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와의 대화
교황 프란치스코 외 지음, 이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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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소원이시기도 했던 세례 성사를, 그녀가 돌아가신 후 몇 년 만의 교리 공부를 하면서 성당에 나가는 동안, 그 이전에는 타인들의 바람으로 나가는 것이 귀찮기만 했던 예전의 일들을 지나 어느 순간 성당이 나가는 것이 익숙해지면서도 관심이 가길 시작했다.

미사포를 쓰고서 세례를 올리고 영성체를 모시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교리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예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알고 싶다는 생각들이 하나 둘 씩 들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현재의 교황 프란치스코에 관한 것들이다. 1300여년 만에 비유럽권에서 탄생했다는 교황에 대한 소식들보다는 그 이후, 그의 행보들에 대한 뉴스들이 더욱 귀와 눈을 끌게 만들었다.

이전보다도 관심이 많아지기도 했기에 교황에 대한 뉴스들이 눈에 띄는 것일 수도 있으나 뉴스에 흘러나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자연스레 끄덕이게 된다. 극심한 부와 빈곤의 차이에 대한 문제들을 이야기하며 공정함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 탐욕이나 권력의 문제들을 지적하며 끊임없이 현재를 즉시 하는 눈을 가진 그에 관해서, 조금 더 내밀이 마주해보고 싶었다.

"우리는 매우 비관용적입니다." 라고 말하며 "너무나 큰 소속감을 느끼는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너무나 뛰어난 혜안을 갖다 보니 장님이 되어버렸습니다" 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압제자와 살인자의 증오와 폭력을 모방하는 것은 그들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최상의 방법입니다."라고 경고했다. -본문

교황이기 이전에 한 가족 속에 있었던 그의 이야기부터 마주하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그를 만날 수가 있다. 초등학교 졸업을 한 그에게 그의 아버지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권하고 있었는데, 회계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움 없이 살고 있던 그들이 가정에 있어서 ''이란 생존을 떠나서 인간의 존엄함을 배우게 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그는 고백하고 있었다.

특히나 현재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자리의 부재에 대해서 커다란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며 무조건적인 무위도식만을 권고하는 현대에 사회에 대해서 그것은 무지의 오류라 경고하고 있었다. 무한한 경쟁사회에 있어서 우리에게 '휴식'이란 반드시 필요한 것임이 틀림 없으며 그 안에서 비인간적인 노동의 현장에 대해서는 고치고 가족들이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건강한 여가'를 보낼 것은 권고하고 있다.

교회는 최근 몇 십 년간 노동의 비인간화를 고발해왔습니다. 우리는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심각한 경쟁 관계에서 실패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을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서 봐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을 중심 이익을 내는 것이나 자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이 존재하는 겁니다. -본문

개인적으로는 신부가 되기 위해 결심을 했던 그 순간 그의 가족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분이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신부님이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고독한 종교인으로서의 삶이기에 그들의 부모님들은 과연 자신의 자식들이 신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쉬이 받아들 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이 자못 궁금했기 때문이다. 교회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이들이기는 하지만 한 가정 속에서 보았을 때는 그들을 성직자로서 내보내야 하는, 그야말로 자식을 고스란히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기에 쉬운 결정이 아니라 생각되었다.

마치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내 가족들은 아니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들이 기반을 했던 개인적인 물음이었는데 교황의 어머니 역시도 초반에 그의 결정에 대해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아들의 결정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가 아닌 신실한 마음의 결정인지 아닌지에 대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 기술하고 있었는데 사제서품식을 마친 후 아들이 아닌 신부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그의 선택에 더 없는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에서 그들의 부모님들 역시 존경 받아 마땅한 분들이라는 점을 다시금 배우게 된다.

교회가 교구의 일만 처리하는데 급급하고, 지역사회만 틀어박혀 산다면 골방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일이 똑같이 발생하게 됩니다. (중략) 자기참조적인 교회에도 자기 참조적인 인간에게 나타나는 편집증과 자폐증상이 똑같이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길거리로 나가면 길거리에서 뛰놀던 옆집 아이와 같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고를 당해 고통받는 교회가 병든 교회보다 백 번 낮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성직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것이 성직자의 자리가 아닌 그저 '관리자' 로서 변모하는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그를 보면서 종교인의 진실한 모습들을 마주하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양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그들이 있는 곳을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에게 연일 보도되는 그의 행보들이 다분히 보여주기 식의 모습이 아닌,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습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며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제가 용서를 베풀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를 받는 측에서도 제대로 수용할 수 있을 때 효과가 발휘되는 겁니다. -본문

한 개인에서 성직자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교회 안의 일은 물론 성경에 대한 메시지에 대한 다방면의 접근까지, 이 책을 통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그의 생각과 삶에 대한 다각화된 이야기들을 접할 수가 있게 된다.

