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고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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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눈 앞에서 계속해서 던져지는 인생의 화두이겠지만 그 정답은 늘 살아가는 동안에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그렇기에 이 질문은 단 한번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서 늘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것일 게다어릴 때는 그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며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전부라고 느꼈던 세상은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점점 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생각의 틀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과연 무엇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깊어지게 된다아마도 그저 나에게 주어진 몫을 잘하기만 하면 됐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주변에 보이는 것들이 너무도 많기에 나름의 비교와 타인과 나를 향한 잣대를 재느라 갸우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쉬이 말할 수 없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여 그 답을 전해주고 있다물론 이것이 우리네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답안지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전해주는 이정표를 통해 현재의 내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 봐야 할 충분한 이유라 생각된다. 

인문학은 그 손가락의 끝을 자신을 향하게 합니다특히 아포리아에 빠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향해 손가락 끝을 가리켜야 합니다인문학은 어떻게 하면 빨리 노를 저어서 아포리아를 극복할 것인지를 가르치지 않습니다인문학은 어떻게 하면 빨리 노를 저어서 효율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것인지를 가르치지도 않습니다그것은 인문학의 과제가 아닙니다인문학은 오히려 노를 내려 놓으라고 말합니다잠시 노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보자는 것입니다동료와 이웃의 손을 잡고 북극성이 어디에 있는지 함께 찾아보는 것입니다이것이 바로 인문학이 아포리아에 빠진 대한민국에 주는 대답입니다. –본문 

 위기의 대한민국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 대신에 잠시 쉼표를 권하고 있는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시선을 이제는 나의 곁에 있는 주변을 향해서 돌아볼 때라고 알려주고 있다남보다 내가 우선이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 높이 있어야만 오늘이 의미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게 하는 이야기로 인문학을 통해 바라보는 인생을 ‘나’ 에만 국한되어 바라보는 것은 반쪽 짜리의 답을 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의 모든 페이지마다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는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소크라테스가 보았다면 무엇을 위해 그토록 겉에 보이는 것들에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깝게 여길 것이다내면이 아름다워지기를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나의 내면과 동일하길 바라던 소크라테스는 당시 그가 살던 시대에 말을 잘하는 소피스트들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에 의의를 두며 계속된 문답법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었다.

 또한 영화 <명량>을 통해 이순신 장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서 그를 등용했던 유성룡에 대한 관심과 그가 후대를 위해 기록해 놓은 <징비록>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현재의 모습이 계속 눈에 띄고 있는 요즘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유성룡의 징비록을 통해 우리가 바라봐야 할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보고 있다. 

 반면 이 <징비록>에 담겨 있는 정신에 더 주목한 나라는 일본이었습니다. 17세기 초반에 제작된 <징비록>이 중후반을 거치면서 부산의 왜관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갑니다왜관운조선에 온 일본인들의 무역과 통신을 위한 일종의 외교 사무실이었습니다그런데 왜관에는 평소에도 1,000여명이 넘는 일본인들이 우글거렸습니다아침에 왜관 문이 열리면 인근의 주민들은 채소거리나 생선각종 부식들을 판매합니다이처럼 왜관의 일본 사람과 조선 사람 사이에 잦은 접촉이 이루어집니다심지어는 왜관에 조정에서 발행한 관보를 팔아먹는 사람까지 생겨났습니다. (중략)
 
