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오랜 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 전, 소원이라는 영화에 대한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잊고 있었다. 그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온 국민을 경악해 했던 그 날의 사건을 잊어버리고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보내고 영화를 기다리며 웃고 있었다. 나영이에게는 지금 이 순간도 내일을 바라기 위해 온 힘으로 용기를 내어 굳건히 버티고 있을 시간이었을 텐데 어느 새 나는 기억 속에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꿈 속에서도 친구들은 다 도망가는데 꼭 마지막에 자신만 악당에게 잡힌다는, 그 끔찍한 순간을 눈을 감은 순간에서도 고통 속에 마주하고 있다는 딸의 이야기를 하던 그 아버지의 음성이 들렸다. 그랬다. 그 아비규환과 같은 일들을 어떻게 나는 이토록 잊고 있었던 것일까.


책을 받아 들고 나서도 어떻게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야 할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저 3자의 입장일지는 모르지만, 3자의 입장에서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인 냥 잊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고 살아왔던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그저 냄비처럼 한 순간에만 관심을 가지던 이 사회 속의 일원이었다는 것이 미안하기만 했다.

 

 

3시반 반 가량. 그 순간 이 책을 다 읽어 내려갔다. 물론 중간중간 쉬어 읽기는 했다. 도저히 한 번에 다 읽어 내려갈 수가 없었다.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치가 떨리도록 힘이 드는데 대체 이 이야기를 어찌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이란 말인가.

 

 

신이 나오고 악마가 나오는 모든 기록에 겁탈을 했던 죄인들의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아이를 겁탈한 애용은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악마조차 거부하는 행동이기에 그렇다. 악마조차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천국의 문은 당연하고, 지옥의 문조차 너에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본문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고통을 전해준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신에게 묻고 싶은 대목이었다. 대체 왜 이들에게 이런 가혹한 형벌을 안겨 주시는 것인지. 이것들이 그들이 감당해야만 하고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가해자라는 이름 조차도 아까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하는 범죄의, 아니 추악한 그 놈의 행위는 인권이라는 법 아래서 보호되면서도 술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감량해주는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를 갈갈이 뒤엎고 싶어진다. 아이 역시 좋아했다며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던 그는 재판장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며 그에게 사형마저도 아까울, 세상의 최고의 고통을 주는 형벌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공포가 얼마나 컸으면 지윤이는 어떻게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바늘 앞에서 저렇게 태연한 것일까? 어제의 일이 얼마나 끔찍했으면 모든 것을 잊고 저렇게 곤한 잠을 청할 수 있는 것일까? 어젯밤의 기억이 얼마나 지독했으면 본능적으로 의사 선생님 곁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저렇게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본문

 

 

피해자들이 오히려 동물원의 동물 마냥 주시되는 현 사회들을 보며, 오히려 그들이 이겨내야 하는 고난과 시련을 보면 털썩 주저 않게만 된다.

 

 

사건 이후 남자를, 아빠마저도 두려워하는 아이를, 숨이 막힐 정도로 음식을 입에 넣으며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 앞에서 춤을 추는 엄마,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8살의 나이로 돌아가 버린 아빠. 이 세 명의 가족이 이전처럼 웃기 위해서는 사건을 이겨내는 것부터 사건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매 순간 마다 포진되어 있는 장애물들이 그들의 아픔을 점점 더 죄여오는 듯 했다. 학교로 돌아가려는 아이에게 일반 학교가 아닌 장애우들이 있는 학교로 보내라는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게 사회의 모든 것들이 재정비 되어야 한다. 턱 없이 부족한 기관의 시설들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강력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 죄를 지은 이들에게 그에 합당한 형벌이 다시는 이들이 사회 속에서 유유히 숨쉬지 않도록, 피 끓는 이 눈물과 응어리진 가슴으로 밤을 새워야 하는 이들이 없도록,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4월 그날의 일곱 시간』 / 수잔네 프로이스커

 

 

독서 기간 : 2013.10.12~10.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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