교황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그 이상의 모습들을 마주한 이 책을 마주하면서 더욱더 그를 존경해 마지 않게 된다. 종교를 떠나 그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질문들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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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상 / 프란치스코저

독서 기간 : 2014.01.0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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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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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교과서 채택에 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을 무렵,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과 수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이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미 지나온 길이자 단 하나의 사건일 그 날의 일들을 기록해 놓은 역사라는 것이 후대의 이들에게는 우리의 뿌리를 알게 하는 존재이면서도 때론 이 뿌리의 근간을 흔들게 하는 것으로 변모하여 역사란 이름으로 가장하여 다가오는 것들을 보노라면, 과연 이 역사란 무엇이건대 지금의 우리에게 이토록 커다란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역사를 배워야 한다, 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학창시절에는 년도를 외우고 문제지의 답을 찾기만 급급했기에 그저 암기과목이라고만 생각했던 '국사'라는 과목을, 졸업장을 받은 한 참이 지나고 나서 다시 그 당시의 어른들처럼 학생들에게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노라면 이 역사라는 것에 대한 민족의 염원을 어떻게 서든 되풀이되어 우리의 마음을 끓게 만드는 것인가 보다.

 

텔레비전에 빠져 몇 시간씩 정처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싫어 웬만하면 텔레비전을 켜지 않으려곤 하지만 역사 e라는 프로그램만큼은 어떻게든 찾아보려 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프로그램이라 하기엔 너무도 짧은 듯한 5분 가량의 이야기가 담긴 '역사 e'라는 프로를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배웠던 것들 혹은 그 이상의 것들을 그 짧은 5분이라는 시간만으로도 가슴 깊이 울리게 만들며 뇌리에 진하게 남아 때론 그 무엇보다 깊은 파장을 남기기도 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 현재 이 프로그램을 편안히 볼 수 있게 해준 역사 속 선조들을 보며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기에 이 프로그램만큼은 빠트리지 않고 보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해준 이름 모를 수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에서라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죄송함이며 감사함에 말이다.

 

그 프로그램 속에서 다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이 한 권의 책에 가득 담겨 있다. 워낙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들을 이웃 블로거들의 서평을 통해서 계속해서 마주했던 터라 최대한 빨리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그들의 이야기처럼, 펼치는 순간 도저히 끝까지 읽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우리의 지난 이야기면서도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들이기에 그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 책을 계속해서 읽어내려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 날로 치자면 책을 방문판매 하는 자들로 설명할 수 있는 '책쾌'들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되게 된다. 책쾌라는 존재들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는 것처럼, 책이란 새로운 사상은 물론이고 지식의 보고와도 같은 것들이기에 당시의 계급사회였던 우리나라의 조정은 '아는 것이 힘'인 만큼 많은 이들의 책을 읽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매한 다수의 민심을 쉬이 이끌 수 있었기에 그들은 수 많은 이들이 이 지식의 보고가 퍼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이 메말라 가는 지식의 샘을 전해주는 이들이 바로 '책쾌'라고 한다.

 

단순히 책을 파는 이들이 아닌 지식의 파장을 손수 퍼지게 했던 이들의 활약을 보노라면 얼마나 수 많은 이들이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는지에 대한 지식의 갈망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책쾌였던 송신용을 보노라면 그는 단순히 책을 파는 상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를 지키기 위한 빛나는 선비였다.

 

송신용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서들을 발굴하고 가격이 아무리 비싸다 해도 꼭 자신이 구입해 직접 해설을 하고 발문을 쓰기도 했다. 송신용은 당대의 학문을 좋아하는 선비요, 서책 수집가이자 재야 민속학자였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사회 혼란기 속에서 책을 팔았다는 것은 개인적인 이윤 추구를 넘어서는 행동이다. 책쾌는 책의 보급과 유통으로 사회와 문화에 영향을 끼쳤던 '문화 활동가'였다. -본문

 