전쟁이 끝난 뒤 조선에서는 <징비록>에 거록된 개혁론이 이렇다 할 실천과 실표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사이정작 일본에서는 조선을 더 열심히 연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물론 일본 자체의 침략성을 탓해야겠지만 조선 스스로가 위기의식을 잊어버렸다는 것도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본문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이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삼한정벌’을 지나 ‘문록경장의 역이라는 이름으로 일컫고 있는 이 비극의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유성룡의 징비록을 보노라면 권력이 부패해가고 그 어디에도 브레이크를 걸 제동장치가 없던 당시의 사대부의 행태가 초래한역사의 단초를 보노라면 절로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기 급급했던 당시의 사대부의 모습에서는 민초를 바라보는 눈 따위는 이미 저 멀리 내 던져 버린 지 오래였으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발발 당시 힘이 없단 당시의 조선은 명의 방패를 이용해서 일본과 대항해야 했으니우리나라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들어선 명은 언제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있던 현실 속에서도 선조는 자신의 왕위를 이어가기 위한 고민에만 빠져있었으니이 답답한 조선의 현실은 400여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기에 앞으로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특히나 이 징비록의 이야기를 전쟁으로 인해 초토화가 된 우리보다도 일본에서 먼저 찾아보고 있었다는 것은 역사가 주는 메시지는 물론 이 모든 것을 그저 과거의 뒤안길로 넘겨둬서는 안될 것이라는 경종을 다시금 울리게 한다.

아이들에게 돈을 버는 이유로 많은 것을 소유하거나 부모가 덕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더 많은 경험과 체험을 쌓기 위해서라고 가르쳐야 합니다이것은 우리가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가르침이고 우리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가르침입니다. –본문

 행복해지기에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우리네 손에 잡혀야그러니까 행복하기 위해 어떠한 조건들이 충족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음가짐의 변화가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은 너무도 인상 깊은 이야기였다물질적이나 금전적으로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경험과 체험을 위해서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전해주는 메시지로서 행복이라는 것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인문학을 통해서 바라보는 삶의 의미와 방향이라는 주제가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었지만 이 안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동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살아가는 동안의 필요한 것들임에도 늘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있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며 내일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 짧지만 깊은 상념들이 어제의 나와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이 책의 페이지를 바삐 넘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질적인 것만 쫓던 이전의 나를 조금씩 놓을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의 의미가 사뭇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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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 백성호저


 

독서 기간 : 2015.03.0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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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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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같은 출발선에서 동시에 달려 나갔지만 수십 년 후 너무나 달라진 여섯 여자의 인생!

앵커계의 전설이자 전문 인터뷰어 백지연이 소설가로 돌아왔다. 대단히 사실적인 대화를 통해 여섯 여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첫 작품 『물구나무』를 통해 에세이보다 더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섯 여자의 물구나무를 서는 것처럼 위아래가 바뀐 듯한 인생의 면면들을 섬세하고 심도 있게 보여주며 우리의 인생이 어느 하나의 시각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전문 인터뷰어인 민수에게 어느 날 여고 단짝 친구였던 수경이 연락을 해온다. 27년 전 사소한 일로 틀어져 친구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후 소식도 모르고 지내던 민수는 수경에게서 친구 무리 중 한 명인 하정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물구나무서기를 못해 친해져 고교시절 내내 여섯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어울렸고, 모두 명문대에 합격하며 더욱 진한 우정을 나눴던 민수, 수경, 승미, 문희, 미연, 하정.

학생회장이자 최고의 수재로 서울대에 입학한 수경과 의료 엘리트 집안 자녀로 치의대에 입학한 하정, 3개 국어 능통자에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를 가진 문희, 반면에 보스 기질이 있고 당당한 성품이었지만 집한 환경은 어려웠던 승미, 그리고 공부보다는 로맨스와 소설에 빠져 살았던 미연. 수십 년을 이들과 남처럼 지낸 민수는 하정의 내면을 재구성하기 위해 나머지 친구들을 차례로 만난다. 친구들의 인생을 타임캡슐처럼 열어보게 된 민수의 앞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지고, 그들이 가진 하정이에 대한 기억으로 완성된 퍼즐 역시 의외의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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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 만에 다시 만난 여고 동창생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복을 입고서는 비슷한 길이의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언덕을 뛰어다니던 우리가 이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 말이다. 그때는 동일한 출발선 앞에 같이 서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때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있기는 했던 걸까? 라는 아득함마저 밀려오게 되는데 얼마 되지 않은 듯 하지만 이미 10여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그때의 시간을 더 오래 전에 지나왔을 <물구나무> 속 그녀들을 통해서 다시금 회상해보게 된다.

