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천국의 몰락
리처드 던컨 지음, 김석중 외 옮김 / 인카운터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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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하면 신용카드만 떠올릴 만큼이나 경제에 대한 무지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대체 신용천국의 몰락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아리송해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초반에만 해도 신용의 급 확장이 발생했다, 라는 말을 읽으면서 대체 무슨 신용이 늘었다는 거야 하며 불평만 늘어놓고 있었다.

 유통되고 있는 화폐가치는 더 이상 내재가치를 지닌 실물 자산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제 더 이상 달러는 상품 화폐가 아니어싿. ‘법정 불환지폐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직 정부가 이를 돈이라고 명명한 이유만으로 화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종류의 화폐를 얼마나 찍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 그 후 여러 해에 걸쳐 불태환 화폐의 공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본문

 금태환제도. 금을 화폐와 같이 사용할 수 있었던 이전의 체제로서 금 지급준비 삭제법이 발효됨에 따라 더 이상 달러를 발행하는데 있어서 일정 금액의 금을 보유해야 하는 법적인 제재가 사라지게 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학부 시절에 들었던 내용들이라, 그래 한 번쯤 들어 알고는 있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신용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지? 라는 물음만이 가득해지는 순간, 하단의 표를 통해서 신용의 천국이 되었다는 말이 이해되었으며 신용의 갑작스런 확장과 이로 인해서 각국에서 발생되는 인플레이션은 물론, 화폐의 유동성에서부터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발단에서부터 양적완화 사태까지, 하나의 매듭이 풀어지는 것만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던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게 되는 그 기분이란. 아마도 안경 없이는 한치도 볼 수 없어 답답한 통에 눈에 꼭 맞는 안경을 만난 느낌이랄까? 여하튼 이 하나의 표를 이해하고 나서부터 책을 쉼 없이 읽어 내려갔다.

 위의 이 표대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받은 뒤 그 돈을 다시 거래 은행에 예금을 하고 예금 받은 은행은 그 돈을 다시 대출해주고 그 대출금이 다시 다른 은행으로 예금되는, 계속 대출과 예금의 꼬리물기가 되면서 처음의 원금 100달러가 신용을 업고서 500달러의 예금과 400달러의 대출이라는 신용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단지 원금 100달라를 가지고서!

 이러한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여 미국의 모기지론이 어떻게 덩어리가 커지게 되었는지가 이해된다. 대표적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라는 두 회사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회사들은 채권 발행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정부 보증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이 발행하는 채권은 정부가 신용을 인증한다는 암묵적인 동의로 인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이렇게 조달된 자금은 신용을 주고 돈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조성된 자금으로 모기지를 매입하고 다시 되파는 형태로 하여 이 회사들은 점차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패니매, 프레디맥, 그리고 ABS 발행자들은 그들이 빌린 그 많은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한 것일까? 그들은 그 돈을 모기지나 소비자 신용의 형태로 가계 부문에 빌려주었다. 1982년부터 2007년 사이에 가계 부문의 모기지 부채는 10배나 증가하여 10 5,000억 달러에 이르렀고, 소비자 신용은 같은 기간 6배 증가하여 2 5,000억 달러에 달했다. –본문

 신용이 증가함에 따라 화폐의 유동성은 증가하게 된다. 시중에 돈은 돌고 도는 것이지만 위의 표에서와 같이 작은 종자돈이 신용이라는 마법을 통해 엄청난 규모로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용의 확대로 인해 물가는 상승하게 되고 자연스레 부동산 가격 역시 오르게 된다. 이전에 1억이었던 집이 있었다면 신용의 증가로 인해 1 5천이 되고, 자산의 상승으로 그들은 이 상승된 자산만큼이나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고 그 대출금이 다시 시중에 돌게 되고. 계속적으로 신용에 신용이 더해져 더 크게 부풀리게 되면서 급기야 거품과도 같이 기하급수적으로 자산이 커지게 된다.

