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조정우 지음 / 북카라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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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한창 방영 중에 있는 기황후라는 드라마가 그녀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나에게 심심치 않게 드라마가 그녀의 삶을 미화시키며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리곤 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이기에 한 여인의 이야기가 이토록 시끌벅적 한 것일까? 라며 비화를 찾아보니 건 고려의 여인이었던 그녀가 원나라의 공녀로 선발되어 먼 훗날 황후가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황후가 된 것이 아닌 그 이후, 그녀의 행보였는데 이후 고려를 침략했다는 기록을 보는 순간, 대체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드라마 속 승냥이라 불리는 하지원 역이 기황후의 역할일 것이고 고려의 왕과 황태자 사이에서의 삼각구도를 그리고 있던 모습 속에서 차후에 들어날 역사적 진실은 아득하면서도 현재 이 곳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녀의 선택이 원망스럽기까지도 했다.

 저자 역시도 이 부분 때문에 그녀를 모티브로 하여 이 소설을 집필하는데 까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이 소설 속에서 그 모든 것들을 알아볼 수는 없을지언정 이토록 회자되고 있는 그녀의 삶과 그 때의 모습들을 마주해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드라마에서는 승냥이로 불리는 기황후인 그녀는 이 소설 속에서는 기완자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었으며 그 누구라도 보면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외모를 안고 있는 그녀는 격구를 좋아하는 호탕한 면도 가지고 있었다.

 그 뜨거웠던 격구장에서 마주하게 된 기완자와 최영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눈에 반하게 되었으며 부부의 연으로 평생을 함께 하는 이들의 소박한 꿈은 최원직의 반대와 공녀 선발이라는 제도가 그들 사이의 붉은 실을 도무지 이어 붙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기완자에게 최영은 이미 서방님이었다. 혼약을 맺은 것이 혼례식을 올린 것과 무엇이 다르랴! 아무리 몽골의 주구 노릇을 하는 결혼도감이라도 이미 혼약한 한 쌍의 남녀를 가를 수는 없으리라. 기완자는 입술을 꼭 깨물며 한 가닥의 희망을 품었다. –본문

 매파 앞에서 혼약을 올린 것으로 이미 부부의 연을 맺어진 것이라 생각했던 최영과 기완자 앞에는 넘을 수 없는 시련이 그들을 점점 갈라놓고 있었으며 혼인을 한 상태로 공녀로 선발되어 버린 기완자를 구하기 위해 수 많은 이들이 힘을 쓰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이 땅에서 당당히 웃게 만들 수가 없었다.

 이 나라의 왕이었던 내 아들 충혜가 원에 잡혀 있고. 나 또한 언제 원으로 잡혀갈지 모르는 몸이거늘…” –본문

 이렇게 혼자 되뇌고 있는 충숙왕을 보면서 당시 지난했던 역사 속의 우리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이 나라의 왕자는 물론이거니와 왕마저도 원나라의 손아귀에서 쥐락펴락 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당시 우리네 조상들의 한스러운 삶은 그 누구도 구제해줄 수 없는 그들의 슬픔이었다는 사실이 울컥하게 한다.

 어찌되었건 몸은 원나라에 있다고는 하나 마음만은 오롯이 최영을 향하고 있는 기완자는 어떻게든 자신이 살고 있던 고려에서 최영과의 삶을 되돌려 보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가 아닌,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더 깊은 곳을 향해 지나가고 있었다.

 황제였던 토곤의 눈에 띄었던 기완자는 그리하여 귀비가 되었으며 황태자를 잉태한 그녀는 그녀만의 지아비였던 최영 대신 자신의 아들을 위해 황후로서의 삶에 매진하게 된다.

 원나라 전역에 고려의 옷과 풍습을 유행시켰던 고려의 딸이었던 기완자가 기황후라는 이름으로 원나라에 사는 동안. 또한 아이유시리다라의 어머니가 되어 황후로서의 삶을 사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과연 실제 그녀는 이 생애 동안 행복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태어난 나라와 살아내야  했던 나라가 다르다는 사실이, 그것도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정해진 사실이었다는 것이. 그러한 삶의 주인공들이 비단 기완자 뿐만 아니라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 비통한 삶을 살아야 했다는 것이 그저 먹먹하게만 느껴진다.

