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31편의 명작 소설이 말하는 사랑과 연애의 모든 것
잭 머니건.모라 켈리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브제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명작 소설을 읽으며 사랑과 연애에 대해 논한다, 라는 부제를 보고서는 우아하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사에 있어서 사랑이라는 것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그렇게 오래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답은 없고 언제나 물음표를 몰고 다니는 미궁과 같은 난제인 것을 명작 속에서 그 답을 찾는다니.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시도이자 접근 방법이기에 설레는 기대를 안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표지를 보아도 느낄 수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풍겨지는 우아함을 기대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몇 장 넘기지 않았지만 내가 기대하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즉시 할 수 있었다. 우회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정말 직설화법으로 연애에 대해 조언해주고 있는 저자는, 고전 속의 여인들의 모습을 빗대어 2013년에도 여전히 버둥대고 있는 나에게 신랄한 이야기를 들려줄 채비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책에 대한 기대감이 초반에 KO패로 산산조각이 났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나는 더 흥미롭게 이 책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나는 저자가 마치 이미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라는 착각마저 들곤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모두 한 번쯤 경험해보거나 생각해보았던 것들이었기에,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던 질문들을 속속들이 알아서 알려주는 그가 반가움을 넘어서 고맙기까지 했다.

.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다가 그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게 되면 돌연 차갑게 마음이 식어버린다던가 백마 탄 왕자와 같은 이상형에 대해 꿈꿔왔던20대의 시간들이던가, 누군가를 갈망할 때에는 그 사람만 내 곁에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기분 일 텐데 하면서 가슴 조렸던 모습들. 나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들인 줄만 알았는데 그는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꼬집어 내어 그 안의 잘못된 점들을 속속들이 찾아내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 속 완벽한 남자 주인공을 보며 푹 빠져 TV안에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해서 대사 한 마디, 눈빛 하나까지 읽고 있는 나에게, 머리를 벅벅 긁으며 등장하며

", 다 드라마야. 각본이라고.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다!" 라며 일침을 가하며 유유히 웃으며 사라지는 얄밉지만 맞는 말만 하고 가는 오빠 같은 느낌이 저자의 모습이었는데 여전히 핑크빛 사랑에만 헤매고 있는 내게 그는 진정 제대로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이를 설명하기 위해 "샴페인 안경'이라는 개념을 소개해 볼까 한다. 펍에서 하이네켄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먼 친척을 흐릿한 맥주 안경 너머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샴페인 안경은 결혼하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인간 욕망에 수반되는 것으로서, 잠재적인 파트너와 그들의 다양한 결점들을 낭만화하고 이상화하거나 혹은 그 결점들에 따른 책임을 면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중략) 그것은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할 때도 넘어가게 하고, 당신이 누군가와 인생의 나머지를 보내려 할 때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을 묻지 못하게 한다. -본문

누군가에게 마음이 끌렸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한 인간이라기 보다는 모든 것이 완벽한 신과 같은 존재로서 신격화하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곤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군가와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이겠지만 이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안나 카레니나의 소설을 통해서, 특히나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완벽한 사랑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일명 '분륜'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바람은 후진 결과를 낳는다. 불륜은 보통 실망스럽다. 천국이라고 해서 잔디가 늘 푸르지는 않다. -본문

하지만 안나가 결국 그러듯, 당신이 새로운 연인 때문에 배우자를 진짜로 버린다고 가정해 보자. 시간이 흐르면서 이 새로운 관계에는 조종이 안 울리게 될까? 처음에는 매력적이었던 그의 특성이 지금에 와서는 지겨워지게 됐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려나? 물론 위대한 사랑으로 성장하는 불륜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괴롭히던 것과 똑같은 무기력함과 환멸이 새로 대체된 사랑을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훨씬 더 잦다. -본문

진정 로맨스라고는 1%도 없을 법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새 나는 고개를 주억 거리며 맞아, 맞아! 를 연발하고 있었다. 아직도 드라마를 보며 세상에는 왜 이런 이들이 없는 것일까, 를 안타까워 하며 환상 속에서 연애를 꿈꾸는 것이 아닌 현실을 즉시하게 된 느낌이랄까. 내 스스로의 문제나 내가 연애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나의 바람을 현실에서도 고스란히 적용시키려 했기에 그 동안의 나의 연애가 그토록 고난이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관계란, 좋은 부분이 얼마나 좋은가를 근거로 판단하면 안 돼.긴 안목으로 볼 때 나쁜 부분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계를 오래 지속하게 하는 거야. -본문

연애에 대해 뭔가 꼬이고 있는 듯 하고, 잘 풀리지 않는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특히나 드라마 혹은 순정만화 속 주인공에 빠져 허덕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니 말이다. 레드선 보다 더 강력한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르's 추천목록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 그렉 버렌트저

독서 기간 : 2013.09.27~09.2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