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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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무지개 곶의 찾집이라는 책이 심심한 위안이주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언제라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있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이 '당신에게'라는 소설이 무지개 곶의 찻집의 저자의 최신작이라는이야기에 일단 이 책을 먼저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생의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안다면, 남아있는 자와 떠나야만 하는 이는 그 얼마간의 시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있을 법한 이 이야기는 어찌 보면 그 둘에게 마지막이라는 시간의 존재가 스스로 그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고마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당장은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겠지만, 몇 해 전 돌아가신 할머니는 그리워하며 엄마가 '그래도 함께 모시고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말씀을 하신 것처럼, 너무이르게 그들의 이별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서로 이렇게 자신들의시간을 정리할 수 있는 그 기간이 주어졌다는 것. 그것이 아마 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되어 주고 있다.


"조금은 노력하게 해줘."

"?"

"아마 마지막 데이트일 테니까."

"........"-본문


책을넘긴지 몇 페이지 되지 않아서 벌써 마주하게 되는 헤어짐의 암시는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울컥하게 만든다. 아무리 헤어짐을 그려본다고 해도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은 또 다를 수 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 누구도 이 시간을 피해갈 수 없기에 이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평소처럼 잔잔히 지내고 있다.


그렇게에지는 혼자가 된다. 아내인 요코는 달력이 어느 새 훌쩍 숫자를 삼켜 버리듯 그렇게 그녀는 시간을 따라떠나게 된다. 그리고 에지에게 전달된 요코의 2통의 편지. 하나는 에지에게 바로, 나머지 한 통은 요코의 고향집 우체국에서만찾을 수 있도록 배달이 된다는 전달을 받게 된다.


아내의마지막 유언을 전달받을 수 있는 시간은 12. 그 여정을이 책을 통해서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이 책은 그들에게 주어진 이별의 시간을 그리기 보다는 이별, 아니조금 더 정확히 사별 이후 남겨진 남편인 에지의 이야기이다.


물론 내 안의 '이성'은요코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감정'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 내 '마음'의 영원한 이별을 단호히 거부하며, 마른 나무가지 같았던 요코의 손을 잡고 있다.

만약 내가 눈물을 흘린다면, 그때가 분명, '감정'도 요코와의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였을 때이리라. -본문


요코와함께 캠핑카로 여행을 가기로 했던 길을 이제는 에지 혼자서 가고 있다. 넓은 침대 위에서도 한쪽 켠에서만잠을 드는 그를 보면서 오랜 기간 동안 함께한 부부의 모습이 아련히 그려진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언제나 존재만으로 포근했던 이들. 서로 다른 듯 했지만 그래서 잘 어울렸던 그들은 이제 한 공간 안에있을 수 없다.

과연요코는 그에게 어떠한 선물을 남겨 둔 걸까? 왜 이 여행을 시작하게 만든 것일까?

"요코가 종종 이런 말을 했어요. 당신은 새장 속의 새가 아니니 좀 더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라고." -본문

에지는 요코의 유언을 마주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길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남자들과 함께 동행하게 된다. 국어교사에서한 순간 전과자로 전락해버린 스기노, 아내와 오순도순 살고자 했던 평범한 도시락 판매원에서 아내의 외도를마주하게 된 비련의 남자 다미야,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나바. 그어느 하나 공통점이 없을 것만 같은 이들은 이 낯선 동행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며 다독이게 된다.


요코가남긴 두 번째 편지를 읽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사랑하는 이를 두고 먼저 떠나야만 하는 그안타까운 시간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남편에지가 혼자 걸을 수 있도록,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모험을두려워하고 자신이 원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보다는 누군가의 틀에 짜여진 삶을 살아왔던 그에게 요코는 이제는 진정 새장을 버리고 훨훨 날아갈 때라는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런 장난을 쳐서 미안해요.

하지만 모처럼 나를 위해 만들어준 캠핑카이니, 적어도 한번은 당신과 '함께' 여행을 해보고 싶었어요. 나는 '신혼여행'이라고생각할래요.

여기로 오기까지의 여행은 어땠나요?