 결국은 타국에 있는 최영과 기황후의 현실이 그들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도 그들의 이야기 뒤에 있을 또 다른 이들의 삶을 생각하며 처연하게 글을 읽어내려 간 듯 하다.

고려 말은 나라의 주권을 잃고 원나라의 정책에 좌지우지 되었던 암흑의 세울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기황후가 공녀로 끌려간 지 2년 만인 1335년에 공녀 선발이 중단되었고, 공민왕 대에 원나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무기와 저폐를 보냈다는 기록은 그녀가 고려를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히 드러낸다. –본문

 깊이감에 빠져 보기 보다는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것에 더욱 의존했던 소설이었기에 금새 읽기는 했으나 무언가 허망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팩트를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팩션이라고는 하지만 간이 덜 된 듯한 이야기를 보면서 그래도 기황후라는 그녀의 삶을 원망만으로 바라보았던 시각을 조금 거둔 것으로 만족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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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 장영철,정경순저

 

 

독서 기간 : 2014.01.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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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 바다여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0
아이리스 머독 지음, 안정효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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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찰스라는 인물을 마주하는 동안 전에 보았던 내 아내의 모든 것이란 영화 속 류승룡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보였다. 첫사랑이 세상을 떠난 이후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했던 장성기라는 역할을 맡았던 그는, 찰스라는 인물처럼 희대의 카사노바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었다. 그저 전리품과 같이 잠시 스치는 여인들은 그를 잊지 못해 매일 그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그는 매몰차게 그녀들을 돌려보낸다. 사랑이 아니니 돌아가라며 말이다.

 다만 찰스와 장성기의 차이가 있다면 첫사랑이 현재까지 그들의 곁에 존재하느냐의 차이였다. 장성기의 첫사랑은 이미 세상의 떠난 상태였다면 찰스의 첫사랑 하틀리는 어느 순간 그의 눈 앞에 나타나게 된다.

 바다가 근처, 바위 꼭대기에 있는 슈러프 앤드라는 집에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찰스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 처음에는 얼마나 묵직하면서도 담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하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무릇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의 지혜와 삶을 관통해 보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 속의 찰스는 그러한 깊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사랑이라는 것을 제 멋대로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다분히 좋은 의도로 한 일들이 타인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 지는 경우가 있다. 사랑이라는 것 역시, 나에게는 사랑이기에, 상대방에게 그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있어서 그것이 사랑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때론 그것이 스토커와 같은 두려움으로 바뀔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짝사랑이라는 단어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혼자 하는 외톨이 사랑은 상상 속에서 완벽한 모습을 구현할 때도 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비참한 장면을 만들어 놓기도 하기에 혼자서 하는 사랑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 짝사랑이라는 것이 도를 지나치게 되어 그 선을 넘게 되는 경우, 모든 것을 자신의 판단 하에 상대는 무조건적으로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는 행동은 감정의 표현을 넘어 폭력이 되기도 한다.

 회고의 순간 그의 손끝에서 나열되는 화려했던 찰스의 전성시대의 이야기들을 보면 (비록 나이가 든 현재 역시도 그는 계속해서 전성 시대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에게는 그저 흘러가는 무용담과 같을 뿐이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 심지어 남자까지도 그를 마음에 담아두고는 있었지만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사랑은 바로 첫사랑이자 결혼을 약속했던 하틀리뿐이었다.

 정말 그것이 이유였나요?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은 런던으로 갔어요.”

 그래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고, 난 당신을 버린 게 아니라 항상 당신만 생각했고 날마다 편지를 썼다는 건 알잖아요. 다른 남자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였죠? 그 남자 때문은 아니었겠죠?” (중략)

 그때 그를 알고 있었나요?”

 그건 상관없는 일예요.”

 상관이 있고 말고요. 아무리 사소한 일들이라도 모든 상관이 있으니까 다시 찾아내고 주워 모아 부활을 시키고, 과거를 다시 살아 그것을 순수하게 깨끗하게 만들고, 마침내 서로 구원을 하고 상대방을 다시 완전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겠나요…..” –본문

  열 여덟 살이 되면 결혼을 하자던 약속이 무색하게 갑작스레 사라져 버린 그녀는 어느 새 노년이 된 그의 눈에 띄게 되고 그때부터 찰스는 다시금 하틀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게 된다.

