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 - 재생불능 진단을 받고 추락하던 JAL은 어떻게 V자 회복을 했나
오니시 야스유키 지음, 송소영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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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아마 길거리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를 마주했다면 그저 한 어르신이구나, 하고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표지 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열정적이면서도 급박한 내용들을 마이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구나, 정도였지 이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 나는 그의 저력에 대해서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오래 전에 일본의 대표 항공인 JAL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경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터라, 더욱이나 우리나라의 항공사도 아닌 일본의 항공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JAL이면 일본 최대의 항공사인데 그런 항공사도 이렇게 기우뚱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만 하며 스쳐 지나간 듯 하다.

 이미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 그 시기 동안, 누구나 알고 있던 일본을 대표하던 항공사 JAL을 일으키기 위해서, 표지 속 주인공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추락하는 이 회사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그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남아 추락에서 다시 재개의 활공을 하는, 이른바 “V”자 회복을 일으킨 1,155일의 기록은 바로 그가 걸어왔던 일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기록이자 그 누구도 성공할 수 없을 거라 이야기 하던 일들의 기적을 담은 것이었다.

 그 누가 손을 대도 해결 할 수 없다고 손사레를 치던 JAL이라는 기업. 여담이지만 독점과 같이 일본 내의 항공계를 접수하고 있던 JAL을 그는 마뜩치않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항공업계의 마이더스 손과 같았던 그들이 독식하고 있던 시절에 오히려 그는 ANA을 응원하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런 그가 모두가 할 수 없다는 그 일에 어떻게 손을 담게 된 것일까.

 다른 사람들이라면 어마어마한 보수를 준다고 해도 거부했을, 그야말로 이미 결과가 빤히 보히는 이 게임에 그는 80세를 앞두고 있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JAL의 기사회생을 위해 기꺼이 불나방이 되어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부채가 21조 가량이 되고 주가는 1주당 1엔으로까지 떨어지며 상장폐지를 당한 이 기업을 위해 들어간 그는 JAL내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지키고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일본 경제를 지키며 그가 그토록 거부하던 항공업계의 독점적 시스템을 타파하고자 이 실패라는 수식어가 가득한 이 곳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JAL 재건을 받아들인 진짜 이유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경영자인 자신이 마지막으로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 즉 유언을 남기는 것이었다. 이나모리는 이렇게 말했다.
“JAL
이 부패한 기업이라는 것은 일본 국민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재생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요. 그 ‘부패한 JAL”을 다시 바꿀 수만 있다면, 곤경에 빠진 모든 일본 기업이 JAL도 해냈는데, 우리는 당연히 할 수 있다’라고 분발해줄 것입니다. 그런 영향력이 일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문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말하고 있던 그 난제 중의 난제였던 JAL의 기사회생을 일으킨 그의 1155일간의 기록을 쫓다 보면 철저히 기본적인 신념을 중심으로 한 도덕적인 경영을 근간으로 하여 JAL내에 잔류하고 있던 임직원들의 마음을 하나씩 움직이고 있었다.

매일 임직원들과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있어서 JAL이 무엇이고 그들이 생각하는 JAL이 무엇인지를 소통을 통해 배우고 그러면서 임직원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바로 이 기업의 주인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시간들을 갖게 하였다. 작은 것부터 절약과 실천을 시작하는 그 움직임이야 말고 JAL이라는 이름 하에 함께 있는 이들로 하여금 이 안에 있는 직원이 아닌 경영자로서 JAL을 바라보게 하는, 아메바와 같은 작은 그룹들이 결국에는 JAL을 대변하게 하는 경영 자세를 만들어 준 것이다.

“자네는 자기 돈이라면 이 사업에 10억 엔을 쏟아부을 수 있는가?” (중략)

“그 10억 엔이 누구 돈이라고 생각하는가? 회사 돈? 아니지! 회사가 곤경에 빠진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사원들이 고생해서 만들어낸 이익이지 않은가! –본문

위의 몇 줄 안 되는 대화 내용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의 목소리에 괜히 울컥하게 된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의 CEO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순이익을 보면서 그들이 이룩한 것이 아닌 수 많은 사원들이 만들어 낸 피땀 어린 숫자란 것을 생각하고 있을까.

