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대체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인가, 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오랜 동안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를 끙끙 앓고 있다가 마침내 답안지를 보고서 답은 확인 했지만 도무지 이 과정들은 이해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저자는 친절하게 이 모든 미스터리 속의 답을 전해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무언가 풀리지 않는 매듭이 자꾸만 나타나는 것이 미로 속에서 탈출한 줄 알고 안도하고 있지만 눈 앞에 다시 미로가 드리우는 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끝없는 미로가 짜증스럽다기 보다는 기꺼이 이 안에서의 혼란스러움을 즐기게 되는데, 여하튼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이 미궁은 아무래도 오랫동안 머리 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견은 어린 시절 그 안에 R이라는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신견이라는 인격으로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나의 견해로는 아직도 그는 물음표가 가득한 남자이다. 물론 신견이 지금 만나고 있는 사나에는 그보다 더 많은 비밀을 안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 둘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한 의문만을 계속 떠올리며 이들을 따라가게 된다.

,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거야. 그런데도 침입자의 흔적이 있어. 구타할 대에 범인이 남긴 그 피부 조각. 게다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 터인 다케시의 사체까지 그곳에 있었어. 다케시의 구두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알았나? 그러니 종이학 사건은 미궁 사건인 거야.”. -본문

이른바 히오키 사건인 일가족 살해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나에. 그녀만이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이지만 그녀는 수면제를 넣은 주스 병을 나눠주는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던 그 당시에 그 주스 병을 마신 상태로 이 모든 일들을 경험한 것은 물론 당시 나이가 너무 어렸기에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것들이라 사나에를 증인으로 하여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일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기억 속에서만 그날의 일들이 남아 있을 뿐인데, 그녀가 행복하지 않으면 언젠가 사나에를 죽이러 오겠다고 말한 범인의 말에 따라 그녀는 무조건 행복하기 위한 삶을 꿈꾸고 있지만 이혼 후 신견을 오며 가며 만나는 것뿐 그 어디에도 행복의 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나는 내 방에 돌아가서 벽장 속에 들어가 다시 수면제 주스를 마셨어. 다이치 때문에 지저분해진 파자마가 생각나서 웃옷만 갈아입고 눈이 뜨이면 모든 게 끝나고 원래대로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곳에서 살해되기 전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런 아버지가 아닌 아버지가 있고 그런 어머니가 아닌 어머니가 있고, 그런 오빠가 아닌 오빠가 있을 거라고 어디에라고 있는 가족이 그 곳에 있을 거라고 하지만 눈이 뜨였을 때 모든 게 그대로 였어…..-본문

 도무지 그 날 집안에 드나들 수 없는 구조였던 그 날의 유일한 집과 밖과의 연결 통로는 작은 창 하나였다. 그 창은 아이는 물론 어른도 진입하기 힘든 크기의 것으로 온전히 그 곳을 통과하려면 갓난 아이밖에 드나들 수 없다. 집 근처 모든 각도에서는 CCTV가 작동되고 있었고 당시 침입자의 흔적이 없었던 것은 물론 이 집안의 가장인 다케시가 들어온 흔적도 없는데 다케시와 유리는 살해되었으며 다이치는 독살되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나에는 이 모든 것들을 자신의 기억 속에 담아 놓고 다이치를 닮은 신견을 만나 그간 담아 놓았던 모든 것들을 털어놓게 된다.

 그래, 모든 답은 그녀의 입을 통해서 풀렸다. 하지만 신견이 말한 대로 아직 그 결말 안에는 계속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신견과 사나에가 사나에의 부모가 갔던 끔찍한 길을 가지 않길 바라며 어찌되었건 잘 지내길 바라는 바이지만, 왠지 모르게 다시금 그들의 삶이 오버랩 될 것만 같은 불길한 기운이 계속 스쳐간다.

 미스터리의 실마리는 생각보다 쉬운 곳에 있었다. 별거 아니겠거니, 하고 변형시킨 하나의 조각은 이 판의 전체를 쥐락펴락하게 만들어 결국은 제 3자로 하여금 절대 풀 수 없는 매듭으로 전락해 버리는데, 결자해지라는 말처럼 그 매듭 안에 있던 사나에를 통해 매듭을 풀긴 풀었다만 아직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무언가 놓친 것이 없었는지, 다시 머리를 굴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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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 미야베 미유키저


 

 

독서 기간 : 2014.09.08~09.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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