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속 주인공을 보면서, 그의 이름을 보면서도 전혀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저 그가 평범한, 아니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낼 정도라면 평범하진 않았겠지만, 여하튼 과연 그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집에서 가만히 책을 읽고 있으면 엄마가 ‘어머, 임동창이네.’ 반가워 하시고 회사에서는 꽂아둔 책을 보고선 과장님께서 ‘이 책 좀 빌려줘’ 하신다. 과연 그가 누구이길래 다들 이렇게 반기는 걸까.
읽는 동안에는 나는 그의 집념이 대단하다, 라는 감탄을 넘어 섬뜩할 정도로 무섭기까지 했다. 무엇이든 끝장을 보는 성격에 그는 집념이라는 이 두 글자에 다 담을 수도 없을 만큼이나 인간 이상의 광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 번 연습을 하면 6시간 이상 계속되는 피아노 연주.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도, 건드려도, 심지어 음료수를 마시고 하라는 권유에도 그의 피아노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우연히 나가게 된 콩쿠르 대회에서 그는 1등을 거머쥐지만 그에게 1등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평소와 같지 않게 제대로 연주하지 못한 그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찾으려 그는 계속 맴돌 뿐이었다.
타인이 혹은 사회가 인정하는 연주가가 아닌 자기 자신이 만족 할 수 있는 연주가 되지 않는 이상 그에게는 1등이든 대학 간판이든 그 무엇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음악에 대해, 음을 제대로 알기 위해 스님이 되어 자신의 자아 성찰을 하기도 하고 미친 듯 작곡에도 매달리곤 한다.
틀이 없는 사람, 어느 곳에도 경계가 없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 임창동을 보면서 나는 그가 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담기는 틀에 따라 자신을 바꿀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자기 자신의 성질은 전혀 바뀌지 않는 느낌으로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사람의 모습이기에 나는 그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 아닌 기인으로만 보였다.
첫사랑을 떠나 보내고 오롯이 음악의 음표와 함께 하고 있던 그에게 여인. 그게 바로 이효재라고 한다. 일전에 ‘효재처럼’이라는 책에서 그녀의 소박하면서도 정성 가득한 차림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었는데. 그 밥상의 주인공이 바로 음악에 미친 남자 임동창인 것이다.
효재처럼의 책에서도 한 번 등장했던 피아노를 보면서, 그녀의 남편이 음악가인가보다, 라고 알고만 있었는데 이 책의 후반부에 임동창과 이효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서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이 두 사람을 각기 만나고 나서야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셈이니. 책을 읽으며 이 보다 더 큰 반전을 느낀 적은 없는 듯 하다.
여하튼 임동창 그를 전혀 몰랐음에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뇌리 곳곳이 자리 잡으며 강하게 인상이 남아 두 번 다시 그를 잊어버리지 않게 될 것 같다.
정해진 틀이 없이 자신이 갈망하는 것에 대해서 끝을 보는 남자. 나는 그가 두렵기도 하고 때론 괴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에 것에 오롯이 미쳐있는 임동창. 나는 내 삶을 사는 동안 과연 이렇게 치열했던 적이 있었는지 나의 삶이 이렇게나 불타오른 적이 있었는지를 보게 한다.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담아낸 그의 음악들을 찾아봐야겠다. 광기 어린 음악 한 자락으로 나는 그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