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말했다 시리즈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마성일 엮음 / 책읽는오두막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제목을 읽자마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떠올랐다. 화자는 다르지만 어찌되었건 그들이 주창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겠구나. 비슷한 제목 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된 것도 웃지 못할 이유라면 이유지만, 이 이유 하나만으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을 사실이다. 무언가 있어 보이는 듯한 그 제목에 동하여 표지나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던 그 습관들을 아직도 못 버리고 또 저지른 것이다.

처음 표지를 넘기며 책을 한 번 훑어보면서 생각보다 짧은 단문들을 엮은 형태라 쉬이 읽을 수 있겠구나, 라며 다행이다 싶었다. 아직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읽어보진 않았지만 달바의 칼럼만으로 충분히 쉽지 않은 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혹여 이 책 마저 어렵다면 어떡하지 라고 불안해 하고 있었는데 다행이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쉬운 책은 아닌 듯 하다. 냉철한 문체를 띄고 있는 그의 이야기들을 보게 되면 이게 무슨 뜻일까, 를 고민해 보기도 하고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거리며 보고 있으니 말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들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던지는 그와 조우하면서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며 처음에 그에 대해 가졌던 물음표를 어느 샌가 느낌표로 바뀌는 재미있는 순간들을 만끽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K씨는 만약 당신이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다?”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사람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비슷해지도록 하겠습니다.”

누구 말인가요? 그 청사진이요?”

K씨는 말했다.

아뇨, 그 사람이요.” –본문

처음 보고서는 그저 휙 읽고 넘어갔다. 10초 정도 걸렸으려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려는 순간 응? 하는 생각에 다시 읽어보니 살다 보면서 누구나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를 콕 집어 놓은 것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 사람이 나와 함께 하기만을 고대하게 된다. 그 혹은 그녀는 이런 점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또 세상에 다시 없을 완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상대는 어떠한 특정 상황에서 이렇게 움직일 것이고 그 상상의 나래 속에서 상대는 언제나 완벽하다. 하지만 실제 연애를 하다 보면 언제나 상상과 현실의 괴리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상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종종 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틀에 맞춰 바꿔보겠다는 생각이다. 바꾸어 생각하자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면, 상대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과연 상대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상대의 청사진 속의 모델로서 바꾸어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먼저 해보게 된다. 몇 십 여 년을 같이 지낸 가족들만 보아도 그 습관이나 행태는 쉬이 바뀌어 지지 않는다. 하물며 그 오랜 시간을 각자 살아온 남녀가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상대가 나의 바람대로만 움직이기를 바랄까. 청사진과 비슷해지도록 상대를 조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청사진을 다시 그리는 편이 훨씬 속 편한 일이겠구나 라는 생각에 웃음이 피식 흘러나왔다.

그는 사랑뿐만 아니라 정치, 예술, 행복이나 혁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그의 냉철한 인식을 곳곳에서 펼치고 있다.

전쟁 중에 있어 가장 장인한 것은 길들여진 사람들이라며 코끼리에 빗대어 이야기 하고 세상을 뜯어 고치겠다고 설치는 이들에 대해 따끔하게 한마디고 충고하기도 한다.

빈민가는 인간적인 삶에 합당하지 않는 거주지이고 위생적이지 못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한 구역 전체를 다 철거하고 주민들을 타인강 스톡톤에 있는 멋지고 튼튼하고 위생적인 주택으로 이주시켰지. 그런데 5년 후에 많은 조사를 철저히 실시하고 통계 자료를 비교했더니 슬럼가의 사망률은 2퍼센트였는데 새 주택가에서는 2.6퍼센트가 나온거야. 그들은 꽤나 놀랐지. 내막은 단순해. 새 주택은 가구당 가격이 4에서 8실링 정도 비쌌던 거야. 그래서 주민들은 식품비를 아껴야 했던 거지. 세상 개혁가들과 인류의 구원자들은 이런 것은 생각도 못했었지. –본문

예전에 누군가가 텔레비전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극빈층에게 더 좋은 집을 지어주고 그쪽으로 이주를 시키면 되는데 왜 그 간단한 일을 쉬이 처리하지 못할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실제 극빈층을 돕기 위해 그들을 만나러 가서야 왜 이 쉬운 문제가 난제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유인 즉, 빈곤층에서 좋은 집을 무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다. 그 집에는 깨끗한 물이 나오고 전기 걱정이 없고 따뜻하고 쾌적한 장소가 제공되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이 안락한 공간을 떠나게 된다. 이유인 즉, 그들은 이 공간에서 머무를 수 있는 유지비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다시 길거리의 삶을 지내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도와주면 되지! 가 우선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해 주면,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 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브레히트의 말마따나 나는 그 멍청한 구원자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또 머리 속을 쾅 하고 스쳐지나 갔던 질문은 책 읽는 어느 노동자의 의문에서 였다.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혼자서만 승리했었나?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승리의 이야기 누가 그 축하 잔치를 차렸나?

