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디자인부터 뭔가 다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ASIA 아시아라는 간행물로서 꾸준히 발행해 온 문예지라고 한다. 지금 읽고 있는 것이 28호라고 하니 이미 27권이 있었다는 의미일 텐데 나는 28호가 발행되고 나서야 이 책을 처음 접했다. 이전의 내용들을 찾아보니 아시아의 각 국가별로 하여 테마를 정해 발행을 했었다. 상해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아시아의 문학에 대해 다룬 것들도 있고. 무엇보다 가장 이색적이었던 것은 한글 원고와 영어 번역 원고가 함께 수록이 된다는 것이다. 
처음 책을 받자마자 그 디자인에 독특하군, 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 다음 안의 내용을 한번 훑어보고 나서는 꽤 많은 페이지에 영어가 있는 것을 보고는 어머나, 하고 멘붕 상태에 빠졌다가 앞쪽에 수록된 한글의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이라는 걸 안고서는 안도감과 함께 이런 것도 처음 본다, 라며 신기해 하며 읽기 시작했다. 지금껏 타국의 언어로 기록된 것들을 한글로 번역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한글로 작성된 것을 영어로 변역 한다는 것이 왜 이리 낯설면서도 그 낯선 느낌이 싫지 많은 않은 묘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왠지 우리나라가 중심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인 듯 하다. 서울은 2009년 영국의 여행 전문지 [론리 플래닛]이 선정한 최악의 도시 3위였으며 또한 <뉴욕타임즈>가 뽑은 ‘가볼 만한 곳 3위’이기도 했다. –본문 6백이 넘는 동안 수도로 자리매김을 했던 서울에는 대한민국의 40%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다. 그렇기에 서울로 출퇴근 하는 길에는 언제나 사람들에 치일 수 밖에 없다. 매일 힘든 이 광경을 두고도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서울에 있기를 고대하곤 한다. 대학이며 직장이며, 왠만하면 서울로. 론리 플래닛에서 바라본 서울은 어딜가나 발 디딜 틈 없는 복잡하면서도 비싸디 비싼 물가를 봤을 터이고 뉴욕타임즈에서는 그럼에도 서울 안에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이색적인 장소를 바라본 것일 게다. 이 책에서는 서울을 꽤 여러 관점에서 나누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현재의 모습과, 먹거리와 주거, 놀이문화로 나누고 싸이 덕분에 더욱 핫 플레이스가 된 강남에서부터 서울의 문학이나 종교의 모습까지. 거기에 여러 작품들을 뒤에 수록하여 꽤나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서울은 날마다 또 밤마다 젊어지고 아름다워지고 있으나, 진실은 매끈한 거울과 시멘트의 갈라진 틈에 어김없이 스며들어 있다. 이번 도시 특집 서울편에서 ‘강남스타일’과 함께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도 서울의 내면들과 지워진 기억의 두께이다. 우리가 우리 삶의 배경으로서 어쩔 수 없이 사랑한 것들 또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본문 서울 한복판에 있는 외국인들의 공간일 것만 같은 이태원을 지나 가리봉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1호선 역 명조차 가리봉에서 가산 디지털 단지로 변경되었기에 가리봉이라는 이름 조차 낯설게만 느껴졌었는데, 이 가리봉이란 장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가리봉 시장 일대를 조금만 벗어나면 21세이게 채 진입하지 못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곳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민중들이 아직도 후미진 골목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 그것들의 바깥에는 도대체 마천루들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생각만 해도 어지러울 정도로 펼쳐져 있다. –본문 주상 복합건물들이 즐비하고 쇼핑 센터가 우뚝 서있는 모습들만 봐 왔었는데, 가리봉의 주변에는 여전히 예전의 모습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새것이 아니면 그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사회의 규범인 듯 점점 더 안쪽에 이전의 서울이 숨어들어가고 있다. 