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힘 - 말없이 사람을 움직인다
아가와 사와코 지음, 정미애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이별마저도 카톡으로 고하는 요즘 시대에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그것도 듣다’ 라는 행위에 대해 한 권의 책이 나왔다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 책이 요즘 시대에 필요한 것일까란 의문이 무색하게도 2012년도에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책이라고 한다.

 

 세상이 참 편리해졌다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할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들리는 바에 따르면 사무실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도 대화 대신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문자 메시지와 실제 대화는 엄연히 다르다. –본문

 생각해보면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SNS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서 끊임 없이 누군가와 소통을 하려고는 하고 있지만 그 소통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을 드러내는 매개체이고 일방적인 나의 외침이다. 1:1 혹은 1:다수를 두고 하는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것이 아닌 글로서 불특정 다수들에게 향한 고백이 그득한 일상인 요즘에 왜 저자는 듣는 것을 강조하고 100만부 이상의 책은 사람들의 손을 타고 흘러 들어간 것일까오늘도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서 책을 펼치는 나는 역시나 또 풍덩 하고 책에 빠져 들고 있었다.

 

 일본에서 유명한 인터뷰어인 저자는 20여년이란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만나며 그녀가 깨달은 인터뷰어의 자세그러니까 대화를 이끌어 나가고 그 대화를 듣는화자와 청자의 입장에 놓였던 자신의 경험을 농축하여 이 책 안에 담아놓고 있었다.

 

 그의 대담 칼럼은 절묘하게 파고드는 묘미가 있어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업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략그래도 난 전임자의 인터뷰 스타일을 동경했고나 역시 그런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하지만 도저히 내 능력 밖이다 싶어 편집장에게 직접 하소연했다. –본문

 

 그녀가 초반에 고민을 했듯이 나 역시도 어느 자리에서 대화를 해야 하는 때에는 어떻게 하면 말을 조리 있게 잘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해 본 적은 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잘 들을 수 있을까?’ 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

 

 인간의 귀가 2개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더 집중하라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나는 말하는 것에 대해서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한다는 것은 자의에 의해서 내가 능동적으로 하는 행태라면 듣는다라는 것은 별 다른 노력 없이도 이뤄지는 수동적인 행위이기에 집중하지 않아도 귀로 전해져 오는 소리에 구태여 열심히 들어봐야지라는 결심까지 하면서 상대의 이야기를 들은 경우는 별로 없는 듯 하다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이었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고 싶어 안달 났던 경우는 별로 없었으니 나는 듣기에 중요성에 대해서 그다지 인지하지 못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못 느끼고 있었지만 그녀는 실전에서 인터뷰어이자 한 인간을 마주한 또 다른 인간으로서 대화에 있어서의 경청의 힘을 오롯이 체감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다정한 태도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그것은 내 생각을 전달하려 하거나상대를 설득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듣는 것이다조용히 난 당신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고 있어요.’ 또는 더 듣고 싶어요.’ 라는 신호를 보내라그리하면 상대는 마음속에 감춰둔 생각을 알아서 언어라는 형태로 끄집어낸다. –본문

 

 일방적인 나의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교감을 한다는 신호멍하니 있어도 흘러 들어오는 이야기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쉬이 판가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나는 그 동안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일까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는 행위 속에서 나는 정말 나의 이야기만 속사포처럼 내 뱉으며 시간을 때우고만 있었던 것 같아괜히 씁쓸해지곤 한다그들 역시 진실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로서 내가 마주한 것이 아니라 집어 든 마이크를 놓을 줄 모르는 노래방 비매너 인의 모습을 한 화자이기를 바랐던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칫 잘 들어어야만 한다라는 하나의 이야기로는 지루해 지지 않을까라는 염려와는 달리 그녀는 그녀의 경험을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들려주고 있기에즐겁게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갔다특히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의 시각에 갇혀 상대방을 쉬이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는데 이는 볼 때마다 아로새겨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누구나 자기만의 사교성을 갖고 있다처음 만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무례를 범할 수 있다그저 싹싹하게 굴기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이 열리리라 착각하면 나처럼 큰 실수를 자초 할 수 있다. –본문 

 

 요즘 들어 통화 할때나 이야기를 할 때예전보다 조금 더 집중하려는 내 모습이 보인다면 나는 무조건 이 책 덕분이라고 이야기 할 참이다이미 알고 있다고 하지만 실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닐테니덕분에 나는 조금 더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운 듯 하다.

