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개 곶의 찾집이라는 책이 심심한 위안이주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언제라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있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이 '당신에게'라는 소설이 무지개 곶의 찻집의 저자의 최신작이라는이야기에 일단 이 책을 먼저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생의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안다면, 남아있는 자와 떠나야만 하는 이는 그 얼마간의 시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있을 법한 이 이야기는 어찌 보면 그 둘에게 마지막이라는 시간의 존재가 스스로 그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고마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당장은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겠지만, 몇 해 전 돌아가신 할머니는 그리워하며 엄마가 '그래도 함께 모시고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말씀을 하신 것처럼, 너무이르게 그들의 이별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서로 이렇게 자신들의시간을 정리할 수 있는 그 기간이 주어졌다는 것. 그것이 아마 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되어 주고 있다.
"조금은 노력하게 해줘." "응?" "아마 마지막 데이트일 테니까." "........"-본문
책을넘긴지 몇 페이지 되지 않아서 벌써 마주하게 되는 헤어짐의 암시는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울컥하게 만든다. 아무리 헤어짐을 그려본다고 해도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은 또 다를 수 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 누구도 이 시간을 피해갈 수 없기에 이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평소처럼 잔잔히 지내고 있다.
그렇게에지는 혼자가 된다. 아내인 요코는 달력이 어느 새 훌쩍 숫자를 삼켜 버리듯 그렇게 그녀는 시간을 따라떠나게 된다. 그리고 에지에게 전달된 요코의 2통의 편지. 하나는 에지에게 바로, 나머지 한 통은 요코의 고향집 우체국에서만찾을 수 있도록 배달이 된다는 전달을 받게 된다.
아내의마지막 유언을 전달받을 수 있는 시간은 12일. 그 여정을이 책을 통해서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이 책은 그들에게 주어진 이별의 시간을 그리기 보다는 이별, 아니조금 더 정확히 사별 이후 남겨진 남편인 에지의 이야기이다.
물론 내 안의 '이성'은요코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감정'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 내 '마음'의 영원한 이별을 단호히 거부하며, 마른 나무가지 같았던 요코의 손을 잡고 있다. 만약 내가 눈물을 흘린다면, 그때가 분명, 내 '감정'도 요코와의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였을 때이리라. -본문
요코와함께 캠핑카로 여행을 가기로 했던 길을 이제는 에지 혼자서 가고 있다. 넓은 침대 위에서도 한쪽 켠에서만잠을 드는 그를 보면서 오랜 기간 동안 함께한 부부의 모습이 아련히 그려진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언제나 존재만으로 포근했던 이들. 서로 다른 듯 했지만 그래서 잘 어울렸던 그들은 이제 한 공간 안에있을 수 없다. 과연요코는 그에게 어떠한 선물을 남겨 둔 걸까? 왜 이 여행을 시작하게 만든 것일까? "요코가 종종 이런 말을 했어요. 당신은 새장 속의 새가 아니니 좀 더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라고." -본문 에지는 요코의 유언을 마주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길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남자들과 함께 동행하게 된다. 국어교사에서한 순간 전과자로 전락해버린 스기노, 아내와 오순도순 살고자 했던 평범한 도시락 판매원에서 아내의 외도를마주하게 된 비련의 남자 다미야,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나바. 그어느 하나 공통점이 없을 것만 같은 이들은 이 낯선 동행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며 다독이게 된다.
요코가남긴 두 번째 편지를 읽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사랑하는 이를 두고 먼저 떠나야만 하는 그안타까운 시간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남편에지가 혼자 걸을 수 있도록,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모험을두려워하고 자신이 원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보다는 누군가의 틀에 짜여진 삶을 살아왔던 그에게 요코는 이제는 진정 새장을 버리고 훨훨 날아갈 때라는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런 장난을 쳐서 미안해요. 하지만 모처럼 나를 위해 만들어준 캠핑카이니, 적어도 한번은 당신과 '함께' 여행을 해보고 싶었어요. 나는 '신혼여행'이라고생각할래요. 여기로 오기까지의 여행은 어땠나요? 나는 분명 당신 옆에서 멋진 추억을 많이 만들고 있겠지요? -본문
마냥 한 없이 슬프다기 보다는 뭉클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다면, 아마도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될만한이야기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이별 앞에서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선물을 남기고 떠날 수 있을까, 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