 급속한 신용의 확장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용이 확장될 때에는 소비자들이 더 많이 빌리고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 역시 더 많이 차입하고 투자할 수 있다. 소비와 투자의 증가는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과 이윤을 증가시킨다. 나아가 신용의 확장은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여 일반 대중의 순자산가치를 증가시킨다. 자산 가격 상승은 그 소유자의 부의 상승을 의미하며, 담보 가치가 증가하여 또 다시 대출의 증가로 이어진다. –본문

 이렇듯 신용이 확장은 단지 개인에게만 국한되어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및 그 개인들이 구성되어 있는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극제 통용화폐인 달러의 팽창은 타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바, 미국이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그 이유에 대해서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과거에는 한 나라의 경상수지가 적자일 경우, 그 나라의 통화는 다른 통화에 대해 절하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해당 국가의 수출 가격을 낮출 것이고, 다른 나라의 수입 가격을 인상시킬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조정 메커니즘이 해당 국가의 국제수지를 균형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본문

 미국 대 중국의 수출은 변함없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그에 따라 수 많은 달러가 중국으로 회수되고 있으나 중국의 중앙은행의 고정환율로 인해서 위안화는 변동이 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위의 메커니즘에 따라 환율로 인해 국제수지가 회복되어야 하지만 중국 당국의 환율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경상수지만 악화되고 있으며 또한 경제 회복을 위해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해야만 했던 미국의 입장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하는 선택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변동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찾아온 경제 위기 속에서 양적 완화 정책이 펼쳐지게 되던 현재까지, 미국의 현황은 물론이고 만약 미국의 경제가 무너지게 된다면 까지의 모든 시나리오를 만나볼 수 있다.

 다만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지라, 미국은 이 모든 사태의 피해자다, 라는 시선은 눈에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고 명확하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제에 대해 쉽게 눈에 들어오니 이 정도의 앙탈은 눈감고 넘어가 줄만 하다. 경제 신문을 보면서도 이게 무슨 말이지, 대체 뭐라는 거야, 라고 한 번이라도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읽고 나면 아, 이거였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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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가장 깊숙한 곳 - 30년간 임사체험과 영적 경험을 파혜친 뇌과학자의 대담한 기록
케빈 넬슨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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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별로 그런 적이 없지만한 세 번 정도? 가위눌림을 경험한 것 같다. 그 첫 번째기억은 엄마와 등을 대고 나른한 오후에 낮잠을 자고 있는 때였는데 갑자기 몸이 경직되면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지금내가 꿈을 꾸는 것은 아닌데, 왜 이렇지? 라는 놀라움과이것이 말로만 듣던 가위눌림이구나, 를 인식하면서 눈을 떠서 눈 앞에 보이는 영상들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소리를 내보려 해보았지만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깨어나면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나는 의식은 깨어있지만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던 그 순간을 다시는 체험하고 싶지 않았다

.

가위 눌림이라는 공포에 대해 궁금하던 찰나 단순히 렘 수면 장애가 그 원인이라는 것을 찾아 보긴 했지만 이미 체험했던 그 현상이 단순히뇌의 착각이었다는 것이 너무도 허망하게만 느껴졌다.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일상의 깨어 있는 상태에서 렘 수면의 특징이 불쑥 나타나는 일, '렘 침입'도 경험했을확률이 매우 높았다. 우리가 조사한 사람들의 다수는 깨어있는 상태와 수면 상태 사이의 이행기에 자신이일시적으로 마비된 것을 자각하거나 시각적 혹은 청각적 환각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P19

그와 비슷하다면 비슷하지만 다른 임상체험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경학자혹은 뇌과학자들은 임상체험이라는 것은 뇌의 착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들이라고 하는 반면 그 당사자들은 생생한 체험들로 인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아닌 실제 내가 경험한 나와 나의 영혼이 분리되는 현상을 경험했기에 단순한 뇌의 착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기에 그들 사이의 갭은 좀처럼 줄어들지않는다. 이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저자에 의해 한 권의 책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실 임상체험이라는 것에 대한 것을 들어보게 되면 내가 누워 있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영화나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가상의 시나리오에 대해 뇌의 어느 부분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게 되는 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