옛 친구는 오랜만에 만났어도 그런 사소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예전의 나를 앨범같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어 환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받는다. –본문

 지금이라면 그저 웃어 넘길 미팅의 아련한 추억은 민수와 나머지 5명의 친구들간에 오랜 시간 동안에 교류가 단절되어 버린 희대의 순간으로 변모해 버린다. 작은 것에 희희낙락 웃고 떠들며 또 작은 것에 상처받았던 당시의 그녀들에게 있어서 그날의 배신은 민수로 하여금 그녀들과의 3년이라는 시간을 버리고 후의 몇 십 년의 시간도 잊게 만든 사건이 된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 드문드문 흘러드는 소식에 친구들의 이야기를 알음알음 전해 듣던 민수에게 수경의 메시지메 도착하게 되고 이 메시지는 잃어버린 그녀들의 삶을 이어지게 하는 불씨가 된다.

  그때는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수행평가 속에서도 이것들만 넘으면 세상의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실상 세상이 보여주는 현실은 그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더 높고 험한 굴곡들을 하나씩 밀어 넣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거울 속 내 얼굴에서 젊은 날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도 가슴 서늘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모습에서 세월을 느끼는 것도 슬픈 일이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오래전 그 모습이 아니라, 세월에 쇠락해버린 모습일 때는 가슴이 시려온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젊은 날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배우가 세월에 짓눌려 생가도 윤기도 없이 변한 모습을 보는 것도 안타까울 때도 있으니 친구의 변화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본문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약을 하려는 시점에 전해진 하정의 부음 소식은 나머지 친구들로 하여금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했던 하정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그녀들은 또 다른 세상을 준비하게 되지 않을까. 긴 시간이 흘러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이해했던 민수처럼 지금의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잔잔하지만 또 쉬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지나온 길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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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 건투를 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공지영의 장편소설『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초판, 개정판, 개정신판으로 20여 년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 소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와 울림을 담고 있다. 착한 여자에 대한 환상, 능력 있는 여자 혹은 똑똑한 여자에 대한 편견, 그리고 이율배반적인 두 가치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는 여성들의 혼란과 고통을 그리고 있다. 친구인 혜완과 영선, 경혜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을 드러낸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3.0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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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야사록 1 - 실록이 전하지 못하는 놓쳤던 조선사
최범서 지음 / 가람기획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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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야사록

『조선왕조야사록』은 지난 2003년 『연려실기술』을 토대로 각종 야사를 참고하여 출간한 『야사로 보는 조선의 역사』를 깔끔한 편집과 내용으로 새롭게 구성한 개정판으로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태조부터 명종까지, 2권은 선조부터 순종까지, 시대를 바꾼 결정적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야사를 모았다. 사건과 인물 위주로 엮어 정사에 기록된 사건과 인물이 야사에서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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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란 의미를 지닌 야사는 동일한 역사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정사만을 바라본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야사에 담긴 이야기는 그저 정사의 이면에 담긴 시시콜콜한 것들을 담아 놓은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정사는 무언가 검증된 기록이라는 느낌이라면 야사는 개개인이 남겨 놓은 자신들의 기록이라고만 생각했기에 야사 자체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찰나 이 책의 소개 글을 읽으며 야사도 읽어봄 직 하구나, 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태조에서부터 명종까지의 시대 속에 담긴 야사를 들여다 보노라면 그 동안 들어왔던 굵직굵직한 역사 속 사건의 내막에 이러한 일들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고려에는 존재했던 야사가 조선 초기에는 폐지 되었다는 것은, 고려를 넘어 조선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연 태조에게 있어서 야사에 남게 될 정당성의 위협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주목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야사는 정사와 함께 그 존재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으로 원척석이 남겼다는 야사를 훗날 가문의 멸망이 두려워 후손들이 다 태워버렸다고 하니, 야사를 그저 야사로만 바라볼 수 없게 한다.