십 년이 멀다 하고 나오는 위대한 인물들 누가 그 비용을 댔나?

이 많은 역사.

이 많은 질문들. -본문

역사는 그 순간을 지나온 이후에 기록된다. 그리고 그 기록은 누군가에 의해서 선택된 내용들만 기재되게 된다. 모두가 1등을 기억하듯이 역사에서도 제일 먼저 실행한, 혹은 그 무리의 우두머리만이 기록에 남게 된다. 그들에 의해서만 진행되고 기록된 역사. 과연 그 안에는 정말 그들만이 있었을까? 단 한 번도 가지지 않았던 의문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된다.

만약에 상어가 사람이라면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에게 더 잘해줄까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부분 역시 꽤나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었다. 먹고 먹히는,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게 되는 문화의 탄생과 존재에 대해, 전쟁이 계속 되는 이유나, 상인들의 그 속내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질문들에 대해 그는 끝없이 나열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다 냉철한 시선으로만 쓰였다고는 할 수 없다. 간혹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조금씩 인식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배운다, 이 것만으로도 읽어 봄직한 책이다.

아르's 추천목록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 앤서니 그레일링

 

독서 기간 : 2013.05.05~05.06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박경리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토지. 그 방대한 분량 때문에 손도 못 대고 있던 찰나 400페이지 남짓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김약국의 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읽어보고 싶었다. 토지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맥이라면 김약국의 딸들은 헐떡거리면서라도 넘고 싶은 산이랄까. 그런 비장한 마음으로 이 책만큼은 꼭 섭렵하고 싶었다.

읽는 내내 일전에 읽었던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작품과 오버랩 되어 이 책 안의 딸들의 내용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과 일제 강점기를 지난 개화기 시대를 그린 김약국의 딸들은 분명 다른 배경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나 그 안의 여자들의 이야기는 그 어디도 평이하지 않은. 왜 이렇게 구슬프고 보는 내내 아린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힘든 것인지. 왜 그녀들은 항상 이렇게 어딘가 상처 가득한 모습으로 하자 있는 인생을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읽는 내내 답답해 하면서 다시 한숨 한 번 내쉬고 또 뒷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언제나 푸르른 바다가 상쾌한 바람만을 불러 일으킬 것만 같은 통영에서 비극의 바람만이 계속 불어 닥치고 있다. 나에게 통영은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이 소설 안에서의 통영은 왜 이리도 시리고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이야기들뿐 인지 모르겠다.

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본문

이전 세대의 과욕이 부른 대가를 딸들이 고스란히 받은 것일까? 현재였다면 그녀들의 할머니는 굳이 자살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혼전에 만났던 남자의 갑작스런 방문은 현재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도 탐탁지 않은 일이겠지만은 그 당시에는 이러한 일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나 보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할머니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자 비상을 입안에 털어 넣었으며 그녀들의 할아버지는 이 상황에 격분하여 찾아온 남자는 죽음으로 몰아넣고 홀연히 사라지게 된다.

분노로 인해 누군가를 죽인 그 대가로 인해 손녀인 그녀들은 이 안에서 하자 있는 삶을 계속 살고만 있는 것일까. 가혹하리만큼 잔인하게 얽혀버린 그녀들의 삶을 보는 내내, 어찌 보면 김약국의 딸들이기에 남들보다 더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그녀들은 되려 보통보다 못한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지게 되는 모습에서 대체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물음만을 되뇌이고 있었다.

