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안락사, 허용해야 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1
케이 스티어만 지음, 장희재 옮김, 권복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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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덮는 순간, 이래서 책을 읽어야 하나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안락사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을 뿐더러 그러한 생각을 굳이 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안락사라는 단어를 마주하면서 떠오르는 것은 타인에 의해 선택되어 지는 죽음의 선택이라는 것뿐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나는 안락사는 자신의 선택보다도 그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선택되어 지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했을 것이며 이러한 안락사의 시초는 물론이고 장애인들에게 안락사가 남용 될 소지가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락사를 두고 의무론적 윤리설과 결과주의 윤리설로 바라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락사 논쟁에서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개념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안락사 찬성론자에게 이 개념은 죽음이 평화롭고 고통스럽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죽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쓰여요.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평화롭고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이 이상적이라는데는 동의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 87

 안락사를 지지하는 단체들 중 일부는 우생학을 기반으로 하여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우생학이라는 것은 이전에 세더잘의 '낙태'에서도 한 번 읽었던 것으로 월등한 혹은 일정한 기분에 부합하는 정상적인 인류를 체에 거르듯이 걸러내어 가장 이상적인 인류를 만들어 낸다는 것으로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가차없이 내쳐지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던 학문이다. 당시 이러한 우생학은 나치의 홀로코스트의 선동하게 된 기반이 되었다고 하니, 안락사가 이러한 아픈 과거를 담은 것이었다니, 새삼 그간 안다는 것에 대한 깊이가 이토록 얕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안락사의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한다.

 장애인들은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의사로부터 열등한 취급을 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장애인은 삶의 질이 낮아 장애를 가지고 살기보다는 죽는 것이 낫다는 사회의 일반적인 태도가 의사에게서도 발견된다는 것이지요.

 장애인 사회 운동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거나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데 반대합니다. 이들은 사회가 장애인의 삶을 열등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비록 극도의 고통 속에 있다 하더라도 죽음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안락사를 인정하면 장애인들은 필연적으로 큰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P 82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 그 존엄성에 대해 선택의 자유가 있다 라는 것에 대해 한 마디로 쉽게 이야기 하기에는 인간의 죽음이라는 그 어느 것보다도 쉽지 않은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나의 삶이기에 나는 내가 죽을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고 하기에 안락사라는 자칫 '자살'과 결부되어 있기에 쉽게 이야기 할 수 없으며, 어느 순간에 드리울지 모르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만약, 이라는 가정하게 그저 상상만으로 가늠하며 선택했던 안락사의 바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지에 대해서도 판단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또한 타인의 의해, 가족이나 의사에 의해서 안락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혹여 '미끄러운 비탈긴 이론'에 빠져들 수 있으므로 함부로 선택할 수 없는 영역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의사는 치료를 중지하는 데 동의하는 것 이상으로 환자의 죽음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이 의사는 치료자가 아닌 죽음의 매개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P 41

  한 개인의 삶의 마지막을 선택한다는 것에서 모든 것을 한 개인의 지위 하에 두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이기에 앞으로도 안락사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갭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죽음이라는 것을 선택하는 여부인지 아니면 삶에 대한 권리를 포기해 버리는 것인지에 대한 반문은 될 것이고 그 안에서 안락서라는 뜨거운 감자는 계속해서 화두가 될 것이고 이 책을 읽는 다고 해서 어느 것이 옳은 선택이다! 라고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하나의 주제에 있어서 더 넓은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상관 없다는 이유로 나만의 정저지와에서 살 것인지 아니면 세상의 더 많은 문제들을 생각해볼 것인지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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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사는 집 바다로 간 달팽이 6
최모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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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백두산의 화산이 폭발해야 한다! 라는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서는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일전에 보았던 영화의 내용과 비슷했기 때문에 막연히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 책의 철민이보다 어린 초등학생이었지만 별거 중인 부모님이 다시 한 집에 살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아버지와 머물고 있는 할아버지 집 근처의 화산이 폭발하기만을 바라며 기도하는 내용인데 그 당시 유쾌하고 즐거운 상상이라며 어린이의 시각에서 화산 폭발이라는 바람 속에 가족이라는 의미를 바라보았다면 이 책은 영화보다는 조금 더 무거우면서도 가슴 아린 느낌이었다.

