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교과서 채택에 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을 무렵,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과 수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이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미 지나온 길이자 단 하나의 사건일 그 날의 일들을 기록해 놓은 역사라는 것이 후대의 이들에게는 우리의 뿌리를 알게 하는 존재이면서도 때론 이 뿌리의 근간을 흔들게 하는 것으로 변모하여 역사란 이름으로 가장하여 다가오는 것들을 보노라면, 과연 이 역사란 무엇이건대 지금의 우리에게 이토록 커다란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역사를 배워야 한다, 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학창시절에는 년도를 외우고 문제지의 답을 찾기만 급급했기에 그저 암기과목이라고만 생각했던 '국사'라는 과목을, 졸업장을 받은 한 참이 지나고 나서 다시 그 당시의 어른들처럼 학생들에게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노라면 이 역사라는 것에 대한 민족의 염원을 어떻게 서든 되풀이되어 우리의 마음을 끓게 만드는 것인가 보다.
텔레비전에 빠져 몇 시간씩 정처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싫어 웬만하면 텔레비전을 켜지 않으려곤 하지만 역사 e라는 프로그램만큼은 어떻게든 찾아보려 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프로그램이라 하기엔 너무도 짧은 듯한 5분 가량의 이야기가 담긴 '역사 e'라는 프로를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배웠던 것들 혹은 그 이상의 것들을 그 짧은 5분이라는 시간만으로도 가슴 깊이 울리게 만들며 뇌리에 진하게 남아 때론 그 무엇보다 깊은 파장을 남기기도 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 현재 이 프로그램을 편안히 볼 수 있게 해준 역사 속 선조들을 보며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기에 이 프로그램만큼은 빠트리지 않고 보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해준 이름 모를 수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에서라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죄송함이며 감사함에 말이다.
그 프로그램 속에서 다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이 한 권의 책에 가득 담겨 있다. 워낙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들을 이웃 블로거들의 서평을 통해서 계속해서 마주했던 터라 최대한 빨리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그들의 이야기처럼, 펼치는 순간 도저히 끝까지 읽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우리의 지난 이야기면서도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들이기에 그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 책을 계속해서 읽어내려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 날로 치자면 책을 방문판매 하는 자들로 설명할 수 있는 '책쾌'들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되게 된다. 책쾌라는 존재들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는 것처럼, 책이란 새로운 사상은 물론이고 지식의 보고와도 같은 것들이기에 당시의 계급사회였던 우리나라의 조정은 '아는 것이 힘'인 만큼 많은 이들의 책을 읽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매한 다수의 민심을 쉬이 이끌 수 있었기에 그들은 수 많은 이들이 이 지식의 보고가 퍼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이 메말라 가는 지식의 샘을 전해주는 이들이 바로 '책쾌'라고 한다.
단순히 책을 파는 이들이 아닌 지식의 파장을 손수 퍼지게 했던 이들의 활약을 보노라면 얼마나 수 많은 이들이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는지에 대한 지식의 갈망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책쾌였던 송신용을 보노라면 그는 단순히 책을 파는 상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를 지키기 위한 빛나는 선비였다.
송신용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서들을 발굴하고 가격이 아무리 비싸다 해도 꼭 자신이 구입해 직접 해설을 하고 발문을 쓰기도 했다. 송신용은 당대의 학문을 좋아하는 선비요, 서책 수집가이자 재야 민속학자였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사회 혼란기 속에서 책을 팔았다는 것은 개인적인 이윤 추구를 넘어서는 행동이다. 책쾌는 책의 보급과 유통으로 사회와 문화에 영향을 끼쳤던 '문화 활동가'였다. -본문
척박한 땅을 매개로 살아야만 했던 고구려인들에게 있어서 '죽음'이라는 존재가 그저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 믿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식량과 노동력을 확보해야 했던 그들의 호방한 삶에 대한 이해와 함께 형사취수제, 서옥제라는 결혼에 대한 풍습을 보면서 고구려인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나 신혼부부들의 가장 큰 골치거리고 거론되는 우리의 결혼 비용에 관한 보고를 현재와 비교하여 고구려인들의 결혼은 그야말로 혼인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요즘 '웰빙'에 이어 '웰다잉'이 화두다. 그러나 이미 몇천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고구려인들은 잘 사는 법, 잘 죽는 법을 꿰뚫고 있었다. 인간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 죽음이 곧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 혼수보다 사랑하는 마음에 더 가치를 두었던 고구려인들, 인연의 고리를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들, 그들은 오래전 웰빙과 웰다일을 실천한 선주자였다. -본문
무엇보다도 이 책의 후반부에 가면 갈 수록 잊고 지냈던 우리 민족을 위해 자신들 생명을 고이 내려놓았던 이름 모를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순간, 지금의 이 편안한 세상에 우리가 있는 것은 그들의 피땀 어린 눈물과 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다시금 송구함을 느끼게 된다.
잊혀진 죄수 6264인
잊혀진 독립운동가 6264인 -본문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며 형제 자매였던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남길 새도 없이 이 땅 위에서 아스라히 사라져만 가야 했다. 자신들의 땅 위에서, 이 곳이 자신들의 나라임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야 했고 그로 인해 수 많은 박해를 받아야만 했던 우리의 선조들은 이 나라를 되 찾아야 자신들의 후손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이름으로 거리는 물론 방방곡곡을 뛰어 다녔으며 수 많은 이들을 독립운동으로 가담하게 하는 또 다른 힘이 되었다.
당시 안경신은 홀몸이 아니었다. 피신하여 있다가 8개월 만에 체포된 그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엄마였다. 갓난아이와 함께 투옥된 그에게 법정은 사형을 선고 했다. 그 상황에서 안경신은 재판장에게 "조선 사람이 조선독립운동을 하여 잘살겠다고 하는 것이 무슨 죄냐"며 호통을 쳐 일제를 더욱 놀라게 했다. -본문
신분과 이름을 떠나서 한 목소리로 대한 독립을 외쳤던 이들. 현재의 나보다도 훨씬 어린 이들도 많았던 그들이 과연 두려움을 몰랐을까. 그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른 것을 바로 잡으려 했고 나라를 되찾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 덕분에 지금의 우리는 이렇게 숨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들을 이 곳에서, 지금이나마 마주했다는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이렇게라도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야말로 아찔했던 시간들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라고 단언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현재는 비단 우리의 것만이 아니다. 그 전의 수 많은 이들이 꿈꾸던 오늘날의 우리 모습이 과연 그들에게 떳떳하게 바른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모든 이들이 마주해야만 하는 촌철살인의 보고이기에 바른 역사라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