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개츠비>가 잘 만들어진 걸잘이라면 <밤은 부드러워>에는 피츠제럴드라는 인간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추천사를 보면서도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하며 아리송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서도 대체 개츠비의 위대함이 무엇일까?에 대해 쫓으며 칼럼을 읽고 얼마전 빨간 책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제서야 조금씩 <위대한 개츠비>를 이해해가고 있는 나로서는, 피츠제럴드의 작품인 줄도 모르고 있었던 <밤은 부드러워>를 마주하면서 표지 속의 고혹적인 그녀와 유혹하고 있는 그녀 사이에 이 내용이 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만을 궁금해하며 서둘러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피츠제럴드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연보를 마주하면서, 작가의 손을 통해서 그들이 살아나는 책 속의 주인공들은 저자의 삶을 관통해야만 가능하겠지만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피츠제럴드를 관통하는 것을 넘어 그의 인생을 투영하여 이 곳에서 제 2의 삶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을 보내야 했고 그 이후 다가온 사랑마저도 파혼당했다 어렵사리 결혼을 하지만 그 이후 아내의 정신질환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 단편 소설을 계속 집필해야 했던 그의 이야기는 그저 저자의 삶이 아닌 이 소설의 배경이자 그의 삶을 옮겨 놓은 듯 했다. 주인공인 딕을 바라보는 로즈메리라는 여배우의 시점으로 그를 바라보면, 이 세상에 이러한 남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설렐수 밖에 없을 것 이란 생각이 든다. 너무도 큰 아픔을 안고 있던 자신의 부인인 니콜의 담당 의사였던 그는 그녀와 결혼을 결심하면서 주변 이들의 기우처럼 그가 그저 신분상승을 위해서 그녀를 선택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 더욱 철저한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있기에 로즈메리를 밀어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그의 헌신적인 사랑에 마음이 자연스레 움직이게 된다. 아마도 1권의 표지 속 여인이 니콜이었다면 2권의 표지 속 모습은 로즈메리의 모습과도 같은 느낌인데 닉은 로즈메리의 계속된 구애에 결국 불나방이 되어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로 변모해 버린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그가 낭패감에 젖어 말했다. "로즈메리 양을 사랑하지만 내가 간밤에 한 말에는 변함이 없어" "이제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싶었을 뿐.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그것으로 됐어요." "불행히도 나는 로즈메리를 사랑해. 하지만 니콜이 알면 안돼. 조금이라도 눈치채면 안돼. 니콜과 나는 함께 계혹 가야하고. 어찌 보면 그건 단순히 계속 가고 싶다는 것보다 더 중요해요." -본문 모든 점에서 완벽하고 싶었던 그였지만, 그는 이미 변해 있었다. 로즈메리의 구애로 이 불륜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진 것이라 그는 변명하고 싶겠지만, 그리하여 그 순간에도 자신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와 함께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실상 그의 진심은 그랬던 것일까? 의사 대 환자로 지속됐던 만남이 이제는 부부로의 연을 맺고 가는 동안, 그의 처음 신념과는 다르게 점점 지쳐가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치정이라는 소재로 로즈메리가 등장하게 되면서 한 아내를 둔 남자로서의 그의 선택에 대한 원망이 커져가면서도 그는 로즈메리가 아니었어도 어떠한 형태로든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가 한 편으로는 처연하게 보이는 양가적 감정을 안고 그의 행보를 계속 바라보게 된다. 그는 케테 그레고로비우스가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느끼도록 해주었지만,음식마다 ㄱ들어 있는 꽃양배추 때문에 점점 안절부절못했고, 이와 동시에 무언지 모를 그 얄팍함이 발단하자 대해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맙소사,. 결국은 나도 다른 사람들과 별다르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게 해서 그는 밤에 잠 못 이루며 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별 다르지 않다는 말인가?' -본문 어디론가 향해 날아가고픈 그의 발목을 메어둔 것 처럼 그는 점차 스스로를 잠식시켜가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을 받고 있던 그가 점차 추락해가고 있을 즈음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다 한들, 그의 추락을 늦출 수는 있으나 방향을 꺾어 다시 부활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 선택해 들어간 모습이었으며 그리하여 그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그가 함께 가야 한다고 소리쳤던 니콜마저, 그의 친구인 토미의 곁으로 떠나 버려 결국 그는 오롯이 홀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2분 만에 승리를 거두고 거짓말이나 구실을 만들지 않고 자시ㄴ에게 자신을 정당화하고 영구히 줄을 끊었다 .그러고 나서 다리에 기운이 빠진 그녀는 침착하게 흐느끼며 마침네 그녀의 것이 된 집을 향해 걸어갔다. 딕은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나서 머리를 앞으로 수그려 흉장을 갖다 댔다. 이 케이스는 완료되었다. 의사 다이버는 이제 자유로워졌다. -본문 이 케이스는 완료 되었다며, 의사로서 그의 삶이 자유로워졌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그는 그 이후부터 더욱 망가져 오로지 술로서만 삶을 연맹하고 있다. 그가 사랑이라 느꼈던 로즈메리에게는 오히려 망신만 당했으며 어찌되었건 한 여자의 남편이었던 그는 자신의 외도와 허영으로 자신의 아내를 잃었음에도 오히려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해 그녀를 놓아준 듯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상을 그 스스로가 무너져 내려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 의사로서 그는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그 스스로는 자신의 아내이자 환자였던 그녀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 수 있도록 그 시간 동안 함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한 인간으로서 그의 삶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을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쓸쓸한 그에게 있어서 과연 아름다운 나날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파란했던 피츠제럴드의 삶이 녹아있는 이 소설을 보며 탐탁지 않은 뒷 맛이 느껴지는 것은 아직 나는 닉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