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 일상의 순간을 소묘하는 80편의 아포리즘 에세이
노정숙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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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다. 억지로 꾸미는 것이 아닌 그저 툭툭 내어 놓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하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하는 모습들이, 휘황찬란한 빛깔을 하지 않고 그저 그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어릴 적 추운 겨울 날이면 어김 없이 주머니 속에 손을 깊이 넣고 걸을 때면 외할아버지께서는 '손을 빼고 걸어라.' 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가타부타 다른 말씀은 없이 이 말씀만 해주곤 하셨는데 지나고 나서야 그 뜻을 알았다. 그렇게 구부정하니, 종종 거리며 걸어 다니다 넘어지는 날에는 크게 다치기 십상이기에 미리 그런 말씀을 해주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외할아버지의 말씀이 계속 떠올랐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내내 할아버지의 말씀과 같이 그런 느낌을 받은 듯 하다. 이미 지나왔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미사여구 없이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힘. 이것이야 말로 조미료 따윈 필요 없는 엄마의 손맛이 아닐까.

 

 

 

 

휘청거리는 몸 퀭한 눈이 빛나는 아이, 양쪽 허벅지에 노끈으로 묶인 건 청바지, 마른 가지 같은 팔에 감은 두 개의 청바지, 갈비뼈를 셀 수 있을 듯 한 몸을 감을 청바지. -본문

 

 

원 달러! 라는 외침이 울려 퍼지는 동안 그 뼈대가 드러나는 가난은 희망이 되어 울려 퍼진다.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모습 때문일까.주변에 있는 또 다른 아이는 그 모습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단다.

 

 

 

 

사람들이 사막에서 풍장을 할 때마다 내 앞에서 내 어린것을 함께 죽였다.나는 그들의 표지판이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어린것을 생각하며 가슴이 에인다. 내 눈물을 보며 사람들은 조상의 무덤을 찾지만, 나는 상처에 상처를 더한다. -본문

 

 

 

때로 저자는 낙타가 되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언제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사막에서 사람들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미 낙타 앞에서 새끼 낙타를 죽인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어미 낙타는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울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방향을 가늠 하는 것이다. 사막의 나침반을 위해서 자신의 새끼를 잃어야 했던 낙타는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증오를 안고 있었을까. 제 새끼를 지키지 못했다는 회한과 그 슬픔을 어찌 감당했을까.

 

 

 

모든 것이 암울하거나 우울하지만은 않다. 그 안에서 일상 속에 담긴 작은 행복들은 그럼에도 이 세상이 여전히 살만한 곳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다. 아직 웃을 수 있는 이유들이 있기에 오늘도 사람들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보다.

 

 

특히나 '결혼식장에서'라는 내용의 글은 뭉클함이 밀려들었다.

 

노총각과 필리핀 아가씨의 국제 결혼.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일들이기에 이제는 특별할 것도 없을 그 이야기에, 노총각은 때 늦은 영어 공부 삼매경에 빠졌고 그런 그의 아내가 될 이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웨딩드레스 아래 숨기고 아름답게 걷고 있었다.

 

 

 

신랑에게 주례가 죽는 날까지 남편을 사랑할 거냐고 물었다. 신랑은 신부인 필리핀 아가씨 마틸루에게 더듬더듬 통역을 해주었다. 어린 신부는 커다란 눈망울로 오케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문

 

 

 

여전히 국제 결혼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는 나와 우리를 등지고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부부로서 이 자리를 스스로 빛내고 있다.

 

 

 

 

이미 인생이라는 초콜릿 상자는 내게 전해졌다. 그 상자 안에 어떠한 초콜릿이 들었는지는 직접 열어보고 부딪쳐봐야 알 수 있다. 쌉싸름한 맛에 얼굴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달콤함에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할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 상자는 오롯이 나만의 것이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기, 그리고 나를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어떻게든 이 초콜릿 상자를 안고 계속 나아가 볼 생각이다.