그래야……백두산이, 아니 온 세상이 하얗게 화산재로 더여야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백두산이 폭발 했을 때도 발해 사람들이 땅을 버리고 화산 폭발을 피해 고려로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문

북한과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어 있는 요즘에, 아니 필히 요즘이라 콕 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이전이든 지금이든 탈북자들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북한에서 먹고 살기 힘들기에 목숨을 걷고 이 곳으로 넘어온 사람들로 그들은 우리와 한민족이었다고 배우기는 했으나 여전히 우리와는 무언가 다른 사람들로 바라보고 있었지, 학습된 대로 그들을 얼싸 안으며 반기거나 하기 보다는 탈북자 이상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로만 이 안에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살기 위해 목숨 걸어 탈출한 북한을 벗어나서 그들에게 자유는 주어졌을지 언정 그 어느 곳에서도 그들은 이방인으로서 살아야만 한다. 중국에서도 그렇고 대한민국에서도 그렇고. 그들은 어디서나 천덕꾸러기 마냥 흡수되지 못하고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고립된 섬으로 주변을 배회하고만 있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그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슬쩍 철민이의 손에 10위안 지폐를 쥐어 주었다. 그 사람에게 철민이는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주억거렸다. 돈을 받자마자 철민이는 곧바로 근처 가게로 달려가 손바닥만 한 빵을 사서 그것을 한입에 다 쑤셔 넣었다. 그때마다 울음소리가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라왔다. 그 울음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빵을 꾸역꾸역 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본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어느 책이었던가, 그 곳에서 탈북자 소년은 어딜 가나 탈북자라는 꼬리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던 모습을 그리고 있었는데 철민을 보는 순간 그 당시 읽었던 책이 오버랩 되어 나타났다. 탈북자이기 이전에 우리와 동일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이 곳에 온 그들을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동물들마냥 신기해하며 그들에게 탈북자로서의 삶에 대해 추궁하고 호기심으로만 가득한 눈빛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살기 빡빡한 이 곳에 경쟁자가 한 명 더 추가 됐다며 그들을 반기기 보다는 되려 처내기에 바쁜 우리의 모습이 철민이의 눈을 통해 고스란히 비춰진다.

그러니까, 따라지 형이 복이 터졌다는 거야. 집도 주지, 돈도 주지, 직장도 구해 주지. 거기다 누구는 스파르타식 학원까지 쫓아다녀도 꿈도 못 꾸는 대학까지 보너스로……”

, 너무 좋겠다. 그럼 우리도 북한으로 넘어가면 그곳에서도 따라지 형처럼 가고 싶은 대학에 보내줄까?” –본문

이 곳에만 오면 모든 것이 예전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바람은 무색하게도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그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언제나 낯선 학교 문턱에서의 생활도 그렇고 북한에 삐라를 보내는 일을 한다던 아버지의 숨겨진 아픈 일과도 그렇고, 그저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그 소박한 꿈이 이렇게도 아련하게만 먼 일이라니. 아버지에게 품에 베어 있던 아카시아 향기가 이렇게 가슴 아릴 줄이야. 괭이밥으로 거울을 문지르며 엄마와 할머니를 그려보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그들이 한 집에서 웃을 수 있는 날이 도래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하나의 소설이라고만 하기에는 어딘가에 철민이가 있을 것만 같기에 쉽게 덮고 일어날 수가 없다. 어쩌면 그들에 대한 무관심이 철민이와 그의 아버지가 오늘도 찬 길거리에 머리 조우리며 엎드려 있게 한 장본인이 아닐지, 그 생각에 점점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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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미술관 예술산책 - 크리에이티브 여행가를 위한
명로진 지음, 이경국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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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에 그 곳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에 대해 찾아보던 시절에도 가 볼만한 장소 즉 관광지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신주쿠나 시부야, 긴자, 도쿄타워 등 쇼핑할 수 있는 거리나 맛집이 분포되어 있는 곳을 주로 생각하고 숙소를 어디로 잡을까? 와 숙소 근처에는 볼거리가 없나? 이 정도에 대한 생각에만 도쿄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구상을 했다. 만약 도쿄가 아닌 유럽이었다면 그 코스에 반드시 박물관 혹은 미술관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지금 이 곳에 살면서도 서울 속에 자리잡고 있는 미술관도 일년에 한 두 번 가볼까 하는 판국에 도쿄까지 가서 미술관을 방문한다? 아마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꿈에도 생각지 않을, 내 인생에서는 절대 발생할 수 없는 일일게다.

