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결혼에 대한 환상에만 쫓아 결혼이라는 예식을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만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하얀 드레스에 수줍은 듯 부케를 들고 그날의 주인공인 신부로서 예식장에 들어서는 그 동화와 같은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바라며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살 것을 약속하는 그 아름다운 시간만을 고대하며 나의 20대는 그토록 결혼이라는 것에 갈망하며 지냈지만 반면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쌉싸름한 현실은 내 것이 아닌 양 외면하고만 있었다. 실은 결혼이라는 큰 기점을 시작에 있어서 그저 출발선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세상이 전부인 냥 생각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자의 일생이란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만 하면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현실과 부딪치면서 인생에 눈이 떠지지요.
정신없이 살다보면 어느새 싱그러운 젊은도 저편으로 사라지로, 남편과 아이를 챙기느라 어느새 자기 자신은 맨 뒷자리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 든 몸뚱이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껍데기 같은 현실을 맞딱드릴 때, 그 절망감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본문
어찌 보면 결혼이라는 그 순간순간이 너무도 고되고 힘든 것들이기에 우리에게 예식이라는 이 의식은 이토록 달콤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달콤함에 유혹되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서는 일단 발을 떼게 만드니 말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눈을 떠 아침을 맞이하고 아침을 먹으며 도란도란 웃으며 출근을 하고 그리고 나서 다시 같은 집으로 향하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할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데이트와 결혼의 차이점을 듣고 있노라면 과연 결혼은 늘 언제나 그토록 달콤한 것일까, 라는 물음이 들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이상에야 언제나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의 진솔한 면목일 테고 그리하여 데이트 할 때는 감출 수 있었던 치부들마저도 여과 없이 보여져야 하는 그 순간들이 현실일 텐데, 더군다나 사랑이 호르몬의 노예라는 이름으로 약 3년 여의 시간만이 허락된 것이라면 과연 이 결혼이라는 것에 우리는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한국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어 100세 시대를 달려가고 있다. 30세에 결혼하면 앞으로 70년을 동거동락해야 하는 것이다. 한 인류학자의 주장에 의하면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간 수명이 50세미만일 때 정해진 제도라고 한다. 고로 100세 시대에 이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히 고문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다. -본문
사랑이라는 것 하나로 결혼에 대한 모든 것이 이뤄질 것이라는 어리석은 환상에서는 벗어났지만 요새 드는 고민 중 하나는 과연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 위해 충분한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바야흐로 나름의 격변기였던 20대를 지나 지금은 꽤나 안정권에 들었다고 스스로는 믿고 싶지만 아직도 내게는 부족한 면들이 다분하다. 자존감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는 하겠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 아이의 인격이 완성되기 전까지 그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나일 것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 사실이 두렵다.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것,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하는 고민 말이다.
우리 인정해 버리자. 우리네 친정 엄마들은 그냥 '신'이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희생과 헌신으로 그 많은 일을 다 해냈으니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니다. 특히 30~40대 젊은 엄마들은 남자들과 구분없이 똑같이 고등교육을 받고 자라나 사회적 성취를 맛본 세대들이다. 며느리나 아내가 되도록 교육받은 게 아니라 자존감과 자아정체성을 갖춘 하나의 인간으로 교육받고 성장했다. -본문
누구나 처음일 수 밖에 없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순간들에 있어서 그녀는 그녀가 겪고 주변에서 겪었던 진솔한 고민들은 담아 두었다. 때로는 잘해보려 했던 일들이 남편과의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고 내 아이만큼은 완벽하게 키우고 싶다는 바람으로 한 선택들이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프로그램에 출현해야 할 만큼 천덕꾸러기로 변모시키는 모습들도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한낱 인간이고 이 모든 것들이 낯설기만 한 또 다른 페르조나이기에 이것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조언해주고 있었다.
~엄마 혹은 ~의 아내가 아닌 내 이름을 잊지 않고 사는 것. 그리고 부부간의 유대관계를 위해서 그들만의 교집합이 존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 이 단순한 듯 하지만 간단한 비결이 아내이자 엄마이면서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자 기초적인 것이다.
결혼에 대한 회피가 아닌 배우고 준비하면서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점점 들게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랑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길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말처럼 멋진 아내이자 따스한 엄마가 될 수 있는 길을 배워가고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