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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 건축 커뮤니케이터 조원용 건축사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건축이야기
조원용 지음 / 씽크스마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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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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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보다도 근래에 봤었던 건축학개론 속의 한 장면과 같이 밤을 새서 도면을 안고 씨름하고 또 새벽까지 현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들이다. 한 때는 무언가를 새로이 창조한다는 그 건축이라는 학문을 전공으로 배워보고도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체력적으로나 무엇보다도 건축학과를 들어가기에는 부족한 점수 덕분에 미련 없이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 보고 돌아섰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난 뒤 또 다시 그 건축가와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되었다. 아마도 저자가 건축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그에 대한 신념을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기에 그 진심이 활자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인 건축을 할 때도 부모 마음처럼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을 위한 가슴 절절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행복을 누려야 하고 사랑으로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
건축, 이라는 매일 접하고 그 안에 살고 있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 딱히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것에서부터 시작으로 해서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쉽게 나열해 놓고 있다. 읽는 동안 머리가 절로 끄덕여지면서 건축이라는 의미를 어렵지 않으면서도 쉬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건축은 그릇과도 같다. 비어 있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건축의 본질은 눈으로 보이는 꽉 찬 덩어리가 아니라 덩어리와 덩어리 사이의 비어 있는 곳이 아닐까. 그것이 공간기고, 그 공간의 주인은 바로 ‘사람’이다. –본문
백화점 1층에는 화장실이 없고 유리창이 없는 것은 예전부터 널리 알려져 온 사실이다. 철저히 쇼핑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마케팅적인 요소로서 시간을 인지 할 수 없게 함으로서 그 안에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길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카지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그 안에 있으면 낮과 밤이라는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여하튼 백화점의 유리창이 없다는 사실이야 익히 알고 있기에 그다지 새로운 사실은 아니었지만, 길눈이 어두운 나로서는 백화점의 구조가 매번 헷갈리게 되어 있기에 그 안에서 길을 잃은 일이 종종 있어왔던 나에게 이것 역시 백화점 건축물의 특성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단순 동선이 아닌 복잡하고 헤매게 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제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헤매다 들어선 새로운 공간 속에서 또 황홀히 눈을 빼앗긴 적도 종종 있는 듯 했다.
창밖의 풍경을 차단하여 소비자가 오로지 쇼핑에 집중해 지갑을 열도록 애쓰는 백화점과 충동구매의 유혹을 이기고 알뜰하게 쇼핑하려는 소비자,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둘 사이에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본문
언제나 따스한 안식처일 것만 같은 건축물이 우리의 삶에 어둠의 장막으로 드리울 때도 있다. 천재지변 의한 사건 사고 역시 들려올 때마다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되는데 하물며 인재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면 얼마나 한탄스러운 일인가. 어린 시절이라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사고가 바로 우리나라 서울 한 가운데서 벌어졌다.
20여년 정도 전에 발생했던 삼풍백화점의 붕괴. 분홍빛의 건물 잔해 속에서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조해 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던 그 당시,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나는 그저 멍하니 TV 속의 뉴스만 보고 있었다. 얼마나 무참한 현장이었는지 그 곳의 아비규환을 모니터로 바라보고 있던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이의 눈에는 그저 거짓말 같은 뉴스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지금도 가끔 그 때 세상을 떠나 버린 고인들을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당시 나보다도 나이가 많았던 여고생들은 아마 살아있었다면 이미 한 가정의 주인으로 살고도 있었을 텐데, 그들에게 기록된 마지막은 백화점에서의 공포스러운 그날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 당시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지만 이제서야 건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기 전에 우리 모두가 그런 것들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도 해본다.
그 때 현장에서 보았던 일그러진 안경태와 지하 2층 깊이에 있던 옥상의 방수제 조각은 건축사인 필자에게 지금도 교훈을 주고 있다. ‘건축은 사랑’이라고 말이다. –본문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을 읽는 내내 건축 안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저 하나의 동산인 아닌 살아 숨쉬는 이야기랄까. 저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건축에 함께 버무려짐에 따라 시멘트고 철근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진정한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생활 속에서 만나는 건축 이야기 / 장정제, 조영배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