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가까이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들의 문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마주해본 적이 없는지 모르겠다. 모옌의 노벨문학상의 수상 소식을 듣고 나서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다 인 것 같은데, 그래서인가 그들의 문학은 낯설기만 하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것이 그들에게도 존재할 텐데 중국와 SF의 공존을 이토록 생경하게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여전히 나는 중국에 대한 한계를 내 스스로 가득 안고 있나 보다. 어찌되었건 미국이나 일본,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의 SF 소설을 처음 마주한다는 것이 설레면서도 기대 반 걱정 반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중국의 과학자들의 죽음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중국군은 왕먀오에게 그 진위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한다. 선위페위를 통해서 알게된 '과학의 경계'란 학술 단체에 접촉한 과학자들이 사라진 그 시점을 보면서 대체 무엇 때문에 그들은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 깊어질 무렵 딩 박사를 만나게 되면서 제 2의 전환을 마주하게 된다.

삼체, 란 무엇인가에 대한 초반의 궁금증은 딩 박사를 마주하게 되면서 해결되는데 게임인 이 삼체라는 것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가상 현실 속의 게임으로서 삼체에는 3개의 태양이 존재하며 항세기와 난세기의 교체 속에서 태양 운행의 규칙을 찾는 것이다. 이 삼체란 세계는 우주를 탐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 속에는 물리학에 관한 내용은 물론 중국의 역사와 우주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다.

이 모든 것의 근원은 어찌 보면 문화대혁명으로 시작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혁명이었던 이 시대는 부부 사이의 이들조차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부모와 자식간에도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큰 이들의 주장만이 정의가 되던 시대의 것으로서 이 당시의 침울했던 중국사가 그 누군가에게는 생채기로 남겨져 있었어며 예원제에게는 인류에게 복수를 해야겠다는 분노와 적개심을 드리우는 사건이 된다.

하지만 기록 종이테이프에 찍힌 발사 시스템 가동 시간이 3초도 안된 것을 보고 일지를 제자리에 던지고 하품을 하면서 군모를 쓰고 나갔다. 그때 우주를 향해 날아간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이곳에 오십시오. 나는 당신들이 이 세계를 얻는 것을 돕겠습니다. 우리 문명은 이미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당신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본문

과학에 대한 내용이 등장할 때마다 약간 위축되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중국에서 SF 소설을? 하면서 코웃음 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가상 게임 세계인 삼체가 어딘가에 실제 존재할 것만 같았으며 한 인간의 복수심이 이토록 짙고 깊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결말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중국의 틀을 깨트려준, 즐겁게 읽은 소설이라 이 책 이후 중국의 SF 작들을 찾아 읽어보려 한다.

독서 기간 : 2013.09.25~09.28

by 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31편의 명작 소설이 말하는 사랑과 연애의 모든 것
잭 머니건.모라 켈리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브제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명작 소설을 읽으며 사랑과 연애에 대해 논한다, 라는 부제를 보고서는 우아하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사에 있어서 사랑이라는 것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그렇게 오래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답은 없고 언제나 물음표를 몰고 다니는 미궁과 같은 난제인 것을 명작 속에서 그 답을 찾는다니.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시도이자 접근 방법이기에 설레는 기대를 안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표지를 보아도 느낄 수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풍겨지는 우아함을 기대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몇 장 넘기지 않았지만 내가 기대하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즉시 할 수 있었다. 우회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정말 직설화법으로 연애에 대해 조언해주고 있는 저자는, 고전 속의 여인들의 모습을 빗대어 2013년에도 여전히 버둥대고 있는 나에게 신랄한 이야기를 들려줄 채비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책에 대한 기대감이 초반에 KO패로 산산조각이 났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나는 더 흥미롭게 이 책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나는 저자가 마치 이미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라는 착각마저 들곤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모두 한 번쯤 경험해보거나 생각해보았던 것들이었기에,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던 질문들을 속속들이 알아서 알려주는 그가 반가움을 넘어서 고맙기까지 했다.

