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시간 여행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열림원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친척들이 다녀간 날이면 어김없이 듣는 질문들이 있다. 남자친구는 있니, 결혼은 언제 할거니, 지금도 늦은 것 아니니, 어서 시집을 가야 좋다니 등등. 20대를 지나 30대를 거쳐 들어서면서 서른의 여자가 대한민국에서 솔로로 세상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뭔가 문제가 있다는 듯한 눈빛들로 인해 매번 웃으며 농담조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그게 아니고 당신들이 남자기 때문이죠. 당신들은 당신들이 당신들의 주름살을 사랑하거나, 최소한 그를 못 본 척할 여자를 언제라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걸 알고 있는 거예요.”-본문

 오래된 연인들의 결별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연예계를 보더라도 혼기가 다 되어 헤어진 아름다웠던 커플을 보노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여자 쪽을 먼저 걱정하고 있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왜 하필 이제서야 헤어지는 것인가, 라는 원망과 푸념을 혼자 되뇌어 보기도 하고. 그렇게 새벽 2~3시까지 뒤척이면서 잠이 안 와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꾸뻬 씨의 시간 여행. 일전에도 꾸뻬씨의 인생여행을 읽기는 했다만, 평이한 내용이라 그냥 그러했는데, 이번에는 또 어떨까라는 생각과 혼자 이런 잠념에 빠져 있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책을 펼쳐 읽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네, 시간이 흘러가네, 나의 여인이여

아아!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흘러가고 있네

그리고 이제 곧 우리는 칼날 아래 누워 있게 될걸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사랑도

우리가 죽으면 더 이상 새롭지 않을걸

그러니 날 사랑해주오, 당신이 아름다운 동안….. –본문

 과연 시간을 만들어 낸 이는 누구일까.  도르와 함께한 인생 여행에서 시간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평생 타인의 시간에 대한 갈망의 소리를 들어야 했던 도르일까. 아니면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신이 창조한 것 일까. 혹은 또 가능성으로 다른 빅뱅 이론 말미암아 탄생한 지구라는 행성이 존재할 때부터 이미 있어 와있던 것 일까.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하고 나서도 여전히 드는 생각은 왜 우리는 그 시간 안에서 매일 바둥거리며 살고 있냐는 것이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에 나와 오전 9시부터 짧게는 오후 6, 길게는 더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하고 그 이외에 시간 동안 누군가를 만나고 자기 계발도 하고 때론 휴식도 하고. AM / PM 이라는 12시간이 2번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누가 만들어 놓은 지도 모르는, 사실 피상적으로 인간에 의해 시간이라는 것이 쪼개어져 나누어지고 그러면서 낮과 밤에 따라 하루라는 시간을 정해 놓은 뒤 1년 이라는 시간을 만들었으면서도 우리는 철저히 그 시간 위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저 하나의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는 수 많은 위안 속에서도 여전히 나는 오늘도 눈가의 주름에 신경 쓰고 결혼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있다. 영생을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만, 뭔가 시간이 조금 더디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이 책 안에서 그런 것들을 얻기는 바랐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언급되어 있기는 하다. 다만 그것을 인생의 시간을 지연시키려 하면 할수록 바둥거릴 수 밖에 없다는 것과 그럼에도 우리는 바보처럼 또 그 길을 계속해서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 밤 거울을 보며 눈가를 바라보는 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늘 젊어 보이거나 오래 사는 것, 그것이 그들이 우리에게 접근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안 좋은 이유이지요.”

 그는 현세의 삶에 대한 집착은 그 자신의 종교와 꾸뻬의 종교. 그리고 거의 모든 다른 종교에서 가장 큰 속박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본문

 그렇다며 그들에게 시간은 무엇일까. 과거보다 여전히 미래가 많이 남아 있는 30대의 나이에서도 벌써,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과연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 해주고 싶은 것일까. 진시황제처럼 불로장생을 꿈꾸겠다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잠시 유보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은 나에게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생은 채워야 할 병 같은 게 아닐세. 그보다는 차라리 음악에 가깝지. 어느 순간에는 따분하게 느껴지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음악 말일세. 음악은 시간에 관한 아주 훌륭한 생각들을 제공해준다네. 어떤 음이 자네를 감동시키는 건 오직 자네가 그 이전의 음을 기억하고 그 다음의 음을 기다리기 때문일세…… 각각의 음은 어느 정도의 과거와 미래에 둘러싸여 있을 때만 그 의미를 가진다네.” –본문

 시간이 음악 같다고요?”

