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동안에 스쳤던 두 가지의 의문이 들었는데, 그 중 한가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나머지 한가지는 느낌표로 마무리 되었다.
표지에서, 정확히 뒷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공윤후, 라는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문득 이 '도깨비'라는 단어에서 과연 요즘 어린 아이들은 도깨비에 대해 알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은비까비인가? 여하튼 그 만화를 보면서 도깨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지만 요새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동화를 읽을 일이 없기에 잘 모르겠지만 문득 전래 동화가 그립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건 이 질문이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는 것이라면, 두 번째 질문은 이 책을 중반쯤 읽었을 때 과연 이게 장편 소설인가? 하는 점, 이 질문은 느낌표로 마무리 된 것이다.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져 있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계속해서 공윤후라는 주인공은 등장하게 되는데 그 이외의 주인공들은 도통 연관성이 없는 다 하나하나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읽는 도중 몇 번이고 표지며 앞 뒤 내용들을 뒤척이게 되었다.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는 문구를 보면서도 이게 '장편?'이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면서 혹시 '단편소설'의 오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서 계속 읽어 나갔다. 중반을 지나 후반에 들이치면서 알게 된다. 그 앞의 인물들은 모두 이 소설 속에 필요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한국판 로맨틱 판타지, 라 정리할 수 있겠다. 어찌 보면 잊혀질 만한 도깨비라는 존재가 이 소설 속 핵심 인물인데, 내가 기억하는 뿔이 달린 험상궂은 모습에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한 발로 뛰어다니는 것이었다면 소설 속 공윤후는 파란색 자켓을 입은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울고 있는 여자들 앞에 나타나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백마탄 왕자였으며 남자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여인과 부부의 연을 맺게 해주는, 큐피트 혹은 아프로디테 여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가 뭔지는 내 이름으로 알 수 있지. 공윤후. 어디에도 없는 것인 '공', 있지만 없는 날인 '윤',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시간인 '후'. 나랑 같이 갈래? 내 친구들에게도 노래를 들려주면 내가 다른 마술도 보여줄게.- 본문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룸룸과 민혜와 모덕동, 아완까지. 그들은 이 생뿐만 아니라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까지도 타래처럼 엮이고 설켜 마지막 장면에서 마주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웠던 것은 공윤후. 그가 그 자신의 사랑은 어떻게 이룰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사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는 일명 도깨비는, 무엇이든 이뤄질 수 있을 거 같았지만 그는 그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옮겨지고 그 자신의 모든 것을 이뤄 질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왜 그는 그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일까. 인간의 눈에 비친 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였지만 그 자신은 스스로를 위해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가장 슬픈 존재였다.
누구에게나 '김씨'라고 부르는 공윤후, 도깨비의 특성에 대해 활은 꼬집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를 만난 자에게만 보이는 포장마차의 주인 활은, 공윤후와 함께 온 아완에게 김씨가 아닌 '너'라고 부르는 그 순간, 그가 아완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이도 아완은 공윤후를 원하고 있었다. 그 역시도 아완을 원하고 있었으나 모든 선택은, 인간인 아완의 몫이었다.
"돌아가." "왜 안되는데요? 아저씨 마음에 달린 거잖아요." "선택은 언제나 내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야." "아저씨가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거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내가 지금 아저씨를 선택했잖아요?" -본문
긴 꿈을 꾸고 난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지만, 보면 볼 수록 달달한 그런 로맨스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이뤄질 수 없는 아련한 이야기만 남았다.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사람에게는 다시는 드러내지 않는다는 도깨비의 룰을 알고는 있지만, 그리고 공윤후는 아완의 마음을 알면서도 속아 주었듯이 푸시케와 에로스처럼, 다시 한번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라는 바람으로 책을 덮었다. . 요새 들어 저자의 약력을 책을 읽기 전에 꼼꼼히 읽곤 있는데 사학과를 전공했다는 저자의 이력을 보면서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속 곳곳에 그의 이력에 묻어 나고 있다. 그리하여 이 공윤후는 어디선가 이름을 바꾸고서, 아니 사람들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평생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언제나 울고 있는 여자의 앞에만 나타났으니,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그리하여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