.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다가 그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게 되면 돌연 차갑게 마음이 식어버린다던가 백마 탄 왕자와 같은 이상형에 대해 꿈꿔왔던20대의 시간들이던가, 누군가를 갈망할 때에는 그 사람만 내 곁에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기분 일 텐데 하면서 가슴 조렸던 모습들. 나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들인 줄만 알았는데 그는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꼬집어 내어 그 안의 잘못된 점들을 속속들이 찾아내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 속 완벽한 남자 주인공을 보며 푹 빠져 TV안에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해서 대사 한 마디, 눈빛 하나까지 읽고 있는 나에게, 머리를 벅벅 긁으며 등장하며

", 다 드라마야. 각본이라고.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다!" 라며 일침을 가하며 유유히 웃으며 사라지는 얄밉지만 맞는 말만 하고 가는 오빠 같은 느낌이 저자의 모습이었는데 여전히 핑크빛 사랑에만 헤매고 있는 내게 그는 진정 제대로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이를 설명하기 위해 "샴페인 안경'이라는 개념을 소개해 볼까 한다. 펍에서 하이네켄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먼 친척을 흐릿한 맥주 안경 너머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샴페인 안경은 결혼하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인간 욕망에 수반되는 것으로서, 잠재적인 파트너와 그들의 다양한 결점들을 낭만화하고 이상화하거나 혹은 그 결점들에 따른 책임을 면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중략) 그것은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할 때도 넘어가게 하고, 당신이 누군가와 인생의 나머지를 보내려 할 때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을 묻지 못하게 한다. -본문

누군가에게 마음이 끌렸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한 인간이라기 보다는 모든 것이 완벽한 신과 같은 존재로서 신격화하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곤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군가와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이겠지만 이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안나 카레니나의 소설을 통해서, 특히나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완벽한 사랑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일명 '분륜'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바람은 후진 결과를 낳는다. 불륜은 보통 실망스럽다. 천국이라고 해서 잔디가 늘 푸르지는 않다. -본문

하지만 안나가 결국 그러듯, 당신이 새로운 연인 때문에 배우자를 진짜로 버린다고 가정해 보자. 시간이 흐르면서 이 새로운 관계에는 조종이 안 울리게 될까? 처음에는 매력적이었던 그의 특성이 지금에 와서는 지겨워지게 됐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려나? 물론 위대한 사랑으로 성장하는 불륜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괴롭히던 것과 똑같은 무기력함과 환멸이 새로 대체된 사랑을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훨씬 더 잦다. -본문

진정 로맨스라고는 1%도 없을 법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새 나는 고개를 주억 거리며 맞아, 맞아! 를 연발하고 있었다. 아직도 드라마를 보며 세상에는 왜 이런 이들이 없는 것일까, 를 안타까워 하며 환상 속에서 연애를 꿈꾸는 것이 아닌 현실을 즉시하게 된 느낌이랄까. 내 스스로의 문제나 내가 연애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나의 바람을 현실에서도 고스란히 적용시키려 했기에 그 동안의 나의 연애가 그토록 고난이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관계란, 좋은 부분이 얼마나 좋은가를 근거로 판단하면 안 돼.긴 안목으로 볼 때 나쁜 부분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계를 오래 지속하게 하는 거야. -본문

연애에 대해 뭔가 꼬이고 있는 듯 하고, 잘 풀리지 않는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특히나 드라마 혹은 순정만화 속 주인공에 빠져 허덕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니 말이다. 레드선 보다 더 강력한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르's 추천목록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 그렉 버렌트저