 

 

아르's 추천목록

   

<잃어버린 지혜듣기> / 서정록저


  

 

독서 기간 : 2013.07.10~07.11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
마틴 불 글.사진, 이승호 옮김 / 리스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때 처음으로 뱅크시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종종 마주하게 되는 그래피티를 보면서 멋있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공공장소 혹은 타인의 건물에 무단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 행위를 사회를 범죄라 치부한다.

 ART IS NOT A CRIME! 이라는 그래프티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과연 예술과 범죄의 경계는 어디쯤일까라고 생각이 들 즈음 나는 뱅크시를 영화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고 후드티 안에 얼굴을 감추고 목소리만 울리던 그는 그래프티처럼 베일에 쌓인 존재로 하나씩 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는 그의 작품이 낙서나 범죄가 아닌 계속해서 보고 싶은 그림으로 느껴졌다.


 뱅크시의 작품 중에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벽에 그린 그림이라기 보다는 실제 그녀가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느껴진다평면인 벽이 뱅크시를 통해서 살아있는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2006 5 16일 뱅크시는 <인디팬던트(The independent)>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예술의 주제를 민주화한 데 의의가 있다.”고 하면서 과거에는 교황과 왕자만 초상화가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든 초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이 초상화는 로스엔젤레스의 모텔에서 자신의 방을 청소해준 리앤(Leanne)’이라는 씩씩한 청소부를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본문

 사실 뱅크시하면 떠오르는 것은 쥐를 그린 장면들이었다해학적이기도 하고 때론 피켓을 들고서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들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화려한 쥐>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 속의 쥐는 휘양찬란한 목걸이에 라디오를 어깨에 매고 있다뱅크시가 어떠한 것을 이야기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단언 할 수 없다만 쥐를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을 해본다어찌되었건 쥐라고 하면 징그럽고 피하고 싶은 존재였다면 뱅크시의 쥐들은 어찌하여 계속해서 보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여하튼 계속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나는 그가 왜 이토록 쥐를 그려대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하고 많은 동물이며사람도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나 그는 대부분 쥐를 벽에 등장시키고 있다대체 왜 일까?

 “런던에는 쥐가 사람만큼 많다.” –본문

 청소부 리앤처럼이 세상에 함께 공존하고는 있으나 그 누구도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는 사람이나 동물 혹은 사물에 대해서 그는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사람만큼 많은 쥐를 피하려고만 했지 그들을 바라본적은 없을 테니 말이다.

 이유야 정확하진 않지만그가 그리는 쥐의 형태가 다양해 질수록 나는 점점 미소 짓게 되고 이 그래피티들을 실제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은 곳에 쓰여진 이 곳에서 사진 찍을 필요가 없다라는 이 작품은 그 글귀 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난다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장소를 훼손하는 낙서로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일 수 있는그래서인지 이 그래피티가 예술과 낙서와 범죄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묘한 신경전에 더욱 관심이 가는 듯 하다.

 

 읽다 보니 왠지 그래피티가 비누방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위해 누군가의 숨을 불어 넣어야만 탄생되는 비누방울은 그 누구의 소유라고 재단하기가 애매하다숨을 불어 넣는 이의 것이라고 주장하기에는 공중에 두둥실 바람 가는 대로 흘러가니 말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가지려 하면 터져버리는 것처럼뱅크시의 작품은 분명 뱅크시에 의해서 탄생은 되었으나 탄생 이후에는 그의 것이라고만 이야기 할 수 없는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혹자는 누구의 것일 수도 없는 뱅크시의 작품의 자신의 담벼락이나 문에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판매를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그런 행위에 대해 반대를 하며 대립하기도 하는 사이에 뱅크시의 작품은 탄생되고 또 사라져가고 있다.

 

 

 직접 영국을 방문하여 그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는 없지만이미 사라져 버린 작품들마저 이 안에 담겨 있는 것들이 많이 담겨 있으니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뱅크시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이 될 것이다단 한가지의 문제는이 모든 작품이 뱅크시의 것이 맞느냐하는 것은 오로지 뱅크시만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그의 작품이 돈에 의해서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는 염원으로 그의 작품이 그저 원래 있던 그 장소에서 보존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Banksy Wall and Piece / 뱅크시저


 

 

 

독서 기간 : 2013.09.03~09.04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04번지 파란 무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스쳤던 두 가지의 의문이 들었는데, 그 중 한가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나머지 한가지는 느낌표로 마무리 되었다.


