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시 삼백수 : 7언절구 편 우리 한시 삼백수
정민 엮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정민 교수의 새로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오직 독서뿐>에 이어 그 다음 책은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 주실지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가 한껏 고무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두툼한 두께감도 두께감이지만 무엇보다도 한시라는 것에서 과연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먼저 엄습해오는 듯 했다.

중고등학생 때 이후로 그 어디에서도 한시를 마주해 본 적이 없었다. 한자를 쉬이 읽어 낼 수 있는 세대도 아니거니와 라는 장르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기에 한자로 이뤄진 시는 그야말로 난공불락과 같은 존재이기에 어떻게든 배워야만 했던 학창시절 이후로는 구태여 마주하려 노력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지금 두 손 위에 이 묵직한 책이 올려져 있다. 과연 이 책을 어떻게 읽지, 라는 한숨과 함께 한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7언 절구로 이뤄져 있는 한시이기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내려가는데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많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에 대한 나의 학창시절의 기억과 그 기억이 만들어 낸 어렴풋한 거리감이 한시에 대한 거부감이 일게 만들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뿐더러 생각보다 재미있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시는 절제의 언어다. 할 말을 감출수록 빛난다. 시인이 말하지 않아도 헤아리지 못할 것이 없다. 소풍날 보물찾기가 이처럼 재미있을까? 몇 글자 안 되는 표현 너머 아마득한 성채가 솟아 있다. 그 높은 성채의 아기자기한 이면을 그저 담벼락 너머에서 기웃기웃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 본문

재목을 구하러 간 길에 한파 속에서 고생하는 아랫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에 쓴 시라고 한다. 모두 손이 얼어 추위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홀로 비단 이불을 덮고 있는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하고 있는 이 시를 보면서, 이 모든 것들을 글로 풀어 냈더라면 과연 이 담백하면서도 그 절제된 언어 안에서 이토록 깊은 맛을 그려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 밖에 있는 사람들이 손이 모두 얼었음을 <門外幾人皆墮指>라 말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7글자로 이 모든 것을 표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또 빠져들게 된다. 이 한 글자 글자를 이어 쓰기 위해서 그들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을까? 에서부터 이미 천 여 년의 작품까지도 담겨 있는 이 책을 읽노라면 그들이 살았던 당시의 모습과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는, 중첩되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새록새록 하기만 하다.

 

그 옛날 최치원은 이곳에서 귀를 먹게 하는 그 소리로 하여 인간 세상의 시비성이 이르지 않는 것을 기뻐했는데, 오늘날 시냇물은 무에 그리 바쁜지 세상 쪽으로만 달려나간다. 아서라! 막상 떠나기는 손쉬워도, 막상 나가본들 이만한 명산을 만날 수야 있겠느냐. 늘 눈앞의 것에 고마운 줄 모르고 멀리 마음 두는 인간의 욕심을 보는 것 같다. – 본문

굽이쳐 흐르는 물을 보면서 청량감을 느끼거나 자연의 위대한 장관 앞에서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이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소리 앞에서 최치원은 세상에서 들리는 잡음이 들리지 않음을 기뻐했다고 한다. 그 기쁨의 순간을 느낄 찰나도 없이 굽이치는 소리들이 너무나 빠르게 흐르는 것을 아쉬워하며 지은 이 한시를 보면서 이러한 한시조차 즐길 여유도 없이 매일을 허겁지겁 달려만 왔던 나의 모습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면 다시 마주할 수 없는 순간들이지만 헐떡이면서 지나가기만 바쁘고 그렇게 뒤돌아 보면 어느새 아득하니 먼 과거가 되어버렸던 지난 날의 20대를 떠올리며, 계곡에 흐르는 물처럼 무엇이 그리 급하였기에 빨리 빨리 만을 외치며 지나왔나 하는 서글픈 마음이 일곤 한다.

 

한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하루에 하나의 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한시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게 된다. 어릴 때에는 마늘의 아리고 매운 맛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어느새 찾아먹는 느낌이랄까. 무작정 어렵다, 라고 생각하며 외면하기 이전에 천천히 이 책과 함께 한시를 읽다 보면 천 년의 세월을 함께 나누어 그들의 삶을 함께 주억거리게 된다.

