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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은 사람을 죽이기에 좋은 날이었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렸지만, 헌당 축일이 지난 뒤인 이번
금요일에는 우리의 선한 주님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셨다. 이미 가을이었는데도, 바바리아 주 중에서도 파펜빙켈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햇빛이 밝게 비치고,
시내에서는 즐거운 소리들과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본문
책을 펼치자 마자 마주하는 위의 글을 보면서 다시금 소름이
끼쳤다. <밤의 새가 말하다>를 읽었을 때에도
어떻게 이러한 일들이 우리의 과거에 있었던 일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너무도
태연하게 '사람을 죽이기에 좋은 날'이라는 표현을 하는 이
글을 보면서 서늘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는 이 책의 마력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들은 공으로 저글링을
하면서 아이를 죽인 여자 살인범을 조롱하는 조잡한 노래를 불렀다. 이다음 마을 축제는 10월 말에나 열링 예정이었지만, 참수형 소식이 이미 근처 마을들에
퍼져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이런저런 소문을 주고받고,
음식을 먹고, 달콤한 과자 등을 사면서 그날의 하이라이트가 될 유혈 장면을 고대하고
있었다. -본문
사형 집행 장면을 광장 앞에서 처형을 했던 서양의 풍습이나, 우리나라의 과거의 모습들을 보노라면 과연 수 많은 이들이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그 순간에 대해
즐겼을까? 라는 물음을 하면서도 동시에 죄를 지은 자에 대한 처벌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뉴스나 신문 등에
등장하는 흉악범들의 기사들을 보면서 사형 제도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당시 이러한 처형이 수 많은 이들이 밀집해 있다는 것에서 공포의 장면을 마주한다는 것은 그 자리에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또 다른 경고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건 그 때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보면 우리나라의 망나니와 같은
이들이 이 책 속에도 등장을 하고 있다. 일명
'사형집행인'이라 불리던 그들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보통 집안의 대를 이어서 내려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퀴슬 역시도 자신의 아버지가 사형집행인이었기에 그 장소에 종종 함께 하곤
했었는데, 한 여자의 사형 집행 순간을 목도한 순간 그는 자신만은 그의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그의 손에는 다시금 끔찍한 무기들이 들려있게 된다.
사람들은 계속 징조를
찾으려 들 것이다. 앞으로 더 이상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의심에는 끝이 없을
터였다. 이것은 숀가우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들불이었다. 누군가가 자백을 하고 책임을 지는 수 밖에 없었다.
-본문
갑작스레 발생한 사건을 말미암아 숀가우는 다시금 70여년 전에 발생했던 마녀의 등장과 그로 인해 발생했던 화형식들을 떠올리고 있다. 아이들의 실종과 죽음에 대하여, 무구한 아이들의 삶을 빼앗아 간
진범을 찾아볼 생각보다는 마을 전체가 마녀의 회귀라며 하나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모든 이들의 삶의 탄생을 함께 했던 마을의 산파는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마녀가 되어야만 했다.
여성으로서 그들만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산파라는 직업이 당시에는
그다지 인정받는 직업은 아닌 듯 했다. 여자들의 임신을 방지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고 하느님의 선물이라
믿었던 자궁을 제거하는 법 등을 알고 있는 산파는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자식을 받아준 고마운 사람이기 보다는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산파의 손을 빌리기는 하지만 늘 마뜩찮은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알고 있었다.
이 산파가 아이들을 죽인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의원들은 그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 사건을 덮을 수 있을 누군가가 말이다.
그들에게는 진범을 잡는 것보다는 이 사건이 점점 시간을 끌수록 그들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이 동요하면서 다시금 끔찍했던 예전의 마녀 사냥이 재현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정말로 마녀가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나를 그 마녀로 생각하는 건 실어. 게다가 실제로는 마녀가 없다고 해도, 범인은 항상 필요하지
-본문
과연 모두를 위해서 소수의 사람들의 희생이 당연시 되어야 하는 것인가. 최대다수를 위한 최대행복이라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명분하에 무고한 한 사람의 삶을 이토록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당시의 자행되었던 마녀 사냥이라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로 자행되었던
제노사이드가 아닌가 말이다.
그의 눈에는 광기가
번득인다. 조소하는 눈빛이 경련을 일으키고, 입술이
움찔거린다. 그는 손을 들어 흔든다. 손이 하얗다. 구부러진 해골 손가락들이 피의 광기에 동참하라고 다른 사람들을 초대한다.
-본문
다행히도 이 사건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과
그의 딸 막달레나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젊은 의사인 지몬 프론비저에 의해서 이 사건은 점차 실체를 드러나고 있었다. 죽어간 아이들의 몸에 남겨져 있던 표식과 함께 여전히 팽배하고 있던 신분의 차이가 가득했던 그들이 삶 속에서
막달레나와 지몬 프론비저가 앞으로 어떠한 이야기들을 펼쳐지게 될지, 이 모든 것들의 거대한 장막
뒤에서 실제 이 모든 것들을 조정하고 있던 이들과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 지가 궁금해진다.
처음에는 인간 자체에 대한 공포로 시작되었던 이야기가 그 후에는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게 된다. 사형집행인으로 살았던 이들이 누군가의 죽음으로의
초대가 안니 삶으로의 간곡한 초대를 하고 있기에 빨리 그들과 함께 뒷 이야기를 쫓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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