 조선을 건국하기 전 이성계가 꾸었다는 꿈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었으나 명궁으로서의 이성계의 모습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중국 송나라의 명장 악비의 자손으로 알려진 퉁두란과 의형제가 된 모습을 보노라면 이성계의 호탕한 모습을 절로 느끼게 되는데 명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퉁두란이 이성계의 호연한 모습에 매료되어 이지란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곁을 계속해서 지켜왔다니, 그들이 어떻게 의형제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성계의 진면목이 느껴진다.

 수양은 정난을 일으킨 후 아무리 생각해봐도 김종서의 오른팔 격인 이징옥이 껄끄러웠다. 그리하여 박호문을 함길도 절제사로 임명하여 임지로 보냈다. 이징옥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이징옥이 박호문에게 자리를 인계해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정에 나가봐야 찬밥 신세일 것 같았다. 조정은 이미 수양의 측근들로 포진되어 있고, 김종서의 사람인 자기는 자칫 그들의 마수에 걸려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섰다.
 
! 나라고 못할 것 없지. 나대로 북쪽 변장에 제국을 세우자.’ -본문

 수양대군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세조의 뒤에 숨겨져 있던 이징옥의 비화는 그 어디서도 마주한적 없던 이야기라 보는 내내 흥미롭게 다가온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밝았던 이징옥은 자신도 역시 수양과 같이 자신만의 세상을 이룩하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되는데 스스로를 황제로 지칭하며 오국성을 세운 그의 나라는 오래지 않아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 한단지몽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사의 굵은 뼈대는 필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 안에 부족한 것들 또 정사가 놓치고 바라보지 못한 것들을 야사로 채워나가면서 역사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기에 꽤나 오랜 시간 이 책을 잡고 있었다. 그 뒤에 이어질 숨겨진 야사는 어떤 것들이 있을 지, 다음의 책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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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에 이런 이야기가?
정사와 야사를 넘나들며 우리가 모르는 37가지 우리 역사 이야기를 시대별로 재미나게 구성했다.
선정 기준은 어디까지나 재미!
재미난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이야기광이라는 저자의 말대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의 배후와 사건들 사이의 틈새를 찾아 헤매다 건져 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역사’라는 거창한 이름 뒤에서 잊혀지고 덜 주목 받는 소소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질투에 눈멀고 복수심에 불타고 연정에 휩싸인 주인공들에게 저절로 연민과 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음을, 시대만 바뀌었을 뿐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자조와 공감이다. 역사란 다름 아닌 우리가 살아가고 만들어 가는 이야기임을 이 37가지 이야기들은 말하고 있다.
책 제목이 ‘한국유사’인 것도 역사로 기록된 거창한 역사가 아닌 에피소드로서 이 땅에서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이다.

[예스24 제공]

 

 

 

독서 기간 : 2015.03.02~03.0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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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어떻게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로 운영하는가
아마노 마사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이지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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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은 들어보긴 했지만 구태여 나와는 상관 없는, 그러니까 그곳은 오롯이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나와는 그 어떠한 공통점 따위는 없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이들이 그 안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무언가 파라다이스 같은 느낌이랄까. 세상 어딘가에 존재는 할 수 있지만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곳의 모습을 그저 막연하게 그려보고만 있을 뿐 대체 어떠한 모습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나에게 이 <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은 그 안의 신랄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 책을 통해 바라본 실리콘밸리는 기회만 된다면야 버선발로 달려가고픈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실리콘밸리만의 모습들을 그저 동경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모습들을 내가 서 있는 곳을 그러한 마력의 모습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될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전해주고 있다.  

일본에서 좋은 대학에 가는 이유는 졸업 후 큰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서, 안정된 생활을이해서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도 큰 기업의 조직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무능하다’,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반해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 사업가가 되지 못한 사람이 무능한 사람이다. 우수한 인간은 대기업에 들어가지 마라, 창업해라. 이것이 실리콘밸리 대학의 교육이다.
 