1864, 고종이 왕위에 오름으로써 그의 아버지 대원군은 집권하였다. 그러나 병인양요를 겪고 극도에 달한 경제적 파탄으로 드디어 대원군은 그 패권을 민비에게 빼앗겼다. 정권이 민씨 일파로 넘어간 후에도 여전히 나라 안은 소연하였다. .일 두 세력의 대립, 민씨파와 대원군파의 암투, 개화파와 보수파의 갈등, 개화파 중에서도 일본식을 따르자는 친일파, 청국식을 따르자는 사대파, 이러한 파벌의 발호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국운은 차츰 기울어만 갔다. –본문

그녀들의 아버지이자 김약국의 주인인 성수의 가족사는 위의 이야기대로 파란만장하다. 어느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만 일어났을 것만 같은 이야기가 자신의 핏줄에 대한 과거이자 현재요 이는 자신의 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진 운명의 시초가 된다.

젊은 과부인 용숙. 그래, 과부라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울 법 하다. 하지만 그녀의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 바로 이미 가정이 있는 남자와의 정분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해 받고 용서 받을 수 없는 그 사랑으로 인해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지탄을 받게 된다. 과연 그녀가 평범한 남자와 사랑을 나누었다면 그때에는 과연 이러한 질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옳지 못한 방향으로 튀어버린 사랑도 문제이긴 하겠지만 오롯이 여자인 용숙에게만 쏟아지는 지탄이 그리 달갑게만 보이진 않았다. 어찌되었건 첫째인 용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에 대한 남다른 소유욕을 과시하듯 조금씩 부를 축적해나가며 자신만의 성을 만들어 나간다.

둘째 용빈. 집안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덕분에 딸이지만 아들 노릇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신 여성답게 똑 부러지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것만 같은 그녀도 하필이면 친일파에 몸담고 있는 집안의 아들인 홍섭과 교제를 시작하게 된다. 하필, 이라는 단어와 같이 이 사랑 역시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그리고 셋째 용란. 가장 외모가 뛰어난 그녀는 당시 머슴이었던 한돌과 정을 통하게 된다. 여전히 신분의 차이가 존재했던 그 당시로는 이러한 사랑을 신분을 뛰어넘는 로맨스가 아닌 절대 발생해서는 안될, 꿈도 꿀 수 없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이 사건 때문에 그녀는 아편쟁이인 남편에게 시집을 가게 되는데, 이것이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다. 왜 하필 약쟁이인 남자에게 용란을 보내야만 했을까. 머슴과 정을 통한 여자는 남편에게 매일 얻어 맞고 살아야 할 만큼이나 끔찍한 사건이었을까. 그렇게 용란을 아편쟁이에게 떠넘기듯 보낼 바에는 차라리 자식 하나 버린 셈 치고 머슴인 그와 멀리 떨어져 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을까. 어찌되었건 소설 속 용란은 그의 남편과의 감정 없는 결혼 생활 속에서 다시금 나타난 한돌이를 보고 제 2의 인생을 꿈꾸지만 남편으로 인해 조부모때의 비극이 다시 한 번 발생하게 되면서 그녀는 결국 정신을 놓고 만다.

넷째 용옥 역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이다. 그 짧은 인생 동안 찬란하게 꽃 피울 수 있는 시간이 없었을지. 보다 보다 한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새롭게 살아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녀가 안고 있던 한을 채 풀기도 전에 가라앉아 버린다.

그나마 마지막에서 용빈만이 다섯 째 동생인 용혜를 데리고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 한다. 3대에 걸친 집안의 몰락 속에서 한 줄기 새로운 빛이 들고 있는 것이었다. 대체 왜 이렇게 암울하고 힘든 것일까를 가만히 생각하다, 개화기의 이 당시에 밀려드는 혼란 속의 모습을 3대 속에 걸쳐 전달하고 싶었던 것을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표면상 김약국들의 딸들 속에서 발생한 비극을 단편적으로 드러내고 있기에, 그리고 그 딸들의 가혹한 운명들을 보면서 같은 여자로서 울컥하게 되기도 한다. 왜 이토록 버겁기만 한 것일까. 하지만 아마 저자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대를 지나온 것이 우리들의 역사라고. 말도 안될 것만 같은 이 소설과도 같은 삶을 살아온 것이 우리의 지난날이라고 말이다.

아르's 추천목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공지영저

독서 기간 : 2013.04.29~05.06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수레바퀴 아래서 (체험판)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아르's Review

학창시절 나는 그 누구에게도 너의 꿈이 무엇이니? 라는 질문을 받아 본 기억이 없는 듯 하다. 대신 어느 대학에 가고 싶니? 라는 질문은 매번 들어왔었다. 진로 상담이나 학원을 가거나 어른들을 만날 때면 항상 그들은 어느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학창시절을 평가했으며 점수라는 숫자는 그들의 염원을 이룰 수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가름 해주는 지수였다.