나는 분명 당신 옆에서 멋진 추억을 많이 만들고 있겠지요? -본문


마냥 한 없이 슬프다기 보다는 뭉클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다면, 아마도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될만한이야기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이별 앞에서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선물을 남기고 떠날 수 있을까, 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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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카타야마 쿄이치저

독서 기간 : 2013.07.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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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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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세상을 다 배울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등등 책 한 권에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 책을 읽으렴, 이라는 조언과 권유와 때론 호통까지. 그 어떠한 이유로든지 책을 읽으면 좋다는 이야기들을 듣는다고 해도 나는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은 내게 감언이설이지만 내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 누가 책을 읽으란 이야기를 해도 콧방귀만 뀌고 있던 내가 1년 전부터 해서 독서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니 내 스스로도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책이 없으면 불안해서 뭐든 읽어야지만 속이 시원하니 말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뚜렷하게 이 책의 주제를 알려주고 있는 오직 독서뿐’. 제목만 보고서 또 책 읽으라는 그런 뻔한 이야기겠거니,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인들이 말하는. 대체 왜 독서가 필요하고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며, 책을 대하는 태도는 물론 책을 읽으며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그야말로 책에 대한 모든 내용이 담겨 있는데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휙휙 넘어가면서도 촌철살인과 같은 이야기에 뜨끔하게 하는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책을 읽는 시간 보다는 검색을 통해서 줄거리를 읽고 타인들이 느낀 감상문을 읽으며 음,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군, 이라며 이것이야 말로 요즘 세태의 합리적인 방식이라 생각했던 지난 날들이 얼마나 우매한 생각에 빠져 있던 시절이었는지를, 그리고 앞으로는 손에서 책을 놓으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만든다.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주며 싫어하는 일을 달래며 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두 발로 걸어 직접 하게 만드는 힘. 그 힘이 바로 이 책의 힘이다.

배움의 길에 선 학생들은 늘 현재의 위치를 불안해한다. 막막한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해야 삶의 목표를 정할 수 있나요? 답은 간단하다. 사람은 제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지, 제 몸의 노예가 되면 안된다. 마음의 주인이 되려면 마음을 꽉 붙들어 달아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마음을 붙들려면 어찌해야 하나. 성현의 말씀이 담긴 책을 읽으면 된다. –본문

어릴 때에는 겉에 보여지는 것들에 눈이 가곤 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화려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하고 다니려 했다. 내 눈에는 겉에 보여지는 화려함, 그 치장에만 매료되어 다른 세계는 전혀 눈에 보이지 않았기에 그 당시만 해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당시의 나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낸 듯 보였지만, 과연 나는 괜찮았을까?

허우대가 멀쩡하고 행동이 반듯해도 책을 읽지 않으면 헛일이다. 지혜와 경륜을 갖추었어도 책을 안 읽으면 오래 못 간다. 어린아이 같은 집중과 처녀의 확고한 지킴으로 문 닫아걸고 책만 읽는 침잠의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진짜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사람에 대해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다. 그의 눈은 밝고 그의 마음은 환하다. 책이 준 선물이다. –본문

늦게 시작한 도둑질이 무섭다는 말처럼 늦게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조급증이 나기 시작했다. 몇 십 년을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빨리 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최소 이틀에 한 권씩은 읽어야지만 마음이 놓였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책들을 보며 불안해하곤 했었는데 필요한 것은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집중해서, 모르는 것이 있을 경우 끝까지 그것을 꼬투리 잡아서 알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 동안은 모르는 것들이 나타나면 역시 나의 한계이구나, 일단 이 부분은 뛰어넘고 계속 읽어보자! 라며 표시해 놓고 넘어가곤 했는데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몇 백 번을 읽어서라도 내 것으로 만든 후 책을 넘겨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도 책을 놓지 않고 조금씩, 계속 읽어 내려가는 것. 그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요, 모든 이들이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을 도능독이라 한다. 이런 독서는 절대로 사람을 바꿔 놓지 못한다. 말만 공부한다고 하고, 행실이 따라주지 못하면 선비가 아니다. 입으로만 외우는 앵무새 공부와 읽는 시늉만 하는 원숭이 독서로는 삶을 바꿀 수 없다. –본문

그 동안의 나의 독서가 도능독이었다는 것을 느끼며 나 요새 책 읽고 있어.’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한 권 한 권을 읽어 내려가면서 마치 그것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 책탑을 쌓아가면서 만족스러워했었는데 그 동안에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책 읽기 1년차, 아직도 도능독의 유혹에서 빠져 있다.