뇌로 들어가는 혈류가 차단되는 것은 임사체험을 유발하는 흔한 원인의 하나다. 기억은 심장정지 환자에서 가장 먼저 손상되고 가장 나중에 회복되는 뇌 기능이다. 기억 손상은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일 수 있고, 경미하거나 심각할 수있다. 또한 최선의 상태에서도, 우리의 시각 경험과 거기에기초한 기억을 구성하는 뇌 시스템들은 거짓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P147

지금까지의 뇌과학 수준에서 밝혀낸 임사체험에 대한 것은 이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일뿐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피가 공급되지 않는 그 상황 속에서 변환계가 생존 반응을 일으키고 빛과는상관없는 변연계의 구조물들이 반응을 하는 것은 여전히 미스테리이다.

의학적 위기를 맞은 우리의 뇌에서 천연 마취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임사체험을유발한다는 이론이 제기되었다. 이 이론은 임사체험에 흔히 동반되는 행복감을 선명하지만 왜 임사체험이신체 이탈과 밝은 빛을 포함하는지, 왜 흔히 이야기하는 성격을 띠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 -P152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꿈이나 환상으로서의 접근이 아닌 뇌로서의 접근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려 했다는 점들, 그리고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각이나 환상이라고 치부하며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보았을 때 현상이 아니라 그 근원을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들이 꽤나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실제 죽음으로 가기 전의 관문인 것인지 진정뇌의 착각인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명확해지리라는 바람으로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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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 천재 심리학자가 발견한 11가지 삶의 비밀
제임스 힐먼 지음, 주민아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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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생각과 나의 심리 상태에 대해 들여다보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제목은 아마도 운명안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일 것이다.

소위운명이라는 것에 대해서 주로 직감에 의존해서 생각해 왔던 것들이 대부분인 듯 하다. 운명에 대해 궁금하거나무엇일까? 에 대한 답을 얻고자 새해가 되면 한 해의 운수를 보러 가거나 사주팔자를 보러 가는 것이전부라고만 생각했고, 그렇기에 다분히 동양적인 느낌의 것이라 판단했었으며 서양에서도 이러한 운명이라는코드를 기반으로 하여 수 많은 문학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기는 했으나 이를 근본적으로 파고드는 이 책을 처음 마주하면서 뭐랄까? 이질감이 먼저 들긴 했다. 이것이 현재의 이야기라는 것에 낯설면서도다소 충격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의운명이라. 사랑에 있어서 필연과도 같은 운명을 꿈꾸기는 하지만 나의 운명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 개척해나가면 되! 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이 저자의 자신이 가고 싶을 길을 찾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속에 담겨져 있는 운명을 찾아야 한다며 주창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에도무엇이든 한 쪽의 생각보다는 그 반대의 생각도 알고 있으면 좋을 거야, 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읽어보기시작했다.

도토리이론은 이에 대해 원시적인 해법을 제안하는 바다. 그 이론에 따르면 당신의 다이몬은 난자와 정자를 둘다를 선택했는데, 그 난자와 정자의 소유자인 '부모'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둘의 결합은 당신의 필연성에서 비롯된다. 당신의 필연성이 먼저라는 말이다. 그 역은 통하지 않는다. -P121

이 책의 내용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몰랐던 '부모'에관한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것을 의미하는 도토리의 의미를 가지고 도토리이론을 설파하게 되는데 모든 개인은 하나의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이론과함께 탄생의 순간에서부터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한다고 주창하고 있는데, 이는 내가 그 동안알아 왔던 기본적인 지식 혹은 상식들과는 접목되지 않는, 새로운 시각에서의 접근이었다.