한스 역시 자그마한 동네에서 모두의 이목을 끌만한 수재였다. 그런 그에게는 이미 정해진 인생의 길이 있었으니 바로 신학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타인들이 만들어낸, 수재라면 반드시 입문해야 하는 코스로서 그들 모두는 한스가 당연히 이 신학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며 그것이 그의 숙명이라 믿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와보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의 세계는 수박의 겉면처럼 피상적인 것들이라는 것이다. 정해져 있는 코스가 아니라 그 이외의 길도 무궁무진 하지만 여전히 정해진 몇 개의 길 밖에 없다는 듯이 말하는 사회의 통념 속에서 한스 역시 조용히 그 길을 따라 가고 있다.

이 소년이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이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했다. 따라서 그의 장래는 확실히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슈바벤 지역에서 재능 있는 아이에게는 부모가 부자가 아닌 이상 오직 하나의 좁은 길만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 시험을 치르고 신학교에 들어간 다음, 튀빙겐 대학에 입학하여 목사라 되든가 가정교사가 되는가 하는 길이었다. –본문

한스에게 모두가 이 길을 종용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는 낚시꾼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낚시를 하는 동안 그의 눈빛은 살아났고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자신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종종 그러하듯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성적에 맞춰서 그는 그의 길을 가게 된다. 낚시는 그가 추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일 뿐 현재의 그에게는 사치스러운 행위일 뿐이다.

한스는 자신이 반나절 혹은 온종일 여기서 보냈던 것을 회상해보았다. 또 자신이 여기서 얼마나 헤엄치고 잠수하고 노를 젓고 낚싯대를 드리웠던가를 떠올렸다. , 낚시! 그것도 지금은 거의 잊어버리고 말았다. 지난해 시험 때문에 낚시질을 금지당했을 때 서러움에 북받쳐 울기까지 했다. 낚시! 그것은 기나긴 학창시절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본문

그렇게 싫었으면 벗어나면 되지! 왜 이제서야 새삼스런 후회와 원망이람? 이란 핀잔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라. 과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이 있었는지. 단 하루의 일탈을 꿈꾸며 교실을 벗어난다고 한들 그것을 매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달라지지 않는 틀 안에서 혼자 소리치며 발버둥 친다 한들 우리는 다시 그 안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버티며 그 순간을 통과해야만 했다.

한스 역시도 그러했다. 광기 어린 듯한 울분을 담아 이 체제를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결국 그는 초콜릿을 권하는 사회를 마주하며 먹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한 조각 물어내는 그만이 있을 뿐이다. 왠지 모르게 공장 속의 부품처럼 벗어날 수 없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진 제품이 떠올랐다. 벗어날 수 없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제품들처럼, 그리고 그 끝에는 각기 다른 길이 있기에 그 안에서 옆에 있는 다른 물품보다 더 좋아 보여야만 하는 도토리들의 반란 같은 느낌이랄까. 여하튼 한스는 그 컨베이어 벨트 위에 타인의 욕망에 의해 착륙한 나약한 존재였다.

소년은 피료에 지친 육신을 내던지고 소리 내어 통곡하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혔다. 그는 마구간에서 작은 도끼를 가지고 나와 야윈 팔을 쳐들고는 토끼집을 사정없이 부숴버렸다. 얇은 널빤지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못은 끼익 소리를 내며 구부러졌다. 그렇게 하면 토끼나 아우구스트나 그 밖에 어린 시절 같이 놀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 있다는 듯이. –본문

한스는 초콜릿을 꺼내 잠깐 동안 종이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에는 아주 조그맣게 한 조각을 베어 먹었다. 그는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런 자기의 기호를 아주머니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본문

