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수목원
한요 지음 / 필무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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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벗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거닐 던 일상이

이제는 한창 시간이 지나서

기억도 새록새록한 요즘,

#마스크 를 끼고 갑갑하게

지내야 하던 일상 속에서

힐링을 찾을 수 있는 에세이인

<어떤 날, 수목원>을 펼쳤는데요.





책을 펼치는 순간 아름드리 푸르른

#나무 가 가득한 수목원의 모습을

마주하자마자 마음에 편안해지는데요.

수목원의 모습이 드로잉으로 담겨 있어

어느 새 그곳을 걷고 있는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게 되는 책이더라구요.




수목원 안의 #아름다운자연

그 자연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

자신의 이야기며 그들의 이야기를

드로잉과 함께 담백하니 담아낸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포근하니

함께 그 곳에서 햇살을 받으면서

거닐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드는데요.



파릇파릇한 봄에서부터 푸르름이

가득한 여름을 지나 다채로운 색상을

가을과 한적해보이는 겨울까지,

수목원을 통해서 사계절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삶 속 소소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서 참 편안하니

그렇게 #위안 을 받으며 읽은 책이었는데요.

답답한 코로나 시국에 이 순간 만큼은

편안하니 자유롭게 거닐 수 있었던

<어떤 날, 수목원>의 후기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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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당신에게 가고 있어요
신혜진 지음 / 필무렵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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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독박육아

아이와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 없이

매일 보내고 있던 저를 위해서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읽어본

<이렇게, 당신에게 가고있어요> 라는

그림 에세이 책인데요.


10여년 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또 다른 일을 찾아봐야지 하며 보내던 찰나

고맙게도 찾아온 임신 소식과 함께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의 발현으로

가족들도 쉬이 만나지 못하는 일상 속에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기차여행을

이렇게 책을 통해서 하게 되었는데요.


밤새 #설렘 가득해서 뒤척이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두근두근한 마음을 안고서

기차를 타고서 '당신'에게 가게 되는데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바로 우리 곁에 찾아온 봄날의 느낌이라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게 되더라구요.


우리네 #인생 이 그러하듯

늘 밝고 아름다운 것들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힘들고 슬픈 일들도 마주하게 되는데요.

차장 너머 풍경 속 푸르른 새싹을 보며

두둥실 떠오르는 두근거림을 느끼다가도

열차를 집어 삼키는 듯한 터널을 보며

때론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며

감정의 소용돌이가 풍경을 따라서

함께 펼쳐지게 되면서 당신에게 가는

그 길 위에서 수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 수 많은 시련과 역경을 넘은

#여정 속에서 나는 더 단단해져

당신에게 향하게 되는데요.

전 이 책을 읽는 내내 출산 과정 속에서

아이를 만나기까지의 일련의 시간이

책을 통해서 오롯이 떠오르게 되더라구요.


하루하루 두근두근 설레다가도

괜찮을까 하면서 걱정이 되기도 하고

늘 걱정과 근심을 안고 지내다가도

다시 또 웃게 되던 그 끝에

#엄마 가 되어 아이를 만난 모습을

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돌아봤는데요.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당신이

저에게는 아이였는데, 여러분에게는

또 다른 누구일지, 읽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과

간결하지만 따스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

이렇게, 당신에게 가고 있어요 에세인데요.


포근한 봄날,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는

그림 에세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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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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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더글라스 케네디, 라는 이름을 마주하면 <빅 픽처>가 바로 떠오른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 이 소설에 대한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오랜 시간 동안 책장 안에 꼽아두고서는 보물처럼 간직하고만 있는 나에게 있어서 그의 책이라 함은 <파이브 데이즈>에 대한 화두로 물꼬를 트게 하는데 이유인 즉슨, 그가 저술한 장편 소설 중 단 두권만을 읽어봤으며 그 중에서도 이 파이브 데이즈를 읽으며 꽤나 많은 생각들을 곱씹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리하여 더글라스 케네디의 히트작인 <빅 픽처>보다도 <파이브 데이즈>의 잔상으로 이번 신작인 <픽업>을 읽게 되었는데 나보다도 동생이 먼저 읽은 견해를 써보자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아직은 버겁기만 한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쉽게 금새금새 넘어가는터라 가독력이 있어 좋다고 했는데 책을 펼치며 몇 페이지를 넘기기 동안 바로 그녀의 말에 끄덕이며 오랜만에 정신없이 이틀 만에 책을 완독했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일종의 방법으로 횡령을 하고 사기를 치고 있을 뿐이었다. 적자생존의 세상, 아무리 친절을 베풀어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어찌 보자면 주식시장의 큰손들도 근본적으로 나와 다르지 않은 횡령이나 사기를 막대한 부를 끌어 모으고 있지 않는가? 정부의 행정 명령이나 법령은 사람들은 쉽게 통제기 위해 만들었을 뿐 나를 위해 만든건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왜 반드시 정부의 행정 명령과 법령이 정해놓은 절차를 따라 행동해야 하는가? -본문