 

 

그래, 맹목의 사랑을 퍼붓는 어미의 품을 박차고 광야로 떠나거라. 거기엔 조건부의 사랑이 기다린다는 것을 잊지 마라. 맑은 햇살도 거친 비바람도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드리울 것이며 네가 미처 이빨을 갈기 전에 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단다. 순하고 착하게 살든, 날 선 맹수로 살든 네 맘껏 나아가 보렴.

 

어쨋거나 네가 웃으면 내 우주가 환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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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방랑』 / 후지와라 신야저

독서 기간 : 2013.10.1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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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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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 전, 소원이라는 영화에 대한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잊고 있었다. 그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온 국민을 경악해 했던 그 날의 사건을 잊어버리고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보내고 영화를 기다리며 웃고 있었다. 나영이에게는 지금 이 순간도 내일을 바라기 위해 온 힘으로 용기를 내어 굳건히 버티고 있을 시간이었을 텐데 어느 새 나는 기억 속에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꿈 속에서도 친구들은 다 도망가는데 꼭 마지막에 자신만 악당에게 잡힌다는, 그 끔찍한 순간을 눈을 감은 순간에서도 고통 속에 마주하고 있다는 딸의 이야기를 하던 그 아버지의 음성이 들렸다. 그랬다. 그 아비규환과 같은 일들을 어떻게 나는 이토록 잊고 있었던 것일까.


책을 받아 들고 나서도 어떻게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야 할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저 3자의 입장일지는 모르지만, 3자의 입장에서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인 냥 잊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고 살아왔던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그저 냄비처럼 한 순간에만 관심을 가지던 이 사회 속의 일원이었다는 것이 미안하기만 했다.

 

 

3시반 반 가량. 그 순간 이 책을 다 읽어 내려갔다. 물론 중간중간 쉬어 읽기는 했다. 도저히 한 번에 다 읽어 내려갈 수가 없었다.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치가 떨리도록 힘이 드는데 대체 이 이야기를 어찌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이란 말인가.

 

 

신이 나오고 악마가 나오는 모든 기록에 겁탈을 했던 죄인들의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아이를 겁탈한 애용은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악마조차 거부하는 행동이기에 그렇다. 악마조차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천국의 문은 당연하고, 지옥의 문조차 너에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본문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고통을 전해준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신에게 묻고 싶은 대목이었다. 대체 왜 이들에게 이런 가혹한 형벌을 안겨 주시는 것인지. 이것들이 그들이 감당해야만 하고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가해자라는 이름 조차도 아까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하는 범죄의, 아니 추악한 그 놈의 행위는 인권이라는 법 아래서 보호되면서도 술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감량해주는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를 갈갈이 뒤엎고 싶어진다. 아이 역시 좋아했다며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던 그는 재판장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며 그에게 사형마저도 아까울, 세상의 최고의 고통을 주는 형벌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공포가 얼마나 컸으면 지윤이는 어떻게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바늘 앞에서 저렇게 태연한 것일까? 어제의 일이 얼마나 끔찍했으면 모든 것을 잊고 저렇게 곤한 잠을 청할 수 있는 것일까? 어젯밤의 기억이 얼마나 지독했으면 본능적으로 의사 선생님 곁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저렇게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본문

 

 

피해자들이 오히려 동물원의 동물 마냥 주시되는 현 사회들을 보며, 오히려 그들이 이겨내야 하는 고난과 시련을 보면 털썩 주저 않게만 된다.

 

 

사건 이후 남자를, 아빠마저도 두려워하는 아이를, 숨이 막힐 정도로 음식을 입에 넣으며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 앞에서 춤을 추는 엄마,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8살의 나이로 돌아가 버린 아빠. 이 세 명의 가족이 이전처럼 웃기 위해서는 사건을 이겨내는 것부터 사건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매 순간 마다 포진되어 있는 장애물들이 그들의 아픔을 점점 더 죄여오는 듯 했다. 학교로 돌아가려는 아이에게 일반 학교가 아닌 장애우들이 있는 학교로 보내라는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게 사회의 모든 것들이 재정비 되어야 한다. 턱 없이 부족한 기관의 시설들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강력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 죄를 지은 이들에게 그에 합당한 형벌이 다시는 이들이 사회 속에서 유유히 숨쉬지 않도록, 피 끓는 이 눈물과 응어리진 가슴으로 밤을 새워야 하는 이들이 없도록,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4월 그날의 일곱 시간』 / 수잔네 프로이스커