특히나 요새 들어서 책에 있는 내용이라고 곧이곧대로 받아 들이고 맹신하는 것보다는 주관을 가지고 책을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라는 생각이 든다. 활자로 된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내가 사라지고 저자만이 오롯이 그 자리에 차지하는 느낌이 들면서 받아들이는 것들은 받아들이고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들은 다시 보고, 그러면서 하나씩 나의 조각들을 끼워 맞추는 작업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데 특히나 책 속의 꼬맹이의 이야기가 신선하면서도 여전히 글자라는 틀 안에서만 보고 배우고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쳐준다.

마을의 꼬맹이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는데, 읽기 싫어함을 야단치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하늘을 보면 파랗기만 한데 하늘 천자는 푸르지 않으니 그래서 잃기가 싫어요.” 이 아이의 총명함이 글자만든 창힐을 기죽일 만합니다. –본문

한 권의 책 속에는 책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길 유혹들이, 아니 지혜들이 가득 있기에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갔다. 예나 지금이나 어르신들의 말씀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나 보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선인들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니 말이다. 오직 독서가 나의 전 재산이요 나의 모든 것이 되도록, 이 책을 내려놓고 나서부터 열심히 또 읽어 내려가야겠다.

군자의 아름다운 말도 간혹 뉘우침이 있음을 면치 못한다. 착한 행실도 때로 허물이 있을 수가 있다. 독서에 이르러서는 1년 내내 해도 뉘우칠 일이 없고, 1백 사람이 말미암아도 허물이 없다. 명분과 법이 비록 훌륭해도 오래되면 폐단이 생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맛이 좋아도 많이 먹으면 해가 생긴다. 많을수록 더욱 유익하고, 오래되어도 폐단이 없는 것은 독서뿐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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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 / 김태균저

독서 기간 : 2013.07.1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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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 태양과 청춘의 찬가
김영래 엮음 / 토담미디어(빵봉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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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을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다면 대체 나는 알베르 카뮈라는 작자가 왜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인지 이 작품이 도대체 왜 꼭 읽어야만 하는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라며 무덤덤하게 시작하는 소설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제와 동일하게 오늘을 보내고 옛 동료를 만나 코미디 영화를 보고 웃는 그를 보면서 제정신인가, 라고 피도 눈물도 없는 족속이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사형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나는 다만, 이 책의 주인공은 유희에 참가하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죄선고를 받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자기가 사는 사회에서 이방인이며, 사생활의 변두리에서 주변적인 인물로서 외롭고 관능적으로 살아간다 본문

 사실 이런 저런 책들의 도움을 얻어 어렵사리 읽어 내려간 이방인을 대하면서도 나는 쉬이 주인공을, 아니 주인공보다도 카뮈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오기 같은, 그 질기면서도 이왕이면 그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라는 생각에서 선택을 한 이 책을 마주하면서도 과연 이 책을 읽으면 그를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역시 카뮈는 쉬이 그의 곁을 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동정인지 연민인지 그도 아니면 호감인지 모를 무언가 이전보다는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이전보다는 친숙해진 느낌이랄까? 친해진 것은 아니지만 가까워진 것만은 확실하다. 이젠 그가 마냥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니 말이다.

