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피터 S. 비글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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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라는 제목을 보면서 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라는 호기심이 절로 일어났다. 그 어느 장소든지 사람이 사는 것에 대해서 들어본적이 있는 듯 했지만 공동묘지에 사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한 적이 없는대다가 수 많은 장소 중에서 대체 왜 공동묘지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물음이 이 책을 펼쳐보게 만든다.

 "묘비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아무 데나 묘비를 세워놓고 그 아래 엄마가 묻혀 있다고 말해주면 하나같이 그냥 믿을 거예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묘비뿐이에요. 묘비만 있으면 다들 그 돌덩이 앞에 가서 '미안해요, 엄마. 내가 나빴어요.' 하고 울먹거리죠. 진짜 무덤이 아니라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요." -본문

 망자에게는 안식을,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먼저 떠나간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묘지는 하나의 공간 안에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죽음의 강을 건너본 적 없는 우리에게 있어서 공동묘지라는 공간은 세상을 등진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이며 그들의 기억을 오롯이 담아 두는 지구상의 마지막 장소가 될터인데 그럼에도 때론 그 장소는 인간에게 있어서 인간을 뛰어 넘는 유령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두려움의 공간으로도 변모되는 곳이기에 그리움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묘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산 사람에게 있어서 공동묘지는 해가 떠있는 시간에만 허락되는 장소처럼 여겨지고 어스름이 지는 무렵에는 살아있는 이들이 있어서는 안될 곳으로 생각되는 곳이기에 이 공동묘지에 19년이나 살왔다는 조너선 리벡은 그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묘령의 한 남자로 등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유령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 그에게 일용한 양식을 전해주는 까마귀와도 소통이 가능한 남자인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그는 어떤 사연을 안고 이 안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키며 살았던 것일까.

 처음에는 나름대로 알차게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이내 인생을 낭비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이클 모건이라는 인간의 존재를 구성했던 모든 요소를 기억해내고, 하나하나 세어보고, 무게를 달아보았다. 각각의 요소들은 저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그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은 존재는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가도, 조금 뒤에는 그 반대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죽은 덕분에 ㄷ그는 지금껏 겪은 일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한때는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버렸다. -본문

 꽤나 유명한 약제사였지만 사람들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어가며 약제사를 넘어 사람들을 치료하려했던 그는 오히려 세상에 버림을 받게 된다. 사람들을 치유하고자 했던 순간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격리 당했던 그는 조용히 공동묘지에 들어서게 되었고 그렇게 19년 동안 숨죽이며 공동묘지에서 살아가는 동안, 리벡은 까마귀와 친구가 되고 수 많은 유령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최근에 이 곳에 들어온 아내의 독살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마이클과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서 이 안에 묻히게 된 로라를 통해서 세상을 떠난 이들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어떻게 떠오르게 되는지에 대해 그들을 통해 자세히 그려놓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이 담겨진 것이겠지만, 로라와 마이클을 통해서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막연한 그들의 이야기는 애틋하면서도 때론 그들 나름의 삶이 있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전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벡은 클래퍼 부인을 만나게 되면서 세상을 등지고서 살았던 그의 19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며 앞으로 이러한 삶을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계속된 상념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묵직하기만 하다면 고루한 이야기로 치부되겠지만 이 안에는 담긴 이야기는 유쾌함과 그 안에 담긴 나지막한 삶의 이야기를 가볍게 담아놓고 있어 페이지를 계속해서 넘기게 된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의 나는 어디에 서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살아있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의 경계는 명확하게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 의미를 넘어 이 이야기는 구태여 그것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지 않다. 생과 사의 중간, 그 안에는 모든 이들의 삶이 담겨 있다.

 

P.S. 이 책을 읽는데 물리적인 시간은 1주일이 걸렸으나 실제 읽는대는 3시간 남짓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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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찰스 디킨스저 


 

 

독서 기간 : 2015.04.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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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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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한 남자는 유년 시절 한때는 라이벌이었던 동창의 제안으로 인해서 주먹밥집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모하게 된다. 초반의 계획은 각자 5천만원씩의 종자돈을 마련하여 시작한 이 사업은 하야마가 만든 비장의 레시피 덕분에 승승장구하게 되고 그렇게 사업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서 2호점, 3~4호점까지의 매장을 새로 오픈하게 되었고 그는 그야말로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90퍼센트는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네.”

사람들은 회사가 문을 닫거나 개인이 자기파산하는 원인이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중에 돈이 없어지기때문이야. -본문

하지만 그가 지금 자리하고 있는 곳은 어느 한적한 도심 속의 공간이었으며 밀크티를 마실 돈이 부족하며 주머니 속의 잔돈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까지 추락하게 된다.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고 싶지만 그럴 돈이 부족해 그저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그의 앞에 어느 샌가 나타나 한 노인이 그에게 100원을 건네주며 그에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120원으로 이 돈을 갚으라는 이야기와 함께 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그가 지나왔던 시간들에 대해서도 함께 나누어 보게 된다.