 어찌 보면 당연한 듯 하지만 이미 만연해 있기에, 때로는 관습이라는 이유 등으로 외면되어 왔던 ‘당연한 것’들이 쓰러져 가는 JAL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근간이 되었으며 이 근간은 그의 목소리를 통해 임직원들을 조금씩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회사갱생법을 신청한 기업이 다시금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은 단 7%라고 한다. 100개의 기업 중 7개의 기업만이 겨우 다시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확률 게임이라고 한다면 이 숫자를 보고서 그는 이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는데 그는 파산이라는 딱지를 받았던 JAL을 2년 8개월 만에 최단기간이라는 기록으로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것을 성공하게 된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외쳤던 그 불구덩이에 거침없이 날아드는 불나방과 같이 그는 JAL의 회생이란 그의 임무를 마치고 나서 유유히 그 자리를 내려오게 된다.

 ‘젊음’이라는 저력을 안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과연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되뇌어 보게 된다. 그가 지내온 1,155일의 기록들을 보노라면 마술 봉을 휘두르듯 눈 깜짝할 사이에 만들어 진 기적이 아닌 조금씩 JAL 내의 임직원들을 움직여 만들어 낸 결과였으며 이 미미한 움직임들을 이끌어 신화와 같은 현재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는 것에서 다시금 그의 열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책을 읽기 전 그저 한 어르신에 불과 했던 그에게서 철저히 기본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로 인해 이 모든 것들을 바꿀 수 있다는 이치를 배우게 된다. 간단한 이 이념이 구덩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JAL을 다시 일으켰듯이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기업들이 그의 신념을 조금씩 인용한다면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더 많은 이들이 그의 이야기를 함께 하길 바라보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사장의 노트』 / 하세가와 가즈히로저

 

 

 

독서 기간 : 2013.12.2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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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기적 - 죽음과 삶의 최전선, 그 뜨거운 감동스토리
캐릴 스턴 지음, 정윤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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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동시대에 나는 이토록 편하게 앉아 이 책을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마저도 허덕이며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과연 이 아이들을 어떻게 구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가 만약 세상을 태어나기 전에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그 누가 이 최악의 상황 속에 자신의 삶을 밀어 넣으려 했을까. 기근이며, 질병, 각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으며 그 누구도 이 아이들을 구해낼 수 없는 악몽이 계속되고 있는 이 현실을 보노라면 이것이 어쩌면 나의 삶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아득하기만 하다.

 2007년 조사 결과 200만명이 에이즈 양성 반응자로 밝혀졌고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한다. 이르든 늦든 모잠비크의 수많은 아이가 에이즈로 부모를 잃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에이즈 환자와 사망자.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모잠비크는 가난으로부터도 탈출할 수 없을 것이다. –본문

 피의 다이아몬드의 고장이라 불리는 시에라리온을, 그저 처음에는 이름이 예쁜 국가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후원을 하는 아이가 그 나라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에 한 번 더 눈길이 같으며 그리하여 그 나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이런 저런 자료를 뒤적거리던 것이 바로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채집국이라는 정보였다. 수 많은 아이들이 다이아몬드를 채집하기 위해 매일 인력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이 계속해서 되물림 되는 끝없는 고통과도 같은 모습이라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더 이상의 행동을 취한 것이 없었다. 그저 한 달에 몇 만 원을 고작 보내는 것으로, 한 아이만이라도 제발 무사히 자라주기를 바랐으니 말이다.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인해서 사망하는 아이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은 한 생명 생명을 그저 숫자로만 기록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지구 상에서 숨쉬고 있는 수십억 명의 무관심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자 한 인간의 생명에 대한 방기임을 인지해야만 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하루에 사망하는 아이들 숫자는 2만 6000명에 달했다. 1년이면 950만, 즉 1천만 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이 첨단의 시대에 깨끗한 물이 없어서, 영양이 부족해서, 백신접종을 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죽어간다니 믿을 수 있겠는가? 세계인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대도 말이다. –본문

 세상에 태어남을 축복받고 그 아이들에게 충분한 영양이 담긴 먹거리를, 그리고 그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육을 제공받으며 매일을 웃음 가득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이들에게 고통과 같은 하루하루가 전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가장 극빈층에서 태어나 사회의 변두리에서 의식주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채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이들처럼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은 대부분 출생증명서를 받지 못한 상태라 숫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족히 40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문

