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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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사실 제목 때문에 고른 책이긴 하다. 이 버릇을 고쳐야지, 하면서도 여전하다만 그럼에도 그 직감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을린 사랑을 이 책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파이 이야기의 저자가 자국의 수상에게 보낸 편지를 묶어서 만든 것이다. 그 정성만으로도 그가 추천했던 책들 중 몇 권을 기필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회신 없는 편지를 혼자서 101번을 써 내려 갔다니.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이도 이렇게 하기는 힘들 것만 같은데, 그는 오로지 자국의 수상이 책을 너무도 멀리하기에 그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때론 그 모습을 질책하며 문학을 통해서 더 깊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요청하고 있다.

그래, 한 나라의 수상에게 그가 알고 있는 수 많은 세상 중에 101개의 것들을 콕 집어 보냈다고 하니 그 비밀스런 목록이 일단 너무 궁금했다. 보관 하고 있는 책들도 있고, 이미 널리 알려진 책들도 있고 아직 보지 못한 것들도 있고. 그가 고른 책들은 딱히 고전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101번째의 책이 그을린 사랑이기에, 나는 그가 고른 이 책의 목록들을 101% 이상 신뢰하며 읽어 내려갔다.

그을린 사랑, 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왠지 모르게 불륜이나 아픈 사랑 그런 이야기일 줄만 알았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아니, 영화를 보는 내내 대체 무엇 말하고 싶은 것일까 하며 넋 놓고 보고 있던 와중,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 가슴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해서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 안의 응어리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가 설명하고 있는 이 짧은 문장 속에서 이 영화 속 모든 내용들이 표현될 수 없는 지면의 한계를 느끼는 것이 안타까운면서도, 이 영화의 원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바로 책을 주문했다.

아마 나는 이 책이 아니었다면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의 원제가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서 그저 그 영화만을 계속해서 틀어봤을 것이다.

게다가 샬롯의 거미줄은 어린 아이를 위한 동화라며 굳이 손을 뻗어 보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샬롯이 거미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줄의 거미줄이 어린 돼지에게 새로운 삶을 연장해 주듯, 그는 책을 통해서 그것도 논픽션이 아닌 픽션들 안에서 다채롭게 표현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기를 간절히 바라고 열망하고 있다.

그래, 그 덕분에 나는 그가 자국의 수상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또 다시 장바구니에 그가 말한 책들을 담은 후 결제까지 완료했다. whole-person이 담겨 있다는 픽션을 통해서 이기적이고 회색빛에 물든 날들이 아닌 진정 우리가 다음 세대까지 안고 가야할 근본들에 대해 조언 해주고 있다.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가 속한 이 나라가 사라지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줘야겠다. 그나저나, 각하는 이 책을 읽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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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전』 / 반덕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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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 건축 커뮤니케이터 조원용 건축사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건축이야기
조원용 지음 / 씽크스마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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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건축,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보다도 근래에 봤었던 건축학개론 속의 한 장면과 같이 밤을 새서 도면을 안고 씨름하고 또 새벽까지 현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들이다. 한 때는 무언가를 새로이 창조한다는 그 건축이라는 학문을 전공으로 배워보고도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체력적으로나 무엇보다도 건축학과를 들어가기에는 부족한 점수 덕분에 미련 없이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 보고 돌아섰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난 뒤 또 다시 그 건축가와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되었다. 아마도 저자가 건축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그에 대한 신념을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기에 그 진심이 활자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인 건축을 할 때도 부모 마음처럼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을 위한 가슴 절절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행복을 누려야 하고 사랑으로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

 건축, 이라는 매일 접하고 그 안에 살고 있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 딱히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것에서부터 시작으로 해서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쉽게 나열해 놓고 있다. 읽는 동안 머리가 절로 끄덕여지면서 건축이라는 의미를 어렵지 않으면서도 쉬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건축은 그릇과도 같다. 비어 있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건축의 본질은 눈으로 보이는 꽉 찬 덩어리가 아니라 덩어리와 덩어리 사이의 비어 있는 곳이 아닐까. 그것이 공간기고, 그 공간의 주인은 바로 사람이다. –본문