 맞습니다. 각각의 음은 오직 그 이전과 이후에 음이 있을 때만 의미를 갖지요. 하나의 음은 계속해서 과거에 속하는 현재와도 같은 것입니다.” –본문

 어느 책의 제목과도 같이 오늘은 내 생의 가장 젊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가장 늙어 있는 나를 보듯이 한숨만 쉬고 있다. 언젠가는 지나가야 할 결혼이라는 것도 그렇고 현재 직장에서의 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그렇고. 지금 나의 상황이 과연 적당한 것인지. 이 시간 정도에는 뭔가 더 달라진 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때문에 불안과 초초함 속에서 잠도 설치고 있는 나를 안타깝다는 듯이 지그시 바라보며 채우려 하지 말고 흘러 보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나는 오늘 밤에는 별 다른 생각 없이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오늘 밤에도 꾸뻬씨를 찾지 않기를 그의 이야기를 계속 되새겨 봐야겠다 

   

아르's 추천목록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 미치 앨봄저


   

 

독서 기간 : 2013.06.15~06.17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요한의 마음 청진기 - 정신과의사가 아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인생치유법
문요한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중고등학생 때쯤 막연하게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누군가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있어서 그런 안식처이자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 길이 마음먹는 대로 쉬이 갈 수 있는 길은 아니기에 지금은 다른 위치에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존재의 필요성과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동경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인지 지금도 나는 정신과 의사들이 집필했다는 책들을 보면 금새 눈을 빼앗기고 만다. 이 책 역시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쉽고 담백하게 쓰여졌다. 어려운 용어들 보다는 그가 환자들을 만나고 느끼며 생각했던 것들을 기록해 놓은 것들로 정신과 의사, 하면 왠지 높은 것만 같은 담을 쌓고 사는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답답하거나 고민 있을 때 툭 기대어 이야기 하고 싶은 그런 편안한 친구 같은 느낌의 책이다.

 그 지혜 중의 으뜸은 우리 안에 내재된 생명력에 대한 믿음입니다. 무서운 화마가 휩쓸어 재만 남은 산야에도 다시 수목이 자라고, 방사능 유출로 오염된 도시에도 다시 꽃이 피어나고,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도 스스로 정화되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자기치유와 자기정화의 원천적인 생명력이 있습니다. –본문

 모든 것들이 처음이기에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어느 길로 가야 더 안전한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 스스로 몸을 부딪쳐 해보는 수 밖에 없다. 간접 경험이나, 주변의 조언, 타인의 삶을 보며 배울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총 집합한다고 해도 내 앞에 있는 문제가 덩그러니 수면 위에 떠올라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100%의 승률로 모든 문제를 깔끔히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인생이 내 마음대로 그렇게 굴러 가는가. 그래서 가끔은 내가 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때론 운 좋게 탄탄한 징검다리 위에 서 있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꼭 어떤 방식이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략) 어떻게 생각하면 인생도 비슷합니다. 인생에도 건빵과 별사탕처럼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 –본문

어찌되었건 어느 누구에게 무한정 오르막길도, 또 무한한 내리막길만 있는 것도 아닌 인생 속에서 낙담할 것은 없다. 어느 샌가 움트고 나오는 새싹처럼, 우리 안에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 무거운 짐을 짊어가야 하는 이가 나 혼자가 아닌 주변 사람들도 있으니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는 조언도 잊지 않고 있다.

얘야,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보았니?”

, 아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자 아버지가 다시 묻습니다.

아니다, 네가 아직도 하지 않은 일이 한 가지 있단다. 그게 무엇인지 알겠니?”

잘 모르겠는데요.”

아버지가 대답합니다.