하나의난자에 수 많은 정자가 접근하여 그 중 가장 건강한 정자가 난자와의 수정을 거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부모에의해서 나라는 존재의 탄생이 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라면 저자는 그 이전에 부모 또한 나의 운명에 의해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고로 나라는 사람 안에 내재되어있는 부모님의 염색체나 환경 등에 의해서 나는 판단할 수 없으며 그 이전에 이미내가 선택했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운명의 선택에 대해 즉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의 삶을 지배하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각자가 태어난 후 맨 처음 맞이한 몇 시간 동안 또는 탄생 중에 결정되었다고 선포하는 그 이데올로기가지배한다. 그 이데올로기는 일련의 사소한 원인과 축척된 결과들이 현재 당신의 모습과 앞으로 당신이 자녀에게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지 대놓고 선언해버린다. 당신은 앞으로 자녀의 삶에 가해지는 손상의 직접전 원인이다. 더구나 그 손상은 단지 그들의 좌절과 실패가 되는게 아니라 범죄와 광기라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P141

아이의 부모, 그 중 어머니는 아이의 유아기 시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로 인해 어머니의 가치관이나 습관 등을 아이는 고스란히 답습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저자는 아이 스스로의운명을 덮어버리고 어머니에 의해 자신의 삶을 아이에게 재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진정한 운명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말하고 있다.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우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운명의 선 위에 고스란히 놓여져 있다. 문제는 이것은 운명이아니라 그저 현재를 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피할 수도 없는 운명의 필연성에 대해설파하며 인간의 성격마저도 운명이라고 주창하는 그의 이야기들을 사실 쉽사리 공감하지는 못하겠다. 이것이사실이라면 내가 믿고 있는 나의 삶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라는 말의 달콤함에 허덕이고 있다는것은 인정하고 오늘부터라도 내 안의 운명을 찾아봐야겠지만, 미안하지만 나는 그럴 마음은 없다. 다만 또 하나의 관점과 견해를 배웠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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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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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소설을 읽고서도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 읽었다면 이게 뭐야? 하면서 초반에 바로 덮어버렸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 이해해!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삶도 있을 수 있지, 라며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끝까지 볼 수 있는 그 정도의 인내심? 혹은 배려?는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든 생각은 다양한 삶의 존재에 대해 인정한다는 내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어릴 적의 확고했던 관념이 무너져 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또 다른 두려움이 공존하는 그 묘한 느낌이 싫어서 당분간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읽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던 것이 벌써 몇 년이 흘러 이 잡동사니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또 이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좀 멀리해야겠다, 라며 말이다.

 "추억의 물건들이네요."

 엄마가 한마디 거들자 사야카 씨는 손에 든 잔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잔은 천천히 흔들어 백포주를 회전시킨다. 그리고 말했다.

 "잡동사니들뿐이예요."

 쓸쓸하게 미소 지으며, 하지만 어쩐지 자랑스러운듯이. -P294

 널부러져 있는 물품들, 꼭 없어도 될 것만도 하지만 그 안에 하나하나의 추억이나 기억들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들을 잡동사니라고 하지 않을까. 잡다한 듯 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자리를 잡고 있는 것들. 그 이야기들이 이 소설 안에 담아있다.

내가 소녀의 아버지와 잔 것은 그날 밤이었다.

도서관에서 두 시간쯤 일을 한 뒤 방으로 돌아왔는데도 엄마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P42

 남편을 너무도 사랑하는 마흔다섯 살의 슈코. 언제 어디에 서있던 그녀의 주변에는 남편이 존재하고 있다. 모든 중심에 남편이 있지만 그 남편은 너무도 자유로운 연애사상을 가진 남자이자 그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는 일은 없다. 그래서였을까? 그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을까, 아니면 남편을 진정 이해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어떠한 마음이었을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독차지할 수는 없다. 그것은 내가 정사를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독차지하고 싶다면 원치 않는 것들까지 포함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소유하는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남편의 여자 친구들이라든지......P27

 남편은 알고 있다. 자신의 아내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빠져들 수 없다는 것을. 사랑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처럼 그래서 슈코는 그 앞에만 서면 항상 작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서 그녀는 남편의 현재 여자친구도 이미 지나간 과거마저도 잡동사니들처럼 치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하면서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초연하게 오늘을 보내고 있다.