백화점 1층에는 화장실이 없고 유리창이 없는 것은 예전부터 널리 알려져 온 사실이다. 철저히 쇼핑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마케팅적인 요소로서 시간을 인지 할 수 없게 함으로서 그 안에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길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카지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그 안에 있으면 낮과 밤이라는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여하튼 백화점의 유리창이 없다는 사실이야 익히 알고 있기에 그다지 새로운 사실은 아니었지만, 길눈이 어두운 나로서는 백화점의 구조가 매번 헷갈리게 되어 있기에 그 안에서 길을 잃은 일이 종종 있어왔던 나에게 이것 역시 백화점 건축물의 특성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단순 동선이 아닌 복잡하고 헤매게 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제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헤매다 들어선 새로운 공간 속에서 또 황홀히 눈을 빼앗긴 적도 종종 있는 듯 했다.

창밖의 풍경을 차단하여 소비자가 오로지 쇼핑에 집중해 지갑을 열도록 애쓰는 백화점과 충동구매의 유혹을 이기고 알뜰하게 쇼핑하려는 소비자,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둘 사이에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본문

언제나 따스한 안식처일 것만 같은 건축물이 우리의 삶에 어둠의 장막으로 드리울 때도 있다. 천재지변 의한 사건 사고 역시 들려올 때마다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되는데 하물며 인재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면 얼마나 한탄스러운 일인가. 어린 시절이라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사고가 바로 우리나라 서울 한 가운데서 벌어졌다.

20여년 정도 전에 발생했던 삼풍백화점의 붕괴. 분홍빛의 건물 잔해 속에서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조해 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던 그 당시,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나는 그저 멍하니 TV 속의 뉴스만 보고 있었다. 얼마나 무참한 현장이었는지 그 곳의 아비규환을 모니터로 바라보고 있던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이의 눈에는 그저 거짓말 같은 뉴스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지금도 가끔 그 때 세상을 떠나 버린 고인들을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당시 나보다도 나이가 많았던 여고생들은 아마 살아있었다면 이미 한 가정의 주인으로 살고도 있었을 텐데, 그들에게 기록된 마지막은 백화점에서의 공포스러운 그날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 당시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지만 이제서야 건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기 전에 우리 모두가 그런 것들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도 해본다.

 그 때 현장에서 보았던 일그러진 안경태와 지하 2층 깊이에 있던 옥상의 방수제 조각은 건축사인 필자에게 지금도 교훈을 주고 있다. ‘건축은 사랑이라고 말이다. –본문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을 읽는 내내 건축 안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저 하나의 동산인 아닌 살아 숨쉬는 이야기랄까. 저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건축에 함께 버무려짐에 따라 시멘트고 철근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진정한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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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만나는 건축 이야기 / 장정제, 조영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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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창비청소년문학 50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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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가책자가 도착했다. 파란아이라는 제목처럼 푸르스름한 느낌의 가책자. 일반적인 책의 느낌이 아니라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대본의 느낌이라 마냥 신기해서 깔짝거리며 보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얼마지 않아 완성된 책이 도착했다.

내가 생각했던 파란아이보다 훨씬 창백하면서도 미소년의 느낌의 표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가책자와는 또 다른 느낌이기에 낯설면서도 실제로 눈으로 보는 아이는 왠지 더 서글퍼 보였다.

Blue라는 단어에는 파란색이라는 뜻 외에도 우울한 이란 뜻도 함께 있다. 편견 인지는 모르지만 제목만으로 뭔가 어눌한 느낌이 들곤 했었는데, 이 아이가 파란아이로 불리는 까닭은 바로 입술이 파랗기 때문이다. 그 어느 곳보다도 얇은 표피 때문에 붉은 혈액이 비춰지기에 붉은 빛은 띈다는 입술이 파랗다니. 웬만큼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서는 잘 발생되는 현상이 아니기에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세상 살다 보면 상식을 뛰어 넘는 일들도 왕왕 발생하기에 또 어느새 수긍하며 읽게 된다.

죽은 누이의 이름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소년은 그 존재만으로 위안이자 슬픔이 되곤 했다. 누이를 닮아가는 모습에 그의 어머니에게는 슬픔이기도 하고 아들을 통해서 딸을 볼 수 있기에 위안이 되곤 했다. 하지만 소년의 할머니는 그런 며느리의 모습이 탐탁지 않다.