  <픽업> 12개의 단편 소설을 모아 놓은 책인데 그 중 이 책의 제목인 <픽업>이란 소설이 가장 먼저 등장하게 된다.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후 그 회사의 주식을 부자들에게 발행하여 판매한 후 상장이 되면 이 비용의 몇 배의 수익을 건질 수 있을 것이란 주인공 찰리의 말에 속아 넘어간 수 많은 피해자들은 종이조각이 되어 버린 주식과 그 페이퍼 회사의 공금을 횡령해 개인의 부를 취득한 그를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워 올리게 된다. 허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사기의 모략에 대한 그 어떠한 죄책감도 없는 찰리는,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전후사정을 살피는 데 지략가인지라 이미 그 몫돈은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 놓았으며 배심원 대표에게 그의 약점과 뇌물이라는 달달한 당근을 함께 제시하여 법의 심판대에서마저도 유유히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말마따나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마저도 혀를 내두르며 언젠간 찰리가 죄값을 달게 받기를 바란다는 쓴소리를 남기고는 술집을 나서게 되는데, 그렇게 혼자서 자신의 무죄 석방을 축하하던 그 자리, 아리따운 여인과 마주하는 행운까지 얻게 된다. 이 안하무인의 궤변론자에게 내려지는 끊이지 않은 행운의 연속을 보노라면 베알이 뒤틀리며 어디선가 보았던 현실의 모습이 소설 속에도 이어지는 듯 하여 씁쓸함이 감도는 와중, 그에게 드러난 이 모든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통쾌함이 밀려들면서도 그가 남긴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라는 이야기에 한 순간에 한 인간이 이토록 개과천선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구심마저도 들지만 어찌되었건 그의 마지막은 보는 이로하여금 청량감을 전해준다.

 과연 복을 스스로 차버리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나밖에 없을까? 물론 나만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행복을 마다하고 결국 아무런 기쁨도 주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의 생은 미리 써놓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니까.
 
행복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힘든 일인가
?
 
그 질문에 대해 나는 아무런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오래전 내가 스스로 떠나보낸 여자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곡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았다. 앤이 연주한 브람스의 곡에는 내 마음을 괴롭히는 깊은 슬픔이 녹아들어있다. -본문

 

 스쿠르지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같은 느낌이 들던 <크리스마스 반지>를 넘어 <여름 소나타>는 흥미진진한 액션과 훈훈한 이야기를 넘어 무언가 한 남자의 미련하지만 나름의 순애보를 전해주는터라 각각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에 금새 빠져들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20여년이 지나서도 자신의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19년 동안 함께해온 그들의 결혼 생활은 그저 지나쳐버린 세월에 불과한 것인지, 만약 내가 그의 아내였고 오래 전 첫 사랑을 잊지 못해 이제 떠나야 한다고 말을 한다면 과연 나는 어떠한 답을 그에게 할 수 있을지, 그들이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압축되어 있기에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하다. 아무래도 단편 소설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겠지만은 그 한계점은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 그 나름의 재미를 빠져 이야기를 읽어내려가게 된다.

 소유하지 않은 걸 바라고, 바라지 않았던 걸 소유하는 것.
 
저 멀리 어딘가에 다른 삶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현재의 삶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
 
무엇을 찾아야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것
.
 
택시운전사가 다시 물었다
.
 "
손님, 어디로 가실지 말씀하셔야죠
?"
 