열심히 달리고는 있으나 성과는 나지 않는, 더 이상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져버린 동업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버림 받게 되며 모든 빚을 떠 안고서 종종거리는 현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그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것이었다면 노인은 그에게 돈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다는 것과, 모든 사람에게 깃드는 행운이 그에게는 조금 빗겨 나갔다는 것, 그리고 그가 실패라고 낙담하고 있는 현실이 실제로는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전해주고 있다.

자네는 언제까지 돈에 지배당할 셈인가?”
하지만 이제 와 무슨 낯짝으로 만나겠습니까? 돈도 주지 않는 아빠가 무슨…..”
자네는 진짜 바보가 될 셈인가?”
이번에는 노인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본문

돈의 노예가 되어버려 세상의 끝이라 생각했던 그에게 나타난 조커의 등장은 행운의 아이콘으로 무마시키며 이 모든 것이 소설 속의 해피엔딩이라고 전해주고 있지만은 않은 터라, 더욱 이 안의 이야기가 마음 속에 잔잔히 퍼지게 되는 것 같다.

필수불가결한 돈의 의미를 바라보며 그 동안은 많은 것이 당연히 좋은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과연 옳은 것이었나, 에 대한 상념에 빠져본다.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이 되고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돈 앞에서 흔들릴 때마다 한번씩 다시 읽어 봄직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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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행복한 부자아빠의 특별한 편지 / 진서원저 


 

 

독서 기간 : 2015.04.0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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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파노라마 - 피타고라스에서 57차원까지 수학의 역사를 만든 250개의 아이디어
클리퍼드 픽오버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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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수학 때문에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다. 이과를 선택했기에 수의 내용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했지만 칠판 가득히 채워지는 넘실거리는 공식과 풀이를 보면서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저 답답함이 밀려들기만 했다. 나에게 있어 수학은 통과해야만 하는 깊은 난제였지만 도무지 그 방법을 알 수 없어 막막하기만 했던 과목이었으며 즐거움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이 그저 시간 내에 답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인, 그러면서도 중요하기에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 수학은 늘 목을 죄어 오는 압박감을 전해주는 것으로 학창시절 내내 단 한번도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틈 없이 내달려야 했던 것이었으나 졸업한 지 한창이 지난 지금도 수학에 대한 미련이 남는 것은 그 당시에 누리지 못했던 갈망 때문일 것이다.

 수학은 모든 과학 분야에 배어들어 있으며 생물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사회학, 공학에서 수학이 하는 역할을 이루 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수학은 석양의 색깔이나 우리 뇌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을 도와준다. 초음속 항공기와 롤러코스터를 만들고, 지구의 자연 자원들의 흐름에 대한 모의 실험을 실시하고 원자보다 작은 양자의 세계를 탐험하고 머나먼 은하계를 상상하게 해 준다. 또한 수학은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꾸어 놓았다. –본문

<수학의 파노라마>는 수학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 기원전에서부터 현대까지 전해지는 수학의 이야기들을 페이지들마다 담아놓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을 공식을 통해서 이해를 해야 하고 답을 찾기 위한 것들이 아닌, 수학의 패러다임을 전해주고 있는 것들이라 읽으면 읽을수록 이것이 수학이었구나, 라는 생각과 이런 것들도 수학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렵고 복잡하기만 했던 수학을 넘어 즐거운 수학을 마주할 수 있기에 두터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경이로운 점은, 이 곤충들이 보통 땅 위로 올라오는 해가 태어난 지 13년이나 17년째 되는 해인데, 두 소수 모두 소수(prime number)라는 것이다. (소수란 11, 13, 17처럼 자기 자신과1로만 나눌 수 있는 정수이다.) 이 규칙적인 곤충들은 태어난 지 13년째나 17년째가 되는 봄에 지상으로 나가는 통로를 판다. 이따금 1에이커당 150만 마리가 넘는 큰 무리가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엄청난 무리가 한꺼번에 나타나면 아무래도 새와 같은 포식자들이 몽땅 먹어 치우기 쉽지 않을테니, 어쩌면 이것은 매미의 생존 전략인지도 모른다. -본문

 무더운 여름, 맴맴 울어대는 매미의 소리는 어느 순간 웅장할 정도로 울려 퍼지다가 조용히 사라지곤 한다. 거즌 일주일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매미의 생장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는 매미를 보면 측은한 마음마저도 들게 되었는데 오랜 시간 동안 땅속에 살다가 실제 빛을 보는 시간은 1주일 남짓이라는 매미들의 생애는 별 다른 이유 없는 것이 아닌 철저히 생존을 위해서 수학적 계산이 가미된 것이다.

