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로 돌아갈까? -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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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책을 읽는 내내 15년 지기-사실 그렇게 오래 된지도 몰랐지만 벌써 이렇게 나이가 들었다는 것도 한 몫을 했을 테지만-친구가 떠올랐다중학교 때부터 붙어 다녔던 그 친구와 같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일념 하에 선지원해서 같은 고등학교를 지원했지만 그 친구만 당첨되었기에사실상 우리에게 있어 중학교 이후로 함께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가끔 만나도 언제나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하고 안부전화 따위를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전화를 하게 되는그 친구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먼 길로 돌아갈까이 이야기는 게일이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캐롤라인을 만나서부터 그녀를 떠나 보낸 이후 혼자 남은 시간의 일련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아 있다실명으로그 모든 것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하게 하는 부분도남자들에게 더 어울릴 것만 같은 우정과 의리가 여자들에게 있어서도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고 있다.

 

 글로브 두 개로 공 하나를 주고받으며 같은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제 그녀가 없는 필드에 나 혼자다글로브 하나로는 게임을 못한다홀로인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그것이 슬픔이다. -본문

 

그들에게 있어 여덟 살이라는 나이차이는 우정을 나누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함께하는 동안초반에는 서로에게 탐색전과 같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닮아 있는 그들이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더 가까워 질 수 밖에 없었다각각 N극과 S극을 안고 있는 이들처럼게일과 캐롤라인은 서로에게 완벽한 한 쌍이자 서로의 버팀목이며 지지대인 것이다.

 

 "어떻게 하지."

 반쯤 웃고 있었지만내 눈시울은 뜨거웠다.

 "왜 그래?"

 걱정스럽게 묻는 그녀에게 내가 대답했다.

 "나는 자기가 필요해." -본문

 

 캐롤라인은 게일에게 보잉에 대해 알려준다혼자서라도 노를 젓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나중에 나이가 들어 수프를 끓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마치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마냥 말이다.

 개를 통해서 시작된 그들의 우정은 두 명의 여자와 두 마리의 개가 함께 하는 동안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딱히 많은 것들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그 모습들이 이 한 권에 게일의 문체를 통해서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 푸근함이 느껴진다.

 연인들 사이에서나 주고 받을 것만 같은먼 길로 돌아가면서 이야기 하고 시간을 나누는 그들의 동행을 보면서 여자들의 우정이내 곁에 그 친구가 지금 곁에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이들은 혼자서도 완벽한 결정체였음에도 한번 결합이 된 그들은 다시는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다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눈에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함께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이 허락되어 서로의 흰머리를 보며 웃을 수 시간이 허락되지 않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캐롤라인의 죽음은 심장에 뚫린 빈자리였다나는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없고 채우기를 바라지도 않았다그녀의 부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실재잊마치 범죄현장처럼 테두리를 둘러 엄중히 보존된 기억이었다. -본문

 

 표지의 모습처럼게일과 캐롤라인은 이젠 다시 웃으며 거닐 수 없다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도언제나처럼 전화로 수다를 떨 수도함께 산책을 하며 그들만의 암호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캐롤라인은 그런 게일을 위해서 그들이 함께 하던 카누보트를그리고 그녀가 떠난 사이에 혼자 남은 게일을 위해서 클레멘타인을 오랜 동안 곁에 남겨 두었다.

 지구 상에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이 두 여자가 만나기 시작하면서 죽음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이별을 겪기까지이 일련의 과정을 보며 웃기도 하고 또 울컥하며 눈물이 글썽거리곤 한다.