하일러를 만났던 그 순간, 한스는 인생에서 자기 자신 바라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하일러와의 만남이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것은 위험이 아닌 유일한 탈출구를 찾을 것이다. 틀에 박혀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지금의 이 자리가 맞다, 라는 복제되어 이식된 생각이 아닌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곳에 있는 것인가? 하는 그 질문을 던지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자칫 정형화 된 세계에서 바라보았을 때 한스는 다분히도 위험한 장소에 던져진 방어체계 따위 없는 순수한 존재로 구해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곳은 한스를 한스로서 살게 하는 유일한 곳이었던 셈이다. 소설이 끝나갈 때쯤 하일러와 한스가 타인들에 의해 그들의 끈이 무자비하게 끊어지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스는 웃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도대체 고대 그리스의 작품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우리 가운데 누구든 약간 그리스식으로 생활해보려고 시도한다면 금세 추방되고 말 거야. 그런 주제에 우리 방을 헬라스라고 하지 않냐. 정말 우스운 일이야! 왜 쓰레기통이나 노예 감옥, 슬크해트라고 부르지 않지? 고전적이란 것은 모두 사기야! –본문

모두가 그 길을 갔으니 너도 가야만 해. 이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모두 똑같은 길을 종용하면서 모두에게 1등을 바라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이미 나도 지나왔으니 너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을 거야. 이 곳을 지나지 못하면 너는 인생의 낙오자가 될 거야. 라는 반 협박과 같은 알 수 없는 믿음의 강요는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친구조차도 경쟁자로 만드는 이 나라의 세태 속에서 다들 그렇게 해 왔으니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냥 믿고 따라오라는 주입식의 동일한 공장이 대체 몇 개나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위험한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던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렸던가? 왜 라틴어 학교 시절 그를 친구들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던가? 왜 낚시질이며 돌아다니며 노는 것을 금지했던가? 왜 심신을 갈가리 찢어놓을 뿐인 쓸데없는 공명심을 부추겨 공허하고 저속한 이상을 불어넣었던가? 왜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던가? 이제 지칠 대로 지친 노새는 길가에 쓰러져서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본문

결말보다도 서글펐던 장면은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한스가 따라주지 않자 모두가 외면하는 그 순간이었다. 철저히 자신들의 욕망에 의해 한스를 탐했으며 그 욕망이 일그러지는 순간 한스는 공장 내에 발생한 불량품처럼 그 어디에서도 반겨주는 이 없이 덩그러니 버려지고 만다. 대부분이 공장에 나오는 순간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될 테이니, 그리고 그 행렬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끝없이 이어져 왔으니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이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일까? 어느새 나도 한스처럼 쓸모 없어지면 버려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에 이 책 속의 수레바퀴가 그 어느 것보다 잔인하고 냉혹하게 보였다.

누구 하나 그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옛날 선생이나 목사도 거리에서 만나면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으나 사실은 더는 한스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모든 것을 담아도 좋은 그릇이 아니었고, 온갖 씨앗을 뿌려도 좋은 밭이 아니었다. 그를 위해 시간이나 마음을 쓴다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었다. –본문

백 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감되고 이해되는 한스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한스와 같이 아이들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본다. 너무도 자주 바뀌는 입시 정책들 속에서 모두 미래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 전에 정말 이 모든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바라는 사회 속 부속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공정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아르's 추천목록

<인간의 굴레에서> / 월리엄 서머셋 모옴 저

 

독서 기간 : 2013.05.01~05.05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아직까지도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이 헷갈리던 찰나에 얼마 전 에쿠니 가오리의 잡동사니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두 작가의 느낌이 이제서야 정리 되는 듯 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포장된 내용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내용을 전달하기에 ?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감과 비슷한 묘한 감정 속에서 어떻게든 끝까지 읽고 나면 그래, 이런 삶도 있을 수도 있지, 하면서 체념하듯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반면 요시모토 바나나는 시궁창 같은 현실이더라도 아기자기하게 포장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겉으로 보았을 때 다가가기 쉬운. 그 역시도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임에도 그래도 수긍하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는 것 같다. 일주일 정도의 간격으로 읽어 낸 두 작가의 각기 다른 두 작품에서 만난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하튼 다시 한 번 그녀들의 문체에 빠져보고 혼자 상념에 빠져 판단해 봤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하치의 마지막 연인의 연장선에서 그려졌다는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분명 하치의 마지막 연인을 읽었음에도 기억나지 않는 저주받은 기억력에 대한 원망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이전의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는 듯 했다. 아마 기억하고 있었다면 조금 더 감동의 깊이는 깊어졌겠지만 서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전반적인 느낌은 서툴렀던 첫 사랑의 기억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꺼내보는 추억 상자 같은 내용이다. 십여 년이 흘러 다시 마주한 테트라와 다마히코의 이야기인데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또 그만의 문체의 힘이 있어서 있지 쉼 없이 읽어내려 간 듯 하다.

