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일본 판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띠지의 말에 먼저 눈길이 가면서, 섹스 앤 더 시티란 말이지! 라며 혼자 신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미드를 보기 시작한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20대 초반만 해도 이 드라마를 본다고 밝히는 것 조차도 왠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시대가 흘러버린 것인지 아니면 내 스스로가 변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섹스 앤 더 시티, 이 드라마 좋아해요.' 라고 말하면 '섹스'라는 단어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뭔가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것들이 거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라는 군살 덕분인지 그런 눈초리를 마주할 때면 '당신이 생각하는 섹스에만 집착해 있는 포르노가 아닌 뒤에 앤 더 시티가 함께 접목되어 30~40대 여성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예요.' 라고 바로 꼬집어 준다. 여하튼 전편의 드라마를 최소 3번 이상씩 본 나에게 있어 일본 판 섹스 앤 더 시티라니. 더 없이 반가운 책이었다.

읽는 동안 내 이름은 김삼순이란 드라마 속에서 한 장면이 아른거렸다. 삼순이가 외박을 한 날이었나. 그래서 슬금슬금 들어오던 찰나 언니에게 그 장면을 들키고 만다. 그 때 언니가 뭐했어? 라고 말하면 삼순이는 '잤어.' 라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언니의 매 세례. 삼순이는 '그 잠이 아니라 진짜 잠!' 이라며 언니의 호통을 멈추곤 한다.

침대의 목적이 인간의 하루 중 1/3 을 차지하는 '잠을 잔다'라는 행위를 위한 가구이면서도 삼순이의 언니가 기겁하던 또 다른 목적,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이 하나의 가구에 있는 다양한(?) 목적을 어떻게 이용할 지에 대해, 어떻게 보다는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소소하면서도 심도 있는 목표가 이 책의 주 내용이다.

그런데 결혼이 내 마음같이 안 된다.

마음같이 안된다며 남의 말 하듯 내뱉고 마냥 희희낙락할 때가 아닌데......

심각하다.

아무리 해도 안된다.

왜일까? 도무지 모르겠어.

남자가 프러포즈를 안한다. -본문

서른이 넘어서는 결혼에 대해 관대해졌다면, 서른을 넘기 직전까지는 서른 이전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도무지 인생의 길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오죽하면 어디서건 받아 든 청첩장을 보면 멍하니 '왜 나는....?'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 지금은 '좋은 사람과 하면 되지,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야.' 라며 내 자신을 다독일 줄 아는, 어느 정도는 해탈했나 보다. 물론 주변에서는 더 안달이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나와 비슷한 와다의 이야기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맞아, 나도 그랬어.'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오랜만에 찾아온 엄마의 양손에 가득 담긴 반찬을 보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엄마의 목소리는 마주하기 전까지는 그토록 그리우면서도 막상 마주하면 왠지 모르게 투닥거리기 마련이다.

자신의 오래된 친구인 '처녀'인 요미코와 우정도 있지만 때론 시샘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녀에게 소개시켜 주려 했던 남자로 보이지 않던 '우메모토'의 소개팅의 순간 왠지 이 남자가 갑자기 이 남자가 멋있어 보이면서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린 시절 연애의 대상이었던 '후미오'의 끈질긴 구애에 두둥실 떠오르면서도 현실을 보기도 하지만, 영원히 그가 자신을 갈망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아무리 현실적인 성격이어도 여자라면 마음 한 구석에 '꿈꾸는 몽상가'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거든요." -본문

새 하얀 웨딩드레스를 꿈꾸고 오각형 방안의 큼지막한 침대의 주인공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 순간 바뀌어 지는 무대 속에서 와다는 실망을 하다 그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보게 된다.

인연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누구와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이 내가 꿈꾸던 핑크 빛의 낭만 가득한 하루가 아닐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나는 결혼을 꿈꾸고 있다. 와다처럼 말이다. 침대라는 공간을 누구와 나누게 될까. 나도 와다처럼 이 참에 침대를 들여야 하나, 라는 시시콜콜한 생각부터 하게 되는, 간만에 편안하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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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니걸스』 / 최은미저

독서 기간 : 2013.08.09~08.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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