 이 책을 통해서나마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 하고는 있지만 실상 나는 굶주려 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픈 와중에 약이 없어서, 그것도 약만 먹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을, 약을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이 모든 문제들이 나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당장은 내가 해결 할 수 없는, 혹은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이며 누군가 다른 이들이 해결해나갈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아닌 우리가, 바로 내가 그 자리에 있었을 지도 모른다. 운 좋게도 이 곳에서 호위호식하며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스라히 사라져 가는 아이들의 수는 너무도 많다. 태어나는 순간 인간에게 주어지는 그 존엄함이, 나약하고 작은 아이들에서부터 지켜져 조만간 우리 모두의 앞에 제로의 기적이 일어나는 그 순간이 올 수 있도록 이 캠페인이 많은 이들에게 널리 널리 퍼지길 바라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안나와디의 아이들』 / 캐서린 부저

 

 

 

독서 기간 : 2014.01.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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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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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면서도 대가인 그의 이름을, 그의 책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다고는 하더라도 한 두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칼 융과 함께 '정신분석'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가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인데 히스테리 환자를 관찰하고 최면술과 같은 시술로 그들을 치료하면서 그는 인간이 꾸는 꿈에 대해서 그저 하나의 꿈이 아닌 인간의 심리를 대변하는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하였으며 그의 사상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오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에 정신분석학의 입문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그의 책들을 마주할 수 밖에 없으며 그의 이름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의 저서에 대해서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책장에는 몇 권의 책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에 관한 영화들을 보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그가 남긴 업적들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토록 수 많은 사상을 남기고 가며 현재의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그라는 존재를 떠올리면 '정신분석'이라는 단어만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소설은 바로 그러한 프로이트의 이면, 아니 그가 한 가족 안에서는 어떠한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의학박사였던 그였기에, 그가 남기고 간 수 많은 저서들이나 업적들이 있기에 정신분석의로서 추앙을 받고 있기에 그에 대해 어떠한 나쁜 감정 따위는 전혀 가질 이유도 없었다. 그저 존경의 대상으로만 남겨 있었을 뿐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질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웃의 블로그를 통해서 이 책의 리뷰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 그 어느 때보다도 밀려드는 배신감에 혀를 차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받아 마지않는 그가, 그의 가족들에게는 더 없이 냉혹하면서도 냉정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 혼자만 호위호식하고 있는 그 모습들을 마주하면서 과연 내가 알고 있는 프로이트와 이 책 속의 프로이트가 동일한 인물이 맞는 것인지, 그들의 여동생들은 그에게 버려진 이후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직접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함께 하는 순간, 더 없이 프로이트에 대한 원망과 분가 점점 커져가고만 있었다.

어릴 때 절망 속에서 지새운 밤들, 엄마가 가차 없이 내 영혼의 벌어진 상처에 소금을 뿌리던 때가 생각났다. 그 시절에는 밤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오기를 엄마의 마지막 밤이 오기를 바랐다. 오늘이 오기 전에 복수를 꿈꾸며 수 -만 범의 밤이 생각났고, 죽음 앞에 한 없이 무력해진 엄마에게 내가 힘없던 시절에 받았던 잔인한 고통을 일깨워주는 복수할 날이 오기를 바라던 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와 그 시절의 아말이레와는 조금도 닮지 않은 아말리에는 보고 있자니 내 앞에 서 죽어가는 여인의 무력함에서 과거의 나의 무력함만 떠오를 뿐 한때 엄마의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던 잔인함 그리고 나를 떠밀어 한 없이 가라앉게 만든 잔혹한 모습을 내 마음속에서 일깨우고 싶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었다. 본문

나치 정권이 그들이 삶 속으로 들어오려는 그 상황 속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는 런던으로 망명할 수 있는 출국비자를 받을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자신의 손 안에 누군가의 생을 결정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왔다면 그 누구라도 떨리면서도 두려움과 자신이 구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 누구라도 이러한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자 할 것이다. 자신에게는 한 칸 한 칸 채우는 이름이 한 사람에게는 생의 연장이 도래할 것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프로이트는 자신에게 사람의 생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가족과 주치이의 가족들, 가정부와 함께 기르던 강아지 등 모두를 포함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곳에서부터 바로 비극이 시작되니, 충분히 명단 안에 함께 포함 시킬 수 있었던 그의 누이들인, 심지어 그가 가장 사랑했었다는 여동생 아돌피나마저도 이 명단에는 기재되지 않았었다.