실제로 우수한 학생은 창업을 목표로 한다. 직접 창업하지 않아도 우수하다면 반드시 벤처기업으로부터 제안은 받는다. 창업도 하지 않고 제안도 받지 못한 인간. 벤처에 들어오지 못한 인간이 어쩔 수 없이 대기업에 들어가는 그런 도구다. –본문

 일본과 만찬 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대학은 어느 새 취업을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로 변모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어디에 취업을 했는지는 취업의 문턱이 점점 좁아지다 못해 젊은이들의 목을 죄어오는 숨막히는 나날 속에서 졸업을 유예시키는 것은 물론 토익에 학점에, 봉사활동에 어학연수에 필요한 것들은 점점 늘어나 그야말로 스펙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네 모습과는 달리 실리콘밸리의 대학에서는 벤처 사업가가 되는 것이 그들의 목표로 오늘을 달리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느 기업의 한 명의 사원으로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 관문에 들어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과는 달리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신의 사업을 만들어나가는, 확고하지만 우리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는 무모해 보이는 꿈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고 무모하게만 보이는 그 길을 대체 왜 가려고 하는 것일까?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은 바로 이 문제였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사업을 열어간다는 당찬 포부일지는 모르나 그 모든 리스크를 오롯이 내가 짊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레드 오션의 늪 아래 과연 작은 1인 기업이 일어설 자리나 있을 수 있을까. 다부진 포부로 시작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쓰러지고 마는 벤처기업의 모습 속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시작의 설렘보다도 훨씬 크게 느껴지는 나에게 실리콘밸리는 리스크는 거의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기업의 힘, 조직의 힘보다 개인의 힘, 개인의 네트워크에 의존해서 일을 한다. 예를 들어 형식적을 어딘가의 회사 직원이지만 주도권을 갖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다. 
 
회사와의 관계가 좋으면 그곳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회사로 이동하거나 독립해 창업한다는 선택지가 있다. 
 
창업했다가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개인으로 연결된 사회에서는 실패는 도리어 좋은 경험으로 인식되어서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문

 실패를 실패라 생각하지 않고 경험이라 생각하며 누군가 하나가 쓰러졌다 해도 그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철저한 인맥 시스템으로 실리콘밸리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쉬이 생각하는 인맥 시스템은 상하의 관계 속에서 누군가가 끌어주고 그 안에 충성을 하는 모습이라면 실리콘밸리에서의 모습은 수평적 관계를 보여주게 된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따라오는 젊은이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서스름없이 보여주는 모습이라든가, 비슷한 직종의 이들이 네트워킹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서로를 북돋아 주는 모습을 보노라면 개인이기에 기업보다 자유롭게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는 모습과 그 자유로움이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가는 기반이라는 것을 점차 느끼게 된다.

 과연 이 안에 있는 이들은 대체 어떠한 사람들일까? 라는 물음에는 생각보다 평범한 이들의 모습들도 눈에 띄게 되는데, 우리와 같이 평범한, 그러니까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는 이들보다도 무작정 이 곳을 와서 이 안의 시스템을 먼저 대면하고서 그 안에서 수 많은 시간을 내달려 왔던 이들이라는 점을 부각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뒷면에서는 이러한 실리콘밸리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비자 등 실무적인 것들도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 안의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고 그곳을 향해 뛰어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취직이 아니라 취사를 말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과연 내가 꿈꾸던 회사는 무엇이었으며 그 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려보게 된다. 실리콘밸리처럼 파라다이스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에서 조금씩 그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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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니어스 / 키스 소여저


 

 

독서 기간 : 2015.03.02~03.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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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너는 모른다

《너는 모른다》는 《그림자》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카린 지에벨의 대표소설이다. 코냑추리소설대상, SNCF추리소설대상, 엥트라뮈로스 상, 로망느와르소설 페스티벌 등 무려 4개의 추리문학상을 휩쓸며 카린 지에벨을 프랑스 추리소설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하게 만든 느와르스릴러의 최고 걸작이다. 이 책은 인간의 절제하지 못하는 욕망의 분출이 세상을 어둡고 불행한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아르's Review

 

     

 눈을 떠보니 철창 안이었다. 어젯밤 차에 문제가 있어 아등바등하고 있는 여자를 도와주었고 일이 잘 해결되자 차 한잔 하고 가라는 이야기에 그녀의 집에 들어선 것이 브누아 로랑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대체 그가 왜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 어젯밤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그 모습과는 다른 현재의 모습은 그에게 무한한 물음표는 물론 리디아가 그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게 한다.