 

 

독서 기간 : 2013.10.1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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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파워포인트 2013 회사통 현장밀착형 입문서 시리즈
전상오 지음 / 한빛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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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 PPT 때문에 고생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자료는 완벽하게 모아 놓고 분석을 했다고 손 치더라도 일단 그것을 PPT 한 장 한 장에 담는 것은자료를 정리하고 이해하는 것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었는데 특히나 나는 PPT의 기본적인 틀 밖에 모르고 있는 터라늘 상 만든 PPT들은 글자 반평면 그림 반 정도의 형태였다.

 정보의 시작화를 위한 PPT 작업은 문자는 최소한으로 하면서 그 안에 핵심적인 내용을 한 눈에 들어올 수 있게 문서 작업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대체 그 한 눈에 쏙 들어오는 방법을 스스로 강구해 내기가 쉽지 않기에매번 PPT를 띄워놓고 막막하기만 했다.

 이런 증상은 비단 배경이 회사로 옮겨졌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았으며 특히나 회사에서 업무상 필요한 것들은 단순한 발표가 아니기에 매번 준비할 때마다 압박감이 더해지곤 했다.

 가공하고 시각화한 정보는 사람들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됩니다하지만 무작정 슬라이드를 예쁘게 꾸민다고 정보 전달력이 높아지지는 않습니다주제와 관련 없는 복잡한 이미지와 조잡한 클립아트현란한 애니메이션으로 사람들 눈을 현혹시킬 수는 있지만그 여운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본문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그야말로 눈에 확 들어오면서도 알찬 내용들로 구성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어떻게 하면 최상의 정보를 PPT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용도별로 어떠한 슬라이드가 필요한지단지 문자가 아닌 슬라이드를 직접제시하며 나타내고 있기에 훨씬 쉬이 이해가 된다.

PPT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구성밖에 모르는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그 안에 기능들에 대해서 하나씩 설명하고 그 안에 어떠한 내용들이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사실 슬라이드 크기나 그 안에서 그림 크기를 조절하는 것들도 그저 보여지는 대로 대충하곤 했었기에 이번 챕터를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특히나 이런 입체형 도형을 만드는 방법이 무척이나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매번 평면 도형들만 가지고 만들다 보니 PPT 작업을 하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고 그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옮겨다가 쓰고만 했었는데 이 부분을 따라하게 되면서 피라미드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들도 쉬이 도전해 보게 되었다.

파워포인트의 시작에서부터 마무리 단계까지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애니메이션 적용과 시퀸스 적용까지 다양한 것들을 이 책 안에서 마주하게 된다정말 PPT안에 글자만 가득히 넣어두거나 기본적인 도형들만을 가지고 슬라이드를 채우던 것이 일쑤인 나에게 한 단계 한 단계 따라갈수록 무언가가 만들어 진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회사에 책을 두고 시시 날 때 마다 연습 중에 있는데이 속도라면 다음 번에 준비할 PPT가 어떠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독서 기간 : 2013.10.0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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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난다 - 일상을 바꾸는 특별한 선물 감성소품
이형동 지음, 이대성 사진 / 북클라우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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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이면서 감성 바보라 불리는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의 양력을 보면서얼마나 감성적이기에 감성 바보라는 애칭을 얻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호기심이 책을 읽어내려 갈 수록 이해가 된다글과 사진이 함께 있으면 먼저 사진에그림에 눈이 먼저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일텐데 어느 새 나는 그의 글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사진은 그저 곁들여 있는 추가메뉴 같은 느낌이었다그리하여 점차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그야말로 감성의 무풍지대였다.