아르's 추천목록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저

독서 기간 : 2014.01.14~01.22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미술사를 보다 세트 - 전2권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미술 여행 서양미술사를 보다
리베르스쿨 인문사회연구회 외 지음 / 리베르스쿨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일 년에 적어도 한 두 번은 미술관에 가보려 하고 있다. 미술에 대해 무엇을 알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겠거니, 라는 생각과 실제 명화들이 전시되어 있는 그 장소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은 마주하기 힘든 것들이기에 그에 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입장료를 지불하고서는 보는 기회를 잡으려는 실속이 우선이 된 관람들이기는 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책 안에는 서양 미술사의 전반적인 흐름과 각 시대별로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기에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간다는 느낌으로, 그야말로 미술에 대한 문외한인 나에게 있어서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이 지구상에서 활동을 한 그 시점부터 인간은 자신들의 생각이나 삶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했다. 구석기 시대였던 기원전 때에는 종이나 잉크와 같은 것들이 있을 리 만무했던 시절이기에 당시의 인류는 자신들의 생활상을 동굴의 벽이나 커다란 돌 등에 남겨 놓았다.

선사 시대의 벽화 대부분은 깜깜한 동굴 속에 그려져 있는데도 이처럼 매우 생생하고 기운차 보여요.
 
그렇다면 선사시대 사람들은 왜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린 것일까요? 동굴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은밀한 장소입니다. 게다가 벽화를 보면 하나의 형상에 다른 형상들을 겹쳐 그린 것이 많지요. 이 사실을 고려한다면 감상용으로 벽화를 그린 것은 아닐거예요
.
선사 시대 사람들은 동물이 잘 잡히기를 기원하고, 맹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벽화를 그렸어요. – 본문

샤머니즘이나 토테미즘을 숭배하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서 하루하루의 삶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계에서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예술의 흔적은 아름다움은 고양시키고 널리 퍼지기를 위한 바람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의 삶의 안위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올린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인상주의의 대가였던 드가의 그림 속에서 일본 판화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것들을 보면서 미술사, 하면 대부분 서양의 것이 우선시 될 것만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동양의 미술이 영향을 미친 것이 생경하면서도 신기하기만 느껴졌다.

 드가는 파리에서 갑자기 유행한 일본 판화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무용 수업>을 그릴 때 화면 아래를 텅 빈 공간으로 놔두고, 인물들을 과감한 사선 구도 속에서 배치한 것이지요. 채색 판화인 우키요에는 명암은 하나도 없고 색은 짙고 대담했어요. 구도와 시점 역시 매우 파격적이었지요. 우키요에 작가들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듯한 시점을 주로 사용했고 원급법을 따르지 않았어요. – 본문

 

 

 

 

피카소의 <인생>이라는 작품은 이 책에서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이었는데 파랑을 주안점으로 하여 그려는 이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우울하면서도 뭔가 평이하지 않은 모습에서 낯설고 두려움이 느껴진다 친구인 카사헤마스가 실연 이후 결국 자살이라는 파국을 맞이하게 되면서 피카소는 파란색으로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데 blue라는 단어가 가진 우울함과 침울함을 그는 그린 것이라고 한다.

피카소는 이 청색 시대에 알코올 중독자나 거지, 시각 장애인 등을 주로 그렸어요. 그림의 주제는 삶의 불행과 노동의 고통이었지요. 피카소는 인간의 불행과 절망을 엄격하고 절제된 표현과 색채를 통해 표현했어요,– 본문

 2권으로 분권화 되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금새 읽어 내려간 듯 하다. 그 전에 알고 있었던 부분 부분들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어떠한 형태로 미술사가 변모해 왔었는지를 바라보다 보면 우리가 살아왔던 역사의 모습도 아련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살아온 기억들의 기록과도 같은 미술이라는 세계에 대해서 전반적인 내용을 한 번 훑어보고 나니 미술이라는 것에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마주하기만 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왜 이러한 그림이 그려졌을까, 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해 보게 되고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읽어보려는 시도를 하게 해준 이 책이 한동안 든든한 교과서가 될 듯 하다

 

 

 

아르's 추천목록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2」 / 최진기저

 

 

독서 기간 : 2014.01.20~01.25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2 - 서양미술사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2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서양미술사를 보다>에 이어서 보게 된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2>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들을 접할 수 있었다. 기초적인 것을 한번 답습하고 난 뒤라 그런지 이 책이 더욱 즐겁게 접하게 된 듯 하다.