 그러니까 종족의 번식을 위해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에 점령하기 위해서 소수를 기반으로 하여 땅 위로 올라오는 주기를 선택한 것인데 이 놀라운 이야기를 바라보노라면 누군가에게 소수에 대한 강의를 들은 것도 아닐 매미들의 펼치는 생존 전략은 심오하게만 다가온다.

 1936년 트리니티 칼리지의 네 학생 ㅡ R.L 브룩스, C.A.B 스키스, A.H 스톤, W.T 튜트ㅡ 이 주제에 빠져들어 마침내 1940 69개의 타일로 구성된, 최초로 완벽하게 정사각형 해부된 정사각형을 발견했다! 그리고 브룩스는 한층 더 노력을 기울여서 타일의 수를 39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1962년에 A.W.J. 두베스티진은 정사각형을 정사각형 해부하는 데는 반드시 적어도 21개 이상의 타일이 필요함을 증명했고, 1978년에는 21개의 정사각형으로 해부된 정사각형을 찾아냈으며 그것이 유일한 사례임을 증명했다. –본문

 직사각형을 정사각형으로만 나누는 것, 이른바 직사각형의 정사각형 해부라 일컫는 이 이야기는 구태여 이렇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문제는 수학자들이 100여년 이상의 시간을 공들여 고민했던 문제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조차 없었을 것만 같던 이 문제를 풀어낸 즈비그니에프모론은 그 동안 불가능이라고 말하던 이들에 대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점점 더 작은 수의 타일, 정사각형으로 직사각형을 해부하는 방법들이 나타나게 된다.

 인간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물음이 인류의 과학은 물론 다방면의 것들에 수학이 녹아있다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수학이라는 것이 늘 숫자로만 해결되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뛰어 넘어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 수학의 힘이 미치는 것을 보면 과연 어디까지 수학이 발전해나가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또 어렵게만 느껴졌던 수학의 새로운 면을 바라보면서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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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철학에 미치다 / 장우석저 


 

 

독서 기간 : 2015.04.0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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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인문학 -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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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니던 길 위에서 아주 낯선 풍경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매일 지나치던 거리를 고개 들어 바라보면 있는 줄도 몰랐던 건물이 있기도 하고 매장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수십 번도 넘게 지나쳤던 길가에 서있는 우체통도 문득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분명 어제도 지나갔던 그 길 위에 이러한 것들이 있었나? 라는 물음이 스쳐지나 갈 즈음,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거리는 마치 새로운 얼굴을 하고서는 내게 드리우는 느낌이다.

 

 사람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동안 집중할 수 있는 대상 전체에 집중하지 않는 법을 익힌다. 세상은 색깔, 형태, 소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우리 몸의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그 일부를 무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시한 세부 요소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본문

 

 이미 익히 알고 있기에 더 이상 모르는 것도 없을 것이며, 새롭게 알만한 것도 없을 것이란 생각하는 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믿음을 깨트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늘 전해주는 것이다. 수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철저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만 수용하는, 이른바 집중의 기능을 사용하고 있기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들에만 눈길을 주고서는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인 듯 바라보게 되기에 저자는 똑같은 거리 위를 거닐 때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이 책 안에 담긴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었고 이 이야기를 바라보노라면 이것이 마치 동일한 길을 걷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만약 이 거리를 걸었더라면 무엇을 발견했을까, 라는 생각들로 수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을 우리와는 다르게 바닥에 코를 박고서는 거닐기를 좋아하는 개의 습성에 따라서 개와 함께 산책하는 이들은 이전에는 바라보지 않았던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에게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닌 거리의 일부를 새롭게 만나는 방법은 개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구와 함께 거닐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게 되는데 평범한 길 안에서 새로움을 전해줄 12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녀를 통해서 전해지게 된다.

 

 나는 아이들이 타고난 물활론적 경향 덕분에 어른들이 가르쳐 줄 수 없는 감수성을 갖는다고 느낀다. 아이들은 꽃을 주울 때 친구에게 만들어주려고 몇 송이를 더 줍는다. 길거리의 돌멩이가 다른 풍경을 보게 해주려고 위치를 옮겨놓거나, 이사를 가서 힘들어하지 않도록 돌멩이를 주운 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기도 한다. 이처럼 세상을 살아있는 것으로 상상하면 자연히 연민이 생긴다. –본문

 