너는 이 아빠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 –본문

 누군가를 더 위해서 한 것들이 되려 역행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내 자신이든 타인이든, 나의 가족들이건, 누구에게나 아무런 문제 없이 평온한 날들만 도래하기를 바라는 것도 어찌 보면 그들을 위한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곤 한다. 그렇다고 견디지 못할 만큼의 강태공의 바람이 휘몰아치기 바라는 것이 아닌 두 발 내딛기 위한 한 걸음의 후퇴 정도. 딱 그 정도의 작은 산들이 나와 그들 앞에 있었으면 한다.

 실험 결과 일시적 격리를 경험했던 쥐들은 더 모험적이고 더 용감했으며 스트레스에 덜 민감하게 자라남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일시적인 분리와 어미와의 재결합이 스트레스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본문

  

아르's 추천목록

 

『자기돌봄』 / 타라 브랙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 유럽편 - Fly to the art, 잠들어 있던 예술의 영혼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차문성 지음 / 성안당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대학생 때는 금전적인 문제로, 직장인이 되어서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여전히 갈망의 여행지로만 남겨두고 있는 유럽을 저자는 현직 승무원이자 자신의 전공인 박물관 미술관학의 결정체를 이 한 권 안에 담아내고 있다.

 대학 진학 당시 여러 곳을 여행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하고 싶었던 스튜어디스의 꿈이 다시금 살아나면서 내가 만약 그와 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그 기회를 벗삼아 책이 아니더라도 온 미술관을 누비며 다녔을까? 라는 생각에도 잠시 빠져본다. 아마도 미술에는 너무도 문외한이기에 미술관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씁쓸한 마무리로 다시금 손 안에 책을 읽어내려 갔다.

 유럽의 유명한 박물관하면, 루브르 박물관만 떠올리는 나에게 그는 참으로 다양하면서도 방대한 미술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웹사이트 주소와 입장료는 물론 개관시간까지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기에 실제 유럽을 가는 동안 이 책을 참고해서 스케줄을 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그 어떤 박물관보다도 웅장하면서도 3대 박물관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소식은 아무래도 이 박물관의 관람이 무료라는 사실일 게다. 유수한 작품들을 방문만으로 마주할 수 있다니. 아마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영국에 가서도 지나칠뻔한 이야기였다.

 또한 이 책 속에 소개된 것들 중 단 한 곳만 꼽아서 갈 수 있다면 가보고 싶은 곳은 바로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의 화풍을 보면 편안하면서도 그저 파란색의 배경 안에 있는 그림의 대상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자신이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을 때 태어난 조카의 이름이 빈센트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과 동일한 불행이 그 아이에게는 미치지 않기는 바라는 염원을 안고서 탄생한 작품이 아몬드 꽃이 피는 나무라고 한다. ‘별 헤는 밤다음으로 눈길이 가는 작품이었는데 이 안에도 이런 슬프면서도 희망찬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니. 진정 저자의 말마따나 알고 나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세간에 유행처럼 번진 순간이 있지만 일단 미술관으로 먼저 가서 보자. 그러면 분명히 본 만큼 알게 된다라는 말에 더 의미를 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처음부터 알고 적은 글이 아니다. 보면서 알게 되고 미치도록 그림을 짝사랑한 탓이다. –본문

제대로 알고 가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던 미술관이라는 곳의 방문을, 더욱이나 해외에 나가서 굳이 시간을 쪼개어 가야 하는가? 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그는 수 많은 작품들과 그에 따른 설명으로 유혹하고 있다. 무조건 가세요, 가 아닌 이런 것들을 나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당신은 같은 그림 속에서 어떤 것을 느끼고 있나요? 라면서 문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직 이 책을 통해서만 그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지만, 기필코 5년 안에 그가 다녀온 곳들을 다녀오리라. 그 만큼은 아니지만 그와 같거나 혹은 그와는 또 다른 나만의 미술관에 대한 내용들을 두 눈에 담아 와야겠다, 라는 의지를 강하게 심어주는 책이다.

 

아르's 추천목록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 이주헌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의 상처 떠나보내기 - 행복을 부르는 좋은 엄마의 조건
재스민 리 코리 지음, 김세영 옮김 / 소울메이트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자신의 이름보다 엄마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엄마를 보면서인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생각이 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혼과 육아에 대해 하나씩 아른거린다.

