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목 때문에 고른 책이긴 하다. 이 버릇을 고쳐야지, 하면서도 여전하다만 그럼에도 그 직감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을린 사랑’을 이 책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파이 이야기의 저자가 자국의 수상에게 보낸 편지를 묶어서 만든 것이다. 그 정성만으로도 그가 추천했던 책들 중 몇 권을 기필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회신 없는 편지를 혼자서 101번을 써 내려 갔다니.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이도 이렇게 하기는 힘들 것만 같은데, 그는 오로지 자국의 수상이 책을 너무도 멀리하기에 그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때론 그 모습을 질책하며 문학을 통해서 더 깊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요청하고 있다.
그래, 한 나라의 수상에게 그가 알고 있는 수 많은 세상 중에 101개의 것들을 콕 집어 보냈다고 하니 그 비밀스런 목록이 일단 너무 궁금했다. 보관 하고 있는 책들도 있고, 이미 널리 알려진 책들도 있고 아직 보지 못한 것들도 있고. 그가 고른 책들은 딱히 고전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101번째의 책이 그을린 사랑이기에, 나는 그가 고른 이 책의 목록들을 101% 이상 신뢰하며 읽어 내려갔다.
그을린 사랑, 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왠지 모르게 불륜이나 아픈 사랑 그런 이야기일 줄만 알았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아니, 영화를 보는 내내 대체 무엇 말하고 싶은 것일까 하며 넋 놓고 보고 있던 와중,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 가슴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해서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 안의 응어리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가 설명하고 있는 이 짧은 문장 속에서 이 영화 속 모든 내용들이 표현될 수 없는 지면의 한계를 느끼는 것이 안타까운면서도, 이 영화의 원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바로 책을 주문했다.
아마 나는 이 책이 아니었다면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의 원제가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서 그저 그 영화만을 계속해서 틀어봤을 것이다.
게다가 샬롯의 거미줄은 어린 아이를 위한 동화라며 굳이 손을 뻗어 보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샬롯이 거미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줄의 거미줄이 어린 돼지에게 새로운 삶을 연장해 주듯, 그는 책을 통해서 그것도 논픽션이 아닌 픽션들 안에서 다채롭게 표현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기를 간절히 바라고 열망하고 있다.
그래, 그 덕분에 나는 그가 자국의 수상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또 다시 장바구니에 그가 말한 책들을 담은 후 결제까지 완료했다. whole-person이 담겨 있다는 픽션을 통해서 이기적이고 회색빛에 물든 날들이 아닌 진정 우리가 다음 세대까지 안고 가야할 근본들에 대해 조언 해주고 있다.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가 속한 이 나라가 사라지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줘야겠다. 그나저나, 각하는 이 책을 읽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