  그래, 당신이 마른 남자가 되어가는 건 싫지만 속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니까 멈출 수는 없어. 당신은 속죄를 위해 기아, 추위, 불안, 고독, 두려움, 절망 그리고 육체적인 고통을 감수해야만 해.”

 브누아는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두려움을 느꼈다.
 
속죄를 하고 나면 그 다음 과정은 뭐가 있지?”
 
그 다음? 그 다음은 죽음이 있지. 방금 내가 말한 모든 고통을 치르게 한 다음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할 거야. 물론 당신이 나를 흡족하게 할 만큼 용서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편안하게 눈을 감게 해주지.” –본문

 리디아가 브누아를 가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그녀는 무엇을 위해 그를 이 철창 속에 가두어 조용히 죽어가길 바라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그녀의 섬뜩한 울부짖음과 시간이 지날수록 가혹해지는 고문과 함께 약 3개월 동안 그녀가 브누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 속에서 점차 모습을 드러나게 된다. 유년 시절 그녀와 오롯한 반쪽이었던 쌍둥이 자매인 오렐리아의 갑작스런 죽음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그녀에게 내려준 숙명은 리디아로 하여금 팜므파탈 속에 괴물의 모습을 키우고 있었고 브누아의 창고에서 오렐리아의 펜던트가 발견되는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리디나는 나무상자 안에 든 잡동사니를 헤치며 뒤적이다가 한순간 동작을 멈췄다. 그녀의 시서는 그가 말했던 호텔영수증에 붙박인 듯 멈춰 섰다.
 
호텔에서 발행한 영수증에 그의 이름, 날짜, 금액이 적혀 있었다. 브누아 로랑은 1990 1 2일부터 12일까지 분명 그 호텔에 숙박했었다. 그곳은 오렐리아가 실종된 오셀에서 무려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그처럼 먼 곳에서 오셀까지 왔다가 돌아간다는 건 불가능했다.
 
리디아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밤새도록 눈물을 흘리며 신음했다. –본문

   결론적으로는 그 누구 하나 제대로 된 팩트를 알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되는 이 이야기가 독자에게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왜?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전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구라도 브누아나 리디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왠지 입안을 씁쓸하게 만든다. 비뚤어진 욕망이 가지고 오는 처참한 결말. 결자해지라고 했지만 과연 이 안에서 체스 판을 움직이던 그들은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오롯이 자신들의 것이라 믿었을까. 진실 따위는 알 길 없이 그저 눈을 감아야 했던 그들이 처연하게만 다가온다.


전체서평보기 : http://blog.yes24.com/document/797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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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점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은 카린 지에벨의 심리 스릴러!

연필을 쥘 수 있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통학지도사, 프리랜서사진기자, 국립공원관리인, 변호사 등 다양한 직종을 두루 경험하며 이를 바탕으로 소설 쓰기에 착수한 작가 카린 지에벨 대표작 『그림자』.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저자가 작품을 통해 선보이는 독특한 개성이 있는 등장인물, 순간적인 호흡곤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섬뜩한 서스펜스,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회사에서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될 만큼 성공한 클로에는 외면적인 성공과는 달리 내면적으로는 어린 시절 실수로 여동생을 반신불수의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새벽녘, 파티를 끝내고 귀가하던 클로에는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돌아가던 중 이상한 기미를 느끼고 뒤돌아본 결과 수상한 그림자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머리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에 복면을 하고 스카프로 입을 가린 그림자는 마음만 먹으면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올 뿐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든 클로에는 힘껏 달려 그림자의 추적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그림자와 정면으로 조우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3.03~03.0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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