척박한 땅을 매개로 살아야만 했던 고구려인들에게 있어서 '죽음'이라는 존재가 그저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 믿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식량과 노동력을 확보해야 했던 그들의 호방한 삶에 대한 이해와 함께 형사취수제, 서옥제라는 결혼에 대한 풍습을 보면서 고구려인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나 신혼부부들의 가장 큰 골치거리고 거론되는 우리의 결혼 비용에 관한 보고를 현재와 비교하여 고구려인들의 결혼은 그야말로 혼인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요즘 '웰빙'에 이어 '웰다잉'이 화두다. 그러나 이미 몇천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고구려인들은 잘 사는 법, 잘 죽는 법을 꿰뚫고 있었다. 인간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 죽음이 곧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 혼수보다 사랑하는 마음에 더 가치를 두었던 고구려인들, 인연의 고리를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들, 그들은 오래전 웰빙과 웰다일을 실천한 선주자였다. -본문

 

무엇보다도 이 책의 후반부에 가면 갈 수록 잊고 지냈던 우리 민족을 위해 자신들 생명을 고이 내려놓았던 이름 모를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순간, 지금의 이 편안한 세상에 우리가 있는 것은 그들의 피땀 어린 눈물과 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다시금 송구함을 느끼게 된다.

 

잊혀진 죄수 6264

잊혀진 독립운동가 6264 -본문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며 형제 자매였던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남길 새도 없이 이 땅 위에서 아스라히 사라져만 가야 했다. 자신들의 땅 위에서, 이 곳이 자신들의 나라임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야 했고 그로 인해 수 많은 박해를 받아야만 했던 우리의 선조들은 이 나라를 되 찾아야 자신들의 후손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이름으로 거리는 물론 방방곡곡을 뛰어 다녔으며 수 많은 이들을 독립운동으로 가담하게 하는 또 다른 힘이 되었다.

 

당시 안경신은 홀몸이 아니었다. 피신하여 있다가 8개월 만에 체포된 그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엄마였다. 갓난아이와 함께 투옥된 그에게 법정은 사형을 선고 했다. 그 상황에서 안경신은 재판장에게 "조선 사람이 조선독립운동을 하여 잘살겠다고 하는 것이 무슨 죄냐"며 호통을 쳐 일제를 더욱 놀라게 했다. -본문

 

신분과 이름을 떠나서 한 목소리로 대한 독립을 외쳤던 이들. 현재의 나보다도 훨씬 어린 이들도 많았던 그들이 과연 두려움을 몰랐을까. 그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른 것을 바로 잡으려 했고 나라를 되찾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 덕분에 지금의 우리는 이렇게 숨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들을 이 곳에서, 지금이나마 마주했다는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이렇게라도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야말로 아찔했던 시간들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라고 단언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현재는 비단 우리의 것만이 아니다. 그 전의 수 많은 이들이 꿈꾸던 오늘날의 우리 모습이 과연 그들에게 떳떳하게 바른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모든 이들이 마주해야만 하는 촌철살인의 보고이기에 바른 역사라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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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E 1 』 / EBS 역사채널 e 저

 

 

독서 기간 : 2014.01.1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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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사랑을 미뤘다 - 생각만 하다 놓쳐버리는 인생의 소중한 것들
김이율 지음 / 아템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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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이동하는 동안에 책을 읽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조용히 혼자 있을 때 보았다면 더 좋았을 것, 이라며 애통해 하면서 금새 한 권은 전철 안에서 다 읽어버렸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쉬었다 읽었다를 반복하는 동안에 그들이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무표정하게 혹은 심드렁한 일상 속에 무디게 넘겼던 나날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일 하면 되지, 하면서 미뤘던 내 자신에 대한 책망을 하게 된다.  

 가족이라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버린 이 운명체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한한 사랑을 주며 든든한 내 편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누구보다도 깊은 상처를 주는 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가족이기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시간들을 다시 지나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을 보내곤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이야기들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며 가족이기에 다 알고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에 유야무야 지내는 경우다 다반사이다

 과연 우리는 이대로 괜찮을 것일까? 생각만 하다가 놓쳐버렸다는 그네들의 이야기들 목도하다 보면 지금이 과연 괜찮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렇게 울컥하게 된다는 것을 금새 인정하게 되 버린다

 할머니는 비닐봉지에서 빵 하나를 꺼내 드시고 계셨습니다. 우유는 고사하고 물 한 잔 없이, 퍽퍽한 빵을 우걱우걱 씹어 드셨습니다.
 
‘목멜 텐데,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달려가 음료수 하나라도 사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음료수는 커녕 껌을 사지도 말 한마디도 건네지도 않았습니다.
 
