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주홍글씨,
인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녀의 가슴팍에 새겨진"A"라는 글자는 알파벳의 처음에 자리하고 있는 시작인 글자이건만 그 주황색은 한 여인을 한 인간이 아닌 천박한
죄인으로서 낙인 시키는 것으로 그녀의 삶은 평생을 비난 받으며 살아야 하는 족쇄보다 진한 자국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 '더 스토닝'이 오버랩 됐다. 두 손이 묶인 채로 구덩이 속에 파묻힌 여인은
간음이라는 죄명으로, 이것조차 누명이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그 죄로 이웃들에게 그리고 그가 직접 낳은
자식과 함께 한 남편으로부터 돌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온 몸이 멍으로 뒤덮이고 출혈이 멈추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이 투석형은 주홍글자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의"A"와 별반 다르지 않다. 더 스토닝의 소라야에게 돌을 던진 이들이나, 헤스터 프린의
주홍글자를 보며 수근거리며 그 벌이 당연하다고 하는 이들이나,그들 모두는 한 점 부끄럼 없이 타인의
죄를 향해 손가락을 놀리는 것이 지극히 마땅한 것이었을까? 모두 청렴한 듯 꼿꼿이 허리를 세우며
거리를 누비고 있는 우리들 중 그 누가 티끌만큼의 먼지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나에게는
관대한, 하지만 타인에게는 무자비한 잣대는 영화나 소설이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 이야기 하고
있다.
그
타락한 여자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둠으로써 인간의 정의란 얼마나 무가치한 존재인가를 만인 앞에 나타내려고 했다고 했다. 인류의 정신적인 구원을 위해 일생을 바친 그는 자신이 죽는 모습을 하나의 우화로 연출하면서, 완벽한 순결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모두 한결같이 죄인이라는 거부하기 힘든 슬픈 교훈을,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두려 했다는 것이다.
-본문
해스터
프린을 중심으로 한 그녀의 남편과 그녀의 외도 상대였던 두 남자는 그녀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었다.
이미 한 남자의 아내인 그녀가 외도를 저질렀다는 것, 그리고 아이를 출산했다는
것. 얼마 전 읽었던 하비비에서 나왔던 문장을 빌어 이야기 하자면,
그녀의 자궁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만은 그녀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죄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그 두 남자 역시 이 모든 이야기 속의 주인공, 아니 사건의 발단이자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비난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의사와 그 마을에서 신망 받고 있는 목사라는 직책은 그들의 모든 것을 덮어주는 방어막이 되어 마을에 하나되어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게 된다. 그에 반면 A를 가슴에 새긴 해스터 프린과
그녀의 딸 펄은 이 마을에서 제발 사라졌으면 하는 존재로서 마을에서 버려진 사람들로 등장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자는, 그 스스로도 그들의 결혼이 옳지 못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일방적인 사랑의 방식은 그녀에게 또 다른 폭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는 그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결국 타락의 길을 걸어 모두에게 그 사실이 폭로된 그 순간에도, 그리고 그로부터 7년의 시간 동안 그는 그가 그녀의 남편이라는
것을 철저히 숨긴 채 그는 그녀를 옥죄며 그녀의 부정의 대상을 찾아 헤매고 있다. 복수를 해야겠다는
일념 하에, 그러면서도 자신의 부인이 바로 주홍글자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밝힐 용기는 없이
말이다.
처음에
죄를 범한 것은 나요.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젊은 당신과 시들어가는 나와의 부자연스러운 관계를
원했으니 말이오.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복수를 하거나 해코지를 할 생각은 없소. 당신과 내가 서로에게 죄를 지은 것은 피차 마찬가지니까. 그러나
헤스터, 우리 두 사람에게 죄를 지은 한 남자는 태연히 살아있소.
그자는 누구요? -본문
그리고
또 한 명의 비겁한 겁쟁이가 있었으니 바로 펄의 아버지이자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인 목사 딤스데일이었다.
그는 그녀가 광장 속의 인파들에게 손가락질과 경멸의 눈빛 속에서 버티고 있는 동안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의 죄책감으로 점점 병약해지고 만다.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죄가 되지 않지만 한 명이라도 타인의 죄를 알고 있을 경우 그것은 죄로 치부되는 이 희한한 세상이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긴 고통의 시간 속에서 짧은 참회로서 인생을 마감한 한 남자와 복수의 대상이 사라지고 나서
남은 허탈감에 죽어갔던 한 남자와는 대조적으로 A의 주인공이었던 해스터 프린은 오히려 그 죄 값을
치르기 위한 덕분인지 혹은 그녀의 원 심성 때문인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때라면 언제나 그 곳에 향해 있었고 그리하여 이 셋 중 살아서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지 언정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짧은
줄거리를 보고서는 뻔한 이야기야, 라고 치부하기에는 문장 한 줄 한 줄이 마력이 있는 이 책을 보면서
짧은 시간 동안에 꽤나 많은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웬만해서는 동일한 책을 다시 보지 않는데
이번 9월에는 주홍글자를 다시 읽어보며 이 책이 던지는 문제를 심도 있게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