 장애로 가득한 삶……. 그의 삶은 그런 것이었다. 우선 그는 거의 태어나자마자 곧장 고아가 되었다. 그리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청년이 되면서부터는 병에 걸려 여행의 꿈과 미래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없었다. (중략)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가 겉으로는 전혀 그 병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동감 넘치게 활동하는 듯 하다가도 어느 덧 자리에 누워버렸으며, 자칫 쓰러질 뻔하다가도 또 금방 벌떡 일어나곤 했다.” –본문

 그가 좋아했다는 열 개의 단어를 키워드로 하여 1부의 내용이 자리잡고 있다. 각 단어마다 그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추려낸 것이었는데 솔직히 모든 키워드 안에 설명된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몇 번을 읽어봐도 겉도는 내용들도 있는 반면 아, 이렇게 생각했구나,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키워드 중 가장 먼저 읽어본 것은 어머니, 라는 단어의 내용이었는데 이방인에서 그토록 냉혈한으로 주인공을 그렸던 그에게 어머니란 어떠한 존재일까?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가 찔러도 피가 안 나올 만큼 매정한 이가 아니라 그의 환경이 그로 하여금 냉담자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 키워드 부분에서 어떻게든 찾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야만 알베르 카뮈를 작가로서 받아들 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키워드 속 어머니의 모습은 대체로 사근사근하다기 보다는 방목형의 어머니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 기이한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시작하는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도 그러하고 별다른 이야기 없이 독선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는 장면에서도 그러하다. 하지만 또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하나하나 모든 것을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도 간혹 등장하게 되는데 개인적인 견해로는 카뮈의 현실 속의 어머니와 그가 그리던 이상향의 어머니를 모두 조합해 놓은 부분이 아닌 가 싶다.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밖에는 불빛과 소음들. 여기는 어둠 속에 묻힘 침묵 뿐이다. –본문

 2부에서는 카뮈의 작품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의 신화를 다시금 만나 볼 수 있게 된다. 키워드를 통해 카뮈를 만나고 나서 다시 그의 작품들을 마주하면 이전보다는 생경하다는 느낌이 훨씬 사그라들긴 한다.

 이방인 속 주인공은 세상과의 타협이 아닌 오롯이 그로서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그는 세상에 이미 하나되어 벗어나지 않으려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는 나의 눈에는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이상한 사람으로만 비춰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 그는 거짓말하는 것을 거부한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특히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것일 때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 (중략) 그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는 사회는 즉시 위협당한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그에게 관례대로의 공식에 따라 스스로 저지른 죄를 뉘우친다고 말하기를 요구한다. –본문

 이미 이 세상을 떠난 그의 인터뷰를 읽으며 조금씩 카뮈에 대해 알아가고 배워가게 된다. 무작정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어놓은 궤변론자 일 것만 같던 그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것을 집필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가 더 젊었더라면 작가가 되지 않아도 행복했을 것이라는, 때론 교직에 몸을 담고 싶었다는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그가 적정한 때에 작가로 나서준 것이 이제서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서도 쉬이 나 이제 알베르 카뮈에 대해 알아! 라고 당당히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이전보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반감보다는 호감이 우선할 것 같다. 배경을 알게 되었기에 이전보다는 쉬이 그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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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지상의 인간 / 허버트 R. 로트먼저

 

 

 

 

 

 

독서 기간 : 2013.07.1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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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숨겨진 과학 - 노래하고 낄낄대는 동물 행동에 대한 이해
캐런 섀너 & 재그밋 컨월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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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다큐멘터리를 아니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13년을 같이 산 우리 집 강아지 똘이를 보면서 가끔 동물이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듯 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새벽 5시만 되면 눈을 번쩍 뜨고서 배고프다고 사료를 달라고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시계를 따로 볼 줄 아는 것도 아님에도 그 감각이 참 신기하다.

 인간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자연재해를 비켜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동물들은 인간이 그러한 자연의 낌새, 예를 들어 지진이 발생 될 것이라는 것을 인간보다도 먼저 감지하고 있다. 배가 침몰했을 때 쥐떼를 따라가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동물들은 우리가 보고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한 능력을 안고 살고 있는 듯 하다.