나는 밤새 뜬 눈으로 누워서 클라라의 밤을 떠올려 보았다. 눈에 보이는 거라곤 어둠이 다 삼켜버려서 그녀의 밤들을 들어보려 하다가 어둠의 정적을 깨는 비명을 듣고 광기 안에 갇힌 채 자신의 광기와 남들의 광기가 뒤섞이는 저주를 받은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다. 자식들을 부른 목소리, 불이 나서 몸이 불길에 휩싸였다고 호소하는 목소리, 남편을 어떻게 죽였는지 되새기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였다.- 본문

프로이트의 궁색한 변명은 국가의 변명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굳이 그의 누이들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과연 그의 이 안일했던 순간의 생각이 그의 이 잘못된 선택에 대한 면죄부를 주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될까? 누구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그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현실들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 인생이기에, 한 학문의 대가였던 그가 인간으로서 실수를 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그를 용서하면 되는 것일까?

그 역시도 한 분야의 박사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이라고는 그를 이해해보려 한들, 아돌피나의 삶을 들여다 보는 내내 나는 그녀의 오빠였던 프로이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결국 그녀의 오빠를 이해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젊은 나이에 이미 손자까지 있는 그들의 아버지와 만나 불행한 결혼생활을 해야 했던 아돌피나의 어머니는 그녀를 어릴 때부터 너무도 괴롭히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된다. 그것이 그녀의 삶의 고통의 서막이 되었던 것인지 아돌피나의 삶을 쫓다 보면 그의 오빠인 프로이트의 후광에 비해 그녀는 너무도 까마득한 암흑 속에서만 살다 간 듯 했다. 그 어디에서도 충분한 사랑과 안식을 받지 못한 채 세상에 그저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존재로 전락해 버린 그녀의 삶을 보노라면 아련함을 넘어 가슴이 아린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지그문트, 당신을 잊을 거야. 오빠에 관한 일을 다 잊을 거야.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아직 많은 사물에 이름이 없던 시절에 오빠가 내개 날카로운 물건을 내밀며 칼이라고 말해준 날부터 모조리 잊을 거야.

내 삶이 시작된 순간에 사랑과 고통이 있었던 기억을 지울 거야. 생개 최초의 고통을 잊을 겅. 감춰진 상처에서 소리 없이 피가 뚝뚝 떨어지던 걸 잊을 거야.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고통과 최초의 말을 이을 거야. 엄마가 했던 말 널 낳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태가 태어난 사실도 잊을 거야. - 본문

죽음이 도래한 그 순간, 아무것도 남김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며 떠나야 했던 그 순간. 홀로 쓸쓸히 그 죽음의 문턱을 넘는 순간 과연 그녀는 그녀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기를 소망하는 듯한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내리 꽂힌다.

프로이트의 여동생이라는 수식어 조차도 너무나 안타까운 그녀의 삶을 과연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 이 책 속에야 빛을 바라게 된 그녀의 삶은 왜 이렇게까지 아파야만 하는 것일까. 할 수만 있다면 그를 찾아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이것이 당신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여동생에게 주고 싶은 삶이었는지를 말이다. 프로이트라는 이름이 이토록 원망스럽게 될 줄이야. 과연 그는 어떠한 사람이었을지, 씁쓸한 만이 입안 가득 맴도는 느낌이다.

독서 기간 : 2014.01.25~01.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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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송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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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건강이 최우선인 국가. 그러한 국가 틀 안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은 국가가 정해놓은 규칙 안에서 모든 것을 따르며 순응하고 살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개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자 국가는 국민들을 위한 최선의 것들을 제공하고 있다. 일정한 카테고리 안에 살아야만 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음식물을 채집해 먹을 수도 없으며 면역 체계가 다를 경우에 자신들이 원하는 이들과 사랑조차 할 수도 없다. 키스마저도 입안의 세균을 교환하는 일이기에 엄격하게 금지되어있는 이 백색 가득한 국가.