내가 대답했다
.
 "
나도 몰라요.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본문

 첫 장을 읽으면서 대체 무슨 일이지?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던 <전화>. 너무도 완벽한 삶을 살고 있던,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것을 영위했던 그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한 통의 전화가 올 것이란 것을 알고 있던 그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대체 어떠한 이야기가 전해져 올지에 대한 궁금증에, 모든 일에 계획적으로 일사천리의 시간을 보냈던 그와 부랑자와 같이 변모해가는 그를 보노라면 마치 드라마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다. 그 비밀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그는 자신을 버리고 완전히 회피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나아가야할지조차 선택하지 못한 채 그 질문을 타인에게 던지는 것을 보며 무기징역 증후군은 비단 그만의 모습이 아니기에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데 그렇게 이야기는 <냉전>을 넘어서 매번 남편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던 아내의 마지막 단호한 이야기에 통쾌함을 느꼈던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까지 그야말로 쉴틈 없이 읽어내려간다. 개인적으로는 <그리고 그 다음에는?>의 뒷 이야기에 무척이나 궁금했던터라 이대로 끝나는게 아쉬울 정도였는데 그래서일까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던 <픽업> <전화>보다도 책을 닫고서는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이란 이야기가 계속 잔상으로 남아있다.

 나는 레베카의 손을 잡고, 아직 마시지 않은 코냑 잔을 건넸다. 레베카는 내 손을 잡고 있는 상태로 코냑을 마셨다.
 
바로 그 순간, 25년의 세월이 사라졌다. 25년 전, 우리는 이 카페에 앉아 있었다. 인생의 처절한 굴곡을 겪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
 
우리가 결혼해 운명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그 순간, 찬란한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반짝이던 그 순간에는 이 세상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전혀 없었다. -본문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 그 행복의 무게가 어느 새 사그라들지 모른다는 강박에 결국에는 제 손으로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린 한 남자가 있다. 물론 그는 25여년 전의 세월 속에 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였다. 그 나름대로 평범한 듯 그의 가정의 꾸리며 지내왔던 여느 평범한 어느 날, 오래 전 자신이 놓쳐버렸던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재회하게 된다. 그 오랜 시간이 지나 마주한 그들이지만 25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간 듯한 그들은 서로의 삶에 대해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현재의 이야기까지 흘러오게 되는데, 청천벽력과 같은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로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금 종료된다. 아니 종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나의 머리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다음을 그리고 있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각각의 풍기는 느낌이 다르기에 흥미롭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이 이야기들을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에 그의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떠한 모습으로 전해지게 될지, 벌써부터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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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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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사를 볼때만 해도 그 어떠한 관심도 없이, 아직은 인간의 두뇌가 인공지능을 뛰어 넘을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에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첫번째 경기를 넘어 계속된 알파고의 승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자 기술의 발전이,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토록 빠르게 인간을 턱밑을 스쳐 오르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우면서도 여느 SF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오버랩되는가 싶더니만 뉴스에서는 조만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인 인공지능으로 대부분의 직업군이 대체되어 인간의 설자리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며 조만간 1가구 1로봇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뉴스마저 왠지 탐탁지 않게만 느껴졌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년을 조금 넘나 그렇다지.
그 우주 안의 콩알만 한 지구도 태어난 지 45억 년이나 되고.
그에 비하면 사람의 인생은
고작 푸른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하단다.

그렇게 복잡미묘한 시대 속에 놓여 있는 우리는 어느 새 또 그 날의 뜨거웠던 충격에서 벗어나 오늘이라는 현실에 매진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던 찰나 구병모작가의 이 <한 스푼의 시간>이란 신작을 만나게 되었는데 세탁소에 살게 된 로봇 소년을 다른 이야기가 이번 소설의 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도 기대감이지만 로봇에 대한 왠지 모를 반감 혹은 두려움을 안고 있던 나로서는 이 책에 대한 외경심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고도의 기술이 총 집합된 로봇과 인간의 이야기라니. 과연 그 둘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녹아들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책을 펼친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깨닫게 되었으며 그렇게 책을 순식간에 읽어내리고 나서 로봇과 인간을 넘어 그들이 만들어내는 따스한 이야기에 살포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외국어가 되어놔서 확실치 않은데, 라고 단서를 달며 기사입에서 더듬더듬 나오는 건 외아들의 이름이다. 아들이 아비를 위해 뭔가를 보낸 게 이상한 일은 아니나, 문제라면 아들은 8개월 전 자신이 살던 나라에서 또 다른 나라로 출장길에 오르던 중 승객 117명을 태운 비행기와 함게 태평양 한가운데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소식이 난 지 보름 뒤 바다에서 비행기 잔해가 일부 발견되었고 아비는 따로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 아들이 보낸 택배라니. -본문
 