 과연 완전하게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찰스가 생각하는 완전함은 그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하틀러를 벤으로부터 구해내어 자신과의 사랑을 점철시키는 것이었으며 그리하여 그는 하틀러가 자신과 헤어진 그 순간부터 불행했으며 현재도 불행한 삶 속에서 옥죄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생각이라는 그 틀이 무궁무진 할수록, 그 생각에 감정이 더해져 사랑이라는 형태로 변모되어 갈 때, 미숙한 사랑은 그것마저도 사랑이라 표방되어 상대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주게 된다.

 어느 날 밤 누군가에 의해서 떠밀려진 절벽에서 바다로 빠지는 순간, 그리고 하틀리의 아들이 주검으로 발견된 그 때가 되서야 찰스는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진 집착이자 폭력이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비록 변화가 있다고 해도 그 범위는 백만 분의 1밀리미터밖에 안 되리라. 가엾은 혼령들이 가버리면 평범한 의무와 평범한 관심만이 남는다. 인간은 조용히 살면서 자질구레한 좋은 일들을 하며 아무도 해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은 내가 할 만한 자질구레한 좋은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데, 내일은 하나쯤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 –본문

 자신만은 객관적이고 다분히 합리적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기 중심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듯 하다. 내 눈에 비친 것이 세상의 전부이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통념이라 믿으니 말이다.

 사랑이 아닌 질투와 분노를 기반으로 자신의 이 모든 광기의 태동이라는 것을 바다 속에서 마주한 바다뱀을 떠올리며 알게 되듯 과연 우리는 인생의 어느 순간이 실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지, 그것이 너무 늦게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독서 기간 : 2013.12.26~12.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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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대화 -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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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남아프리카의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은 애도의 물결을 표하며 거리로 향했으며 그 인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청났다고 한다. 연일 신문이며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니 그 이전에도 책을 통해서 간략하게 그에 대한 내용들을 접하면서도 별 다른 생각들은 해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남아프리카의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문구를 보면서도 그 최초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인지하는 대도 한참 걸렸던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그들이 나라인 아프리카에서 대체 흑인대통령이 왜 최초로 탄생되어야 했는지, 그 최초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서 그는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인종차별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이겨내야 했는지 등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나는 그에 대해 알아야만 했다.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순간이었지만, 더 이상 그의 삶을 그저 관망하는 것은 지금이 마지막이고 싶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숫자들을 보면서 파본인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알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는 이 기록들은 하단의 주석을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는데 그야말로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기록해 놓은 것들이었다.

연도 뺄셈 세 개에서 첫 번째 “28”은 넬슨 만델라가 감옥에 갇여 했던 총 햇수이고 두 번째 “44”는 그가 처음 감옥에 갇혔을 때의 나이며, 세 번째 “72”는 그가 마침내 감옥에서 풀여났을 때의 나이다. (출처: <자유롭게 향한 머나먼 길>의 속편으로 쓴 미완성 원고) –본문

 한 아이가 태어나 소년을 넘어 장성한 청년이 되고도 남을 시간을 고스란히 비좁은 감옥에 수감되어야 했던 그는 죄수 466/64번이 되어서도 그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그와 뜻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았으며 결국 그를 이 감옥 안에 투옥시킨 이들을 원망 대신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 만델라의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류 없는 인간이 거둔 필연적 승리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건 사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모두는 변화가 어려워 보이는 시대에, 우리의 대립과 우리의 불완전함이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서로 책임지지 않는 쉬운 길로 가도록 유혹하는 시대에 봉착해 있다. 만델라도 그런 시대에 봉착했었다. 그러나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는 로벤 섬 감방에서도 그는 더 나은 미래를, 희생할 가치가 있는 미래를 보았다. 복수를 하고 싶은 유혹에 부딪혔을 때에도 그는 화해의 필요성을, 원칙이 한낱 권력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았다. –본문