 내 곁에는 여전히 있는 캐롤라인과 같은 친구가 게일에는 더 이상 없다하지만 그 없다라는 것이 무의 의미가 아닌 공존하고 있는 시간이기에 그녀는 다시 또 앞으로 나갈 것이다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게일은 오늘도 캐롤라인을 안고 견디고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그녀는 캐롤라인을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이 모든 것들이 서로에게는 사는 동안살아 남아 있는 동안에 힘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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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사랑보다 우정이 더 아프다』 / 케이티 로이프저

 

 

 

독서 기간 : 2013.06.25~06.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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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삶, 그림으로 배우다 - 인물화,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선정 2013 올해의 청소년 도서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3
조인수 지음 / 다섯수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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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그다지 재능이 없기도 없어서였겠지만초등학생 때 준비물로 서예를 준비해야 하는 날이면 항상 뾰로통해 있었다벼루며 먹이며무겁기도 무거웠지만먹을 가는 것도 그렇고 서예를 하는 날이면 꼭 어딘가에 먹이 튀어 올라 옷을 버렸기에 좋아하지 않았다는 기억만은 선명하게 남아있다특히나 평상시에도 글씨를 잘 못쓰는 대다붓으로 글씨를 한 자 한 자 써내려 가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기에 어린 시절 나에게 있어 먹과 벼루와 화선지는 영영 친해질 수 없는 세계였다.

아마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전통 그림들에 대해서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동양화 보다는 알록달록하니 다채로운 서양화를 더 좋아했었고 단조로우면서도 차분한 느낌의 동양화 속에서 여백의 미를 느끼기는커녕 그저 심심한 그림으로 치부했으니 비루한 안목은 쉽사리 변화하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별 생각이 없이 지내던 찰나외삼촌 댁에서 대나무 그림 한 점을 보게 되었다어릴 때부터 놀러 갔던 외할머니 댁에 걸려있었던 것이라고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그림이었다아마 늘 그곳에 걸려 있었겠지만수묵화에 관심조차 없었기에 눈길도 안준 탓이었을 것이다.

긴 화선지 위로 대각선으로 드리워진 대나무 그림이었는데 물 양의 조절로 먹의 농도를 달리하여 그린 그림이었는데다른 색채가 없는 먹으로 그린 그림이었는데 그날은 왠지 모르게 그 그림이 유독 마음에 들었다잘은 모르겠지만 구도도 그렇고먹 하나만으로 음영을 나타내는 것도 그렇고단 한 번의 붓터치로 수정도 할 수 없는 화선지 위에서 대나무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수묵화에 이런 매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그 당시에 처음 하게 되었다.

터럭 한 올도 다르게 그리지 않는다.’ –본문

이 책을 보는 순간 그 당시 마주했던 대나무 그림이 생각나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갔다마냥 나와는 별 인연이 없다며 외면 하는 것이 아닌 선조들이 남긴 그림을 통해터럭 한 올도 함부로 그리지 않는 그 장인정신이 깃들 그림을 보며 그림을 넘어선 그 안의 이야기를 배우고 싶어졌다.

인물화는 산수화보다 먼저 발전했다고 하는데 인물화는 대상을 그대로 그리면 되는 반면 산수화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와 조화를 따져 그 모든 것을 한 폭의 그림 안에 담아야 했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그래서 인지 이 책에서도 초반에는 초상화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고 후반부에 가서야 산수화를 소개하고 있다인물화를 통해서 기반 내용을 다잡은 이후 조금 더 어렵다는 산수화를 마주하면 더 깊이 수묵화에 빠져들기 바라는 저자의 배려가 담겨 있는 듯 하다.

조상신을 모시는 유교가 널리 퍼지면서 제사를 지낼 때 초상화를 많이 사용했다돌아가신 조상을 정성껏 모시려는 마음에 살아생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초상화를 걸었던 것이다주인공의 모습을 터럭 하나라도 틀림없이그리는 것을 강조했고외형적인 유사함도 중요하지만 정신과 기품을 나타내는 것으로 더욱 중시했다그 결과 섬세한 붓질로 자세하게 그린 얼굴은 겸손과 소박을 미덕으로 삼은 선비들의 성품을 잘 드러냈고간단하게 그린 신체는 절제된 몸가짐을 잘 보여준다. –본문

하기야 사진기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그림 이외에 조상들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그렇기에 유교를 기반으로 했던 조선시대에 초상화는 당시 사회상이나 종교적인 기반을 안고서 성장하게 된다.