독서 기간 : 2013.09.27~09.2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시작 - 고도원의 꿈꾸는 링컨학교
고도원 지음 / 꿈꾸는책방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회사에 출근해서 메일을 열어보면 어김없이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도착되어 있다.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들을 메일로 보내주는 이 서비스를 신청한지도 어언 1년이 훌쩍 넘은 듯 한데 업무 시작하기 전에 눈으로 글을 훑어 읽는 것 만으로도 아침을 따뜻하게 만드는 느낌이라서 늘 이 이야기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이 책 역시 바로 고도원 작가의 책이라는 말에 덥석 집어 든 책인데, 그 따스함은 여전했다. 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일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꿈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은 것이다 보니, ‘내가 청소년일 때 이러한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접할 수 있었다면이란 아쉬움과 이미 청소년기를 한참 지난 내게는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약간의 회한을 안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구체적인 꿈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랍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인지, 내 가슴에 어떤 북극성을 띄우고 싶은지. 남들보다 소박한 꿈이어도, 평범한 꿈이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어디로 갈지 모른 채 방황만 하는, 꿈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진 마십시오. –본문

수능을 준비하면서 어느 대학을 가야 할까, 라는 것은 다분히 나의 성적에 달려 있다고만 생각했으며 어느 과로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수능 성적표를 받아보고 난 이후에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를 할 때 조차도 나의 미래에 대한 방향보다는 그저 수2의 시험 문제가 정석의 연습문제처럼 나오면서 성적이 하락하기에 홧김에 바꾸곤 했으니, 꿈에 대한 바람이나 상상보다는 그저 하루하루를 지내며 이 순간을 벗어나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와서 수업을 들으면서 천운이었는지 다행히도 전공이 적성에 맞아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기는 하다만 꿈이라는 소망을 지금도 나는 가지고 있나, 싶다. 인생에 있어 꿈의 부재를 당연시해왔던 나를 보면서. 어린 아이도 아니고 무슨 꿈을, 이라며 별다른 고민도 해 보지 않은 나를 보면서 털썩 주저앉게 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하지 못한 채 늘 머뭇거리고, 혹은 눈앞의 안정만을 바라고 너무 빨리 작은 상자 속에 들어가려는 청춘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유 아 그레이트!” -본문

이 정도면 됐어, 라고 단념하며 지내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과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도 잊어버리면서 살아왔던 20대를 바라보면서, 그럼에도 후회가 없다는 것은 다행이겠지만, 앞으로라도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꿈이라는 것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남과 같아지기 위해서 우리 자신의 4분의 3을 잃어버린다.”

쇼펜하우어의 말입니다. 여러분도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자신에게 귀 기울이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가요? –본문

꿈이란 것을 가지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라는 막연한 생각에 그저 오늘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나의 하루하루를 되짚어 보게 된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을 그려보며 오히려 너무 많은 꿈이 두려웠던 10대의 시간을 지나 현재는 꿈에 대한 흔적조차 잊고 사는 지금의 나에게 너의 꿈은 무엇이니?’라며 질문해주는 이 책을 읽으며 잊고 있던 나를 되찾은 느낌이다. 쉽게 넘어가는 책장처럼 이토록 나의 꿈을 찾는 것이 쉬운 것이 것만, 그 동안 나는 왜 잊고 있었을까.

나폴레옹은 수필가로 실패했으며, 셰익스피어는 양모 사업가로 실패했으며, 링컨은 상점경영인으로 실패했으며, 그랜트는 제혁업자로 실패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분야로 옮겨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노력했으며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본문

아르's 추천목록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김수영저

독서 기간 : 2013.09.2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직 읽기만하는 바보 - 1323청춘들의 인생을 바꿔줄 ‘기적의 독서법’
김병완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기적의 인문학 독서법이후 두 번째로 저자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일전에 그의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고 깨우치며 읽었던 기억에 이번 책 역시도 나름 기대에 부풀었는데, 무엇보다도 꼭 지금의 내 모습을 지칭하는 듯한, ‘오직 읽기만 하는 바보라는 제목이 더욱 마음을 동하게 만들었다.