그럼, 들어갈게.”

다마히코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살짝 놀랐다. 설마 정말 들어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우리 사이의 문이 열린 순간. 동시에 내 마음속 세계도 그를 받아들였다. 평생을 좌우하게 될, 짧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의 시작이었다. –본문

갑자기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를 듣고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던 테트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자신과 다마히코만 아는 첫사랑의 내용이 노래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만 같던 그와의 갑작스런 조우에 테트라는 순간 그의 죽음을 즉시하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 어렸을 때 이후로 두 번째의 이별인 셈이다. 첫 번째는 아직 미성년자였던 그들이 부모님의 결정에 의한 이별이었다면 두 번째는 누구의 강요도 아닌, 삶의 단절로 인한 이별인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살아만 있을 줄로 알았던 그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슬픔에 허우적거릴 틈도 없이 다마히코의 동생으로부터 형의 삶을 퀼트로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테트라는 하와이로 떠나게 된다.

다마히코가 이 사람에게 말로 전한 나의 모든 것을, 나야말로 되찾고 싶었다.

가장 예쁘고 빛나고 한결같았던, 내 어리석은 첫사랑의 모습을. –본문

사우스포인트가 뭘까? 라고 생각했는데 하와이의 관광지로 꽤나 유명한 곳이란다. 하와이만 알았지 그 곳에 정작 뭐가 있는 지도 몰랐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 지역을 찾아보니 이 곳에 있으면 그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장소였다. 이 아름다운 곳에 추억을 가진 사람은 다마히코와 테트라가 아닌 다마히코의 부모님이다.

그렇게 이어지는 인공적인 경치에는 관심이 싹 가셨어. 그건 사람들이 만든 것인 나는 내 손으로 내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고. 거기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잖아. 그래서 다마히코의 아빠를 바로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운명이 정한 시기에 만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흐려질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본문

일반적인 모습의 가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 간의 사랑이 얕은 것만도 아니다. 어른으로서 또 각자의 자신의 삶을 이해하면서 그들만의 가정을 만든 것이었으니까. 전형적인 형태의 가족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기에 다마히코와 테트라는 서로를 그렇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이 세상을 떠난 줄 만 알았던 다마히코는 살아있었다. 과거 속에 풋풋하게만 남아 있을 줄 알았던 첫사랑이 다시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처음처럼 여전히 테트라를 기억하고 간직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방식으로의 어색한 만남을 조장한 다마히코를 보면서 멍청이, 라고 놀리고 싶으면서도 또 그것이 첫사랑이기에 용서되는 참 희한한 마음이 드는 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분명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지 않듯이 그 역시도 다를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몰랐던 그리고 그가 몰랐던 나의 시간들을 뛰어넘어 있는 그들을 보면서 가만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태어나기 전에 이미 정한 중요한 약속이 지금이라도 떠오를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소리였다. 악기가 내는 소리 같지 않은, 자연 속에서 들리는 새와 벌레나 파도 소리 같은. 신들의 노랫소리나 천사의 날개짓 소리 같은. –본문

우크렐라의 음색처럼이나 부드러운 선율과도 같은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어느 새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첫사랑과 사우스포인트와 우크렐라. 그 삼박자가 꽤나 잘 어울어진 합주를 하고 있기에 금새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뻔하지만 또 그 뻔한 맛에 보는 이야기였다.

아르's 추천목록

1) 하치의 마지막 연인 / 요시모토 바나나저

2) 냉정과 열정사이 / 에쿠니 가오리 & 츠지 히토나리저

독서 기간 : 2013.05.06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국가 정보 공개,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3
케이 스티어만 지음, 황선영 옮김, 전진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절정으로치닫았던 때는 아마도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과학계를 집중했던 그 당시가 아닐까 싶다. 하나의 세포가 다른 어떠한 세포로도 자라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줄기세포. 그것만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현존하는 불치병이라 일컫는 것들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우리 모두가들썩이며 그 결과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줄기세포는 배아 또는 성체에 존재하며, 생명체의조직과 기관의 기원이 되는 미분화 상태의 세포를 말합니다. 특히 배아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뼈와 신경, , 혈액 등 어떠한 세포나 기관으로도 성장할가능성을 지니고 있지요. -P 6