 

이 그림을 몇 번 본 기억은 있지만누구의 초상화인지누가 그린 것인지에 대한 것은 전혀 몰랐다그저 그림만으로도 그 눈빛이며 외형에 압도 된다는 느낌 정도였는데이는 윤두서의 자화상이라고 한다당시 심각한 당쟁으로 인해서 관직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학문과 그림에 심취하여 지냈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그가 남긴 자화상은 조선의 미술사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것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 그려진 자화상은 매우 드물다왜냐하면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대부분 전문 직업 화가로서 신분이 낮았기 때문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 만큼 자부심이 높지 않았다또한 자화상을 그린다고 한들 남들에게 보여 주거나 어디에 걸어 놓고 감상할 기회가 없었다한편 취미로그림을 그리는 문인 화가들의 경우는 대개 정교한 자화상을 제대로 그려 낼 만한 그림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윤두서의 자화상은 매우 드문 사례다. –본문 

 

                         

 이 수많은 페이지 속에서도 여자의 초상화는 3점 정도 밖에 보이질 않는다조선 초기에는 그래도 꽤나 많은 작품들이 있었다고는 하나 성리학이 점차 깊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한 집안의 여인들을 화가가 바라보는 것이 법도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퍼지게 되면서 남아 있는 작품의 수가 별로 없다고 한다그나마 남아있는 몇 점의 작품이 그 당시의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모습이기에 더욱 귀중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기에여인들의 초상화에 유독 관심이 갔는데그 중에서도 한때 기생의 신분으로 살았던 최연홍의 초상이 더욱 눈길이 간다.

 

 조선 말에 가슴을 살짝 드러내는 의복이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정말일까라는 의문이 들곤 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고 나서는 그 물음이 풀리는 듯 했다가슴을 드러냈음에도 외설스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그 당시 모두의 모습이기도 했거니와 한 어머니의 모습이었기에 고운 자태가 눈에 든다.

 

 얼굴은 이목구비를 작고 단정하게 그렸는데 양 볼에는 붉은 홍조를 표현했다채용신이 다른 초상화에서 강조하던 명암법이 이 그림에서는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온화한 눈매와 굳게 다문 입에서 기녀의 요염함 보다는 열녀의 절개가 드러난다. -본문 

 

 학을 아끼는 선비들은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림들을 보며 선비들의 절개에 대해서도 배워본다그 당시 학을 종종 키웠다는 선비들을 보면서 얼마나 야생동물인 학을 키우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학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엿 볼 수 있다얼핏 보면 그림 속 주인공인 임포가 학을 바라보는 모습인 듯 하지만저 학은 임포에게 손님이 왔으니 집으로 돌아오라는 표시를 하기 위해 날아든 것이라고 한다애완견처럼학이 주인에게 날아든 것이다. 

 

 이렇게 매화를 사랑하고 학을 아끼던 임포를 은일자로 존경하여 '매처학자'(매화를 부인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음)라고 불렀다. -본문 

 

 요즘 들어 쉬이 볼 수 없는 수묵화들을 이 한 권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그림 한 점에 각각 설명이 담겨 있기에 그림만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세세히 바라볼 수 있기는 하나작품 설명이 조금 더 길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대부분 그림 한 점에 한 바닥 정도의 설명인데 더 세세한 내용이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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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생각, 산수로 만나다』 / 고연희저 


 

 

독서 기간 : 201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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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하차 - 잘 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타무라 모리 지음, 이영빈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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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지갑만 열만 돈이 나오는 줄 믿었던 어린 시절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사회에서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단하고 남의 돈을 벌기가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사회에 나와봐서야 아는 자식은 아직도 아빠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고 이 책을 통해서 또 그 당시의 고뇌에 대해 짐작하고 있다.

 

 잘나가는 편집장이었던 저자는 한 순간 모든 것을 내려 놓기로 결심한다.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기에 이렇게만 하면 되겠다, 라고 밀어붙이며 하루하루를 보내오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공황장애가 찾아온다. 늘 상하던 일상들, 전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다니던 그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남자는 계속 달리는 게 중요해. 중간에 멈추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백번 동의한다.