그 사이에 있는 소년은 둘 사이의 분란을 조장하기보다는 어느 새 현실과 타협하면서 보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

어른들의 상상력은 이상한 쪽으로만 발달했는지. 하나를 말하면 열을 떠올리고, 자기 상상에 확신을 더한다. 만일 소년이 도넛을 판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키운 아인데……로 시작해 어쩐지 애를 그렇게 찾더라, 며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 (중략) 자신들은 꽤나 정숙한 성장기를 보내고 꽤 근사한 어른이 된 것처럼 요즘 아이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소년이 보기에는 요즘 어른들이 문제다. –본문

소년과 할머니와의 단조로운 일상 속에 소년의 친구가 등장하게 된다. 그 전에는 몰랐던 소년이 품고 있던 과거, 그러니까 소년이 죽은 누이의 이름으로 살고 있다는 모습에 순간 섬뜩함을 느끼곤 하지만 그것 역시 오래가지는 못한다. 친구 역시 자신이 안고 있는 삶의 무게가 버겁기에 섬뜩함은 어느새 현재의 무게에 짓눌려 사라지고 만다.

소년의 부모는 택배 일을 하고, 동아의 부모는 자동차 세차장에서 일한다. 누가 더 힘들고 누가 더 많이 버는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몸이 녹초가 되도록 일하는데도 빚이 점점 늘어나는 건 두 집다 마찬가지니까. –본문

언젠가부터 청소년 문학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나이가 어리기에 그들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고 그렇기에 그들을 위한 이야기에는 일반 소설이나 문학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읽다 보면 그 경계가 사라지는 것 같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해서 가벼울 것이라는 편견은 청소년이란 단어 속에 있는 나이라는 숫자에 대한 틀에 얽매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년은 드디어 자신이 안고 있던 허울을 벗어나 다시 한 번 태어나게 된다. 진정한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마지막 그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이미 죽은 누이보다도 훌쩍 커버린 소년이 베시시 웃고 있다. 푸른 입술로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그제서야 처음 본 듯 하다. 청소년을 지나 20대의 청년이 되기까지, 그 이후의 이야기는 따로 그려지지 않았지만 내 마음대로 그 다음 이야기를 생각해보게 된다. 20대의 그는 어떠한 모습일지, 30대에 어떤 모습일지. 소년으로 만난 그는 어느새 내 안에서 청년을 지나 아저씨까지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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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프지 않아』 / 이혜경, 구경미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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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 신화 속에서 건져올리는 삶의 지혜 50가지
송정림 지음 / 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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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대한 알 수 없는 끌림. 마냥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지만은 왠지 모르게 신화, 하면 한 번쯤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신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으면 지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차원적인 바람이었고 그래서 신화를 읽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을 외우고 또 외웠었는데 그렇게 외운 이야기는 내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홀연히 또 사라지고 그러면 다시 읽고 암기하고 하는 행태를 반복했었다.

얼마 전 이 책을 받아 들고서 나는 대체 내가 왜 신화에 대해서 이렇게 탐닉하고 가지려 하는 것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것만 해도 제목과 표지에서 밀려드는 우아함에 동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이 얼마나 간드러지면서도 인간의 바람을 담은 표현일까. 신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한 평생을 산다면 어디서건 빛이 날 것만 같은 자아도취에 빠져 있을 수도 있을 뻔 했지만 다행히도 이 책은 신화를 읽고 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심심한 조언도 곁들이고 있다.

그저 신화 속에 빠져 그 안에서 허둥거리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우리네 모습을 발견하고 또 투영해서 보는 것. 그것이 신화를 읽고 탐하는 이유인 것이다.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고통으로 인해 결국 한 송이 수선화로 생을 마감했던 나르키소스. 나는 그를 보면서도 나르시시즘에 관한 기원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내 스스로도 나르키소스처럼 타인 혹은 나를 둘러싼 다른 것들에 대해 무관심한 동일한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를 제외한 그 모든 것들에 냉담한 모습은 나르키소스와 동일하다만 그 미모에 빠지는 것이 아니니 그저 자애심으로만 해석하고 나를 사랑해야 다른 누군가도 사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며 나에게만 관심을 쏟고 있었다. 저자의 지적대로라면 현시대에 수 많은 사람들은 나르키소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함께 보다는 혼자가 더 편한 나날들. 매번 사람들 틈에 있는 것이 싫어 홀연히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가서도 사람들과 최소한의 접촉만 하려고 하는 나를 보면서, 또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보며 현대의 나르키소스들에게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들려주고 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람과 사람이 사랑을 하는 일도 후천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자전거 타기나 수영처럼 배우고 익혀야 할 기술 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탄식한다.

