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세상을 다 배울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등등 책 한 권에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 책을 읽으렴, 이라는 조언과 권유와 때론 호통까지. 그 어떠한 이유로든지 책을 읽으면 좋다는 이야기들을 듣는다고 해도 나는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은 내게 감언이설이지만 내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 누가 책을 읽으란 이야기를 해도 콧방귀만 뀌고 있던 내가 1년 전부터 해서 독서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니 내 스스로도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책이 없으면 불안해서 뭐든 읽어야지만 속이 시원하니 말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뚜렷하게 이 책의 주제를 알려주고 있는 ‘오직 독서뿐’. 제목만 보고서 또 책 읽으라는 그런 뻔한 이야기겠거니,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인들이 말하는. 대체 왜 독서가 필요하고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며, 책을 대하는 태도는 물론 책을 읽으며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그야말로 책에 대한 모든 내용이 담겨 있는데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휙휙 넘어가면서도 촌철살인과 같은 이야기에 뜨끔하게 하는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책을 읽는 시간 보다는 검색을 통해서 줄거리를 읽고 타인들이 느낀 감상문을 읽으며 음,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군, 이라며 이것이야 말로 요즘 세태의 합리적인 방식이라 생각했던 지난 날들이 얼마나 우매한 생각에 빠져 있던 시절이었는지를, 그리고 앞으로는 손에서 책을 놓으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만든다.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주며 싫어하는 일을 달래며 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두 발로 걸어 직접 하게 만드는 힘. 그 힘이 바로 이 책의 힘이다.
배움의 길에 선 학생들은 늘 현재의 위치를 불안해한다. 막막한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해야 삶의 목표를 정할 수 있나요? 답은 간단하다. 사람은 제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지, 제 몸의 노예가 되면 안된다. 마음의 주인이 되려면 마음을 꽉 붙들어 달아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마음을 붙들려면 어찌해야 하나. 성현의 말씀이 담긴 책을 읽으면 된다. –본문
어릴 때에는 겉에 보여지는 것들에 눈이 가곤 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화려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하고 다니려 했다. 내 눈에는 겉에 보여지는 화려함, 그 치장에만 매료되어 다른 세계는 전혀 눈에 보이지 않았기에 그 당시만 해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당시의 나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낸 듯 보였지만, 과연 나는 괜찮았을까?
허우대가 멀쩡하고 행동이 반듯해도 책을 읽지 않으면 헛일이다. 지혜와 경륜을 갖추었어도 책을 안 읽으면 오래 못 간다. 어린아이 같은 집중과 처녀의 확고한 지킴으로 문 닫아걸고 책만 읽는 침잠의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진짜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사람에 대해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다. 그의 눈은 밝고 그의 마음은 환하다. 책이 준 선물이다. –본문
늦게 시작한 도둑질이 무섭다는 말처럼 늦게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조급증이 나기 시작했다. 몇 십 년을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빨리 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최소 이틀에 한 권씩은 읽어야지만 마음이 놓였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책들을 보며 불안해하곤 했었는데 필요한 것은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집중해서, 모르는 것이 있을 경우 끝까지 그것을 꼬투리 잡아서 알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 동안은 모르는 것들이 나타나면 역시 나의 한계이구나, 일단 이 부분은 뛰어넘고 계속 읽어보자! 라며 표시해 놓고 넘어가곤 했는데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몇 백 번을 읽어서라도 내 것으로 만든 후 책을 넘겨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도 책을 놓지 않고 조금씩, 계속 읽어 내려가는 것. 그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요, 모든 이들이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을 도능독이라 한다. 이런 독서는 절대로 사람을 바꿔 놓지 못한다. 말만 공부한다고 하고, 행실이 따라주지 못하면 선비가 아니다. 입으로만 외우는 앵무새 공부와 읽는 시늉만 하는 원숭이 독서로는 삶을 바꿀 수 없다. –본문
그 동안의 나의 독서가 도능독이었다는 것을 느끼며 ‘나 요새 책 읽고 있어.’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한 권 한 권을 읽어 내려가면서 마치 그것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 책탑을 쌓아가면서 만족스러워했었는데 그 동안에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책 읽기 1년차, 아직도 도능독의 유혹에서 빠져 있다.
특히나 요새 들어서 책에 있는 내용이라고 곧이곧대로 받아 들이고 맹신하는 것보다는 주관을 가지고 책을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라는 생각이 든다. 활자로 된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내가 사라지고 저자만이 오롯이 그 자리에 차지하는 느낌이 들면서 받아들이는 것들은 받아들이고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들은 다시 보고, 그러면서 하나씩 나의 조각들을 끼워 맞추는 작업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데 특히나 책 속의 꼬맹이의 이야기가 신선하면서도 여전히 글자라는 틀 안에서만 보고 배우고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쳐준다.
마을의 꼬맹이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는데, 읽기 싫어함을 야단치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하늘을 보면 파랗기만 한데 하늘 천자는 푸르지 않으니 그래서 잃기가 싫어요.” 이 아이의 총명함이 글자만든 창힐을 기죽일 만합니다. –본문
한 권의 책 속에는 책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길 유혹들이, 아니 지혜들이 가득 있기에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갔다. 예나 지금이나 어르신들의 말씀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나 보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선인들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니 말이다. 오직 독서가 나의 전 재산이요 나의 모든 것이 되도록, 이 책을 내려놓고 나서부터 열심히 또 읽어 내려가야겠다.
군자의 아름다운 말도 간혹 뉘우침이 있음을 면치 못한다. 착한 행실도 때로 허물이 있을 수가 있다. 독서에 이르러서는 1년 내내 해도 뉘우칠 일이 없고, 1백 사람이 말미암아도 허물이 없다. 명분과 법이 비록 훌륭해도 오래되면 폐단이 생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맛이 좋아도 많이 먹으면 해가 생긴다. 많을수록 더욱 유익하고, 오래되어도 폐단이 없는 것은 독서뿐이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