내 남루한 배려심은 아주 작은 번거로움이나 쑥스러움을 이길 깜냥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본문 

  누군가를 위한 나눔을 하는 그 순간조차도 잠깐의 번거로움이나 쑥스러움을 이길 군번도 못 되고 지나치면서다음에는 꼭!’을 수없이 외치는 나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익숙하면서도 또 너무 나와 닮은 모습에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이 남루한 배려심이 언제쯤 당당히 빛을 볼 수 있을지. 다음으로만 미워야 했던 우리에게 어떠한 결말이 남겨질지에 대해 이 책 속의 수 많은 이야기들은 알려주고 있다.

 그나저나 왜 이런 일을 하세요? 오전에는 교통정리하고 오후에는 공짜로 안아주기를 하고.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아닙니다. 숨길 일은 아니죠. …… 사실 몇 해전, 제 손자를 잃었습니다.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죠. 손자를 먼저 보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문득 옛날 생각이 나는 거예요. 손자 녀석이 집에 놀러 올 때마다 저는 늘 딱딱한 말투로 사나이는 씩씩하고 용감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제가 군인 출신이라 그런지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생각해보니 단 한 번도 손자를 안아준 적이 없지 뭠니까. 그게 어찌나 그 녀석한테 미안했던지…..” –본문

 이토록 극단적인 결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미련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순간들을 그리워하고 되돌리고 싶어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이 치솟을 때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저 지나쳐 왔는지에 대한 반문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흘러내릴 것만 같은 눈물을 꾹 참으며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갔다. 더 이상 미루는 것이 없이 하루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을 표현해야겠다는 다짐이 또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들었을 때의 그 통감했던 눈물을 잊지 않도록 종종 이 책을 펼쳐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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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 노정숙저

 

 

 

 

 

독서 기간 : 201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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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내게로 왔다 내게로 왔다 시리즈
김윤희 지음 / 책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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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대한 여행기는 이미 다녀온 지인들에게서 때로는 책을 통해서도 몇 번 마주해 본적이 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것저것 들은 것들이 있기에 이미 이탈리아가 친숙한 느낌마저 드는 것을 보면 그 동안 이래저래 이탈리아에 대한 귀 동양이 꽤나 쌓였다고 믿어왔다.

다양한 여행에 관한 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에 관광이 진정한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담은 이 책 속의 저자는 10여 년의 시간 동안을 틈틈이 여행을 해 온, 이탈리아에 푹 빠져 있으며 속속들이 그 곳을 공부하고 탐험하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이탈리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내 스스로에게 또 다른 이탈리아를 소개해주고 있었다.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인다는 말처럼, '이탈리아' 하면 <냉정과 열정 사이>의 피렌체 두오모를 떠올리고 바티칸 박물관이나 나폴리 정도를 떠올리는 것이 전부였다면 여행전문가도 아니요 유럽이나 세계사에 혜박한 지식을 가지지도 못한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결합된 지식이 가득한, 살아있는 지도와 같은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항구로 불리는 나폴리를 방문한 그녀의 발걸음을 쫓다 보면 책 가득 바다 향기가 가득 내뿜는 듯한 느낌이지만 실제로 그곳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현지의 상황 때문에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고 지저분하고 분주한 나폴리는 무언가 생각했던 느낌의 것이 아닌 듯 했지만 마르케리타 피자의 원조인 브란디에서 피자 한 조각을 베어 문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이 모든 것들이 눈 녹듯 사그러드는 느낌이다.

 

이탈리아의 어디를 가나 피자와 파스타를 먹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곳이 나폴리다. 이곳에 왔으니 꼭 마르게리타 피자와 이탈리아 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브란디 피제리아를 찾아간다.

브린다는 마르게리타 피자가 처음으로 탄생한 곳이다. 한마디로 마르게리타 피자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본문

. 언제나 동경의 도시이며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것만 같은 그 곳에서도 아픔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저 아픔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사람을 경건하게 만드는 곳이었는데 바로 '마테라' 였는데 실은 이런 곳이 존재하는 지도 알지 못했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배경이 되었다는 곳인데 그림 속에 보이는 곳이 석화암 동굴로 만들어진 집이라고 한다. 동굴을 파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곳을 '사씨'라고 하는데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무언가 느낌이 있을 것만 같은 이 곳이 실제로 보면 거대한 뼈 무덤과 같은 느낌이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부로 들어가 본 사씨의 주택은 석회암에 입구를 뚫고 들어가 주거 공간과 돔 형식의 둥근 천장을 파낸 구조였다. 작은 공간에는 밥을 해 먹던 화덕과 침대, 벽면을 파내 선반으로 쓰던 흔적들, 벽에 주렁주렁 매달린 도구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지플 깔고 가축을 키우던 우리와 용변을 해결하던 변기까지, 원룸 형태의 주거 공간에 모두 공존하고 있다. 사씨의 사람들은 이 안에서 먹고 자고 용변을 보고 가축까지 키우며 생활을 해온 것이다. 더욱 가슴 아픈 건 최근까지 이런 곳에서 사람이 생활을 했으며, 아직까지 이런 환경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본문