이 곳에서 한 여성인 미아 홀이 국가를 상대로 하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며 완벽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방법, 즉 인간 생명을 절대 가치로 삼는 체제에 기반한 국가는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 그 대신 가사형이 있고, 이 경우 미래 어느 땐가 다른 정치적 상황에서 복권될 기회가 주어진다. 현명한 해결책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유쾌할 리가 없다. 모리츠가 잘 쓰던 말을 빌리자면, 죽은 자는 탈주한다. 냉동되는 자는 궁극적으로 체제에 귀속된다. 사냥 트로피로 -본문

방법이라는 단어는 이 책의 초반부터 계속 등장하게 된다. 방법이 최우선이 된 국가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어렴풋이 의미를 찾아가고 있을 즈음 후반에 가서 이 단어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체제 속에서 별 다른 고민 없이 그저 매일 정해진 양의 운동을 하고 자신의 삶을 보고하는 것을 삶의 일부이자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미아 홀은, 자신의 동생이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연루되면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 장면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 모든 것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게 된다. 하지만 방법으로 가득한 사회는 이들 남매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은 그저 체제를 순응하지 못한 반역자일 뿐이다.

디엔에이 검사는 틀릴 수가 없어요. 무오류성은 방법의 지주죠. 만약 어떤 규칙이 이성적이지 않고 모든 경우에 유효하지 않다면, 아니 말해서 오류가 전혀 없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이 나라 사람들에게 이 규칙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겠어요? 무오류성은 그에 마땅한 귀결을 요규해요. 건강한 인간 오성은 우리에게 이 귀결의 의무를 지우죠. -본문

동생 모리츠는 방법이라는 이 사상의 틀에서 벗어나 그만의 자유를 꿈꾸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듯이 풀밭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채집하고 그것들을 바로 입으로 넣어 먹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들이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는 방법만이 가득한 그들의 국가에서 모리츠는 자신의 이상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인을 만나고 있다.

일명 병날 권리마저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세상에서 모리츠는 믿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현장에서 발견된 DNA는 미아의 동생 모리츠가 사건의 범인임을 지목하고 있고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외치는 그 순간마저도 모든 이들은 모리츠의 이상 행동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하기야 나 역시도 그럴 것이다. 과학이 입증해주는 틀릴 수가 없는 그 증거가 눈 앞에 있는 대도 불구하고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를 보면서 뻔뻔함의 극치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모리츠가 명백한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지목하고 있었으며 결국 모리츠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하게 된다. 누나인 미아 홀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그를 그렇게 보내고 나서 미아 홀은 여전히 모리츠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랑하던 동생이 사라진 이후의 그 잠깐의 시간마저도 방법으로 가득한 국가는 그녀를 가만히 놓아두질 않았다. 정해진 양의 운동을 요구하고 있었고 그녀에게 의무가 되어진 보고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이 걷어진 오롯이 혼자 남겨진 시간들이었다. 문제는 그 모든 통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은 방법의 국가인 이곳에서는 또 다른 반항이자 범죄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모두를 위한 행복이라는 전제하에 국가가 한 개인에게 침해하고 재제를 가할 수 있을까, 그 선이 어디까지 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방법이라는 국가 안에서는 건강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그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는 국가나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상태나 별 반 다를 것은 없다. 국가가 지향하는 방향점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속해 있는 국가는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의 동참하지 않는 이들은 모두 반역이라는 이름으로 주홍글씨를 새기고 있으니 말이다.

울타리나 산울타리는 경계선이야. 미아, 울타리에 올라탄 여자는 문명과 야생 사이 경계선에 머물러 이쪽과 저쪽 삶과 죽음, 몸과 정신 아이에, 긍정과 부정 사이. 신앙과 무신론 사이에 그녀는 자기가 어디 속하는 지 몰라. 그녀의 역역은 그 사이야. -본문

모리츠의 죽음에 있어서 100%의 신빙성을 주장하던 DNA의 결과 마저도 실은 국가의 오류이자 과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국가는 자신들의 탑을 무너뜨릴 수 없기에 모리츠와 미아에게 또 다른 범죄의 사건들을 덧씌우려 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한 개인의 삶은 존중은 중요치 않았으며 그저 방법이라는 체제가 유지 되는 것만이 더욱 중요한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위를 보라, 는 이 책의 메세지는 방법이라는 국가를 벗어난 우리에게도 전해지는 메세지라고 생각된다. 과연 우리는 이 체제 안에서 그저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우리는 경계의 선이 어디인지를 바라보고 그 울타리 위에 올라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국가와 개인의 지켜져야 하는 선이 과연 어디인지, 우리는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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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 조지 오웰저

독서 기간 : 2014.01.24~01.2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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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작가 유인경
김하인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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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김하인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 새하얀 순백색과 같은 청초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들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너무 하얗다 보니 그 어떠한 이물감도 느껴질 수 없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 안의 이야기들이 아련하면서도 구슬프게 느껴져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새 눈물이 가득 맺히곤 하는 것이 김하인,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었다.