사람들은 항상 사랑받을 궁리만 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에 실패하는 것이다. –P44~45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는 또 어떠한가. 길을 지나기 위해서는 통행세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나그네를 집으로 유인하고는 돈을 빼앗았다. 그리고서 그는 자신의 침대 길이에 맞춰 나그네의 키가 크면 다리를 잘라버리고 침대보다 작을 경우 키를 늘이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잔인하게 앗아갔다고 한다. 아마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으로 끔찍한 괴물이구나, 정도를 느끼고 넘겼을 것이다. 자신의 침대를 기준으로 하여 타인을 바라보는 그 잔혹함 따위보다는 그저 살인이라는 행위의 잔혹함이 결국은 테세우스에 의해 제거됨으로써 그간 행했던 악행에 대해서 이렇게 벌을 받는 구나, 하는 당연한 이치에 그러니까 권선징악이라는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깨닫는 것도 어디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이라는 것이 하면 할수록 무한대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것임에도 이 안에서만 있어야 한다면 너무 안타깝고 아깝지 않은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용어는 마르크스의 논문 속에 쓰였다. 그는 헤겔의 관념론적 방법을 비꼬며 프로크루스테의 침대라고 비판했다. 관념의 기분을 세워놓고 현실을 제멋대로 늘였다 줄였다 한다는 것이다. 남을 인정할 줄 모르고 자기 자신의 잣대에 따라 재단한다는 의미를 가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누구에게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숨겨져 있다. –P 91

페르세포네를 사랑한 나머지 그녀는 지하 세계로 데려간 하데스의 만행으로 인해 계절이 생겼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그녀의 어머니인 데메테르를 통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금 되새겨 보게 한다.

이미 알고 있기에 안다, 라고 생각하는 동안 저자는 그럼 이렇게는 생각해 봤는가? 에 대해 물어보고 있다. 신화를 통해 다른 문학 작품과 연계해서 이끌어내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현재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고. 신화라는 이야기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으로 접근했다가 그 안에서 현실과 연계해서 보는 법을 배운다. 이제 더 이상 신화 속 인물들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서 노력하지는 않을 것 같다. 타인에게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닌 내 스스로의 생각의 틀을 키우는 방법을 배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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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하고 오묘한 그리스 신화 이야기 / 빌리 페르만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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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라는 데는 다 철학이 있다 - 청소년을 위한 윤리학 수업 청소년 인문교양 시리즈 1
이창후 지음 / 좋은날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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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강압적 일 것만 같은 제목을 보면서 아, 또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은 아닌지는 아닌지 하는 겁부터 났다. 공부가 제일 쉬운 거다, 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쉬운 거라면 왜 그들은 하지 않고 강요만 하는 것일까? 라며 가슴 속 반항의 싹을 틔우면서도 또 다시 책상 위에 있던 것처럼, 또 철학에 대해 배워보고자 하는 결심을 하면서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지. 철학이라는 그 엄습해오는 묵직함에 덜덜 떨며, 가뜩이나 제목을 보면서 그 옛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처럼 뻔한 이야기들로 지루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읽는 것 자체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한 장을 휘릭 넘겼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부터 시작하면서 저자는 물고기와 부자의 대화를 가장 앞에 담아놓았다.

그래요? 그럼 당신 말대로 내가 고기를 많이 잡아 부자가 된다면 그 다음에는 뭘 하면 좋겠소?”

어무가 자신의 말에 관심을 가진다고 여긴 백만장자는 더욱 우쭐대며 조언을 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경치 좋은 섬에서 저처럼 휴양하며 삶을 즐겁게 보낼 수 있지요.”

그러자 어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답니다.