 여행을 가서 미술관을 가다니, 그것도 도쿄에서. 대체 왜? 라는 생각과 대체 도쿄에도 미술관이 많이 있었단 말인가? 하는 정도와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접근하던 이 책을 보면서 또 한번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정말 편협하기 그지 없구나, 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박물관 화집을 구해 집으로 돌아와 다시 그 그림을 봤을 때, 나는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시냐크의 그림뿐 아니라 다른 화가의 작품도 마찬가지, 원하를 직접 봤을 때의 감동이 1%도 전해지지 않았다. 미술 작품이란 화가가 그린 바로 그 작품을 봐야만 한다는 것, 이것이 서양미술관에서 깨달은 것이다. 오리지널을 직접 보는 것과 시진으로 보는 것의 차이는 원빈을 직접 만나서 껴안는 것과 브로마이드로 보는 것의 차이만큼이다. -본문

 별 생각 없이, 솔직하게 말하면 도쿄의 미술관들에 대해 별 기대 없이 책을 펼쳐보면서 점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결국 책으로만 이 미술관들을 만나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마저 밀려들어 아, 기회가 되면 이 미술관들을 한 번 꼭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얼마 전 미술관에 가서 관람을 한 후 기념품을 판매하는 코너에서 오늘 관람한 작품들에 대한 두툼한 도록을 다시 한 번 슬쩍 들춰보게 되었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만큼 하나하나 작품의 자세한 설명은 꽤나 흥미로웠지만, 내가 실제로 본 그림들이 책 안에 담기는 순간 작품이 아닌 하나의 그림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눈 앞에서 보였던 붓 터치며 알 수 없는 그 오묘한 느낌과 감동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져 버리고는 그저 한 장의 이미지로만 전락한 것을 보고는 실망감에 그 도록을 사지 않고 그냥 나와버렸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느낌이 아마 저자가 화집을 사와서 보고 난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미술관들이 도쿄에 가득 있었다니. 이제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과 그럼에도 여전히 책을 통해서만 그 공간을 탐닉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크리에이티브한 여행을 모티브로 한 저자의 바람 덕분인지 미술관이 하나 같이 색다른 도전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국립중앙 박물관은 우리나라의 국립박물관과 비슷하다는 느낌에 '이곳은 별 다른 게 없구나' 라며 기계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일본의 사진기술과 채색판화의 절정이라고 일컫는 우키요에를 보고 나서 아, 이 고전적으로만 보이는 미술관에서 조차 이러한 뜻밖의 선물들이 기다리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다시금 빠르게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도쿄 12]를 보기 전에는 우키요에가 뭔지도 몰랐다. 무식이 자랑이 아니지만 고흐가 우키요에를 베꼈다는 것도 몰랐다. -본문

 이 글을 읽고 나서야 고흐의 확연하게 들어나는 색채들과 우키요에가 비슷했었구나, 라는 것을 생각하며 인상파였던 고흐가 우키요예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에 예술 역시 동서양의 경계 없이 어느 곳으로든 퍼져나갈 수 있다는 그 신비로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가보고 싶은 미술관을 꼽으라면 미타카 숲 지브리 미술관과 국립서양미술관이었다. 국립서양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서는 최고를 맛보았을 때 멈춰야 한다며 다음 일정으로 잡혀 있던 미술관 관람을 자진하여 포기하고 그 날의 일정을 마치는 저자를 보면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만 가면 그 곳에서 고흐와 로댕의 작품을 실제로 바라볼 수 있다는 그 사실이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이 미술관은 양과 질의 모든 면에서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중략) 이곳엔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부터 인상파, 입체파를 거쳐 잭슨 폴록의 추상화까지 5천여 점의 예술품이 숨 쉬고 있다. -본문

 미타카 숲 지브리 미술관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팬이라면 꼭 한번 가 볼만한 곳이다.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고스란히 현재에 담아 놓은 곳으로 그곳에 가면 토토로가 나타날 것만 같은, 자연과 현대의 공간이 함께 어울어져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으로 입장하는 순간 내 나이의 태엽을 누군가 자동으로 거꾸로 돌려만 줄 것 같다.