 20대에 하나는 이뤘을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과는 달리 어느 새 30대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결혼과 육아는 미지의 세계인 듯 하다. 실존하고는 있으나 다가가면 갈수록 점점 거대해지는 탓에 어른들이 말씀 하시던대로 정말 철 모를 때 가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여고생 시절. 문학시간에 선생님이 들려주셨던 자신의 몸 안에 또 다른 생명이 자라나는 그 진귀한 경험을 여자라면 한 번 꼭 경험해보았으면 한다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일까. 어느 새 나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바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연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될만한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이나 이런 것들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게는 그보다도 한 아이의 탄생은 말미암아 그 아이 스스로의 선택은 없이 자연스레 엄마인 나와 혈연관계를 맺게 된다. 천륜이라고도 하는 이 관계 속에서 아이는 전적으로 나를 믿고 나의 영향을 받게 되는 작은 소 우주인 셈이다.

 그래, 바로 이 부분이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 이후 엄마로서 아이에게 응당 해주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생각도 하지 못했던 셈이다.

아이의 인격이 결정된다고 하는 4세까지의 중요한 시기에 과연 나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일까? 아직 혼자서도 버거운 것들이 많은데 과연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바람은 어찌 보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수 도 없는 고민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던 찰나 우연찮게도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에게도 엄마라는 자격이 처음이었다는 것. 그리고 또 미약한 인간이기에 모든 것이 서투를 수 밖에 없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나 一生이라는 단 한 번의 시간이기에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엄마와 아이간 유대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하지만 엄마의 영향력은 이 가운데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는 만큼 강력하다. 늘 아이에게 귀를 기울이는 유능하고 자상한 엄마는 다른 불리한 조건들을 모두 상쇄할 수 있다. 사실 아이에게 가장 분리한 조건은 이런 엄마를 두지 못한 것이다. 엄마가 해야 할 몫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기초적인 부분에 심각한 손상이 생기게 된다.

내가 엄마에게 중점을 두는 것은, 엄마들이 더 많은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자기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발달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본문

 책을 읽는 순간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엄마의 부존재, 엄마는 존재하나 실질적으로 합당한 영향을 받지 못한 그들, 그러니까 이미 성인이 되어 버린 그들은 여전히 어린 시절의 아픔을 토로하고 엄마에 대한 원망과 애증을 안고 있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이 단순히 엄마에 대한 질타를 위한, 한 인생이 뒤틀어지거나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만 오롯이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실존하고 있는 그들의 아픔을 보노라면 엄마라는 페르조나의 무게가 심히 무거움을 넘어 압박감으로까지 느껴졌다.

계속 읽어나가야 합니다, 라고 이후의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심심한 위로의 말이자 간곡한 부탁인 이 한 줄이 이 책을 덮는 순간에 비로소 빛을 바라게 된다. 진정으로 그러했다. 초반에 겁먹지 말로 끝까지 가봐야 한다. 서투르긴 하지만 절대 될 수 없는 것이 아니지 아니기에 여기서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녀는 생명의 나무다;

 생명의 나무. 쉴 곳과 집이 되어주고 위험에서 보호해주는, 타고 올라가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어릴 때는 무척이나 커 보이는, 바로 당신의 나무. 신비적 전통의 세계에서 모든 생명을 바로 이 생명의 나무를 중심축으로 한다. 이와 비슷하게, 엄마는 가족과 아이의 정서적인 삶의 중심축이다. –본문

 끊임없이 주는 나무와 같이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사랑을 베푸는 입장에 선 엄마는 그 스스로 오롯이 설 수 없으면 타인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자신의 사랑을 나눌 수가 없다. 한 순간에 엄마가 되어버린 그녀들에게 있어서 엄마와 여자 사이에서의 중간 지점은 버겁기만 한 현실일 수 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 봐도, 부모님 세대만 해도 현재의 우리보다 결혼 적령기가 훨씬 빨랐고 그렇게 그들은 결혼을 했었다.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그들이 한 순간 짠, 하고 마법처럼 완벽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동화 속의 바람일 뿐인 것이다.