서양미술이라고 하면 '미술'이라는 것에 우선적으로 보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접하는 것이 보통 서양미술이기에 미술이라는 것을 먼저 보기 마련인데 저자는 '서양'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그동안 '서양미술'만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서양'은 간과한 채 바로 미술의 세계에 들어가려고 한 것이지요. 그래서 책을 읽어도 서양미술의 전체 흐름을 잡지 못하고, 화가의 일화와 미술기법 몇 가지만 머릿속에 남게 됩니다.

시대가 작품을 만듭니다. 철학도 시대의 반양이고 예술도 시대의 반영입니다. 또한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사상, 미술 등은 각각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술은 시대의 모습의 반영한 발화물이지요. -본문

이집트 벽화를 보면 그 특유의 잔상이 가득하다.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의 느낌이기에 처음에는 그것을 보고서는 그저 이집트의 고전적인 느낌인가보다, 했는데 실은 독특한 그들만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얼굴을 옆모습이면서 몸은 정면을 보고 있고 다리는 다시 옆 모습을 하고 있는 이 형태는 그들의 사상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오리나 물고기 등도 모두 옆 모습으로 그려놓고 있는데 이들은 아름다움을 담는 것이 아닌 그들의 눈에 가장 완벽한 모습을 그림에 남기려고 한 것이라고 한다.

이집트인들은 이처럼 사물은 한 시점에서만 보고 그리면 그 사물의 본질적 특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에서 사물은 온전히 표현하려면 다층적인 시점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이집트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가 아니라 '완전함'이었습니다. 엄격한 규칙에 따라 그림에 들어가야 할 모든 것을 그리고, 영원히 보존하는 것이 당시 기술자인 미술가의 임무였던 것입니다. -본문

이집트의 미술은 피카소의 그림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데 입체주의의 대가라 할 수 있는 피카소의 그림을 보노라면 한 장면 안에서 앞모습과 옆모습이 모두 담겨져 있는데 이렇게 보면 또 이집트의 벽화 모습과 겹쳐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시간이 흘러 미켈란젤로의 예술상을 보자면 이때는 완전함을 넘어 오롯이 미를 담으려 하고 있다. 피에타 상을 보면서 그저 자신의 자식인 예수님을 안고 있어야만 부모의 마음이 어떠할까, 그 러한 생각들만을 주옥거리며 넘기기만 했다. 녹아 내리는 듯한 자식의 안고만 있어야만 하는 그 마음만을 안고 바라보았다면 이 책 속에서는 <피에타>속에 비밀을 고스란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면, 마리아와 예수의 얼굴이 마치 연예인처럼 잘생겼고 아름답습니다. 마리아의 얼굴을 20대로 보이며 아들인 예수보다 더 어려 보입니다. 예수가 34세에 죽었으니 당시 마리마는 50세쯤이었을 텐데 말이죠.

또한 예수의 몸은 매우 길고 거의 10등신에 가까워 보입니다. 10등신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또 팔이 저렇게 긴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그럴 리가 없죠.
미켈란젤로도 다빈치처럼 인체를 여러 번 해부하고 근육 하나 하나를 스케치했으므로 그가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중략)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통해서 미를 재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본문

 

이삭 죽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목가적인 모습에 빠져서 보았다면 다시 보았을 때에는 고단한 여인들의 삶이 보였고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바라보면서 밀레가 왜 이러한 그림을 그렸던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미술도 미술이지만 '서양'의 모습들을 우선으로 설명하면서 그를 기반으로 미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에 재미있게 배울 수가 있다.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1은 인문학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2편은 미술에 대한 그전에는 가져보지 않았던 물음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에 이 책 역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제 3편은 동양 미술에 대한 내용이 발간되길 기원하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서양미술사를 보다』 / 양민영저