이제 책을 끼고 산지 1년이 조금 지나고 있다. 그 전에는 책에 손도 대지 않았던 시절에 비하면 개과천선이요, 괄목상대라 하겠지만 여전히 그 바닥은 얕기에 조바심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일단 양으로 승부하자! 라는 생각에 1000권의 책을 읽는 것이 목표를 하고 있는 나에게 저자는 묻고 있었다. 과연 당신의 독서법이 옳은가? 라고 말이다.

올바른 독서법으로 독서를 하게 되면 지식의 확장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 확장된다. 그것이 바로 의식이다. 내가 말하는 의식은 지혜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의식은 생각의 흐름이다. 그리고 그 생각의 흐름은 우리의 무의식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것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의식은 오히려 무의식을 포함한 인간의 생각과 정신의 큰 덩어리를 말한다. –본문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내가 바라고자 하는 것은 지혜와 지식의 습득이었다. 또한 내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다양한 삶과 생경하고 낯선 배경을 책 안에 담긴 문장을 읽어 내려간다는 것만으로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어 읽곤 했는데, 그의 주장을 보면서 아직도 교과서를 보면서 문제집의 문제 하나를 더 맞춰서 점수를 올리려던 학창 시절의 습관을 독서에도 여전히 반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책 읽는 사람입니다, 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지식의 갈구를 위한 도구로서 책을 읽어왔기에 나는 아직도 채워지지 않는 지식의 늪 앞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다독과 속독이 책을 읽는 기술이 아니며, 지혜의 탐구가 책을 읽는 목적이 아니라는 그의 주장과 함께 책을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 한 문장에 두 눈이 휘둥그래져 빠르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읽는다, 는 행위에 있어서 방법이 딱히 있을까? 라는 막연한 의문과는 달리 독서법에 대한 탐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다산 선생의 독서법은 초서법이다. 이것은 중요한 대목을 골라 뽑아서 노트에 옮겨 적는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의 독서법은 백독백습이다. ‘백 번 읽고 백 번 쓴다는 것이다. 모택동은 붓을 들지 않는 독서는 독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스승한테 배운 최고의 독서 방법은 붓을 들고 하는 독서였다. 원스턴 처칠은 독서를 할때마다 마음에 드는 인용구나 문장을 항상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독서하는 습관이 있었다. -본문

책을 읽는 동안에 인덱스테이프로 표시를 하거나 마음에 드는 문구를 사진으로 찍어두기는 하지만 그것을 손으로 옮겨 써 볼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마음에 드는 문구며 배우고 싶은 문체나, 내용의 흐름에 중요한 부분에 대해 표기하는 것만으로도 몇 십 페이지가 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일독이 끝나고 나서 표기된 부분을 다시 읽고서 서평을 쓰는 것으로 이 정도면 책을 읽었다, 라고 생각했으나 그들은 책과 함께 쓰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특히 독서를 그저 입으로 암기하거나 이해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독서의 기술을 익히고 숙달하기 위해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책을 맹목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낼 수 있는 힘과 지혜를 키워주는 행위가 아니라 그저 앵무새처럼 읽은 책의 내용을 입으로 말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스쳐 지나가는 그런 행위에 불과하다. –본문

위의 독서법뿐만 아니라 우뇌 독서법, 꿀벌 독서법, 고래 독서법 등 후반에 다양한 독서법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그저 읽어 내려 가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과 동시에 생각하면서 사고의 확장을 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산 선생이나 세종대왕 등 많은 위인들이 읽으며 쓰는 독서법을 선택한 것 역시 눈으로 한 번 읽고, 쓰면서 되새김질하고, 그 시간 동안에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되므로 한 번의 독서로 여러 번 읽는 효과를 가져오게 됨으로써 구이지학을 피하고자 하려는 선인들은 계속해서 노력해왔다.