 달릴 수 없을때도 있지요.” –본문

 지금 멈춰서는 안될 40대의 가장이지만 일단 그는 살아야 한다는 생의 근본적인 욕망과 잠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이 두 가지 이유로 편집장으로서의 직위를 내려놓고 한 집안의 남편이자 아빠이자 아들로서, 가정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어찌되었건 그는 더 이상 계속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회에서 그가 누렸던 모든 지위를 내려 놓으려 한다. 이제 몇 년 되지 않은 나 역시도 회사를 그만 두고 싶어, 라는 생각은 종종 하지만 그렇게 그만 두면 어떻게 살까? 라는 생각에 또 이 책상 위에 앉아 있곤 하는데, 가장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모두 내려놓고 온다는 것이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이었을까. 하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이 없었다. 진퇴양난. 잠시 멈추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자 기회였다.

 

 이것만으로도 직장 생활의 보상으로는 충분하다 싶었다. 다만 이 건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회식은 없다. 회사와 동료와는 멀어질 것이다. 나는 점점 잊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조금 쓸쓸해졌다. –본문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사회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동안 가정 내에서 그의 자리는 점차 협소해지고 있었다. 아이가 잠들고 나서 퇴근하고 눈뜨기 전에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부자관계는 남보다도 못한 관계가 되어 버렸다.

 아빠랑 나만 가는 거야? 그럼 나 그냥 엄마랑 집에 있을게. 엄마랑 놀고 싶어.” –본문

 사회적 지위야 그 스스로 놓은 것이라고 하지만 가장으로서 아빠로서의 지위는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떻게는 그는 아들과의 간극을 좁히길 원했으며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자신의 아내에게 천 만원의 투자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오롯이 아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하여 말이다.

  “바보 아니야?”

 그런 나를 보고 아내가 차갑게 말했다. 역시.

 쉰다고 결심해놓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일하는 건 뭐야?”

 나에게도 할 말은 있다.

 하지만 이제 돈이 없다고 당신이 그랬잖아.”

 지출은 줄이면 되지.” –본문

그렇게 시작된 부자간의 여행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차 편안해진다. 함께 바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 아들은 어느새 성장해 있고 저자는 또 천천히 자신의 목을 죄어오던 공황장애를 이겨내려 하고 있다.

 일 년여 간의 시간 동안 그의 아내 역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역경의 시간을 보냈을 지 언정 응급실에서도 원망의 말 한마디가 없다. 그저 심심한 위로로 그에게 이 시간이 꼭 필요 했노라고 이해하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다.

 어디와도 관계가 없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한 인간으로서의 시간. 그것은 인간을 인간으로서 부활시키고 보다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다.”- 본문

 된장국을 못 먹는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된장국을 끓이는 그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난다. 가족이란 무릇 언제 어디서나 힘이 되는 존재인가 보다.

  도중하차가 아닌 다시 전속력으로 달리기 위한 한 인간으로서의 쉼표였던 이 순간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이 죄송스럽기만 하다. 그들은 낙오자가 아니다. 다시 도약하기 위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뿐이니, 오늘만큼은 아빠와의 수다를 떨어 봐야겠다. 잠시나마 어깨에 가득 올려진 무게를 내려 놓을 수 있도록, 가장이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 이 밤을 보낼 수 있도록, 내가 잠깐 정지 버튼을 눌러드려야겠다.

 

 할아버지도 있고 엄마가 있고, 게다가 아빠가 있어서 뭔가 좋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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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몰랐던 아빠의 이야기 DADDY BOOK(대디북)』 / 세상의 모든 아빠저


   

 

독서 기간 : 2013.06.24~06.2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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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사람, 임동창 - 음악으로 놀고 흥으로 공부하다
임동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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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속 주인공을 보면서, 그의 이름을 보면서도 전혀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저 그가 평범한, 아니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낼 정도라면 평범하진 않았겠지만, 여하튼 과연 그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집에서 가만히 책을 읽고 있으면 엄마가 어머, 임동창이네.’ 반가워 하시고 회사에서는 꽂아둔 책을 보고선 과장님께서 이 책 좀 빌려줘 하신다. 과연 그가 누구이길래 다들 이렇게 반기는 걸까.  