당신이 말하는 부자가 되지 않아도 난 이미 그렇게 살고 있소.” –본문

어디서 한번쯤 들어 봄직한 이야기에 시선이 가면서도, 과연 어부처럼 사는 것에 마냥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란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를 원하는 욕망의 동물이기에 언제까지나 이 어부처럼 현재를 만족하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기에 다시 초반의 질문이 치고 들어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휴일에 햇살이 드리우는 소파 위에 누워 채널을 돌리는 순간 지식e’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멕시코 전 대통령 룰라에 관한 것으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그는 대통령이 되어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난제인 멕시코의 빈민들에 대한 구제를 도모하며 멕시코의 경제 기반 자체를 두텁게 만들었다. 대통령 임명장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오바마 대통령도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라는 그를 보면서 아, 저런 대통령도 있구나, 우리나라에도 룰라와 같은 대통령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과 한 켠으로는 또 룰라 전 대통령과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그에 대한 책들을 이것저것 찾아보며 그간 몰랐던 그의 삶을 탐닉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나는 어느 정도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 나는 멕시코 전 대통령인 룰라에 대해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를 존경한다. 그래서 그와 같이 살고 싶다. 가 그간 해왔던 생각이었다.

꽤나 굳건한 신념이기에 단 한 번도 그 신념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았으나 저자는 담담히 물어보고 있다. 그렇다면 룰라 전 대통령처럼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산다는 것인가? 그와 같이 대통령의 삶을 살면서 룰라 대통령이 펼친 정책을 펼치다는 것인가?

그런 학생들도 있겠지만, 룰라 대통령을 역할 모델로 선택하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자신도 노동운동을 해서 대통령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런 이유로 하나의 역할 모델을 정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은 한계를 드러납니다. 결국 그것은 이런 거죠.

ㅡ 어떻게 살겠다는 것인지, 정확한 내용을 모르겠다! –본문

전반적인 내용이 이러하다. 그간 이것이 맞다, 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허를 찌를 공격으로 멍하게 만드는. 법대로 해! 라고 말끝 마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법 또한 인간이 만드는 것들이기에 명확한 진리라고만은 볼 수 없다고 피력하고 있으며 심지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도 그 모든 것이 옳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당연히 맞겠지, 하고 믿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지 못한 빈틈을 찾아서 과연 이게 맞을까? 라고 반문하며 진정으로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일전에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받았던 충격 효과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처참히 깨지는 것. 바로 공리주의에 대한 것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공리주의에 대해서 나도 모른 반감이 들곤 했다. 다수가 부리는 횡포라는 것에 대한 삐뚤어진 시선인지 아니면 다수에 속하지 못한 소수에 대한 이야기를 귀 기울이는 척 하는 아량을 보이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공리주의 하면 그저 좋지 않게만 보였다. 어찌되었건, 요는 내가 공리주의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반감을 가지고 있었냐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공리주의를 안다고 자만했지만 그 근본적인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공리주의를 모르고 그저 싫어했던 것이다.

즉 침략자의 충성심과 침략에 맞선 장군의 충성심 중 어느 쪽이 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맞는지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왜군의 충성심은 침략자의 충성심이고 이순신 장군의 충성심은 나라를 지케려는 충성심이죠. 침략 행위는 명백하게도 더 많은 사람의 더 큰 고통을 낳고 그 대가로 얻어지는 승리자의 즐거움은 상대적으로 더 작기 마련입니다. 즉 행복의 총량은 침략 행위에서 줄어드는 것이지요. 이렇게 전체의 행복이 줄어드는 것을 막았으니 이순신 장군의 충성심은 도덕적으로 옳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본문

칸트의 정언 명법에 있어서도 그는 다시 한번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진정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봐야 하며 그 안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만 그것에 대해 안다, 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철학이라는, 형이상학에 대해서 논하면 나는 철학에 대해 아는 것이라 생각했다. 철학은 언제나 어려우면서도 있어 보이는 학문이라는 생각에 하나씩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렇게 철저히 한 번씩 깨지고 만다. 역시나 안다고 자부하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한 때가 아닌가 싶다.

철학에 대해 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철학을 제대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와 같이 철학이라는 책을 대외홍보용으로 사용하던 사람이 있었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당신이 알던 철학은 철학이 아니니 말이다. 나와 같이 당신도 만신창이가 되겠지만, 그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만이 뜯어 고칠 수 있는, 꼭 뜯어 고쳐야만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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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 샤론 카예, 폴 톰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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