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익숙해지지 마라 행복이 멀어진다> 역시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그 순간순간의 모습들 안에서 그가 느꼈던 찰나의 것들을 그 만의 언어로 다시금 전해주고 있는데, 언젠가 나도 느껴봤던 그 감정들이 활자를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되살아나기에 한 이야기를 읽고 가만히 멈춰 있다가 다시 책을 들여다보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의 가슴을 짓누르는 그 돌덩이 하나라도 덜어드릴까 싶어 거짓말을 합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저는 아버지에게 거짓말로 안부를 전하며 또 그렇게 오늘도 각자의 길을 걸어갑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길을, 자식은 자식의 길을. -본문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하얀 거짓말이라는 이름 하에 서로를 위해 거짓을 말하곤 한다. 괜찮지 않지만 잘 지내고 있다는 홀로되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매일 약주와 함께 오늘을 지내고 계시다는 것을 알면서 그는 더 이상 아버지에게 질문을 쏟아내지 않는다. 잘 지내고 있냐는 아버지의 질문에도 그는 담담한 듯 ‘잘 지내고 있어요’란 대답을 하게 되는데 ‘잘 지낸다’라는 이 말 속에 회오리 치듯 들리는 애잔함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어린 아이라면 칭얼거렸을 이 시간 속에서 이미 어른이 된 아버지와 아들은 담담하게 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것이 마치 어른들의 세계에 입성한 나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기에 울컥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어느 날, 아내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눈을 감더니 잠시 상념에 잠겼습니다. 그런데 오래도록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저는 내심 불안했습니다.
‘혹시 기억에 남는 선물이 없어서 그러는 걸까.’
사실 여태 아내에게 그럴싸한 선물 한 번 해준 적이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생일날 전해준 케이크나 편지 아니면 결혼기념일에 초밥집에서 외식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잠시 후 아내가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본문
오늘을 버티다시피 보내고 있는 나날 속에서 그 안에 의미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기는 쉽지 많은 않은 일이다. 한 번의 짜증 대신에 그저 웃어 넘기도 한 번의 회한 대신에 기지개를 펴고 다시금 일어서려는 준비를 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순간순간의 삶의 매력들을 그를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된다. 빠른 일상 속에 안단테로 걸어갈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소소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