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백영옥을 마주한것도 처음이었지만 이 안에 그녀가 만난 15명의 남자들도 거즌 처음 마주하는 이들이었다. 물론 그들의 이름들이야 익숙하기는 했지만 내가 아는 그들은 사전 속의 의미로만 알고 있었던 터였기에 이 안에서 마주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나는 그저 겉으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만을 보고서 '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뷰집에 대한 선호가 높지 않았지만 페이지를 읽으면 읽을 수록 인터뷰가 아닌 그 안에 그들이 삶을 마주하는 것은 물론 이전에 알지 못했던 그들의 직업 안의 이야기들을 마주할 수 있기에 나는 그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갯벌 속에서 마주한 진주 목걸이같은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나는 이제서야 빛나는 그들의 삶을 제대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
# 개인적으로 자본주으가 노인을 소외시키는 방식에 큰 문제가 있단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중략)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이제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져요. 우리나라는 노인 자살률이 특히 높아요. 젊을 때 고생하면 언젠가 행복이 올 거라 믿으며 살았던 세대가 그 세대예요. '개미와 베짱이'가 90년대 초반까지 교과서에 실려 있었고,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우리 세대의 멘탈리티였으니까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희생의 결과가 또 다른 희생인 식이예요. -본문
신경정신과 의사인 서천석이 말하는 이 사회의 문제들을 보노라면 모든 것들이 편중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세대와 세대간의 소통 없이 그저 젊은 세대에게만 일어나고 있는 현대의 모습은 물론 특히나 그가 이야기하는 소아정신과가 편중되어 있는 지역들을 보면서 그는 이 사태가 추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되지 않아 아이들이 정신적인 치유를 받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언제나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계속해서 상처 속에서만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씨의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울컥한 마음이 일게 된다. 범죄자의 심리 상태를 읽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그는 후배들은 물론 그 자신에게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후배들에겐 이런 말을 해요. 죽은 이의 차갑게 식은 손을 꼭 잡아줘라. 그 사람이 죽기 전, 마지막까지 기다린 사람이 우리일 수 있다. 그걸 생각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는 피해자들과의 약속이에요. 이건 불타는 정의감이 아니예요.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들과의 공감이에요. 범죄자들이 날 가르치는 선생님이란 심정으로 그들의 얘길 경청합니다. -본문
과학 수사를 주창하고 그것이 진리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그는 과학은 완벽하지 않고 그 안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언제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틀 안에서만 맴돌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해안을 가두고 있는 것을 넓혀 오로지 그 안의 진실만을 마주하며 현장 속에 따라가야 할 것을 종용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에 대한 내가 가지고 있는 틀은 그저 드라마나 영화 속에 있는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홍성남 신부님을 마주하게 되면 이전의 내가 알고 있던 신부님의 틀이 산산히 깨어지게 된다. 그가 말하는 종교의 언어는 일반인들에게 말하는 언어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 종교의 첫번째 길이라 말하고 있다.
#저도 방송에서 신부님 강의를 들었어요. 예수님도 제자들과 보통 사람들에게 전하는하는 언거가 달랐다, 라고 하시더라군요. 다릅니다! 12사도는 종교적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었어요. 복음서의 대부분은 그 제자들에게 하는 얘기들이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이런 건 환자들이 들을 얘기가 아녜요. 그 원수가 정말 원수라면 감당 못할 요구를 받는 것이고 그러면 내가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는 문제가 되는 거죠. 성경에서 이런 말이 나온 맥락이 있어요. 그건 융의 이론처럼 바깥에 있는 것이 내 안에도 있다는, 예를 들어 히틀러가 밖에만 있는게 아니라 내 안에도 있다는 얘기예요. -본문
시어머니와의 불화가 있는 며느리게에 시어머니의 옷을 바닥에 두고 밟으라는 둥, 또 다른 부부에게는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신부님은 그 어디에서도 마주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이야기는 하나님앞에서 모든 것을 구원해주기 바라는 신도들이 아닌,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행복한 인간이기를 바라기에 그는 신부님으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들을 만난 그녀가 부러워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직접 마주하며 들을 수 있다니. 정말 그 남자들이 사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마주하게 되면서 이제서야 그들의 삶 안에 들어가 마주한 것이지만 조금 더 깊이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어진다. 그녀가 만난 이들의 이야기 2편이 나오길 고대하며, 즐겁게 이 책을 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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