 부족한 내가 또 다른 인간을 키워낸 다는 것. 그것은 어미이자 부모로서 엄마가 짊어져야 하는 평생의 과제와 같은 것이다. 아이에게 엄마는 거울과 같기에 모든 것이 투영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는 태아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는 저자의 주창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엄마의 존재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도 쉬이 배울 수 있다. 거울을 생각해보면 간단하니 말이다. 내가 웃으면 웃고 내가 울면 웃는 거울 속의 나. 그 거울이 바로 작은 미니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거울 역할에서 좀더 나아가 나침반 같은 역할도 해줄 수 있다. (중략) 내가 나침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우리가 방향을 잃었을 대 그것을 가르쳐주는 것도 엄마이고, ‘정확한 방향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사람도 엄마이기 때문이다. –본문

 애착의 관계를 넘어 그 애착이 혼자 설 수 있는 안정감으로 진화할 때, 아이는 혼자 세상을 맞설 준비를 하게 된다. 뒤에 언제나 엄마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는 놀이터에서 뛰어 놀 수도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어른 아이가 되어서 자신의 엄마와 함께 어린 시절의 아픔들을 치유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저 과거의 일이라며 닫아 놓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 아이의 경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는 것과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이 또다시 자신과의 같은 엄마와 아이간의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은 어른 아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인 것 같다. 이것은 어른이 되어 치유를 받음으로써 엄마의 한계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게 되면서 엄마를 자신의 삶에 포함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본문

 오롯이 엄마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고난은 물론 엄마 역시 나와 같이 모르는 것들이 많았을 어른이었다는 점들을 상기시키며 엄마의 선택들을 비난이 아닌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를 이해하면서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그들 나름대로 실수가 있었을 지는 몰라도 최선을 다 했을 그 순간의 선택들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조금 더 성장한 엄마의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책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 문은희 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 줄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4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제목부터 강렬한 조우로 시작된 이 책은 어릴 때 한 번쯤, 아니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은 생각해왔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놓았다. 바로 나의 불행을 타인에게 전가시킬 수 있도록, 그러니까 불행을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기계를 발명한 것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왜 이런 일들은 나에게만 발생하는 건지. 왜 나에게만 이런 고난과 시련이 오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놈의 불행이나 심란한 일들은 우편번호라도 부착 된 것마냥 모두 나에게로 향해 올 때. 그럴 때면 누군가와 이 고된 일들을 나누기 위해서 지인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 문제들은 오롯이 나를 향해 있기에 그 짧은 통탄의 대화를 지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기 마련이다

 일명 부적응자 클럽에 속한 네 명의 아이들을 보면서 어느 한 집단에서 적응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는 고정적인 틀이란 생각이 든다.

 작곡 실력이 뛰어난 프레드와 발명에 일가견이 있는 에르완, 천체물리학에 재능을 보이는 바카리와 반어법에 능통한 주인공 나까지. 하나하나 그들의 특성을 보노라면 그들은 학교에 부적응한 아이들이 아니라 그 모두가 나름의 장점을 타고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들에게 우리는 하자 있는 아이들로, 말미암아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지 않고서는 그 아이의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냉정한 도시 속에서 아이들을 부적응자라 몰아 부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행복과 불행을 평등하게 나누어 주는 게 딱 하나 있구나. 바로 시간이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십 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른이 되는 것 아니거든. –본문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이 된다. 물론 평등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한 생각을 품는 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들인지에 대해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불행의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다. 모두 웃고는 있지만 그 나름의 삶의 무게가 있는 것이다. 가만히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폭행당하는 에르완처럼, 갑작스런 부모님의 실직이라던가. 내가 항거할 수 없는 상태에 들이닥치는 불행 앞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시 시작된 학교 생활에서 아이들은 이야기 한다. 늘상 인기있었던 사람들은 인기가 있고 활발한 친구들은 활발하고, 이들은 다시 부적응 클럽의 회원들로서 학교에 자리잡고 있다. 조금 이상하지만 그 나름대로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아이들이기에 이 네 명의 아이들은 더 이상 불행한 아이들이 아니었다.

 타인이 만든 잣대가 아닌 나를 위한 기준으로 세상을 마주했을 때 그것이 불행이든 행복이든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르's 추천목록

 

 

『피그보이』 / 비키 그랜트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