 어른인 나와 경국씨가 가도 너무너무 재미있는 곳이어서 숨박꼭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중략)

 '미아가 됩시다, 다 함께! 이것이 미타카 숲 지브리 미술관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본문

 도쿄에도 미술관이 있다! 를 넘어 도쿄의 미술관은 이런 매력도 있다, 알게 된다면 스스로 걸어오게 될 것이다, 라는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기야 몰랐으면 몰라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으니 도쿄에서 미술관을 탐하게 될 줄이야.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듯이 이 책은 나의 도쿄 여행 스케줄을 모조리 바꾸게 하는 구나. 미술관과 친하지도 않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책! 언젠가는 이 책이 아니라 실제 나의 눈으로 그곳을 마주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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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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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조그마한 카페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 커피 한잔을 하는 도중에 책장에 있는 장 자끄 상뻬의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머리를 식힐 겸 차나 한 잔 마시며 여유로움을 즐겨볼 겸 해서 들렀던 차라, 두꺼운 책들 보다는 가벼운 그 책이 눈에 띄어 읽기 시작했는데 매 페이지마다 가득한 그림과 더불어 길지 않은 문장들 덕분에 20~30분 남짓 동안 쉬이 읽을 수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이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카페 정모에서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라는 책이 참 괜찮아, 라고 말했던 지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짧지만 그 여운이 강한 이야기. 그 때의 기억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장 자끄 상뻬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

언뜻 보면 그림을 참 대충 그린 것 같다. 힘을 빼고 흘리듯이 그린 그림처럼 보이긴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디테일이 참 잘 묘사된 그림이다. 그래서인지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면서 볼 때마다 숨은 그림 찾기는 하는 듯한 묘한 매력에 자꾸 읽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따뷔랭은 자전거 수리계의 최고 장인이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자전거라는 단어 대신 따뷔랭이라고 부르게 된다.

갖은 삐걱거림, 온갖 새는 소리들, 가장 고치기 까다로운 고장들, 매우 세심한 손질 등, 라울 따뷔랭의 실력에 대해서는 흠을 잡으려야 잡을 구석이 없었다. 그의 명성이 어찌나 자자했던지 이 지역에서는 이제 자전거라는 말을 더 이상 쓰지 않고 따뷔랭이라는 말로 대신하게 되었다. –본문

그가 사는 마을에는 사물의 이름, 즉 대명사 대신 장인의 이름을 대신하여 부르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안경대신 비파이유’, ‘대신 프로냐르, ‘ 마지막으로 따뷔랭과 비슷하게 닮은 듯한 피구뉴사진을 대신하여 불린다.

어떤 한 분야에 장인이 되어 대명사보다도 더 확실하게 그것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 그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따뷔랭에게는 말 못한 평생토록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다. 아니, 말하고자 했으나 그 누구도 그의 진심을 제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고 그저 농담이려니, 하고 넘기게 된다.

무의식과 오만, 영웅 심리가 밑바탕에 깔린 이 영광이 기술자 양반에게는 영 거북했기 때문이다. 따뷔랭은 인터뷰를 완강히 거부했다. 물론 모욕감 때문이었지만 진실을 털어놓을까봐 두려워서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도 않을뿐더러 애교가 지나쳐 허풍이라고까지 생각할 것이었고, 뭐니 뭐니 해도 피구뉴와 마들렌, 나아가 생 세롱의 신용까지도 손상될 것이 뻔했다. 따뷔랭은 속으로 이 모든 것이 다 사기라고 반복해 말했다. –본문

따뷔랭을 보며 베토벤이 문득 떠올랐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놓고도 들을 수 없는 그 안타까움과 한스러움이란.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체념하며 그 상태를 받아들였을지, 아니면 그 무엇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손이 닿는 대로 영감에 따라 한 줄 한 줄 오선지를 채워 넣었을지.