 "슬퍼해줄 사람이 없다면, 나는 누구와도 잘 수 있다고 봐."

일찍이 나는 남편에게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슬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한 남편의 잔혹함을 나는 힐난했다. 하지만 그때 남편은 이런말도 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실제로 누구하고라도 자야 해."

만약 그렇다면...... 남편의 냉정함에 나는 언제나 놀랐다. P214

 사랑하는 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절로 드는 이 부부의 이야기를 보면서 변화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변화에 대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변호하려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하기 위해 상대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나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상대를 사랑하는 것마저 이해하는 것이 정말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1:1의 사랑보다도 더 커다란 경지의 것일까. 하지만 나는 그 경지에는 오르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하기에는 나는 너무도 이기적이고 그렇게 하며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다.

 노래하듯이 엄마가 말한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남자다. 사랑이다. 그리고 전화다. -P123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 열다섯 살의 미우미. 세상에 대한 관심을 배척하면서 세상과의 단절을 꾀하려는 듯한 미미, 이 책에서는 미미라고 더 많이 불리기에 미우미 보다는 미미가 더 편한 듯 하다. 엄마 아빠와의 이혼 이후 또 어디서든 여자를 찾아내는 아빠의 능력과 연애가 없는 동안에는 죽은 듯이 사는 엄마 사이에서 미미는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에 대해 오히려 무관심해 지고 멀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의 생활도 단조로우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는 있지만 정작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는 드러내는 법이 없는 미미. 그 앞에 슈쿄의 남편 하라를 만나게 되며 미미는 그 작은 떨림에 반응하게 된다.

 "오늘은 기분이 엄청 종아 보이네."

그렇게 하라 씨에게 지적받았을 때에는 조금 부끄러웠지만 대답은 자연스레 나왔다.

 "보고 싶단 말에 기뻤어요."-P300

하라와 미미와의 정사로 이 책은 마무리하게 된다.

마흔다섯 살과 열다섯 살의 잡다한 이야기 속에 무엇도 남기지 않고 휘리릭 통과해 버린 듯한 느낌.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은교를 읽었을 때도 이러한 파장은 없었는데. , 복잡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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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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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을 보러 가기 얼마 전, EBS에서 1989년도 개봉했던 작품 또한 방영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알람까지 맞춰 놓고는 방영 시간에 맞춰 봤다. 2시간 반 이상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길다기 보다는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불쌍한 사람들이란 의미의 레미제라블이라는 이야기 속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도 안쓰러워 보였다. 1989년 개봉작 및 올해 개봉했던 2편의 레미제라블을 모두 보고 나서도 자베르 경감에 대한 심리 변화가 자못 궁금했기에 원작을 읽어봐야지, 라곤 했지만 5권으로 출간된 작품을 도저히 읽은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계속 시간만 흘러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레미제라블이 잊혀져 갈 즈음, 빅토르 위고의 또 하나의 작품인 웃는 남자가 영화화 되어 곧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빅토르 위고 자신이 자부하는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에 레미제라블에서는 못다 이룬 원작을 읽어봐야겠다는 강한 갈망으로 인해 단숨에 이 책을 신청했으나, 역시나 그는 쉬이 그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듯 하다.

, 하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라고 하기에, 그래 5권 보단 훨씬 쉽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왠걸. 두께가 상상 초월이다. 왠만하다 싶은 책의 2권 정도의 두께가 각 1권의 두께이니, 사실 읽기 전부터 한숨이 나기 시작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서 읽기 시작한 1권의 예비이야기에서 다시금 발목을 잡혔으니,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다.

