문 

 드라큘라 백작의 최후를 오는 동안, 그의 최후보다도 그 최후를 위해 성문이 열리던 순간부터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계속된 긴장감과 그 긴장감을 넘어선 궁금증이 이 이야기를 계속해서 마주하게 된다. 후대의 사람들이 믿기 힘들겠지만 이 이야기는 이 모든 것을 겪은 그들의 이야기라는 첫 페이지의 문구가 경고처럼 내 가슴에 계속 울리고 있다. 아마 이 문구야말로 드라큘라를 계속 살게 하는 영생의 이야기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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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그의 이야기 / 레이몬드 맥널리저


 

 

독서 기간 : 2014.08.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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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라면 날 사랑하겠어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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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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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해 언급 하기 전에 두 시 탈출 컬투쇼를 들었던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부동의 청취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라디오 방송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그저 시끄럽다 였는데 시끄럽기도 하고 언뜻 들으면 싸우는 것처럼 들리는 이 방송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 라며 다른 채널로 주파수를 돌려 듣곤 했다. 그렇게 컬투쇼 방송과는 전혀 마주칠 일이 없다가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어쩌다 베스트 사연들이 모아져 있는 방송을 듣게 된 날, 고요하던 전철에서 혼자 박장대소를 하고 난 이후부터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이 라디오를 한동안 계속 듣곤 했었다. 빠져봐야만 그 맛을 안다는 컬투쇼에 나는 뒤늦게 풍덩 빠져든 것이다.

 앞의 설이 길었던 이유인 즉, 이 책 역시 컬투쇼와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는데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책을 넘기다가 어느 순간 전철이든 기차든 가리지 않고 혼자서 피식하고 웃게 되고 때론 박장대소를 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 주변 이들의 눈총을 받게 하는 책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쩜 이런 일들이 저자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그의 인생 자체가 시트콤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킥킥 거리며 책을 읽어 내려가다 어느 순간 깨달은 바가 있으니, 나에게 똑 같은 일이 생겼다면 나는 그저 짜증나는 순간, 혹은 그저 일상 속의 지나가버릴 조각 쯤으로 여겼던 것이라면 그는 언제나, 늘 유쾌한 시선으로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쾌남의 이야기는 청자로 하여금 웃지 않을 수 없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주고 있어 그 이야기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이 하루빨리 예의 바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남자친구를 데리고 올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이 치커리 살라미를 몇 조각 그의 빵에 억지로 얹어 줄 그날을…… 그가 정말 맛있어요 비슷한 말을 내뱉는 순간, 바로 소시지는 몽땅 그의 차지가 될 것이므로. -본문

이미 연인으로서의 연은 다 옛일이 되어버린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그가 치커리 살라미를 맛있게 먹어주는 유일한 팬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동네의 정육점에 특별히 부탁을 해서 이 살라미를 주문하고 친히 그의 집 앞에까지 배달을 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 살라미를 만드는 정육점 직원에서부터 배달하는 택배 기사, 심지어 이 살라미의 수신인으로 되어 있는 저자마저도 살라미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맛있어요라고 예의상 내뱉은 한마디가 그로 하여금 고역의 살라미를 매달 받게 하는 운명으로 만들었는데 그는 이 고역을 언젠가 마주하게 될 딸의 남자친구에게 전해줄 것을 생각하며 오늘을 버티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을 다녀오기까지 경찰이 출동해야 할 만큼 파란만장한 일들이 있었지만 다음 타자를 위해서 아이들이 너무 착하더라고요라고 말할 줄 아는 센스를 지닌 그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그 당당함에 발목이 잡히는 순간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우리는 딸을 진정시키고 어서 가서 다시 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부모가 야밤에 소리 죽여 욕을 하면서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며, 다들 나이가 들면 그렇게 하니 이해하라고 말한다. 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마디 질문을 더 던진다. “근데 뭐 태워? 아까부터 화재경보기가 계속 울리던데.” –본문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알람 소리를 찾기 위해서 온 집을 뒤진 결과 딸이 일어나서 던진 한마디로 사건은 종결되게 된다. 그 진위를 찾기 이전까지 번잡스러웠던 시간들을 그가 미화시킨 것은 아니겠지만 그에게는 황당했을 이 이야기마저 듣는 이로 하여금 하나의 에피소드로 변모시키는 그는 틀림없는 재간꾼 인 듯 하다.

 별 다른 근심 없이 지내는 듯한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새 나도 피식하는 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무언가 복잡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며 현실을 잠시 있는데 괜찮을 책인 듯 하다.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읽다 보면 중간중간 주변이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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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지 / 호어스트 에버스저


 

 

독서 기간 : 2014.08.2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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