 

그저 관광이었다면 아마 나는 이곳에서 바쁘게 셔터를 누르고 생경한 모습들을 카메라와 눈에 담기 바빴을 것이다. 영화를 촬영했다는 곳이라는 사실만을 인지한 채 이 곳에 다녀 갔다는 인증샷을 남기기에만 급급했을 이 곳에서 저자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겉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닌 그 안에 담겨 있는 실제의 모습을 인지하고 가슴으로 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하고 새로운 풍경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에서 바라보게 된 아련한 과거와 현실을 보면서,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는 것은 내가 있던 곳에서의 탈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현재 내가 있는 곳이 얼마나 감사한 곳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겸허히 배우게 된다.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았을 이름 모를 그들을 보면서 이 곳에서 그저 편안히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는 내가 새삼 부끄럽게도 느껴진다.

일명 동화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알메로 벨로는 아담하면서도 독특한 모습을 한 마을이었는데 마치 작은 초코송이들이 모여있는 모습 같았다. 원통 모양의 벽 위에 원뿔이나 둥근 모양의 지붕이 올려져 있는 형태였는데 이 집이 바로 '트룰리'라고 한다.

지붕 위에 새겨져 있는 그림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들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트룰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만의 공간 안에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트룰리 건축의 기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주거지에 부과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세금 징수인이 올때 쉽게 허물 수 있는 구조로 지어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쉽게 철거하기 위한 구조로 지어진 가옥이 수세기 동안 그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본문

 

피사의 사탑을 지나 두오모를 건너 피렌체와 우피치 미술관을 돌며 이 도시 안에 녹아있는 수 많은 명장들이 남기고 간 시간들을 이토록 깊숙이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넘겼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곳곳의 사진들이 선명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는 점과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 사진이 묻혀버린 것들이 많아서 뚜렷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물 위에 도시를 세우고, 산꼭대기에 요새를 쌓고, 바위를 뚫어 도시를 만든 사람들, 인간은 고대로부터 쉼 없이 창조하며 오늘을 만들어 냈다. 성공한 시대는 업적을 남겨 후대에 본을 보이고 실패한 시대는 후대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어느 한 시대도 헛된 역사는 없었다. -본문

 

그럼에도 그저 투어를 위한 내용들이 아닌 이탈리아 곳곳에 담겨 있는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언젠가 이탈리아를 바라 볼 때면 그저 아름답다가 아닌 그 안에 담겨 있는 역사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행복한 여행을 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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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도시기행 / 정태남저

 

독서 기간 : 2014.01.09~01.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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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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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대학생 때 문득 책을 읽어볼까, 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일본문학 코너로 가게 되었다. 당시 인문파트는 너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영/미 소설은 왠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기에 일본 문학 분야를 뒤적거리다가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을 이래저래 만져보다 한 권을 빌려 나온 기억이 난다.

 이전부터 책을 계속해서 읽어온 것이 아니었기에 일본문학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지만 무언가 소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느낌의 이야기들이 있는 듯 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니와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은 당시 주변 친구들도 종종 읽는다고 했기에 별 다른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오리와 바나나라는 우리나라 단어 속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저자의 이름 안에서 그 단어들을 발견하곤 혼자 피식 웃기도 하며 어린 시절 이름을 가지고 친구들을 놀렸던 그 때의 모습 또한 겹쳐져 아무래도 이들이 친근하게 느껴진 듯 하다.

 그렇게 그녀들의 책을 몇 권 빌려 읽기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어느 책이 어느 저자의 책인지 제대로 구분도 못할 만큼 뒤죽박죽의 사태까지 도달했으며 그럼에도 그녀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있곤 했었기에 지금도 신간이 발행되면 잊지 않고 그때처럼 그녀들의 책을 계속 읽고 있다.