 자칫하면 그저 소품들을 소개하는그저 홈쇼핑의 책자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는 이 위험한 시도의 책은 하나의 아이템을 마주하면서 그가 끌어오는 기억과 추억의 습작으로 말미암아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남자가 청승이다라고 핀잔 받을 일이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아이템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이 사람이 나는 참 따스한 사람이라 느껴졌고 그래서 인지 그의 이 청승스러움이 좋았다.


 또래 남자애들이 갖고 있는 감성의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느꼈지만별다른 능력이나 자랑이 아니었기에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다그냥 이대로 나이 들면감성 대신 이성이 더 커질 줄 알았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이성적인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 지극히 감성적인 사람으로 성장했다나는 여전히 주위에서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본문


 눈에 드는 여러가지 아이템들이 있지만책을 덮고 나서도 가장 많은 잔상이 남는 것이 굿프렌즈의 다니오라는 이름의 어항이었다물고기를 기르는 공간을 말하는 어항을물고기가 없이 그저 어항만 덩그러니 있는 그 장면을 보면서 오히려 그 자체만으로 편안하면서도 아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누가 될지는 모르지만어찌되었건 어떠한 물고기에게는 하나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는 그 자명한 사실만으로 그러한 생각이 스쳤다하지만 이 포근함은 첫 문장을 읽어 내리고 순간 두려움이 밀려 들었다.


 "애들은 죽기 위해 사네."

 회집 큰 수족관에 떠 있는 너절한 잿빛의 몸뚱이와 검은 눈을 보고 말했다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사람들은 줄 서서 그들을 탐닉한다나도 그 무리 중 한 명이다수족관과 나와의 거리는 1m 남짓이지만 그들과 내가 있는 공간은 너무나 다른다인간이 만들어놓은 생의 경계는 그렇게 명확하고 잔인하다. -본문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나의 물건이 다른 이에게는 이토록 많은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에서하지만 나는 그러한 글을 읽고 나서야 또 나의 이야기를 더듬어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며 살짝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굳이 되새겨 보지 않았을 나의 이야기들 역시 다시 한 번 빛을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나도 잠시나마 감성적인 사람이 되어 보았다.

 책을 펼치기 전에만 해도 몰랐던그저 예쁜 아이템들로만 가득할 것 같은 책은 완연히 한 남자의 기억의 회로에 따라 함께 따스한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하는 마법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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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 밤삼킨별저


 

 

독서 기간 : 2013.10.11~10.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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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스파이들 바다로 간 달팽이 8
사카키 쓰카사 지음, 김미영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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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의 남녀의 구성이 주인공이라는 그들이 천문부의 유일한 기수이며 서로 성격이나 취향마저 다른 이들이 함께 ''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함께 한다는 이 책의 소개 글을 보면서 중학교 때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를 포함해서 남자 2, 여자 2의 구성으로 이뤄졌던 우리는 2학년 때 같은 반의 일원이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매개체가 되어 체육시간이며 그 외의 시간 동안 한창 활동을 같이 했었다배드민턴이며 농구며 평가라는 이름 하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그 시간을 언제나 깔깔 거리며 웃으며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친구들과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성격이나 외모성향마저 모두 다른특히나 이성관에 대해선 각기 뚜렷한 주관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여전히 함께 모여 있는 거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우리 4인방의 이야기를 오버랩 되며 떠올라서 인지 당장에라도 이들의 이야기가 읽어보고 싶어졌다이미 과거 속에만 존재하는 그때의 이야기가 그들에게는 현재일 테고 그들만의 밤 속에 스파이란 이름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설레면서도 궁금해졌다우리가 가진 기억 속 모습과 그들의 모습은 얼마나 비슷하면서도 다를지과거의 졸업사진을 펼쳐보든 떨리는 마음을 안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

 