 표지에서, 정확히 뒷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공윤후, 라는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문득 이 '도깨비'라는 단어에서 과연 요즘 어린 아이들은 도깨비에 대해 알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은비까비인가? 여하튼 그 만화를 보면서 도깨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지만 요새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동화를 읽을 일이 없기에 잘 모르겠지만 문득 전래 동화가 그립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건 이 질문이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는 것이라면, 두 번째 질문은 이 책을 중반쯤 읽었을 때 과연 이게 장편 소설인가? 하는 점, 이 질문은 느낌표로 마무리 된 것이다.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져 있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계속해서 공윤후라는 주인공은 등장하게 되는데 그 이외의 주인공들은 도통 연관성이 없는 다 하나하나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읽는 도중 몇 번이고 표지며 앞 뒤 내용들을 뒤척이게 되었다.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는 문구를 보면서도 이게 '장편?'이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면서 혹시 '단편소설'의 오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서 계속 읽어 나갔다. 중반을 지나 후반에 들이치면서 알게 된다. 그 앞의 인물들은 모두 이 소설 속에 필요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한국판 로맨틱 판타지, 라 정리할 수 있겠다. 어찌 보면 잊혀질 만한 도깨비라는 존재가 이 소설 속 핵심 인물인데, 내가 기억하는 뿔이 달린 험상궂은 모습에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한 발로 뛰어다니는 것이었다면 소설 속 공윤후는 파란색 자켓을 입은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울고 있는 여자들 앞에 나타나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백마탄 왕자였으며 남자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여인과 부부의 연을 맺게 해주는, 큐피트 혹은 아프로디테 여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가 뭔지는 내 이름으로 알 수 있지. 공윤후. 어디에도 없는 것인 '', 있지만 없는 날인 '',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시간인 ''. 나랑 같이 갈래? 내 친구들에게도 노래를 들려주면 내가 다른 마술도 보여줄게.- 본문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룸룸과 민혜와 모덕동, 아완까지. 그들은 이 생뿐만 아니라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까지도 타래처럼 엮이고 설켜 마지막 장면에서 마주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웠던 것은 공윤후. 그가 그 자신의 사랑은 어떻게 이룰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사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는 일명 도깨비는, 무엇이든 이뤄질 수 있을 거 같았지만 그는 그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옮겨지고 그 자신의 모든 것을 이뤄 질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왜 그는 그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일까. 인간의 눈에 비친 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였지만 그 자신은 스스로를 위해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가장 슬픈 존재였다.


 누구에게나 '김씨'라고 부르는 공윤후, 도깨비의 특성에 대해 활은 꼬집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를 만난 자에게만 보이는 포장마차의 주인 활은, 공윤후와 함께 온 아완에게 김씨가 아닌 ''라고 부르는 그 순간, 그가 아완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이도 아완은 공윤후를 원하고 있었다. 그 역시도 아완을 원하고 있었으나 모든 선택은, 인간인 아완의 몫이었다.


 "돌아가."

"왜 안되는데요? 아저씨 마음에 달린 거잖아요."

"선택은 언제나 내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야."

"아저씨가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거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내가 지금 아저씨를 선택했잖아요?" -본문


 긴 꿈을 꾸고 난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지만, 보면 볼 수록 달달한 그런 로맨스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이뤄질 수 없는 아련한 이야기만 남았다.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사람에게는 다시는 드러내지 않는다는 도깨비의 룰을 알고는 있지만, 그리고 공윤후는 아완의 마음을 알면서도 속아 주었듯이 푸시케와 에로스처럼, 다시 한번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라는 바람으로 책을 덮었다. .

