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라는 데는 다 철학이 있다 - 청소년을 위한 윤리학 수업 청소년 인문교양 시리즈 1
이창후 지음 / 좋은날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왠지 강압적 일 것만 같은 제목을 보면서 아, 또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은 아닌지는 아닌지 하는 겁부터 났다. 공부가 제일 쉬운 거다, 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쉬운 거라면 왜 그들은 하지 않고 강요만 하는 것일까? 라며 가슴 속 반항의 싹을 틔우면서도 또 다시 책상 위에 있던 것처럼, 또 철학에 대해 배워보고자 하는 결심을 하면서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지. 철학이라는 그 엄습해오는 묵직함에 덜덜 떨며, 가뜩이나 제목을 보면서 그 옛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처럼 뻔한 이야기들로 지루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읽는 것 자체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한 장을 휘릭 넘겼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부터 시작하면서 저자는 물고기와 부자의 대화를 가장 앞에 담아놓았다.

그래요? 그럼 당신 말대로 내가 고기를 많이 잡아 부자가 된다면 그 다음에는 뭘 하면 좋겠소?”

어무가 자신의 말에 관심을 가진다고 여긴 백만장자는 더욱 우쭐대며 조언을 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경치 좋은 섬에서 저처럼 휴양하며 삶을 즐겁게 보낼 수 있지요.”

그러자 어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답니다.

당신이 말하는 부자가 되지 않아도 난 이미 그렇게 살고 있소.” –본문

어디서 한번쯤 들어 봄직한 이야기에 시선이 가면서도, 과연 어부처럼 사는 것에 마냥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란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를 원하는 욕망의 동물이기에 언제까지나 이 어부처럼 현재를 만족하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기에 다시 초반의 질문이 치고 들어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휴일에 햇살이 드리우는 소파 위에 누워 채널을 돌리는 순간 지식e’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멕시코 전 대통령 룰라에 관한 것으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그는 대통령이 되어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난제인 멕시코의 빈민들에 대한 구제를 도모하며 멕시코의 경제 기반 자체를 두텁게 만들었다. 대통령 임명장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오바마 대통령도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라는 그를 보면서 아, 저런 대통령도 있구나, 우리나라에도 룰라와 같은 대통령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과 한 켠으로는 또 룰라 전 대통령과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그에 대한 책들을 이것저것 찾아보며 그간 몰랐던 그의 삶을 탐닉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나는 어느 정도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 나는 멕시코 전 대통령인 룰라에 대해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를 존경한다. 그래서 그와 같이 살고 싶다. 가 그간 해왔던 생각이었다.

꽤나 굳건한 신념이기에 단 한 번도 그 신념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았으나 저자는 담담히 물어보고 있다. 그렇다면 룰라 전 대통령처럼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산다는 것인가? 그와 같이 대통령의 삶을 살면서 룰라 대통령이 펼친 정책을 펼치다는 것인가?

그런 학생들도 있겠지만, 룰라 대통령을 역할 모델로 선택하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자신도 노동운동을 해서 대통령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런 이유로 하나의 역할 모델을 정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은 한계를 드러납니다. 결국 그것은 이런 거죠.

ㅡ 어떻게 살겠다는 것인지, 정확한 내용을 모르겠다! –본문

전반적인 내용이 이러하다. 그간 이것이 맞다, 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허를 찌를 공격으로 멍하게 만드는. 법대로 해! 라고 말끝 마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법 또한 인간이 만드는 것들이기에 명확한 진리라고만은 볼 수 없다고 피력하고 있으며 심지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도 그 모든 것이 옳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당연히 맞겠지, 하고 믿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지 못한 빈틈을 찾아서 과연 이게 맞을까? 라고 반문하며 진정으로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일전에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받았던 충격 효과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처참히 깨지는 것. 바로 공리주의에 대한 것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공리주의에 대해서 나도 모른 반감이 들곤 했다. 다수가 부리는 횡포라는 것에 대한 삐뚤어진 시선인지 아니면 다수에 속하지 못한 소수에 대한 이야기를 귀 기울이는 척 하는 아량을 보이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공리주의 하면 그저 좋지 않게만 보였다. 어찌되었건, 요는 내가 공리주의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반감을 가지고 있었냐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공리주의를 안다고 자만했지만 그 근본적인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공리주의를 모르고 그저 싫어했던 것이다.

즉 침략자의 충성심과 침략에 맞선 장군의 충성심 중 어느 쪽이 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맞는지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왜군의 충성심은 침략자의 충성심이고 이순신 장군의 충성심은 나라를 지케려는 충성심이죠. 침략 행위는 명백하게도 더 많은 사람의 더 큰 고통을 낳고 그 대가로 얻어지는 승리자의 즐거움은 상대적으로 더 작기 마련입니다. 즉 행복의 총량은 침략 행위에서 줄어드는 것이지요. 이렇게 전체의 행복이 줄어드는 것을 막았으니 이순신 장군의 충성심은 도덕적으로 옳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본문

칸트의 정언 명법에 있어서도 그는 다시 한번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진정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봐야 하며 그 안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만 그것에 대해 안다, 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철학이라는, 형이상학에 대해서 논하면 나는 철학에 대해 아는 것이라 생각했다. 철학은 언제나 어려우면서도 있어 보이는 학문이라는 생각에 하나씩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렇게 철저히 한 번씩 깨지고 만다. 역시나 안다고 자부하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한 때가 아닌가 싶다.

철학에 대해 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철학을 제대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와 같이 철학이라는 책을 대외홍보용으로 사용하던 사람이 있었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당신이 알던 철학은 철학이 아니니 말이다. 나와 같이 당신도 만신창이가 되겠지만, 그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만이 뜯어 고칠 수 있는, 꼭 뜯어 고쳐야만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s 추천목록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 샤론 카예, 폴 톰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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