조커의 탄생 기원이라는 말에 흉악하고 포악한 인물의 등장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레미제라블 보다 더 안타깝고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웃는 남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도 실존했던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해서 이 내용들이 써졌다고 하니, 대체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인 것인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서는 동종의 인간을 어찌 이토록 참혹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마리오네트로 만들 수 있는 것인지. 흑과 백의 대비만으로 우월을 주창하던 노예제도와 다를 것이 없는 콤프라차코스를 보면서 이 혐오와 역겹 시대를 읽어 내려가면서 인간에 대한 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인간은 훼손된 존재입니다. 저에게 한 짓을 인류애게도 저질렀습니다. 저의 눈과 콧구멍과 귀를 기형으로 만들어 놓았듯 인류의 권리와 정의와 진리와 이성과 지성을 기형으로 뒤틀어놓았습니다. 저에게 그랬듯이 인류의 가슴속에 분노와 슬픔의 시궁창을 만들어 놓고 얼굴에다가는 만족이라는 가면을 씌워놓았습니다. -P 855


아이들을 매매하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그들의 신체나 얼굴을 인위적으로 변화시켜 자신의 곁에 두는 것이 그 당시의 전해지던 악습이라고 한다. 인간의 액세서리화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이러한 아이도 곁에 있어요, 어떤가요?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아주 희귀한 아이템이죠, 라며 너스레 떨었을 것만 그들이 실제 존재했었다니. 하지만 이 아이들은 그웬플레인 같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식상하다 혹은 필요 없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버려지게 된다. 자신들의 욕망에 의해 발명해 낸 세계를 버리고 또 다른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 속에서 남는 것들은 그 추악한 인간의 본성만이 버려져 두둥실 떠오르게 된다.

웃는 얼굴로 버려진 그웬플레인은 바닷가늘 헤매는 도중 데아를 만나게 된다. 이미 죽어버린 엄마의 품에서 울고 있었던 데아. 눈 보라 속에서 장시간 따스한 엄마의 품이 아닌 차갑게 식어버린 그 안에서 데아는 눈이 멀어버리게 된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그 시점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그웬플레인과 데아는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하게 된다. 눈이 멀어버린 데아에게 있어 그웬플레인은 더 없이도 완벽한 남자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웬플레인은 자애심 혹은 자신감 부족일까, 바라보는 것 이상의 관계는 지속되지 못한다.

나는 웃지 않고 있으나 누구나 내가 웃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또 그러한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듯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는다면, 과연 그 안에 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그웬플레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신은 사라지고 광대로서의 존재는 점점 드높아지는 순간 무대는 런던으로 옮겨지며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나빠질 것이 없겠지 라는 바람을 안고 계속 그의 여정을 마주하는 때면 또 한숨과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이 모든 거칠고 슬픈 운명을 종결 지어줄 것만 같은 여 공작의 등장은 그웬플레인의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데아와 결합되어 있던 정신적인 사랑을 끊을 놓게 만들고 그웬플레인을 독차지 하려고 했던 여 공작은 그가 광대라는 존재일 때에 만이 그를 탐하게 된다.

광대로서의 그웬플레인은 집착에도 가까울 정도로 원하지만 신분이 복귀되어 자신과 같은 귀족으로서의 그웬플레인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의 이름아래의 사랑은 웃는 남자를 만들어내고 그리고 또 어느 순간 지나면 내쳐버리는 우리네 현실과도 비슷하기에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필요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만 존재할 가치가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그 가벼운 광기 어린 궁정 속 이야기는 웃는 남자로서의 인생을 살아야만 했던 그웬플레인의 모든 것들이 밝혀지며 콤프라차코스보다 더 추악한 모습들을 마주하게 된다.

실제 그웬플레인을 웃는 얼굴로 만든 것은 장본인은 콤프라차코스라 할 수 있지만 콤프라차코스를 만들어낸 더 위대한 괴물들은 고귀한 궁정 속에 한 가득 살고 있었으니 이 황망한 이야기 안에서 나는 어떠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인생에 있어 행복이라 말 할 수 있는 순간이었던 데아를 그들의 손아귀 안에서 바등거리는 동안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삶의 모든 의미를 잃어버린 웃는 남자. 그 순간에도 그의 얼굴을 웃고 있다. 그 안에서의 그를 드러낼 수 조차 없이 세상이 마치 그를 도망 갈 수 없는 감옥에 가두어 놓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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