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면서도 대가인 그의 이름을, 그의 책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다고는 하더라도 한 두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칼 융과 함께 '정신분석'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가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인데 히스테리 환자를 관찰하고 최면술과 같은 시술로 그들을 치료하면서 그는 인간이 꾸는 꿈에 대해서 그저 하나의 꿈이 아닌 인간의 심리를 대변하는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하였으며 그의 사상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오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에 정신분석학의 입문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그의 책들을 마주할 수 밖에 없으며 그의 이름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의 저서에 대해서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책장에는 몇 권의 책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에 관한 영화들을 보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그가 남긴 업적들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토록 수 많은 사상을 남기고 가며 현재의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그라는 존재를 떠올리면 '정신분석'이라는 단어만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소설은 바로 그러한 프로이트의 이면, 아니 그가 한 가족 안에서는 어떠한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의학박사였던 그였기에, 그가 남기고 간 수 많은 저서들이나 업적들이 있기에 정신분석의로서 추앙을 받고 있기에 그에 대해 어떠한 나쁜 감정 따위는 전혀 가질 이유도 없었다. 그저 존경의 대상으로만 남겨 있었을 뿐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질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웃의 블로그를 통해서 이 책의 리뷰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 그 어느 때보다도 밀려드는 배신감에 혀를 차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받아 마지않는 그가, 그의 가족들에게는 더 없이 냉혹하면서도 냉정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 혼자만 호위호식하고 있는 그 모습들을 마주하면서 과연 내가 알고 있는 프로이트와 이 책 속의 프로이트가 동일한 인물이 맞는 것인지, 그들의 여동생들은 그에게 버려진 이후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직접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함께 하는 순간, 더 없이 프로이트에 대한 원망과 분가 점점 커져가고만 있었다.

어릴 때 절망 속에서 지새운 밤들, 엄마가 가차 없이 내 영혼의 벌어진 상처에 소금을 뿌리던 때가 생각났다. 그 시절에는 밤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오기를 엄마의 마지막 밤이 오기를 바랐다. 오늘이 오기 전에 복수를 꿈꾸며 수 -만 범의 밤이 생각났고, 죽음 앞에 한 없이 무력해진 엄마에게 내가 힘없던 시절에 받았던 잔인한 고통을 일깨워주는 복수할 날이 오기를 바라던 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와 그 시절의 아말이레와는 조금도 닮지 않은 아말리에는 보고 있자니 내 앞에 서 죽어가는 여인의 무력함에서 과거의 나의 무력함만 떠오를 뿐 한때 엄마의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던 잔인함 그리고 나를 떠밀어 한 없이 가라앉게 만든 잔혹한 모습을 내 마음속에서 일깨우고 싶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었다. 본문

나치 정권이 그들이 삶 속으로 들어오려는 그 상황 속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는 런던으로 망명할 수 있는 출국비자를 받을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자신의 손 안에 누군가의 생을 결정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왔다면 그 누구라도 떨리면서도 두려움과 자신이 구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 누구라도 이러한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자 할 것이다. 자신에게는 한 칸 한 칸 채우는 이름이 한 사람에게는 생의 연장이 도래할 것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프로이트는 자신에게 사람의 생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가족과 주치이의 가족들, 가정부와 함께 기르던 강아지 등 모두를 포함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곳에서부터 바로 비극이 시작되니, 충분히 명단 안에 함께 포함 시킬 수 있었던 그의 누이들인, 심지어 그가 가장 사랑했었다는 여동생 아돌피나마저도 이 명단에는 기재되지 않았었다.

나는 밤새 뜬 눈으로 누워서 클라라의 밤을 떠올려 보았다. 눈에 보이는 거라곤 어둠이 다 삼켜버려서 그녀의 밤들을 들어보려 하다가 어둠의 정적을 깨는 비명을 듣고 광기 안에 갇힌 채 자신의 광기와 남들의 광기가 뒤섞이는 저주를 받은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다. 자식들을 부른 목소리, 불이 나서 몸이 불길에 휩싸였다고 호소하는 목소리, 남편을 어떻게 죽였는지 되새기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였다.- 본문

프로이트의 궁색한 변명은 국가의 변명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굳이 그의 누이들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과연 그의 이 안일했던 순간의 생각이 그의 이 잘못된 선택에 대한 면죄부를 주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될까? 누구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그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현실들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 인생이기에, 한 학문의 대가였던 그가 인간으로서 실수를 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그를 용서하면 되는 것일까?

그 역시도 한 분야의 박사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이라고는 그를 이해해보려 한들, 아돌피나의 삶을 들여다 보는 내내 나는 그녀의 오빠였던 프로이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결국 그녀의 오빠를 이해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젊은 나이에 이미 손자까지 있는 그들의 아버지와 만나 불행한 결혼생활을 해야 했던 아돌피나의 어머니는 그녀를 어릴 때부터 너무도 괴롭히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된다. 그것이 그녀의 삶의 고통의 서막이 되었던 것인지 아돌피나의 삶을 쫓다 보면 그의 오빠인 프로이트의 후광에 비해 그녀는 너무도 까마득한 암흑 속에서만 살다 간 듯 했다. 그 어디에서도 충분한 사랑과 안식을 받지 못한 채 세상에 그저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존재로 전락해 버린 그녀의 삶을 보노라면 아련함을 넘어 가슴이 아린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지그문트, 당신을 잊을 거야. 오빠에 관한 일을 다 잊을 거야.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아직 많은 사물에 이름이 없던 시절에 오빠가 내개 날카로운 물건을 내밀며 칼이라고 말해준 날부터 모조리 잊을 거야.

내 삶이 시작된 순간에 사랑과 고통이 있었던 기억을 지울 거야. 생개 최초의 고통을 잊을 겅. 감춰진 상처에서 소리 없이 피가 뚝뚝 떨어지던 걸 잊을 거야.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고통과 최초의 말을 이을 거야. 엄마가 했던 말 널 낳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태가 태어난 사실도 잊을 거야. - 본문

죽음이 도래한 그 순간, 아무것도 남김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며 떠나야 했던 그 순간. 홀로 쓸쓸히 그 죽음의 문턱을 넘는 순간 과연 그녀는 그녀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기를 소망하는 듯한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내리 꽂힌다.

프로이트의 여동생이라는 수식어 조차도 너무나 안타까운 그녀의 삶을 과연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 이 책 속에야 빛을 바라게 된 그녀의 삶은 왜 이렇게까지 아파야만 하는 것일까. 할 수만 있다면 그를 찾아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이것이 당신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여동생에게 주고 싶은 삶이었는지를 말이다. 프로이트라는 이름이 이토록 원망스럽게 될 줄이야. 과연 그는 어떠한 사람이었을지, 씁쓸한 만이 입안 가득 맴도는 느낌이다.

독서 기간 : 2014.01.25~01.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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