 

 요새 들어 저자의 약력을 책을 읽기 전에 꼼꼼히 읽곤 있는데 사학과를 전공했다는 저자의 이력을 보면서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속 곳곳에 그의 이력에 묻어 나고 있다. 그리하여 이 공윤후는 어디선가 이름을 바꾸고서, 아니 사람들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평생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언제나 울고 있는 여자의 앞에만 나타났으니,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그리하여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르's 추천목록

 

거기, 여우 발자국 / 조선희저


 

 

독서 기간 : 2013.08.29~08.3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버 스카이
베로니카 로시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선택된 이들에게만 펼쳐지는 파라다이스와 그와는 대조적인, 인간이 살수 없을 곳에 대해 그리는 영화나 소설이 요새 많이 다뤄지고 있는 것 같다.  40 여 년 만에 남극의 빙하가 반 이상이 녹아 내렸다고 하고 2100여 년 도에는 지구상의 존재하는 자원이 모두 고갈 될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우리가 숨쉬고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더 이상 푸르름을 간직한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 아닌, 인간에 의해 생명이 좀 먹고 죽어가는 곳이 될 것이라는 인간의 상상은 점점 더 깊어져 미래에 대한 또 다른 계층과 사회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선택 받은 자와 선택 받지 못한 자. 이들은 마치 설국열차의 꼬리칸과 앞칸처럼, 혹은 엘리시움의 버려진 지구와 엘리시움이라는 가상의 공간처럼, 이 네버스카이에도 돔으로 보호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레베리 구역과 에테르 폭풍으로 황폐화 된 버려진 지구. 이렇게 두 개의 공간과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각각 분리된 공간 만큼이나 분리된 삶을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있을 것만 같은 돔이란, 낙원이라는 공간 안에 살고 있는 아리아는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엄마가 어느 날 다른 돔으로 이동하고 나서 연락이 되지 않는 다는 것에 걱정으로 엄마를 찾아 가게 되면서부터 이 여정은 시작하게 된다.


 그 이전까지 아리아는 돔 이외의 세상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접근 금지 구역에 대한 호기심이었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쫒김에 의해서 그 레버리를 벗어나오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조시 부족의 혈통인 페리를 만나면서 그녀는 다시금 돔 안에 있는 자신의 엄마를 찾으러 아등바등 하고 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추적해 나갈 수록 그녀는 레버리가 아닌 외부세계가 진짜였다는 사실을, 자신이 살던 레버리의 세상에서는 스마트 아이를 통해서 모든 것을 이루고 살수 있었지만 이 외부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원한다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없음을 배워나가게 된다.

 

 기본적인 유전 문제였다. 외부인의 숫자는 굉장히 적었다. 이렇게 제한된 유전자 풀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호수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양동이에 떨어뜨리는게 훨씬 더 색깔이 진한 것처럼. -본문

 

 서로 다른 공간에서 그들간의 교집합의 공간은 에테르가 흐르고 있는 네버스카이 뿐이다. 마주하는 그 순간에도 서로에 대해 무시하며 야만인과 두더지라 부르는 그들 사이에서 아이라와 페리와의 조합은 이 둘 간의 장벽이 무너질 것임을 예견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가상으로 만든, 완벽해 보이는 돔 안의 세상은 안정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 곳에는 부족한 것이 없이 모든 것이 있으니. 하지만 진짜 세계인 외부세계에 발을 들인 아리아는 그녀 스스로의 몸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은...... 대부분......., 안도감이야. 내가 왜 살아 있는지 알게 됐거든. 그리고 내 몸이 왜 변하기 시작했는지도. 이제는...., 다시 내 앞으로 하루하루가 펼쳐져 있는 기분이야. 숨을 들이켜고 확실하게 살앙 ㅣㅆ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기분. 하지만 알아내야 하는 게 아직도 굉장히 많이 있어." -본문

 

인위로 만든 것에 대한 한계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아리아를 보면서 나는 지금 이 현실이라는 지구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이 든다.

 험난하기는 하지만 실존하는 하나하나의 위험과 안도 그 사이에서 아리아와 페리의 서로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 수록, 조만간 그들의 달달한 이야기도 펼쳐지지 않을까, 라는 바람과 함께 어서 빨리 에버나이트 2권이 우리나라에 출간되기를 바라본다.