 가장 먼저 그녀가 누구와 함께 이 길을 거닐게 될까, 라는 궁금증은 금새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지게 된다. 아직 어린 그녀의 아들이 첫 번째 동행자이자 길을 안내하는 사람으로서 선택되었는데, 산책을 시작하기 위해서 집을 나서기 위해 준비하는 순간은 어른인 저자에게 있어서는 아직은 산책이 시작되지 않은, 산책을 위해 나아가야 할 단계라면 그녀의 아들은 이미 산책이 시작된 순간으로서 아이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른들이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들에마음이 동해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어른이 눈에는 보이지 않을 이등변 삼각형을 찾아내어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나 도시에 하나 둘 보이는 수도관을 보고서는 인사를 나누고 쓰레기 더미 위에 올려진 신발을 보고는 신나서 종알거리는 아이의 모습은 아이만의 천진난만함을 전해주고 있기에 이 거리에 동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무엇보다도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인 알렌고든과 함께 하는 산책은 경이로움이 전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는데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와의 산책이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 라는 궁금증을 따라 가보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그러니까 그들은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눈다기 보다는 어떠한 필요에 의해서만 길을 내 딛게 될 것이며 그 걸음걸음마다 두려움이 서려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있었다. 방향을 찾기 위해 벽을 향해 걸어가는 당당한 걸음걸이며 거리에 불어오는 미세한 바람을 느끼며 길이 끝났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노라면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모습을 그녀만이 찾아내고 있다는 것에서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길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은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것. 다른 사람의 눈으로 그것도 백 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우주를 보는 것. 
 
그들이 저마다 보고 있으며 그들 자신이기도 한 백가지의 우주를 보는 것이리라. -본문

 

 누구와 함께 걷느냐는 것을 통해서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한 이 신비로운 이야기를 마주하며 읽는 내내 내가 바라본 세상은 그저 또 하나의 우주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수 많은 세상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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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사생활 /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저 


 

 

독서 기간 : 2015.03.2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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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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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의 이야기가 이번 4월호를 기점으로 발간된 지 만 45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미 나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보낸 샘터는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서는 교감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었을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만큼 샘터를 기억할 사람도, 그 안에 함께했던 이들도 가득했을 샘터에 이제 나 역시도 그 안에 동참하는 기분이라 왠지 모를 뿌듯함이 전해진다.

 내일에 대한 불안감, 언제라도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분노, 더불어 사는 즐거움은커녕 모르는 사람과는 눈도 마주치기 싫어하고, 오직 스마트폰에만 매달린 듯한 이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 보입니다. 점점 더 따뜻함보다는 거칠고 차가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작금의 사회에 대해 샘터만이 전적인 책임을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한의 책임감은 느낍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게 도움이 될까, 고심하게 됩니다. 어떨 때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한가로운 얘기만 하고 있지는 않나 스스로 묻기도 합니다. -본문

 누구에게나 샘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샘터의 이야기는 45년동안 이어져 온 지금 그들의 바람이 더욱 절실하고 간절하게 느껴진다. 세상의 맑은 물을 쉼없이 전해주는 매게체가 되고 싶다는 바람의 담은 이번 4월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었는데 이번달에 만난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한국학을 통해서 전통의 한류를 전세계에 알리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이야기의 시작을 전해주고 있다.

 

 "조광조(1482~1519. 중종 시대 개혁가)의 시권을 보면 임금이 고뇌에 차 던진 문제에 대해 선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극복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어요. 지금 우리 시대에도 어려움이 있잖아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겨낼 방법을 찾는 거죠."
 
시권을 찾아내 조명하는 일은 이 원장의 역사에 대한 이해와 스토리텔링 능력, 아이디어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그는 "고전을 번역하는 일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조상의 문화를 재구성하고 지금 세대와 소통해야 한다." "장서각에 갈 때마다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했다. -본문

 한국 고전을 번역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도 한국학의 연구에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스스로가 왜 이토록 이런 일에 집념을 가지고 임하고 있는가, 에 대해 알게되면 조용히 숙연한 마음이 들게 된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야기를 찾아보며 주권이 없는 나라의 설움과 역사를 알고 배워야하는 이유를 찾았기에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해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서 임하고 있다고 한다. 내일이면 조상이 되는 오늘의 이야기를 열심히 닦아 나가겠다는 그녀으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가는 묵직한 발걸음을 다시금 배워보게 된다.

<쌍송국수>라는 예산의 오래된 전통제면서 안의 장인의 솜씨를 보고 영화 <국제시장> '꽃분이네'의 실제 모습도 마주하게 된다. 치열하게 살아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이 책자를 보며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나는 너무 쉬이 무위도식하며 살고 있구나, 를 느끼게 된다.

 15,000원짜리 부케와 함께 결혼한 이들의 따스한 사연도, 어릴 때는 그토록 싫었던 아버지의 담배 냄새가 그립다는 사연도, 아직도 세상이 따스하다는 것을 전해주는 4월의 샘터와 함께 따스한 봄날을 보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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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3 / 샘터 편집부저 


 

 

독서 기간 : 2015.03.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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