 28년이란 시간. 이렇게 글자로 쓰고 읽기에는 별 거 아닌 시간이지만 내 인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시간 동안을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고자 했던 열망 하나 때문에 고스란히 갇혀 지내야 했다니. 역사를 고스란히 바꾼 이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이 책은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세상의 변화를 위해 온 몸으로 희생했던 넬슨 만델라는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친근하면서도 그의 모든 것들이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의 삶처럼 28년의 어둠 뒤에 5년의 찬란한 빛이 있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속삭이며 이 길을 갈 텐가? 라고 묻는다면 과연 나는 YES라고 답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만 계속해서 되뇌게 된다. 아니, 만약 그 길을 어떻게든 가게 되었더라면 나는 어떻게든 그들에게 이 모든 고통의 빚을 고스란히 돌려주려 아등바등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괴물이 되어버렸을 28년이라는 시간을 그는 오롯이 빛의 시간으로 보내왔으며 그 험난한 시간을 진귀한 시간으로 장본인이면서도 그는 마지막까지도 겸손하게 웃고만 있었다.

 세상에 폭력적인 사태로, 무구한 흑인들의 유혈과 그들을 향한 폭력이 계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그는 이 모든 사태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뇌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비폭력을 전술로 생각했어요. 상황이 우리에게 비폭력을 써야 한다고 하면 그럴 것이고, 상황이 우리에게 비폭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면 그럴 것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족장이……. 무력투쟁에 반대하리라는 것을 알았고, 실제로도 아주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설득했지요……. –본문

 비폭력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려 했던 초반의 생각들이 그들이 처해있던 상황 속에서 모든 것들 것 변모하게 만들었고 과격해지는 진압 속에서 정의를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외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세상을 바뀐 위대한 성인으로 기록되기 이전에 그도 한 어머니의 아들이었으며 아이들의 아빠인, 우리와 같은 평범한 가정 속의 가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평범한이라는 단어 대신에 흑과 백의 공존을 위한 스스로의 길을 찾아 갔으며 그로 인해 그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끝내 모두 이룰 수가 없었다.

 

 가히 글로 읽으면서도 이 모든 것들의 고스란히 겪어 오신 분이라는 것이 믿어 지지가 않았다. 한 인간으로서 과연 그는 어찌하여 이 고통스러운 길을 걸어가는 것을 선택했던 것일까.

 모두가 말하는 그 정의라는 두 글자의 이름과 평등이라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향했던 지지와 열정은 물론이고 그에게 향했던 모든 반대 세력들마저도 아우르던 그는 표지 속 모습과 같이 더 없이 인자하고 자혜로운 분이었다.

 그리하여 그를 떠나 보내야 했던 그 순간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눈물을 흘렸던 것을 책을 덮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그저 위대한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라는 부고 관련 기사를 접할 때만 해도 그러했구나라는 생각만을 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넬슨 만델라는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자연스레 머리가 숙여질 수 밖에 없다. 세상의 큰 별이 졌다는 말이 이런 의미였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이제서야 그를 알았다는 것이 송구스럽지만 앞으로도 그의 가르침을 오랜 동안 기억하며 그의 정신을 따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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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어록 / 넬슨 만델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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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이언스 1 호모사이언스 1
EBS 과학혁명의 이정표 제작팀 지음, 이덕환 감수 / 지식채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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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우리가 어디서부터 왔고 어떻게 탄생된 존재인가, 에 대한 호기심은 이 지구상에 땅을 딛고 살고 있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 물음일 것이다. 그 물음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인간과 동물과의 차이를 만들었으며 그리하여 우리는 호모사이언스, 즉 과학하는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당당히 부를 수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과학을 탐구하는 인간이라는 우리는 아직도 무수히 많은 수수께끼를 안고서 이 지구 위에 서 있다. 수 많은 가설들을 세우고 그것이 진정한 진리인지 아닌지에 대한 계속된 물음이 현재의 오늘 날의 과학 수준까지 도달시켰지만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물음은 우주 너머에 가득하다.

 모든 것은 138억 년 전 빅뱅과 함께 시작되었다. 빅뱅 후 최초의 시간, 즉 찰나의 순간인 10-43, 우주에서 가장 먼저 자연의 힘 네 가지가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3,000억 년 후 우주에서 최초의 별이 탄생했다. 그리고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원소들도 별의 일생을 통해 만들어졌다. 모든 인류는 별의 후손인 셈이다. –본문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별의 후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문학적인 표현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별의 자손들이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미로운 이야기일까. 밤 하늘에 떠있는 반짝거리는 별의 탄생과 소멸이 말미암아 이 모든 것들의 근간이 되었다니. 과학적인 근거로 규명된 사실이라고는 하나 이 모든 것들은 아직도 꿈과 같이 묘연한 신비함을 안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의 내용은 빅뱅의 순간부터 태양과 지구의 탄생, 그리하여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존재까지의 그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마주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정말로 알기 쉽게, 초보자를 위한 과학에 관한 입문서이기에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간 듯 하다.