 
어느날 명정에게 도착한 거대한 택배 상자는 각자의 사연 만큼이나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다가구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고만고만한 삶을 사는 이웃인 세주의 도움을 통해서 믿고 싶지 않았던 아들의 죽음을 그제서야 제 손으로 택배를 뜯으며 받아들이게 된다. 이 아스라히 무어라 말을 이을 수 없는 현실을 너무도 담담히 그려지고 있는 이야기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자면 자국민이 아니라 타국의 사람이 되어 버린 제 아들의 죽음을 이 나라에 아무리 요청해보았다 한들 번거로운 확인절차 속에 시간 낭비라는 듯 외면하고 있던 국가를 대신하여 한 때는 이 나라의 국민이었던 아들의 죽음에 대하여 개개인이 확인하고서야 그 먹먹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을 보노라면 씁쓸함이 밀려들게 되는데, 어찌되었건 명정은 이 택배 박스를 받아들고서 이제는 더 이상 아들의 죽음에 대하여 또 다른 마음앓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심심한 위안과 함께 아들이 보냈다는 박스 속 로봇과 함께 하는 나날이 펼쳐지게 된다. 
 
 
은결이 이진법을 이용하여 N팩토리얼에 이르는 횟수에 연산을 수행하고 N의 자리에 얼마나 큰 자연수가 들어가더라도 결코 해결하지 못할 난제를 내주었다고 생각하곤, 명정은 콧노래와 함께 다시 다리미질을 시작한다.
 
그리 오래지 않아 이런 장면에 익숙해지고 시들해지겠지만 당분간 즐길 거리 정도로는 충분하다.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주고받을 상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늘 같은 자리에 떨어져 심장에 구멍을 내던 물방울의 낙하 방향을, 조금이나마 바꾸었다는 것은. -본문

 
 사람과 너무도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는 로봇소년 은결을 두고서는 SNS을 넘어 각종 신문기사와 미디어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덧 은결은 일상 속의 한 페이지로 자리잡아 이제는 명정과 함께 세탁소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담한 세탁소라고는 하지만 오랜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의 세탁소에는 시호와 준결처럼 은결을 보러오는 학생들의 모습도 있고 세주네의 이야기와 이웃들의 이런 저러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마을의 소통의 출입구와 같은 모습인데 그렇게 하루하루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가는 동안 은결은 점차 인간의 행동과 생활 패턴, 언어 등을 통해 분석하고 인식하며 점차 사람 향기가 나는 로봇으로 변화하게 된다.
 
 
처음에는 생경한 것이 호기심이 일었던 것들이 어느새 익숙해져서 평범한 일상으로 변모해가고 그것이 점차 닳아가는 은결을 바라보던 시선은, 세탁소 오기 전 새것이었던 옷들이 명정와 은결이 있는 곳에 왔을때에는 얼룩이나 구김이 온 채로 도착을 하고서는 그것들을 최선을 다해 새것과 같은 상태로 돌려놓으려 그들은 옷감을 안고서 고군분투하지만 그 횟수를  그 옷은 처음에 산 새옷이 될 수는 없지만 어찌되었건 그럼에도 우리는 그 옷을 계속 입고 지우고 다시 입고를 반복하는 것처럼, 이 안의 이야기들은 그럼에도 자신의 삶 안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안고서 계속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무리 약품을 집중 분사해도 직물과 분리되지 않는 오염이 생기게 마련이듯이,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에 이르면 제거도 수정도 불가능한 한 점의 얼굴을 살아내야만 한다. 부주의하게 놓아둔 바람에 팽창과 수출을 거쳐 변형된 가죽처럼, 복원 불가능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본문
 