 인도양 섬 해안을 덮친 쓰나미가 약 2 2000명 주인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죽은 동물을 발견되지 않았다. 거대한 파도가 내륙 3킬로미터까지 휩쓸어 스리랑캉서 가장 넓은 야생보호구역인 얄라국립공원을 초토화시켰다. 그곳은 수백 마리 야생 코끼리와 표범들의 낙원이었다. 야생동물보호국 관리 라트나야케는 경이로운듯 말했다.

 이상하게도 죽은 동물이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코끼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죽은 토끼도 한 마리 없습니다.” –본문

 과학의 발전으로 동물의 세계에 대해서 예전보다는 많은 것들을 알아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전기장에 의해서 수 천 키로미터를 여행하는 새들의 항해도 그렇고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미세한 진동을 통해서 생존을 하고 있는 장님쥐도 그렇고, 그저 한낱 동물로만 치부하던 그들은 생존을 위한 상상 이상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고, 만져보고 맛보고 냄새 맡고. 일명 오감이라 불리는 것이 자연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의 전부인 것을 비교해보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를 칭송하는 것도 부끄럽기만 하다. 과학이라는 그릇을 통해서 자연을 바라본다고 한 들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기에, 우리는 그들이 자기장을 인지한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조차를 짐작할 수 없으며 우리는 그저 신기하다, 라며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니 말이다.

 CF-FM박쥐의 사냥 행동은 3단계로 나뉜다. (중략) 목표물에 다가가면서 CF파가 발산되는 시간이 점차 짧아지고 발산 속도는 증가하며 윙윙거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마무리하는 소리다. 대부분의 경우 박쥐가 추적하던 곤충의 죽음으로 끝난다. 곤충은 매우 강도가 높은 음파의 집중 사격을 당해 거의 혼절한 상태이다. –본문

 어릴 때부터 동물이 동면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겨우내, 그토록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잠들어 있다는 것이, 사실은 잠들어 있다기 보다는 어폐가 있긴 하지만 잠시 죽어있는 상황이나 다름이 없는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깨어난 다는 것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신비롭게 느껴졌다. 인간은 아직 개발하지 못한 그 냉동인간의 꿈을 동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니, 그들이 품고 있는 생의 비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 거대한 듯 하다.

 봄의 전령 청개구리와 사촌 격인 나무숲산개구리에는 냉동내성이라는 특성이 있다. 바깥 기온이 내려가면 개구리 체내 수분의 3분의 2가 얼어붙는다. 심장과 뇌의 기능도 정지된다. 체온은 영하 6도와 영하 1도 사이로 급강하한다. –본문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동물들이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들 스스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고 때로는 으스대는 모습을 볼 때였다. 특히나 조류, 하면 머리가 나쁘다 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앵무새들의 행태를 보면 인간이 사는 것과 다름없는 그들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실수를 한 주인에게 여기 네가 해 놓은 짓을 봐라.” 라고 말하는 앵무새를 보며 그 누가 조류는 머리가 나빠!’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더더욱 지능이 낮다고 유명한 물고기들의 행태를 보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맞는가? 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된다.

첫 번째 수컷은 심지어 선호하지 않는 암컷과 활발한 짝짓기 행동을 하기도 했다. 첫 번째 수컷이 사용한 거짓 선택 책략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을 수 있다. 주위 수컷들이 이와 같은 허위 정보를 이용하여 원래 수컷의 짝짓기 선택을 하게 되면, 다른 수컷들과의 정자 경쟁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아마존 몰리송사리가 종을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본문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과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과학의 잣대를 드리워 인간의 눈으로 동물을 바라보기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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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 / 존 로이드, 존 미친슨

 

 

 

 

 

 

 