 스위스의 물리 연구소에서 대형강입자충돌기로 우주의 최초 입자를 찾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어느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본 적이 있다. 기다란 터널과 같은 공간에 빛과 같은 속도로 입자를 이동시키면서 빅뱅의 시초를 찾아낸다는 이 실험은 단순한 실험이 아닌 인류를 넘어 이 광활한 우주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그야말로 호모사이언스의 집결체라 할 수 있었다.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별을 통해서 변광성인 Var을 발견해 내고 이 변광성을 통해서 인간은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를 넘어 또 다른 은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저 반짝하고 빛나는 하늘 위의 별을 보면서 끈질긴 탐구와 지적인 호기심이 이룩해 낸 쾌거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은하의 이동 속도로 허블은 계속해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대체 이 우주는 얼마만큼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 속의 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질수록 그 안의 인간의 비중 역시 작아지는 것을 보면서 한낱 우주 속 작은 생물체에 지나지 않는 인간의 모습에 자연히 숙연해지게 된다.

 또한 허블은 이 과정에서 은하의 이동 속도가 은하까지의 거리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더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져 간다는 사실을 확인 한 것이다. 그는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는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한다.” 라는, 이른바 허블의 법칙을 발견하면서 우주는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우주팽창설의 기초를 세웠다. –본문

 빅뱅 이후 별의 잔해가 모여서 만들어졌다는 태양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고마운 존재이다. 만약 태양이 현재보다 조금 더 가까이 혹은 조금 더 멀리 있었더라면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어떻게 변모하게 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태양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하여 대기와 물을 순환시키는 이 일련의 과정은 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의 생명을 불어 일으키는 마법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과학을 넘어 경이로움 그 자체의 현장이었다.

 가장 신비로운 내용은 바로 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물이라 함은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기에 그저 당연히 물이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 속에서는 과연 이 물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물이 기화되어 수증기로 변모한 후 이것들이 구름으로 뭉쳐져 다시 비 또는 눈으로 내리는 과정이 순환되고 있다고는 이 모든 순환이 일어나기 이전, 그 기반이 될 물은 대체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현재 바닷물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는 모르비델리 교수의 설명이 더 지배적이다. 지구를 만든 소행성과 운석들에 물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미행성체가 지표면에 충돌하면 엄청난 고온과 고압상태가 되는데, 이때 암석이 녹으면서 미행성체에 들어 있던 물도 지각 아래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지각 변동과 함께 물은 수증기 상태로 대기에 방출되어 이산화탄소와 함께 구름의 형태로 지구를 둘러싼다. 구름은 비가 되어 내렸고, 그 결과 생명의 근원인 바다가 태어났다. –본문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디서부터 왔는가에 대한 그 근원적인 물음에 신이 이 모든 것들을 창조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과연 그것이 맞을까, 하는 증명을 해보겠다는 인간은 점차 과학이라는 것에 눈을 띄게 된다. 빵 속에 꿈틀대는 쥐를 보면서 빵이 쥐를 만들어 냈다고 믿었던 그 옛날의 어리석었던 우리의 선조들은 기어코 빵과 쥐의 탄생에 대한 근원을 밝혀냈으며 그리하여 현재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DNA 배열의 코드까지 풀게 되었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더 과학적인 지식이 이 세상의 모든 물음을 풀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함께 과학적인 접근으로 책 속에 빠져들수록 현존하는 모든 것들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호모사이언스, 이들이 밝혀나갈 미래가 더욱 기대되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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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과학책』 / 이동환저

 

 

 

독서 기간 : 2013.12.2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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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가끔 다른 인생을 꿈꾼다 - 홍미경 원장의
홍미경 지음 / 무한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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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결혼에 대한 환상에만 쫓아 결혼이라는 예식을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만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하얀 드레스에 수줍은 듯 부케를 들고 그날의 주인공인 신부로서 예식장에 들어서는 그 동화와 같은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바라며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살 것을 약속하는 그 아름다운 시간만을 고대하며 나의 20대는 그토록 결혼이라는 것에 갈망하며 지냈지만 반면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쌉싸름한 현실은 내 것이 아닌 양 외면하고만 있었다. 실은 결혼이라는 큰 기점을 시작에 있어서 그저 출발선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세상이 전부인 냥 생각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자의 일생이란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만 하면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현실과 부딪치면서 인생에 눈이 떠지지요. 