 

 

아르's 추천목록

 

 

설국열차 / 자크로브, 뱅자맹 르그랑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설렘 크로아티아
감성현 지음 / 미디어윌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얼마 전 다녀온 남해 여행에서 함께 간 이가 나에게 말했다. '어째 편히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라고 말이다. 그토록 꿈꿔 왔던 여름 휴가였는데 나는 그 염원해 왔던 순간을 철저히 즐기지를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즐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더 좋은 것들을 먹고 보고자 검색의 세계에 빠져 실존하고 있던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여행에 대한 에세이를 찾는 것은 나의 몸은 이 곳에 묶여 있지만 마음만은 책을 통해서 그 곳에 함께 저자와 걷기 위함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해 본다. 비행기 티켓을 쥐어 들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실제 그 장소에 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책 한 권을 통해서 그 곳에 가볼 수 있기에 망설임 없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벌써 100페이지를 훌쩍 넘어서도 있었다.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 진 건가? 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아뿔사,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는 이 책 마저도 남해에서와 같이 그저 글만 빠르게 읽어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수 많은 페이지에 할애되어 있는 사진과 그 속에 담긴 마음이 녹아 있는 글을 본 것이 아니라, 정말 책으로, 책 속에 있는 글자들만 휘리릭 읽어 내려간 것이다.

 

그제서야 이제는 책마저도 이렇게 읽어 내려가는구나, 라는 서글픔 속에서 다시 첫 페이지부터 읽기, 아니 보기 시작한 책은 꽤나 오랜 시간 사진과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물론 무서울 때도 있다. 가령 깊은 밤에 도착하는 낯선 도시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어디에 와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얼마나 더 가야 뭐가 나오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시는 끝없이 펼쳐진 우주만큼 광할하게 느껴지고, 그만큼 많은 어려움이 이빨을 감추고 으르렁거리는 늑대처럼 느껴진다. -본문

 

 

크로아티아, 하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왠지 낯설음이 먼저 다가오는 이 곳은 저자가 여기로 떠난다고 할 때만 해도 그의 지인들 역시 '거긴 어디야?'라며 재차 물었다고 하니 익숙한 곳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또 바꾸어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런 곳이 여행지로서는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검색만 하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보다는 생경한 듯 한 곳이 여행자로서는 더 반가운 풍경일 것이다. 물론 그 만큼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도 공존하기는 하겠지만.

 

 

여행을 떠나는 동안 그 다음이 궁금해서 계속 가게 된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너무 넓지 않는 곳을 여행지로 선정한다는 그는, 길에서 버려지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웬만해서는 그리 넓지 않은 곳을 선택한다고 하는데 그 말마따나 그는 크로아티아 전부를 누비고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상념이 많아지나 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계속 마주하고 있으면 그 아름다움이 어느 새 익숙해져서 일상으로 느껴지고 그러면서 그 풍경에 취해 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점점 상념으로 채워지는 순간. 그는 그 순간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혼자 여행을 떠나왔다. 방금 전처럼 사고가 있을 뻔하면, 혼자 여행을 떠나오는 것에 대해 다시 행각해보게 된다. (중략) 그만큼 혼자만의 여행은 비어 있다. 그 빈 공간은 거니는 걸음걸음마다 떠오르는 수 많은 상념들로 채워진다. 사랑, 미련이기도 하고, 이별, 아픔이기도 한다. 후회와 반성을 하기도 하고, 또는 수많은 계획이 세워지기도 한다. 얼토당토않은 단편의 줄거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본문

 

크로아티아, 하면 가장 많이들 간다는 플리트비체를 이 책에서 처음 만난 순간, ', 이곳은 무조건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황홀하면서도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만나 볼 수 없는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이 곳이 그에게는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했단다.

 

하지만 어느 선배처럼 나는 그에게 '대체 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나?' 라며 그를 타박하는 것을 그만 두기로 했다. 소소한 장면 속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회오리처럼 엄청난 것일 수 있지만 그에게는 그저 일상 속 하나의 모습으로 지나칠 수 있듯이 나에게는 강한 임팩트를 남긴 플리트비체가 그에게는 그저 그런 공간이 될 수도 있으니.

 

 

이것은 오롯이 그의 여행이었고 나는 그의 여행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니, 나는 이 책을 통해 나대로 그는 그곳에서 느낀 그대로의 여행을 즐긴 것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듯, 여행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맛집이라도 내겐 맛집이 아닐 수 있다. 가령, 아무리 맛있는 스테이크 식당이라도 그곳의 음식은 채식주의자에겐 벽화처럼 보일 뿐이다. -본문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제대로 몰랐던 크로아티아에 대해서, 이제는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이 책은 충분히 그 목적을 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그의 생각과 함께 내가 공감하는 것들을 얻었으니, 이 정도면 짧은 여행으로 목적 달성은 물론 두둑한 덤까지 얻어 가는 느낌이다.

 

아르's 추천목록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최갑수저

독서 기간 : 2013.08.25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