 
예전에 사촌언니와 이야기를 했을 때, 손 언저리에 난 상처를 바라보던 내 눈빛을 읽었는지, 어디서 놀다 들어와서는 다쳤다고 보여주는 아이의 손을 보며 자신의 몸 안에서 완벽한 상태로 내어 놓았던 아이가 하나 둘 몸에 생채기가 생기는 것을 바라볼때면 그렇게 마음이 아플수가 없다고 읊조리던 모습이 세주와 시호, 준교의 이야기를 보며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공부를 하고 싶지만 그의 앞에 드리워져 있는 현실은 늘 그를 옥죄고 있기에 대학에 가서도 매번 힘겨운 사투를 버리고 있는 준교, 이 마을을 떠나 훨훨 날아간 것으로 보였으나 아이와 함께 돌아와 전 남편과의 지리부진한 싸움 속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세주, 하루하루의 벌이로 살아야만 했던 그녀에게 철학과의 진학은 힘겨운 선택이었다는 듯 늘어가는 아르바이트 속에서 마주해야만 했던 폭력 속에 시달리던 시호.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명정과 은결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당면한 모습들을 제 3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인사치레의 말들과 무언의 행동들, 어떠한 사건이 발생되었을 때 하는 익숙한 몸짓이 고도화된 기술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은결의 모습을 통해 다시금 인지해가면서 그 하나하나의 시간들이 축적되어 점차 로봇과 인간이 아닌 인간 안에 함께하는 소년으로 변해가는 은결의 모습이 전해진다.

 
그는 어쩌면 아이가 자라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완전히 멈출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이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수도 있다. 그는 인간의 시간이 흰 도화지에 찍은 검은 점 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 점이 퇴락하여 지워지기 전에 사람은 살아 있는 나날들 동안 힘껏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한편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언가를 간구하고 기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본문
 
 우주의 시간으로 보았을 때 한 인간의 수명은 세제 한 스푼이 녹아내리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 찰나의 시간을 보내는 그들은 그들 어제의 흔적이 그들에게 남아있다고 해도 다시금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 찰나의 시간을 함께 보낸 은결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이 총집합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넘어서 마지막에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우리네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로 바라본 느낌이라 애잔하면서도 그 안에 따스함이 밀려들게 된다. 

 
언젠가 로봇과 함께하는 나날이 온다면 은결의 모습을 한 이들이기를 바라본다. 인간의 손을 거쳐 탄생하게 될 그들이, 자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내는 살상무기가 아닌, 인간의 심장을 닮은 감성을 담은 그들이 되어 오기를, 그리하여 우리네 삶을 조금 더 따스하게 함께해가기를 바라본다. 

독서기간 : 2016.09.12~09.17

미라클의 추천도서 :  우주 VS. 알렉스 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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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꿈결 클래식 6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흑미 그림, 백정국 옮김 / 꿈결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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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오래 전 이 책을 접했던 때에는 망망대해 속의 홀로 고군분투를 하고 돌아온 처량한 노인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그의 손에 남은 것은 거대한 청새치가 곁에 있었던 것을 증빙해주는 뼈 조각뿐이니구태여 이 지리멸렬한 시간을 보냈어야만 했던 것인가라며 그의 빈손을 보며 허망하게만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물컵 속 반이 남아있는 물잔을 보며 어떤 이들은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어떤 이는 반 밖에 남지 않았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물 잔 속 물의 양은 동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 그 물은 희망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또 다른 이에게는 아쉬움과 절망때론 비극이 될 수도 있는 혜안을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싶다물론 반 밖에 안 남은 이는 그것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취할 수도 있기도 하겠지만어찌되었건 이 소설이 이전의 나에게는 안타까운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지금 다시 만난 <노인과 바다>는 동일하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고 그 시간이 절대 헛된 것이 아닌 이 시간이 있기 전과 후의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현대의 우리네 모습과 비유하여 고군분투 속 결국엔 낙방한 수험생이였다손 치더라도 나는 그가 준비해온 시간들을 쉬이 아무것도 아닌시간만 낭비한 것들이라 말할 수 없으며 그는 실패라는 낙인을 받겠지만 분명 이전보다는 더 성장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부라고 하기엔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너무도 남루하여 초라해 보이는 것은 물론 80여일 동안에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채 매일 바다로 나가는 노인을 보며 씁쓸함이 감돌았다대체 왜 나의 낚시대에만 고기가 낚이지 않는 것인지타인의 만선을 보며 시샘하기도 하고 현재의 자신의 상황에 푸념을 늘어놓을 만도 하지만 그의 두 눈 만큼은그 안에 담긴 신념만큼은 늘 생기가 돌며 내일은 또 다를 것이라며 희망을 품고서 매일 바다로 나가고 있다누군가가 그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한심하다며 혀를 찰지도 모를 일이지만노인 그 자신은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바닥으로 끌어내어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시 출발점에 서서 나아가게 하며 늘 푸르름 속에서 사는 소나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미풍은 산산했고 항해는 순탄했다노인은 물고기의 허리 윗 부분만 바라보았다그러고 있으니 희망이 조금 되살아났다.
 