독서 기간 : 2014.01.25~01.2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10 12일은 사람을 죽이기에 좋은 날이었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렸지만, 헌당 축일이 지난 뒤인 이번 금요일에는 우리의 선한 주님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셨다. 이미 가을이었는데도, 바바리아 주 중에서도 파펜빙켈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햇빛이 밝게 비치고, 시내에서는 즐거운 소리들과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본문

책을 펼치자 마자 마주하는 위의 글을 보면서 다시금 소름이 끼쳤다. <밤의 새가 말하다>를 읽었을 때에도 어떻게 이러한 일들이 우리의 과거에 있었던 일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너무도 태연하게 '사람을 죽이기에 좋은 날'이라는 표현을 하는 이 글을 보면서 서늘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는 이 책의 마력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들은 공으로 저글링을 하면서 아이를 죽인 여자 살인범을 조롱하는 조잡한 노래를 불렀다. 이다음 마을 축제는 10월 말에나 열링 예정이었지만, 참수형 소식이 이미 근처 마을들에 퍼져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이런저런 소문을 주고받고, 음식을 먹고, 달콤한 과자 등을 사면서 그날의 하이라이트가 될 유혈 장면을 고대하고 있었다. -본문

사형 집행 장면을 광장 앞에서 처형을 했던 서양의 풍습이나, 우리나라의 과거의 모습들을 보노라면 과연 수 많은 이들이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그 순간에 대해 즐겼을까? 라는 물음을 하면서도 동시에 죄를 지은 자에 대한 처벌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뉴스나 신문 등에 등장하는 흉악범들의 기사들을 보면서 사형 제도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당시 이러한 처형이 수 많은 이들이 밀집해 있다는 것에서 공포의 장면을 마주한다는 것은 그 자리에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또 다른 경고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건 그 때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보면 우리나라의 망나니와 같은 이들이 이 책 속에도 등장을 하고 있다. 일명 '사형집행인'이라 불리던 그들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보통 집안의 대를 이어서 내려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퀴슬 역시도 자신의 아버지가 사형집행인이었기에 그 장소에 종종 함께 하곤 했었는데, 한 여자의 사형 집행 순간을 목도한 순간 그는 자신만은 그의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그의 손에는 다시금 끔찍한 무기들이 들려있게 된다.

사람들은 계속 징조를 찾으려 들 것이다. 앞으로 더 이상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의심에는 끝이 없을 터였다. 이것은 숀가우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들불이었다. 누군가가 자백을 하고 책임을 지는 수 밖에 없었다. -본문

갑작스레 발생한 사건을 말미암아 숀가우는 다시금 70여년 전에 발생했던 마녀의 등장과 그로 인해 발생했던 화형식들을 떠올리고 있다. 아이들의 실종과 죽음에 대하여, 무구한 아이들의 삶을 빼앗아 간 진범을 찾아볼 생각보다는 마을 전체가 마녀의 회귀라며 하나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모든 이들의 삶의 탄생을 함께 했던 마을의 산파는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마녀가 되어야만 했다.

여성으로서 그들만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산파라는 직업이 당시에는 그다지 인정받는 직업은 아닌 듯 했다. 여자들의 임신을 방지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고 하느님의 선물이라 믿었던 자궁을 제거하는 법 등을 알고 있는 산파는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자식을 받아준 고마운 사람이기 보다는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산파의 손을 빌리기는 하지만 늘 마뜩찮은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알고 있었다. 이 산파가 아이들을 죽인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의원들은 그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 사건을 덮을 수 있을 누군가가 말이다.