수선거리던 사건이 지난 이후 줄기세포라는 말도 이내 사그러들은것처럼 보였다. 그 이후에는 어떠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어느 새 나지막이 사라지고줄기세포는 나에게 있어 별다른 관심 없이 잊혀졌다.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나서도 줄기세포, 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세포로 인간배아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그 하나만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어찌 보면 낙태와도 비슷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다룰 수 있는 소재임에는 불구하고 단 한 번도생각지 않았던 그 문제의 중심에 있어 이 책은 천천히 현상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논란거리는 과학자들이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인간 배아를 사용한다는사실에 있습니다. 일단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고 나면, 그배아는 버려집니다. 이렇게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것이 윤리적인가 하는 점이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쟁의주요 쟁점이에요. -P 24

누구나 건강하게 별 탈 없이 일생을 살고 싶은 소망은 있으나모두에게 허락되는 일은 아닌 듯 하다.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발생되는 각종 질병들과 예기치 못한 사로고발생되는 후천적인 병마들. 그리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병을 포함하여 아직까지 인류가 통제하고 이겨낼수 없는 질병들은 여전히 과제로 남겨져 있으며 그 동안에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살아 있는 동안 치료약이 개발되기만을 고대하며 생과의 사투에서기다림은 지루하게 계속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줄기세포는 모든 가능성을 품은,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만병통치약 못지 않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것임에는틀림 없지만, 이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 인간 배아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혹은 인간 배아가 아닌 복제를 통해서 동일한 배아를 만드는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는 있으나 배아라는것이 가만히 두면 세포분열의 통해서 하나의 인간으로 탄생이 가능한 만큼 단순한 하나의 세포가 아닌 인간이라는 가능성이 있기에 그 시작에 대한 우려가나타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줄기세포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것은 충분히 알고 있으나 현재까지는그 가능성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는 점. 그러니까 어떠한 세포로 어떻게 변형을 일으킬지에 대한 통제가불가능 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학 연구에 대게 여러가지 위험 요소가 뒤따르듯 iPS 세포 연구 역시 위험성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증받은 세포를자극하기 위해 서너 개의 특별한 유전자를 세포 내로 전달해 주어야 합니다. 이 유전자들은 세포가 자라도록자극하는데, 이렇게 자란 세포가 환자에게 주입 될 경우 마치 암처럼 계속해서 자랄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세포를 자극하는 다른 방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iPS 세포를 주입받은환자가 언젠가는 암에 걸릴지도 모를 일이예요 - P 37

아직 줄기세포에 관한 한 인류가 풀어낸 수수께끼는 그 전체의일부분이기에 앞으로 계속된 연구의 행보는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 있어서도 인간을 대상으로할 수 없기에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동물 실험들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인류를 살리기 위한 명분으로 죄 없는 동물들을 연구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그 수치만 해도 어마어마하니. 과연 인간을 살리기 위해 우리는 수 많은 동물들을 죽음으로 몰아내도 되는 권리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들곤 한다.

최근 수년 동안 과학자들은 '누드마우스'로 알려진 변종 생쥐를 대량으로 사육했습니다. 누드마우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털이 없는 분홍색 피부를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 쥐는 면역 기관인 흉선이 없어 외부에서 주입된 세포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쥐에게 특정 줄기세포를 주입할 수가 있어요. 면역 거부반응이 없으니 조직형이 맞지 않는 줄기세포도 자기 몸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하면특정 암세포를 이 쥐의 몸에서 자라게 할 수 있습니다. -P 73

과학의발전으로 인간에게 새로운 삶의 지평선이 열리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나 그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여전이 해결되어야 하는 수 많은 문제들을 먼저마주하게 된다. 무한한 가능성이 안고 있는 이면의 위험성과 인간의 존엄성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실현시키기위해 자행되는 동물실험들을 보노라면 과연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줘야 할지 모르겠다. 세더잘의 시리즈 중, 그저 줄기세포에 대해 배워보자, 라는 마음으로 들었던 책 중에 가장깊이 생각하게 하는 시리즈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앞으로의 줄기세포 관련 행보는 어떻게될 것인지. 계속 주시해서 봐봐야겠다.

아르's 추천목록


톰슨이 들려주는 줄기세포 이야기 / 황신영 저

독서 기간 : 2013.05.04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