읽는 동안에는 나는 그의 집념이 대단하다, 라는 감탄을 넘어 섬뜩할 정도로 무섭기까지 했다. 무엇이든 끝장을 보는 성격에 그는 집념이라는 이 두 글자에 다 담을 수도 없을 만큼이나 인간 이상의 광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 번 연습을 하면 6시간 이상 계속되는 피아노 연주.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도, 건드려도, 심지어 음료수를 마시고 하라는 권유에도 그의 피아노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우연히 나가게 된 콩쿠르 대회에서 그는 1등을 거머쥐지만 그에게 1등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평소와 같지 않게 제대로 연주하지 못한 그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찾으려 그는 계속 맴돌 뿐이었다.

 타인이 혹은 사회가 인정하는 연주가가 아닌 자기 자신이 만족 할 수 있는 연주가 되지 않는 이상 그에게는 1등이든 대학 간판이든 그 무엇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음악에 대해, 음을 제대로 알기 위해 스님이 되어 자신의 자아 성찰을 하기도 하고 미친 듯 작곡에도 매달리곤 한다.

 틀이 없는 사람, 어느 곳에도 경계가 없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 임창동을 보면서 나는 그가 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담기는 틀에 따라 자신을 바꿀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자기 자신의 성질은 전혀 바뀌지 않는 느낌으로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사람의 모습이기에 나는 그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 아닌 기인으로만 보였다.

 첫사랑을 떠나 보내고 오롯이 음악의 음표와 함께 하고 있던 그에게 여인. 그게 바로 이효재라고 한다. 일전에 효재처럼이라는 책에서 그녀의 소박하면서도 정성 가득한 차림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었는데. 그 밥상의 주인공이 바로 음악에 미친 남자 임동창인 것이다.

 효재처럼의 책에서도 한 번 등장했던 피아노를 보면서, 그녀의 남편이 음악가인가보다, 라고 알고만 있었는데 이 책의 후반부에 임동창과 이효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서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이 두 사람을 각기 만나고 나서야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셈이니. 책을 읽으며 이 보다 더 큰 반전을 느낀 적은 없는 듯 하다.

 여하튼 임동창 그를 전혀 몰랐음에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뇌리 곳곳이 자리 잡으며 강하게 인상이 남아 두 번 다시 그를 잊어버리지 않게 될 것 같다.

 정해진 틀이 없이 자신이 갈망하는 것에 대해서 끝을 보는 남자. 나는 그가 두렵기도 하고 때론 괴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에 것에 오롯이 미쳐있는 임동창. 나는 내 삶을 사는 동안 과연 이렇게 치열했던 적이 있었는지 나의 삶이 이렇게나 불타오른 적이 있었는지를 보게 한다.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담아낸 그의 음악들을 찾아봐야겠다. 광기 어린 음악 한 자락으로 나는 그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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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울』 / 임동창저


   

 

독서 기간 : 2013.06.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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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일언 -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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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표지 속 주인공을 보면서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닐는지, 하는 마음이 살짝 들긴 했다. 일본의 성공했다는 사업가이자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의 이야기를 보면 어디에선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와 함께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우려는 산뜻하게 부서지고 혹시나 우리 회사 사장님이 회사 어딘가에 CCTV를 혹은 도청장치를 달아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섬뜩함 마저 느끼게 되었다.

 읽는 내내, 저자가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온 듯한 느낌이 들다 못해 그 동안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표지를 계속 다시 보게 된다. 다행히도 우리 회사의 사장님은 아니었지만, 어쩜 이렇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도 매 문장문장이 아찔하게 느껴진다.