독서 기간 : 2013.07.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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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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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학부시절 그래프를 그리고 변수에 따라서 달라지는 수치들에 대해 분석하고 계산하고, 하다가 안될 경우에는 공학용 계산기까지 동원해서 값을 구해야 하는 경제학을 배우면서 경제란 정말 숫자와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구나, 라고 생각했다. 경제면 기사를 읽으면서도 환율에 따라 금리 변동이 어떠하고 양적 완화 전략이라, 출구 전략에 따라 휘청거린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대체 체감이 되지 않는다.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경제는 막연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을 고르면서도 꽤나 딱딱하겠구나, 그럼에도 경제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이제는 제대로 배워보자 라는 결심을 안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런데 왠걸, 생각보다 쉽다. 아니, 생각보다 더 흥미로웠다. 내가 생각했던 경제의 틀을 벗어난 정말 일상 생활 속에 경제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집어서 이야기 하고 있기에 어렵다, 가 아닌 이것도 경제였어? 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된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가능하다! 라고 떠났던 포그는 80일내에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그는 2만 달러의 상금을 손에 거머쥐게 된다. 그 당시의 화폐가치로 보았을 때 2만 달러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2만 달러의 상금을 받기 이전에 1 9천 달러를 이미 사용한 상태였다. 그리하여 그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 것은 1000달러 남짓.

 포그는 떠나는 당시만 해도 2만 달러라는 상금에 대한 포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일주를 마치고 나서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실제의 돈은 1000달러라면 포그는 이 여행을 떠나야 할까?

 결론은 무조건 떠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숫자 상의 양의 금액인 1000달러라는 소비자 잉여가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그는 그 잉여를 가지고 나서 액수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얻었기 때문이다.

 어떤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소비자가 얻는 이익을 소비자잉여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소비자잉여는 지불용의가격에서 실제로 지불한 가격을 뺀 금액으로 정의한다. (중략)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포그와 같이 높은 지불용의가격을 가진 사람을 시장을 이용함으로써 큰 소비자 잉여를 누린다고 할 수 있다. –본문

 이 책 안에는 이것 또한 경제의 영역인가? 라는 것들이 있었는데 하녀들의 성원으로 대중문화가 꽃을 피웠다는 것과 MTV의 탄생이 수 많은 뮤직비디오 탄생 덕분이라는 내용들이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대중문학이라는 장르는 형성되지 못했다. 음악이나 미술과 달리 문학작품을 즐기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글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했다. –본문

 그저 잡일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던 하녀들이 글을 읽는 능력이 있을 경우 주인들이 더욱 편리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면서 점차 글을 아는 하녀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정에서 생활하는 하녀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자유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그들은 점차 무언가를 읽고자 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신문과 같은 형태에서 점차 발전되어 페이퍼백 도서들로 발전하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수요에 의해 새로운 장르가 발전하게 된 것이 바로 MTV의 등장이다. 요새는 음악을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보는 것이라는 개념이 생경하지 않으나 1970년대만 해도 이러한 시도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리하여 최초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영국의 록 그룹 퀸은 오랜 동안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그 이후부터 가수들은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 대중들의 귀는 물론 눈까지 충족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만드는데 전념하였으며 그리하여 넘쳐나는 뮤직비디오를 방영하는 MTV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때 음악 채널이 등장했다. 특히 MTV는 세계 최초로 하루 종일 뮤직비디오 위주의 방송을 내보냈다. 음악 채널이 등장하자 뮤직비디오를 통한 경쟁을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들은 이제 음악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지 않고 외모, 의상, 무대 매너 등에도 신경 써야 했다. –본문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라는 말마따나 그는 경계 없이 역사면 역사 시사면 시사, 음악이나 예술 등 거침 없이 그 안에서 경제학의 요소들을 뽑아내고 있었다. 사탕 수수 농장에 끌려간 노예들이 왜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 안에서 평생을 살다 지나갔는지, 영국이 차를 수출할 시 관세를 적용하게 되면서 미국에서는 차를 대용할 수 있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커피 문화를 만들어 냈으며 인도인들이 추앙하는 신이 3억이 넘는 다는 이야기까지, 정말 어디 하나 딱 정해 놓은 틀이 없이 종횡무진으로 넘나들며 경제에 관한 소소하면서도 방대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렵고 딱딱한 숫자 놀음이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면 한 번 읽어 봄 직하다. 딱딱한 경제가 아닌 여기저기에 다 스며들어 있는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귀에 쏙쏙 들어올 뿐만 아니라 상식에도 꽤나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기에 경제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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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경제』 / 김영용저

 

 

 

 

독서 기간 : 2013.07.12~07.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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