 정신없이 살다보면 어느새 싱그러운 젊은도 저편으로 사라지로, 남편과 아이를 챙기느라 어느새 자기 자신은 맨 뒷자리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 든 몸뚱이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껍데기 같은 현실을 맞딱드릴 때, 그 절망감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본문 

 어찌 보면 결혼이라는 그 순간순간이 너무도 고되고 힘든 것들이기에 우리에게 예식이라는 이 의식은 이토록 달콤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달콤함에 유혹되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서는 일단 발을 떼게 만드니 말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눈을 떠 아침을 맞이하고 아침을 먹으며 도란도란 웃으며 출근을 하고 그리고 나서 다시 같은 집으로 향하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할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데이트와 결혼의 차이점을 듣고 있노라면 과연 결혼은 늘 언제나 그토록 달콤한 것일까, 라는 물음이 들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이상에야 언제나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의 진솔한 면목일 테고 그리하여 데이트 할 때는 감출 수 있었던 치부들마저도 여과 없이 보여져야 하는 그 순간들이 현실일 텐데, 더군다나 사랑이 호르몬의 노예라는 이름으로 약 3년 여의 시간만이 허락된 것이라면 과연 이 결혼이라는 것에 우리는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한국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어 100세 시대를 달려가고 있다. 30세에 결혼하면 앞으로 70년을 동거동락해야 하는 것이다. 한 인류학자의 주장에 의하면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간 수명이 50세미만일 때 정해진 제도라고 한다. 고로 100세 시대에 이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히 고문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다. -본문 

 사랑이라는 것 하나로 결혼에 대한 모든 것이 이뤄질 것이라는 어리석은 환상에서는 벗어났지만 요새 드는 고민 중 하나는 과연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 위해 충분한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바야흐로 나름의 격변기였던 20대를 지나 지금은 꽤나 안정권에 들었다고 스스로는 믿고 싶지만 아직도 내게는 부족한 면들이 다분하다. 자존감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는 하겠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 아이의 인격이 완성되기 전까지 그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나일 것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 사실이 두렵다.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것,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하는 고민 말이다. 

 우리 인정해 버리자. 우리네 친정 엄마들은 그냥 ''이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희생과 헌신으로 그 많은 일을 다 해냈으니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니다. 특히 30~40대 젊은 엄마들은 남자들과 구분없이 똑같이 고등교육을 받고 자라나 사회적 성취를 맛본 세대들이다. 며느리나 아내가 되도록 교육받은 게 아니라 자존감과 자아정체성을 갖춘 하나의 인간으로 교육받고 성장했다. -본문 

 누구나 처음일 수 밖에 없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순간들에 있어서 그녀는 그녀가 겪고 주변에서 겪었던 진솔한 고민들은 담아 두었다. 때로는 잘해보려 했던 일들이 남편과의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고 내 아이만큼은 완벽하게 키우고 싶다는 바람으로 한 선택들이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프로그램에 출현해야 할 만큼 천덕꾸러기로 변모시키는 모습들도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한낱 인간이고 이 모든 것들이 낯설기만 한 또 다른 페르조나이기에 이것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조언해주고 있었다. 

 ~엄마 혹은 ~의 아내가 아닌 내 이름을 잊지 않고 사는 것. 그리고 부부간의 유대관계를 위해서 그들만의 교집합이 존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 이 단순한 듯 하지만 간단한 비결이 아내이자 엄마이면서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자 기초적인 것이다. 

 결혼에 대한 회피가 아닌 배우고 준비하면서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점점 들게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랑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길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말처럼 멋진 아내이자 따스한 엄마가 될 수 있는 길을 배워가고 있으니 말이다 . 

 

 

아르's 추천목록

 

『어쨌거나 결혼을 결심한 당신에게』 / 하정아저

 

 

독서 기간 : 2013.12.27~12.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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