 스스로 인생을 걷기 시작하는 것은 지도 없는 대양에서 노를 젓기 시작한 것과 같다. 그때 인생의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들이 하나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본문

직장생활 3년차. 계속 이곳에 다녀야 할지 혹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 심각하게는 이 분야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때라고들 한다. 이미 이 시기를 거쳐갔을 선배들이 하는 카더라 통신처럼이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맞는 것인지, 이직을 해야 할지, 때론 이 일을 평생 해야 할지에 대해 나 역시도 심심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인생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찰나의 순간만을 즐기며 살아가는 젊은이들, 한 달에 한 번 월급을 받기 위해서 일한 뿐 직장 밖 생활에 더욱 큰 삶의 가치를 두는 회사원들을 흔히 본다. –본문

너무도 내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문장들을 쉬이 읽어 내려갈 수가 없다. 내 이름이 적힌 명함을 가질 수만 있다면, 출입증 카드를 목에 걸고 거리를 활보 할 수만 있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마냥 행복할 것만 같던 바람은 어느 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기계적으로 아침에 눈을 떠서 퇴근하기 전까지 책상을 지키고 있는 허수아비만 남아있다. 월급이라는 단 하루의 달콤함을 위하여 멍하니 보내는 나머지 24. 과연 나는 이대로 괜찮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저자는 단 한 순간도 이러한 순간이 없었을까, 과연 그는 어떻게 보냈을까, 라는 물음표가 가득해진다.

 조금 더 좋은 회사, 조금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은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아니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그 누구나 주변과 나를 비교해서 바라보기 마련이다. 첫 단추가 중요한 만큼 처음 발을 내딛는 그 순간이 탄탄하면 반은 성공이기에 언제나 그 자리가 맞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더 좋은 곳을 보기 마련인데, 저자는 딱 한마디로 잘라서 이야기 하고 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추려 하기 보다는 일단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라. 이것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 중 하나라고 고백하고 있다.

 처음부터 좋은 직장 환경과 조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지 모른다. 젊은 시절의 실패와 고생이 있었기에 이를 교훈삼아 남은 인생을 보다 훌륭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당시에는 후회스럽고 불운했던 일이, 훗날 돌아보니 더없는 행운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본문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지나다 보면 대체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다. 3년 정도면 업무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때이기에 재미보다는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정도껏 하면 됐다, 싶은 심정으로 움직이게 된다. 사람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나태함에 대한 스스로의 면죄부를 쥐어주면서도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사들, 그 중에서도 언제나 자기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내심 부러움과 신기함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무엇이든 10년만 빠져 있으면 그 분야의 달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마도 그 시간 속에서 올 수 있는 나태함이나 권태를 이겨내야만 도달 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쉬운 듯 하지만 누구에게나 쉬이 열리지 않는 길인가 보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젊은 사람 중에는 이렇게 지루한 일들만 계속해서 무슨 발전이 있을까회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넓고 얕게 아는 것은 아예 모르는 것과 같다. 그러나 한 가지 일을 오래 깊이 몰두해 통달하면 결국 모든 것으로 통하기 마련이다. –본문

 후반에 가면 경영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주창하고 있는데, 아직 한 기업의 CEO가 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만은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도 이색적이기도 하고 나름의 흥미가 있기에 계속 집중해서 읽게 된다.

특이한 것은 한 회사의 CEO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기적인 계획은 따로 세우지 않는다고 한다. 이른바 전략이라고 하는 최고 경영자가 방향을 세우고 그 배를 그 곳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선장과도 같은 역할이건만, 그는 잡히지 않을 미래에 대한 막연한 것들 보다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슴푸레한 기대보다는 오늘을 충실히 하다 보면 더 확고한 앞날이 펼쳐질 것이란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말하기 전에,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살아가는 편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나는 지금까지 연구하고 경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본문

이 책을 읽는 동안 격한 공감을 하며 읽어 내려가면서 저자 역시 쉬이 그 자리에 오르진 않았구나 하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을 그가 말하는 대로 바꾸려 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취할 수 있는 부분들은 취해보려 한다.

나는 매일 왜 이 책상 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 단순히 월급을 위한 기계가 아닌 진정 나를 위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의미를 되새겨봐야겠다.

   

아르's 추천목록

 

『청소부 밥』 / 레이 힐버트, 토드 홉킨스저

 

   

 

독서 기간 : 2013.06.23~06.2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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