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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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아직까지도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이 헷갈리던 찰나에 얼마 전 에쿠니 가오리의 잡동사니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두 작가의 느낌이 이제서야 정리 되는 듯 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포장된 내용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내용을 전달하기에 ?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감과 비슷한 묘한 감정 속에서 어떻게든 끝까지 읽고 나면 그래, 이런 삶도 있을 수도 있지, 하면서 체념하듯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반면 요시모토 바나나는 시궁창 같은 현실이더라도 아기자기하게 포장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겉으로 보았을 때 다가가기 쉬운. 그 역시도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임에도 그래도 수긍하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는 것 같다. 일주일 정도의 간격으로 읽어 낸 두 작가의 각기 다른 두 작품에서 만난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하튼 다시 한 번 그녀들의 문체에 빠져보고 혼자 상념에 빠져 판단해 봤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하치의 마지막 연인의 연장선에서 그려졌다는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분명 하치의 마지막 연인을 읽었음에도 기억나지 않는 저주받은 기억력에 대한 원망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이전의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는 듯 했다. 아마 기억하고 있었다면 조금 더 감동의 깊이는 깊어졌겠지만 서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전반적인 느낌은 서툴렀던 첫 사랑의 기억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꺼내보는 추억 상자 같은 내용이다. 십여 년이 흘러 다시 마주한 테트라와 다마히코의 이야기인데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또 그만의 문체의 힘이 있어서 있지 쉼 없이 읽어내려 간 듯 하다.

그럼, 들어갈게.”

다마히코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살짝 놀랐다. 설마 정말 들어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우리 사이의 문이 열린 순간. 동시에 내 마음속 세계도 그를 받아들였다. 평생을 좌우하게 될, 짧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의 시작이었다. –본문

갑자기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를 듣고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던 테트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자신과 다마히코만 아는 첫사랑의 내용이 노래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만 같던 그와의 갑작스런 조우에 테트라는 순간 그의 죽음을 즉시하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 어렸을 때 이후로 두 번째의 이별인 셈이다. 첫 번째는 아직 미성년자였던 그들이 부모님의 결정에 의한 이별이었다면 두 번째는 누구의 강요도 아닌, 삶의 단절로 인한 이별인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살아만 있을 줄로 알았던 그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슬픔에 허우적거릴 틈도 없이 다마히코의 동생으로부터 형의 삶을 퀼트로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테트라는 하와이로 떠나게 된다.

다마히코가 이 사람에게 말로 전한 나의 모든 것을, 나야말로 되찾고 싶었다.

가장 예쁘고 빛나고 한결같았던, 내 어리석은 첫사랑의 모습을. –본문

사우스포인트가 뭘까? 라고 생각했는데 하와이의 관광지로 꽤나 유명한 곳이란다. 하와이만 알았지 그 곳에 정작 뭐가 있는 지도 몰랐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 지역을 찾아보니 이 곳에 있으면 그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장소였다. 이 아름다운 곳에 추억을 가진 사람은 다마히코와 테트라가 아닌 다마히코의 부모님이다.

그렇게 이어지는 인공적인 경치에는 관심이 싹 가셨어. 그건 사람들이 만든 것인 나는 내 손으로 내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고. 거기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잖아. 그래서 다마히코의 아빠를 바로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운명이 정한 시기에 만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흐려질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본문

일반적인 모습의 가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 간의 사랑이 얕은 것만도 아니다. 어른으로서 또 각자의 자신의 삶을 이해하면서 그들만의 가정을 만든 것이었으니까. 전형적인 형태의 가족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기에 다마히코와 테트라는 서로를 그렇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이 세상을 떠난 줄 만 알았던 다마히코는 살아있었다. 과거 속에 풋풋하게만 남아 있을 줄 알았던 첫사랑이 다시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처음처럼 여전히 테트라를 기억하고 간직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방식으로의 어색한 만남을 조장한 다마히코를 보면서 멍청이, 라고 놀리고 싶으면서도 또 그것이 첫사랑이기에 용서되는 참 희한한 마음이 드는 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분명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지 않듯이 그 역시도 다를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몰랐던 그리고 그가 몰랐던 나의 시간들을 뛰어넘어 있는 그들을 보면서 가만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태어나기 전에 이미 정한 중요한 약속이 지금이라도 떠오를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소리였다. 악기가 내는 소리 같지 않은, 자연 속에서 들리는 새와 벌레나 파도 소리 같은. 신들의 노랫소리나 천사의 날개짓 소리 같은. –본문

우크렐라의 음색처럼이나 부드러운 선율과도 같은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어느 새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첫사랑과 사우스포인트와 우크렐라. 그 삼박자가 꽤나 잘 어울어진 합주를 하고 있기에 금새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뻔하지만 또 그 뻔한 맛에 보는 이야기였다.

아르's 추천목록

1) 하치의 마지막 연인 / 요시모토 바나나저

2) 냉정과 열정사이 / 에쿠니 가오리 & 츠지 히토나리저

독서 기간 : 2013.05.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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