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로 돌아갈까? -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책을 읽는 내내 15년 지기-사실 그렇게 오래 된지도 몰랐지만 벌써 이렇게 나이가 들었다는 것도 한 몫을 했을 테지만-친구가 떠올랐다. 중학교 때부터 붙어 다녔던 그 친구와 같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일념 하에 선지원해서 같은 고등학교를 지원했지만 그 친구만 당첨되었기에, 사실상 우리에게 있어 중학교 이후로 함께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가끔 만나도 언제나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하고 안부전화 따위를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전화를 하게 되는. 그 친구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먼 길로 돌아갈까? 이 이야기는 게일이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캐롤라인을 만나서부터 그녀를 떠나 보낸 이후 혼자 남은 시간의 일련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아 있다. 실명으로, 그 모든 것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하게 하는 부분도, 남자들에게 더 어울릴 것만 같은 우정과 의리가 여자들에게 있어서도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고 있다.

 

 글로브 두 개로 공 하나를 주고받으며 같은 즐거움을 나누는 것. 이제 그녀가 없는 필드에 나 혼자다. 글로브 하나로는 게임을 못한다. 홀로인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 그것이 슬픔이다. -본문

 

그들에게 있어 여덟 살이라는 나이차이는 우정을 나누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함께하는 동안, 초반에는 서로에게 탐색전과 같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닮아 있는 그들이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더 가까워 질 수 밖에 없었다. 각각 N극과 S극을 안고 있는 이들처럼, 게일과 캐롤라인은 서로에게 완벽한 한 쌍이자 서로의 버팀목이며 지지대인 것이다.

 

 "어떻게 하지."

 반쯤 웃고 있었지만, 내 눈시울은 뜨거웠다.

 "왜 그래?"

 걱정스럽게 묻는 그녀에게 내가 대답했다.

 "나는 자기가 필요해." -본문

 

 캐롤라인은 게일에게 보잉에 대해 알려준다. 혼자서라도 노를 젓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중에 나이가 들어 수프를 끓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마치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마냥 말이다.

 개를 통해서 시작된 그들의 우정은 두 명의 여자와 두 마리의 개가 함께 하는 동안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많은 것들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모습들이 이 한 권에 게일의 문체를 통해서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 푸근함이 느껴진다.

 연인들 사이에서나 주고 받을 것만 같은, 먼 길로 돌아가면서 이야기 하고 시간을 나누는 그들의 동행을 보면서 여자들의 우정이, 내 곁에 그 친구가 지금 곁에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이들은 혼자서도 완벽한 결정체였음에도 한번 결합이 된 그들은 다시는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함께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이 허락되어 서로의 흰머리를 보며 웃을 수 시간이 허락되지 않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캐롤라인의 죽음은 심장에 뚫린 빈자리였다. 나는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없고 채우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녀의 부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실재잊, 마치 범죄현장처럼 테두리를 둘러 엄중히 보존된 기억이었다. -본문

 

 표지의 모습처럼, 게일과 캐롤라인은 이젠 다시 웃으며 거닐 수 없다.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도, 언제나처럼 전화로 수다를 떨 수도, 함께 산책을 하며 그들만의 암호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캐롤라인은 그런 게일을 위해서 그들이 함께 하던 카누보트를, 그리고 그녀가 떠난 사이에 혼자 남은 게일을 위해서 클레멘타인을 오랜 동안 곁에 남겨 두었다.

 지구 상에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이 두 여자가 만나기 시작하면서 죽음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이별을 겪기까지.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며 웃기도 하고 또 울컥하며 눈물이 글썽거리곤 한다.

 내 곁에는 여전히 있는 캐롤라인과 같은 친구가 게일에는 더 이상 없다. 하지만 그 없다, 라는 것이 무의 의미가 아닌 공존하고 있는 시간이기에 그녀는 다시 또 앞으로 나갈 것이다.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게일은 오늘도 캐롤라인을 안고 견디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캐롤라인을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서로에게는 사는 동안, 살아 남아 있는 동안에 힘이 될테니 말이다.

 

아르's 추천목록

 

 『여자는 사랑보다 우정이 더 아프다』 / 케이티 로이프저

 

 

 

독서 기간 : 2013.06.25~06.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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