그저 읽으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읽은 책들을 한 쪽 책장에 모아두며 뿌듯해 하던 우매한 나의 모습이 창피하게만 느껴진다. 읽다, 라는 자의적인 행동의 시작으로 독서의 모든 것이 시작하여 끝이라고 생각했던, 나와 같이 책을 처음 접하며 어떻게 읽어야 좋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본 이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아르's 추천목록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 정민저

독서 기간 : 2013.09.21~09.22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어의 원리 Vol. 1 - 원리편 국어의 원리
구자련 지음 / 다섯번째사과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수능을 준비하면서 언어영역관련 문제집만 몇 십 권을 풀었던 것 같다. 120점 만점이었던 당시의 언어영역의 점수는 110점을 넘기가 어려웠으며 어떻게서든 그 문턱을 넘어보고자 문제집만 풀고 또 풀고 했으나 점수는 내 바람처럼 훌쩍 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문제를 풀고 나름 문제 풀이를 한답시고 오답노트를 만들면서도 해설지를 보며 이해를 하기 보다는, 오답으로 고른 내 답도 어찌보면 답일 수 있다! 라며 정답에 대한 나름의 반감과 오답을 선택한 나의 의견에 대한 존중을 그토록 해댔으니, 문제집을 푼다고 해서 점수가 오를 일 만무했다.

그리고 닥친 수능일. 처음 보는 지문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과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지문 구조에 계속해서 읽고 또 읽고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풀어내지도 못했었다.

지금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는 어떻게 지문을 읽고 그 지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을 터인데, 나는 문제만 풀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했기에 정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외면하고 우회로 계속 빠졌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때의 나의 학습법이 잘못되었구나, 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읽는다는 것은 그저 눈으로만 내리 읽는 것이 아닌 텍스트 안에서 뼈대를 찾아내고 그리하여 그 글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으로 그 원리와 학습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국어의 원리' 10여 년만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이라는 안타까움에 푸념도 늘어간다.

나의 글 읽기 능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가? 주변을 보면 누구나 책을 읽고 나도 읽고, 어느 순간 많이 읽으려고만 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잘 읽게 되리라는 기대. 하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 아이러니하게도 글 읽기는 사회적으로 가장 공식적인 행위의 하나 이지만 글을 읽고 난 뒤 그 이해정도는 주관적인 판단에만 의존하는 듯 했습니다. -본문

국어라는 것은, 모국어이기 때문에 그다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했던 것 같다. 많이 듣고, 많이 보고 쓰면 자연스레 내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 동안 국어라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만 생각했구나, 라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당연히 나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님을 왜 그 기초적인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것일까.

見이 정보를 인지하는 것이라면 觀은 인지를 넘어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글자를 보는 것은 ''이고 책을 읽는 것은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읽는 깊이가 다르다면 당연히 같은 것을 보더라도 느끼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책을 읽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고차원적인 두뇌활동이며 제대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려운 만큼 가치 있는 일입니다. -본문

이 책을 통해서 학교문법, 논리문법에 대한 것들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하나의 문장이 옳고 그름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되면서 논리의 구조를 갖게 되며 그러한 논리의 구조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인지, 우리는 문장을 읽을 때 그 안에서 어떻게 논리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예시를 통해서 배워 볼 수 있다.

또한 수학 공식과도 같은 문장의 구조들을 보면서 이전에는 그저 글로서 문장을 보고 접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문장을 분석해나가고 레이아웃을 이해하게 된다.

국가마다 또는 언어마다 학교문법이 다르다는 것은 한 문장을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반면 논리문법이 같다는 것은 다르게 만들어 진 한 문장과 한 문장을 연결하는 원리가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논리는 국제적인 것입니다. -본문

초반에는 단순한 형태의 문장들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매트릭스 구조를 한 텍스트까지 접하게 되는데 천천히 연습하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구조마저도 이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내심 뿌듯해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아르's 추천목록

『국어 원리 교과서』 / 류대성저

독서 기간 : 2013.09.27

b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