번지르르한 외관과는 다르게 안에는 점점 곪아가고 있는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노동자들, 특히나 비정규 노동문제와 외국인 근로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가리봉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하비루들’이라는 표제가 대체 무슨 뜻인가 하며 읽었었는데 이집트 사회의 지탱하는 역할의 했던 하비루들이 출애굽을 일으켰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언제나 터질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었다. 또 하나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그 안에 ‘강남’이라는 의미를 찾아가는 부분이었다. 전세계 유투브 조회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한국의 가수에서 전세계의 가수가 된 싸이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강남스타일’이란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분석하며 그 안에 담긴 강남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꼬집어 보고 있다. 노래와 달리 뮤직 비디오는 ‘강남’이란 말과 짝 지울 수 있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거기에는 품격 있는 여성도 나오지 않고, 따사로운 성격의 ‘싸나이’도 없다. ‘강남스타일’의 인물들이 벌이는 우스꽝스럽고 한심한 짓거리들이 끊임없이 이어질 뿐이다. 그것은 강남에 대한 비웃음이고 풍자이지 결코 찬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노래와 영상, 가사와 뮤직 비디오, 듣는 귀와 보는 눈 사이의 부조리한 결합물서의 ‘강남스타일’과 그에 대한 세계적 열광은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본문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되면서 외국인들은 대체 ‘강남’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종종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소비 1번지이자 그 어디보다도 교육열이 뜨겁고 또 그만큼이나 수 많은 돈이 흘러 드는 강남이라는 특수한 곳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강을 두고서 강남과 강북에 대해 다르다, 라고 구분 짓는 우리들의 모습을 과연 그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강남은 문화의 자궁이 아니라 소비 일 번지일 뿐이며, 고급문화의 산실이 아니라 쇼윈도이고 경매장일 뿐이다. –본문 이 하나의 현상을 이야기 하기 위해 필자는 개그콘서트의 정마담과 브라우니를 초정해서 그 안에 계급갈등에 대해 설명하고 브라우니가 나타내는 트라우마의 상징성에 대해서 피력하고 있다. 게다가 이전에 말죽거리라고 불리었던 강남의 모습을 회고하며 말죽거리 잔혹사를 넘어 말갈족의 비애마저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곳에 입성하기 위해서 고시촌에 살면서 아이들의 학교를 보내야만 하는, 강남에 입성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보면서도 우리는 비난이 아닌 애잔함을 느끼게 된다. 강남을 타도하면서도 편승해야만 하는 이 나라의 현실에 대해 다시금 조명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말품의 세계적 유행에 싸이도, 그 율동에 열광했던 사람들의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햇던 어떤 사연과 맥락이 있다는 것이리라. 그것은 부동산 투기와 만인의 투기꾼화-가령 ‘부자아빠’가 되지 못하면 도태될 것 같은 분위기-를 통해 ‘만인에 대한 만인의 착취’를 일상화시킨 자본주의 성장 체제의 거품 붕괴와 관계된 일이다. –본문 사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한 것은 손보이의 [애드벌룬]읽기 때문이었다. 죽음에 대해 다시 쓰고 이야기를 다시 짠다는 표제를 보면서 두둥실 떠오르는 애드벌룬의 밝음이 아니라 하늘 높이 솟아버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에 마음이 움직여 읽게 되었으나 그 안에서는 애드벌룬만큼이나 흥미로운 서울의 이면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잡지, 라는 이야기에 가볍게 읽으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어느 새 사라지고 그 안의 이야기들을 그 어떤 책들보다 집중해서 보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서울은 정말 파편들뿐이었구나, 를 느끼며 새로운 서울을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 또 이 전의 27호까지에는 어던 내용들이 담겨 있을는지. 아마 이전 이야기들도 찾아 읽어보게 되면 내가 알고 있던 아시아가 재구성 될 것이다. 안다고 자만했던 서울에서도 이렇게 숨겨진 이면들을 마주했으니 아시아 안의 아시아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