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와의 대화
교황 프란치스코 외 지음, 이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외할머니의 소원이시기도 했던 세례 성사를, 그녀가 돌아가신 후 몇 년 만의 교리 공부를 하면서 성당에 나가는 동안, 그 이전에는 타인들의 바람으로 나가는 것이 귀찮기만 했던 예전의 일들을 지나 어느 순간 성당이 나가는 것이 익숙해지면서도 관심이 가길 시작했다.

미사포를 쓰고서 세례를 올리고 영성체를 모시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교리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예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알고 싶다는 생각들이 하나 둘 씩 들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현재의 교황 프란치스코에 관한 것들이다. 1300여년 만에 비유럽권에서 탄생했다는 교황에 대한 소식들보다는 그 이후, 그의 행보들에 대한 뉴스들이 더욱 귀와 눈을 끌게 만들었다.

이전보다도 관심이 많아지기도 했기에 교황에 대한 뉴스들이 눈에 띄는 것일 수도 있으나 뉴스에 흘러나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자연스레 끄덕이게 된다. 극심한 부와 빈곤의 차이에 대한 문제들을 이야기하며 공정함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 탐욕이나 권력의 문제들을 지적하며 끊임없이 현재를 즉시 하는 눈을 가진 그에 관해서, 조금 더 내밀이 마주해보고 싶었다.

"우리는 매우 비관용적입니다." 라고 말하며 "너무나 큰 소속감을 느끼는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너무나 뛰어난 혜안을 갖다 보니 장님이 되어버렸습니다" 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압제자와 살인자의 증오와 폭력을 모방하는 것은 그들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최상의 방법입니다."라고 경고했다. -본문

교황이기 이전에 한 가족 속에 있었던 그의 이야기부터 마주하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그를 만날 수가 있다. 초등학교 졸업을 한 그에게 그의 아버지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권하고 있었는데, 회계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움 없이 살고 있던 그들이 가정에 있어서 ''이란 생존을 떠나서 인간의 존엄함을 배우게 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그는 고백하고 있었다.

특히나 현재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자리의 부재에 대해서 커다란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며 무조건적인 무위도식만을 권고하는 현대에 사회에 대해서 그것은 무지의 오류라 경고하고 있었다. 무한한 경쟁사회에 있어서 우리에게 '휴식'이란 반드시 필요한 것임이 틀림 없으며 그 안에서 비인간적인 노동의 현장에 대해서는 고치고 가족들이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건강한 여가'를 보낼 것은 권고하고 있다.

교회는 최근 몇 십 년간 노동의 비인간화를 고발해왔습니다. 우리는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심각한 경쟁 관계에서 실패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을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서 봐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을 중심 이익을 내는 것이나 자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이 존재하는 겁니다. -본문

개인적으로는 신부가 되기 위해 결심을 했던 그 순간 그의 가족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분이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신부님이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고독한 종교인으로서의 삶이기에 그들의 부모님들은 과연 자신의 자식들이 신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쉬이 받아들 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이 자못 궁금했기 때문이다. 교회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이들이기는 하지만 한 가정 속에서 보았을 때는 그들을 성직자로서 내보내야 하는, 그야말로 자식을 고스란히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기에 쉬운 결정이 아니라 생각되었다.

마치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내 가족들은 아니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들이 기반을 했던 개인적인 물음이었는데 교황의 어머니 역시도 초반에 그의 결정에 대해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아들의 결정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가 아닌 신실한 마음의 결정인지 아닌지에 대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 기술하고 있었는데 사제서품식을 마친 후 아들이 아닌 신부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그의 선택에 더 없는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에서 그들의 부모님들 역시 존경 받아 마땅한 분들이라는 점을 다시금 배우게 된다.

교회가 교구의 일만 처리하는데 급급하고, 지역사회만 틀어박혀 산다면 골방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일이 똑같이 발생하게 됩니다. (중략) 자기참조적인 교회에도 자기 참조적인 인간에게 나타나는 편집증과 자폐증상이 똑같이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길거리로 나가면 길거리에서 뛰놀던 옆집 아이와 같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고를 당해 고통받는 교회가 병든 교회보다 백 번 낮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성직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것이 성직자의 자리가 아닌 그저 '관리자' 로서 변모하는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그를 보면서 종교인의 진실한 모습들을 마주하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양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그들이 있는 곳을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에게 연일 보도되는 그의 행보들이 다분히 보여주기 식의 모습이 아닌,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습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며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제가 용서를 베풀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를 받는 측에서도 제대로 수용할 수 있을 때 효과가 발휘되는 겁니다. -본문

한 개인에서 성직자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교회 안의 일은 물론 성경에 대한 메시지에 대한 다방면의 접근까지, 이 책을 통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그의 생각과 삶에 대한 다각화된 이야기들을 접할 수가 있게 된다.

교황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그 이상의 모습들을 마주한 이 책을 마주하면서 더욱더 그를 존경해 마지 않게 된다. 종교를 떠나 그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질문들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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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상 / 프란치스코저

독서 기간 : 2014.01.09~01.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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