그들에게는 진범을 잡는 것보다는 이 사건이 점점 시간을 끌수록 그들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이 동요하면서 다시금 끔찍했던 예전의 마녀 사냥이 재현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정말로 마녀가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나를 그 마녀로 생각하는 건 실어. 게다가 실제로는 마녀가 없다고 해도, 범인은 항상 필요하지 -본문

과연 모두를 위해서 소수의 사람들의 희생이 당연시 되어야 하는 것인가. 최대다수를 위한 최대행복이라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명분하에 무고한 한 사람의 삶을 이토록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당시의 자행되었던 마녀 사냥이라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로 자행되었던 제노사이드가 아닌가 말이다.

그의 눈에는 광기가 번득인다. 조소하는 눈빛이 경련을 일으키고, 입술이 움찔거린다. 그는 손을 들어 흔든다. 손이 하얗다. 구부러진 해골 손가락들이 피의 광기에 동참하라고 다른 사람들을 초대한다. -본문

다행히도 이 사건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과 그의 딸 막달레나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젊은 의사인 지몬 프론비저에 의해서 이 사건은 점차 실체를 드러나고 있었다. 죽어간 아이들의 몸에 남겨져 있던 표식과 함께 여전히 팽배하고 있던 신분의 차이가 가득했던 그들이 삶 속에서 막달레나와 지몬 프론비저가 앞으로 어떠한 이야기들을 펼쳐지게 될지, 이 모든 것들의 거대한 장막 뒤에서 실제 이 모든 것들을 조정하고 있던 이들과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 지가 궁금해진다.

처음에는 인간 자체에 대한 공포로 시작되었던 이야기가 그 후에는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게 된다. 사형집행인으로 살았던 이들이 누군가의 죽음으로의 초대가 안니 삶으로의 간곡한 초대를 하고 있기에 빨리 그들과 함께 뒷 이야기를 쫓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르's 추천목록

『밤의 새가 말하다』 / 로버트 매캐먼저

독서 기간 : 2013.12.20~01.22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톨스토이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길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톨스토이'라는 이름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작품들이 머리 속에 주르륵 떠오르게 된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들을 모두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마주했던 작품들만으로도 그의 명성이 지금까지도 계속하여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 가히 그럴 수밖에 없는 대작들이라는 것만은 확언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남겼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이 책을 보는 순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게 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안고서 책을 한 장 한 장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도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면서도 공감을 안게 하는 이야기들이라 참 편하게 읽어 내려간 듯 하다.

 

 

얼마 전 <점핑 위드 러브>라는 전시회장에서도 위와 비슷한 글귀를 보게 되었다. 마를린 먼로의 사진 위에 있었던 문구인데 보여지는 것 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신에게는 무한히 관대하면서도 타인에게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의 모습에 있어서 칼날과도 같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 책 속에서도 톨스토이의 충고를 보면서 다시금 내 모습을 점검하게 된다.

왕성한 혈기의 젊은이들은 패기가 넘치고 추진력이 있기에 무엇이든 거침없이 해낼 수 있을 듯 하는 자신감에 때론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돌아보는 것에는 되려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나와 다른 생각을 안고 있다는 것은 그와 내가 다르다, 라기 보다는 그가 틀렸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하기 마련인데 톨스토이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묵직했던 감정의 무게는 내려놓고서는 그 안에서 담담히 울리는 그의 목소리만을 집중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자고로 어른이란, 나이가 든다는 것에서만 어른이 아닌 삶을 살아오면서 오롯이 그 세월을 지혜로 변모시켜 축적시켜 나왔기에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벌을 준다는 것은 어떠한 잘못을 하면 그것을 책임을 묻는 행위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톨스토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벌을 준다'라는 의미는 상대방에 대한 온정이 담겨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닌 진정 사랑으로 상대를 안아주는 모습에서 어른이란 이런 것이구나, 를 배우게 된다.

 

금새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조언들이지만 그 깊이의 울림은 생각보다 깊다. 톨스토이라는 한 문인을 넘어 이 시대를 먼저 살아간 선생으로서의 이야기는 현재 그가 살았던 시간들을 쫓아가고 있는 후세들에게 필요하고 양분이 될 지혜들이기에 그가 전해주는 생각들을 읽어 나가며 마음이 편해지면서도 경건해진 느낌이다.

아르's 추천목록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대니얼 클라인저

독서 기간 : 2014.01.17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