아역 배우로 오랜 동안 브라운관을 차지하고 있던 이들은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들의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는 그 과정이 쉽지 않다고 한다. 마치 한 마리의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로 탄생하기 위해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런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소설이 김하인 작가에는 인고와도 같은 작품인 듯 했다. 이전과는 너무도 다른, 말 그대로 180도 달라진 이야기와 구성 때문에 아마 그의 이름을 못보고 지나쳤다면 이전의 그의 작품과 이 작품이 동일인이 쓴 작품이란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이 김하인 작가를 어떠한 나비로 만들어 주었는가를 떠올려보면 아름답고 성스러운 날개 짓을 하는 나비보다는 왠지 서글프면서도 우울한 나비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가 날기 위해 노력하기 이전이었던 애벌레 시절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김기하의 눈에 들어왔던 그만의 팜므파탈인 유인경을 만나면서부터 이들의 삶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선배의 마뜩찮은 부탁에 나가기 시작했던 강좌에서 마주하게 된 유인경을 보는 순간부터, 가시밭 같은 이 시간들이 시작되었던 셈이다.

그녀는 금방 새치름하게 삐친 표정이 되었다. 김기하는 눈말 멀뚱거렸다. 그녀 특유의 막무가내식 화법이다. 10대나 30대 여자가 아니면 통용될 수 없는 특권이랄까. 그녀는 애교 섞인 떼를 부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샐쭉거리는 눈흘김이 귀여워서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본문

유인경이 언제부터 이러한 계획을 세웠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누구라도 기꺼이 받길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외모를 이용해 자신은 화려한 세상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기반이 되는 것은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기하였다.

마치 사마귀의 교배와 같은 모습이었는데, 유인경은 외적인 그녀의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하여 김기하로부터 그녀가 새로운 세상, 그러니까 그녀가 꿈꾸는 집안과의 결혼을 위해서 그로 하여금 베스트셀러 작품을 그녀의 이름으로 출간할 수 있도록 독촉하고 있었고 김기하는 그러한 늪에 기꺼이 빠져들어 스스로 그 구렁텅이 아래로 내몰리고 있었다.

그가 가진 알량한 지성과 지혜 몇 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쌀알점을 쳐본다 해도 금세 가늠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벼랑길로 걸어 들어갔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는 자기 주문이었다. 어쩜 이번에는 아내가 모를 수 있으리라, 는 자기 최면 때문이었다. -본문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고서는 김기하는 홀로 남겨져 있다. 왜 그가 이 자리에 홀로 서있는냐는 자책보다도 아마도 그는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길을 걸어온 듯 해 보였다. 그렇다면 그녀가 원하는 것을, 계획대로 모든 것을 다 가졌던 과연 유인경은 행복했을까? 누군가의 삶을 철저히 붕괴시켜 놓고서 과연 그녀는 웃고 있는 것인지. 표지 속 그녀의 앞 모습을 보고 싶어 진다.

후반부에 가면서 그녀의 작품 속의 일들이 실제로 발생되게 되고 김기하의 선배와의 일들이 또 다시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등, 나름대로의 복선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 속에서 과연 김하인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기 고백적인 작품인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과는 급작스럽게 달라진 내용을 쓰고 싶었던 것인지.

책장을 덮고 나서는 은교가 떠오르게 된다. 이적요 작가가 그를 따르던 서지우에게 그의 이름으로 작품을 내어주게 되고 그리하여 베스트 셀러가 된 작가. 그리고 그 이후 차마 발표할 수 없었던 은교란 작품을 다시 서지우가 훔쳐서 세상에 내 놓은 것처럼. 김하인 작가는 세상에 드러낼 수 없었던 그의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일까. 아직도 나는 그 답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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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 박범신저

독서 기간 : 2014.01.21~01.2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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