 <울 준비는 되어있다>를 거쳐 <반짝반짝 빛나는> <잡동사니>, <한낮인데 어두운 방>을 보면서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들이 점차 내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경계의 선을 오가는 상태가 있게 되면서 그녀의 이야기들을 바로 바로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보는 것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젖 살도 빠지지 않은 발그스레한 볼을 하고 있는 소녀가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고 탐하는 느낌이랄까. 왠지 요 근래의 이야기들은 내가 100%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있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종종 있기에 아직은 그녀의 이야기를 내 안에 담기는 버거운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책 역시도 지금이 아니라 나이가 조금 더 든 후에 읽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 책은 그녀의 신작 소설이 아닌, 1989년부터 1996년까지 8년간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일상에서 겪은 것들을 모아놓은 에세이였으며 그 당시의 그녀의 나이가 지금의 나와 비슷하기도 하고 그 때 당시의 그녀는 어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현재의 나와 책 속의 이야기들을 겪었던 그녀의 나이가 비슷하다는 것은 당시의 나이 대에서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을 거란 바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 막연한 바람이 정말 그렇게 다가오니 무언가 감격스러운 느낌이었다.

 한 바퀴를 돌고오자, 덩그러니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미소를 짓고 아까보다 좀 더 크게 손을 흔들었다.
 
계속 울리는 음악, 회전목마에서 울리는 음악은 왜 이리 처량한 것일까. 망가진 악기로 연주하는 것처럼, 목마는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돈다. 남자와 만난 지 3년이 지났다. 미친 듯이 사랑했다. 끝내는 이런 곳까지 오고 말았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마음이 고요하고 선명해졌다. 나는 또 혼자가 될 때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본문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핑크빛으로 모든 세상이 물들어 버릴 것만 같던 20대의 초반과는 다르게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수록 사랑이라는 것이 달콤함보다는 비리고 쓰라리기로 하며 때론 검디 검은 멍처럼 느껴지는 듯 하다.

 10대에는 정신 없이 학교에 오가느라 시간을 보냈다면 성년의 날이 되며 진정한 성인으로 거듭난 20대에는, 사실 성인이라고 해 봤자 이제 갓 태어난 병아리와 같은 모습이지만, 어찌되었건 그 때는 정말 내 자신이 어른인줄 만 알았다.

 모든 세상이 내 발 아래 있을 것만 같던 그 패기는 젊은 날의 허상과도 같이 사라졌으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사춘기는 10대가 아닌 20대에 더욱 격하게 겪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초반과 중반과 후반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인 듯 생각이 무섭게도 변화했었으니 말이다.

 구름 다리 한 가운데서 죽은 이와 산 자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망상과도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분명 내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이라든가, 동생과 자신을 떡 굽는 여자와 홍차 끓이는 여자로 표현하고 있는 그녀의 소소한 일상 속 생활들을 엿볼수록 이때의 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특히나 이 책 속에는 에쿠니 가오리 자신이 읽은 책들에 대한 소개도 꽤나 많이 되어 있었는데 책을 보면서 그녀가 말하는 책들을 검색해보아도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들이 거의 없었다. 혹은 있다고 해도 너무 오래 전에 출간되어 이미 절판이 된 것들이 많은 터라. 하긴 이미 20여년 전에 그녀가 읽은 것들이니 그럴 수 밖에는 없지만 아쉬움이 계속해서 일곤 했다. 지금의 내가 그녀가 당시 읽은 책들을 본다면 나는 어떠한 생각들을 할지 비교해 보고픈 마음이었지만 그럴 수 조차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만 다가온다.

 인생의 여름날, 달달했던 그 아이스크림. 끝내는 시간과 햇빛에 녹아 없어져버리지만, 절대 남김없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몸 온갖 곳에, 그 끈끈하고 달달한 감촉이 남아있다. –본문

 그렇게 혼자였던 그녀가 이제는 한 가정의 주인이 되어간다.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가장 되고 싶지 않은 여자가 되는 일이라며 결혼이 잔인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 안에서 그녀의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툴툴거리는 것마저도 왠지 부럽게만 느껴진다.

 20여년 전 젊었던 그녀가 거리를 오가며 느꼈던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20여년이 지난 지금 내 손위에 올려져 있고 시대는 다르지만 비슷한 나이대인 그녀와 나는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간 듯 하다. 이 책 이후 5년이란 시간이 흘러 나왔다는 우는 아이는 또 어떠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아르's 추천목록

 

우는 어른 / 에쿠니 가오리저

 

     

 

독서 기간 : 2014.01.08~01.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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