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식탁에 매일 오르는 김치가 오늘날의 이러한 빨간 고춧가루에 버무려져 입맛을 돋구는 빛깔을 내기까지, 중국에서부터 들여온 고추가 유입되기 이전의 조선 초기만 해도 우리네 조상은 백 김치를 즐겨 드셨다고 한다.
워낙 빨간 양념의 김치가 익숙해져서 이것이 김치의 본래 형태일 것만 같았지만, 고추는 본디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되지 않던 외래 식물이었고 그 식물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자리잡고 난 후에야 바야흐로 우리가 김치, 하면 떠오르는 붉은 양념 가득 베인 맛깔스런 오늘날의 김치가 자리 매김 한 것이라고 하니 하나의 음식만으로도 역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신비로움이 있다.
여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음식 또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물질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씨앗 하나가 전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변모시켰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대륙을 발견한 것으로 익히 알고 있는 콜럼버스는 살아 생전에는 그 스스로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자각하지 못한 듯 하다. 신대륙의 발견을 넘어서 그가 퍼트린 이 씨앗의 이동은 전 세계의 운명을 뒤바꿔 놨으며 그리하여 작은 씨앗 하나는 세계사를 재편하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4번에 걸친 항해는 예상도 하지 못했던 아메리카 대륙의 존재에 의해 방해를 받아 아시아에 도착할 수 없었고 사업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1506년 5월 20일, 콜럼버스는 자신이 이뤄 낸 업적의 참된 가치를 알지도 못한 채 스페인의 바야돌리드 마을에서 실의에 빠진채 55세의 생애를 마쳤다. –본문
햄버거 하면 자동으로 콜라와 감자튀김이 떠오르고, 스테이크 옆에도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쉬 포테이토나 감자튀김은 지금 우리네 식탁 위에 자연스러운 메뉴 중 하나이고, 가끔 감자조림이나 감자칩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이 현재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감자의 이미지라면, 그 옛날 감자가 처음으로 퍼지기 시작한 그 즈음에는 이 감자란 식물이 혁명적인 식물로 근대사를 뒤바꾼 엄청난 것이라고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는 인구의 식량 위기를 해결해주는 존재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국력이 증대되고 또한 땅 밑에서 자라는 감자의 특성 덕분에 전쟁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던 그 당시에도 보리류보다도 훨씬 다루기 쉽고 경작하기 쉬웠기에 모든 면에서 더할 나위 없는 값진 양식으로 그들의 식탁을 점령하며 세계사를 바꾸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감자의 발아와 확산에도 초반에는 걸림돌이 있었으니, 바로 새로운 식물에 대한 무지로 인한 두려움이 초반에 그들의 발목을 잡곤 했다.
당시 유럽 사회를 지배하던 가치관의 근본은 성서를 원전으로 하는 기독교의 교리였다. 성서에 쓰여있지 않은 감자를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식탁 위에서 미지의 것에 대한 도전을 한다는 대모험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식문화의 체계를 뒤흔드는 일이며 에덴동산에 있었던 금단의 열매를 먹는 것과도 같은 죄악에 가득 찬 행위라고까지 생각되었다. –본문
생고무의 발견은 초반에는 그저 별 볼일 없는 것들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현대에는 없어서는 안될 바퀴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물질이었으며, 고무가 바퀴로 사용되는 그 시점부터 세계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고무나무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그리하여 또 다시 식민지, 라는 아픈 역사가 시작되었으며 노예제도 역시 이 부분에서 등장하게 된다.
요새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합성 고무를 만들어 쓰기도 하기에 이러한 현상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비행기 타이어와 콘돔에 쓰이는 고무만큼은 자연에서 나는 생고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 과학을 능가하는 자연은 언제나 경이롭게만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신기했던 것은 옥수수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옥수수의 원종이 현재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면 알아보지 못한 것이거나, 여하튼 둘 중 하나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옥수수만큼은 자신의 씨를 뿌려서 이듬해에 싹이 나는 형태로 품종개량이 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인간의 손을 거쳐야만 파종되는 형태로 자라나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재배되고 있는 작물은 돌연변이와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진 교배에 의해 변이종이 생겨나고, 그 작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변이종이 선택되어 온 결과, 현존하는 품종은 모양과 성질이 원래의 종과는 다른 것이 보통이다. 지금도 재배되고 있는 작물 가운데 대부분의 주요한 작물은 원종이 되는 야생종이 발견되지만, 유일하게 옥수수만은 지금껏 원종이 되는 야생종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본문
메소아메리카에서는 식량으로 쓰이는 옥수수는 안데스 고지에서는 주조를 위한 원료로 이용이 된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에서 식량으로보다는 가축 사료용으로 재배되는 것이 더 많다고 알려진 옥수수는 저렴한 비용 때문에 노예 무역이 시작되고 나서 각광받는 값싼 식료로도 쓰였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인간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옥수수는 이제는 육류를 얻기 위한 사료로 전락해 버렸으며 이는 현재 또 다른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근의 문제가 되고 있다.
가축의 체중을 1kg 늘리는데 필요한 곡물 사료의 양은 소가 7~8kg, 돼지가 4~5kg, 닭이 2kg 정도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불문하고 현대사회에서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은 알든 모르든 그 몇 배에 해당하는 옥수수를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본문
이 책은 대부분 씨앗의 발아로 인해 변화된 혁명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책의 말미에서는 그로 인해 발생했던 식료 공급기지로 변모해 버린 원주민들의 땅이나 원주민들의 잃어버린 삶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기에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재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하나의 씨앗의 발아로 인해 변해가는 인간의 역사부터 씨앗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다. 하나의 씨앗이 세상을 바꾸다니. 그 어떠한 나비효과보다 강력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