희망을 품지 않는 건 바보짓이야노인은 생각했다더군다나 그건 죄악임에 틀림없어. –본문


  바다 위에 서 있는 푸른 소나무내가 다시 마주한 그의 모습은 그러했다홀로 서 있는 망망대해의 2 3일이란 시간 속에 청새치와 씨름하는 동안에 그는 제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늙어버린 몸그 중에서도 왼손을 다그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때론 먹을 것마저 제대로 없어 간도 되지 않은 날 생선을 먹으면서도낚시줄이라는 선 하나에 연결되어 있는 물고기와 그와의 사투 속에서 그는 지칠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때론 그는 물고기를 죽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자신에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물 속에 드러나지 않는 청새치를 보면서 그의 죽음을 바라면서도 가냘프다 못해 곧 독수리의 먹이가 될 것만 같은 바다 새에게는 삶과 죽음의 사투 속에서 자신의 품 안에서만큼은 쉬어가기를 바라며 공상에 빠져보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그는 다시 남루한 배 위에 낚시대에만 집중하고 있다.

  왼손은 당기는 힘을 전부 받느라 낚시줄 뭉치들을 돌아보았다줄이 술술 풀리고 있었다바로 그때 물고기가 어마어마한 파열음을 내며 바다 위로 뛰어올랐다그리고 육중한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물고기는 잇따라 계속 뛰어올랐다줄이 쉴 새 없이 풀려나가는데도 배는 빠르게 전진했다노인은 끊어지기 직전까지 줄을 팽팽하게 당겼고줄이 헐거워질라치면 그때마다 반복하여 줄의 긴장 상태를 최고조로 유지했다. –본문

  그 오랜 사투 끝에 결국 노인은 청새치를 자신의 전유물로 만들게 되지만 그 오롯한 시간은 바다 위에서 쉬이 지켜지지 않는다바다라는 철저한 자연의 힘 안에서 배에 묶어 둔 청새치라는 인간의 표식으로 그저 혼자만의 위안이 될 뿐그 전유물에 수 없이 달려드는 상어떼의 표적이 되게 되는데홀로 바다에 나가 결국에는 승승장구하며 성공의 팡파레를 울리며 돌아서기를 바랐던 우리네 마음과는 달리 그는 돌아가는 길 조차도 험난한 시간을 지나야만 했다

  노인은 고물로 돌아갔다부러진 키 손잡이의 삐죽삐죽한 끝이 그런대로 키 홈에 끼워져 방향을 잡는데 문제가 없었다노인은 포대를 어깨에 두르고 배를 가던 길로 되돌렸다이제 배는 가볍게 움직였다노인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그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다이제 연연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저 떠나온 포구로 아무 탈 없이 돌아가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완을 동원해 배를 몰 뿐이었다. –본문

 혹여 그 모든 시간은 허투루 지나버렸어라며 체념할 수도 있겠지만 바다 위에서 매 순간 그가 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노라면그는 단 한번도 자신이 있던 그 순간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그리고 그 시간을 되새겨 보는 동안 이 이야기 속 그의 모습을 보며 그저 시간을 부질없이 흘러 보냈다 할 수 없을 것이다자신의 것이었어야 했던 청새치를 만났을 때에도그 청새치와 줄다리기를 하는 순간에도성공의 기쁨도 잠시 상어들에게 그 모든 것들을 빼앗겨야 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늘 최선을 다해 그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허망하게만 보이던 그의 빈손이 이제서야 그토록 묵직하니 위대해 보일 수가 없다그저 포기하고 돌아올 수도 있었던 2 3일을 시간을상어떼를 만나 청새치를 잃는 순간까지도 자신을 삶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계속 나아가려 하는 그의 모습은 다시 내게 바다 속에 피어있는 소나무로 인식되어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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