어찌 보면 따뷔랭은 자신의 노력 하에 달라질 수도 있는 현실이기에 자책감이 더 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던 여자에게 자신의 진심 어린 고백은 빗나간 타이밍으로 인해 인연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항상 웃기는 사람으로 평정 나 있던 따뷔랭에게 있어 진지함을 가진 그의 면모를 드러내는 것을 용인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우리들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도 가슴이 있으며 이 가슴에는 영혼이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영혼이 때로는 남과 함께 나누고픈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내놓고 말하고 싶어지는, 과하게 낭만적인 사람들이 자주 겪는 유혹을 따뷔랭도 느끼곤 했다. –본문

언제나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든다. 타인을 안다, 라며 나는 누군가의 진심을 듣기 보다는 내가 먼저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당신은 이런 사람이니까, 이렇겠지, 라고 판단하고 그 곳에 덩그러니 놓아둔 것은 아닌지. 오늘만큼은 그 누구의 이야기라도 차분히 들으려 노력해봐야겠다. 따뷔랭처럼 웃을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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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에 남는 내 인생의 빛나는 멘토 지식이 열리는 신나는 도서관 7
김현태 지음, 유주연 그림 / 가람어린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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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힐링. 이런 단어들을 요새 참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살다 보면 살아온 날들의 혜안으로도 풀기 어려울 만큼 어려운 순간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다가온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힐링 캠프이며 그와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가만히 나는 살면서 누군가를 멘토로 생각하고 그가 갔던 길을 가고자 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어린이를 위한 멘토의 필요성과 멘토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줄 수 있는 분들을 소개하는 이 책을 보는 내내 나에게 있어 멘토는 무엇이며 나는 누구의 멘티가 되고 싶은 것일까,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산행을 할 때 나침반으로 길을 찾고 항해를 하는 배가 등대로 항구를 찾듯, 인생에서도 나침반이나 등대와 같은 것이 필요해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나 힘든 일을 겪어 위로가 필요할 때, 어떤 일을 혼자서 해낼 수 없어 도움이 필요할 때, 조언과 격려를 해 주로 좋은 길로 인도해 줄 존재가 필요하지요. –본문

나만 나침반 없이 아등바등 거리며 지내온 것은 아닐까 라는 자책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을 보노라면 큼직한 글씨와 다채로운 그림 덕분일까, 그 무거웠던 마음들이 하나 둘씩 내려놓게 되었다.

해표상지증이라 불리는 팔다리가 짧은 희귀 병을 앓고 있는 닉 부이치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해 그 흔하디 흔한 증서 하나 받은 적이 없었는데 대통령이 되어 처음으로 증서를 받는다며 울컥하고 있는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의 이야기, 피부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받아야만 했던 흑인들을 위해 뛰었던 마틴 루터킹과 그 이후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럭 오바마까지. 그리고 작은 시골의 소년이 외국 노동자들을 따라다니며 영어를 익혀 외교관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키워 UN 사무총장에 오른 반기문의 이야기.

여러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노예였던 사람들의 자손들과, 주인이었던 사람들의 자손들이 언젠가는 함께 모여 형제처럼 사랑과 정을 나누고 평등한 세상에서 함께 사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백인 어린이와 흑인 어린이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피부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자질로 평가하는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본문

달리 보면 우리와 동일한 사람들이었음에도 그들은 자신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떻게 서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것 같다.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져 있지만 그 안에서도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이 시대의 멘토들을 보며 그들에게도 평범했던 오늘의 나와 같은 모습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스쳐지나 간다. 차이라면 오늘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 현재의 나일테고 그들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향해 바라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일 게다.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멘토들도 있고 이전부터 익히 들어 낯익은 이름들도 있다. 문제는 나는 그들의 이름만 안다는 것. 16명의 멘토를 한 번에 만날 수 있기에 좋은 점도 있다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의 내 눈에는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그들 하나하나를 제대로 만나봐야겠다. 이 책을 기반으로 하여 그들을 좀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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