 이야기는 나인 조붓치게이지기 이렇게 4명의 일원으로 구성된 천문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두가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이고 천문부라는 무언가 있어 보이면서도 슬쩍 따분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 곳에 모인 아이들누군가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아실제로 그러한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이 천문부에 모인 이들은 아무런 공통분모도 없는 이들은 조합이기에 오히려 희한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학교 내에서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고 서로 각자의 무리가 따로 있다그렇다고 이들이 천문학이라는 것에 그토록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 서클의 담당 선생님 조차도 쿨할 정도로 이 모임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보다는 방관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와중 활발하지 않지만 이들은 주기적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누구의 인생이든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이 아이들은 평범한 학생으로서 이 자리에 있는 듯 보였지만 들여다 보면 모두 그들만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 순간 내가 만들어 놓은 음식에서 뜨거운 김이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시집시집시집시집만 가면 내 인생이 완성이라도 된다는 말인가대학은취직은사회가 얼마나 다양해졌는데 한 가지 길만을 강요받는 게 과연 행복한 삶인가? -본문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업을 포기하기를 바라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어떻게든 학업의 꿈을 이어가고자 하는 조모든 것에 척척인 만물 박사인 듯 보이는그러면서도 능구렁이 같이 여자들에게 쉬이 허니베이비라는 말을 서스름없이 하는 게이지갑작스런 실업 이후에 폭력적으로 변해 버린 아버지와 그런 폭력과 폭언을 그저 방관하고 있는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기그녀의 화려한 옷차림과 4개의 피어싱은 무언의 자기 방어적인 것이다그리고 매일 폭탄을 안고 이동하는 붓치사실 폭탄을 매일 안고 이동하는 자신의 임무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는 붓치의 이야기를 들으며 순간 흠칫 놀랐었는데그 자세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 친구들은 어른보다 훨씬 성숙하고 너그럽습니다자신들에게 주어진 전쟁터라는 환경을 스파이라는 신분으로 위장하고 함께 밤을 공유합니다이제는 그 어떤 조직보다 단단한 유대를 가진 동료들이 되었고,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이 내 곁을 떠나는 날이 온다 해도 함께 싸운 동료들이 내 인생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본문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현실의 이야기들을 아이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세상과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 속에서 '스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며 지내고 있다그들에게 밤이란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며 꿈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며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는그야말로 해방구와 같은 시간인 것이다.

 

 천문학 클럽이지만 그들은 밤 하늘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미스터리 한 사건들을 풀어가며 아이들은 서로의 결속을 다지고 있었다물음표가 계속되는 정체 모를 사건들을 훌륭하게 풀어나가는 이들의 모습은시간이 흐를 수록 그들간의 거리를 가깝고 친근하게 만들었으며 때론 어른들보다도 훨씬 더 현명하고 의젓해 보이기도 했다.

 

 특히나 기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안쓰럽기만 했는데 그 아이는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여자이기 이전에 아직은 보호받아야 하는 청소년이지만 가정 폭력의 중심 속에 덩그러니 놓아졌던 아이언니에게 갈 수 있는 편도 티켓을 마지막 비상의 열쇠를 삼아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려 했던 이 아이의 귀에 자리하고 있는 피어싱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후의 몸부림이자 발버둥의 의지였다.

 

 "피어스를 늘리지 않았잖아그러니까 약하지 않아."

 자신이 있는 곳을 가족에게 감추고 살아야 한다는 것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요리를 다닞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기에게는 그동안 피어스를 더 늘릴 만한 계기가 얼마든지 있었다그런데도 기는 거기에 상처라는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다. -본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그 상처를 회복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라고 했다친구든 가족이든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상처를 또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서 치유 받곤 한다.

 가장 감성적이고 또 불안한 시기였던 청소년 시기에 나 역시 이 책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본다.

 그들만의 스파이라는 임무가 있었기에 이들이 지금 웃고 있듯이 세상에 이런 수 많은 스파이와 그들의 활동이 있기를 바라본다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들려지는 암울한 뉴스들의 소식이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더 많은 스파이들의 등장이 더 많은 이들에게 따스함을 전해질 수 있길 바라며그들의 맛있는 이야기가 오늘까지도 지속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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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강 / 김선희저 


 

 

독서 기간 : 2013.10.10~10.1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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