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소품 2 - 북유럽 스타일에 로맨틱을 더한 두 번째 손뜨개 레슨 북유럽 스타일 시리즈
주부와생활사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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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쌀쌀한 바람이 불고 바야흐로 겨울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드러날 즈음이면, 늘 목도리를 하나 떠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이모한테 배웠던 뜨개질 실력은 안뜨기와 겉뜨기가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목도리를 뜨는 대는 문제가 없었으니, 매번 실을 사서 한 번 해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만들던 뜨개질은 채 실 1통을 다 쓰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작년에, 기어이 달바에게 목도리 하나를 떠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것도 아무 무늬 없는 목도리가 아닌, 기왕이면 예쁜 무늬가 들어간 목도리를 뜨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동대문을 가서 실은 고르고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도안 보는 법을 배우며 변형 고무뜨기와 네오무늬 목도리를 완성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마저도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책을 보는 순간 뜨개질의 신세계를 만나게 되었으니 바로 배색으로 만든 무늬가 있는 뜨개질 작품들이었다.

 사실 무늬가 있는 목도리는 그저 기계로만 만드는 것인 줄만 알았기에 직접 손뜨개로 뜰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는데, 도안도 어느 정도는 볼 줄 알기에 덥석 이 책을 집어 들고 찬찬히 작품들을 보기 시작했다.

 

 

 

 

 아직 손뜨개로 장갑은 떠 본적이 없어서 이 예쁜 장갑을 보면서 이번 겨울에는 꼭 장갑을 만들어보리라, 라는 결심을 하게 한 사진이다. 무늬도 무늬지만 빨간 배경에 작은 새와 들풀은 아기자기 하면서도 따스해 보인다.

 본격적으로 배색뜨기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는데 안쪽과 겉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적당한 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너무 느슨해서도, 너무 타이트해서도 안 된다고 하는데 단색으로 뜨개질을 할 때도 늘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고생을 하는 터라 내심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뜨개질 초보라도 기초부터 상세히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천천히 보면서 따라 하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책을 펼치자 마자 뜨개질을 당장 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 조만간 동대문 한 번 또 투어를 하며 이번에는 배색 목도리를 떠 봐야겠다

 

아르's 추천목록

 

북유럽에서 온 손뜨개 소품 / 스키야마 토모저

 

 

  

 

독서 기간 : 2013.11.2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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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 선생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남진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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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유유히 우산을 쓰고 가고 있는 한 남자의 우산 속은 붉은 색 빛으로 드리워져 있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또 다른 한 남자를 향해 있는데, 직선으로 이어져 있는 것만 같은 길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 길로 쉬이 갈수가 없다. 아마도 우산 속에 있는 그에게 드리워진 붉은 빛이 그를 더 눈에 띄게 만들고 그리하여 그가 더 사람들의 이목을 한눈에 받게 되어 그의 자유는 오히려 구속되고 있다.

 

 1938년도의 어느 하루는 평범한 듯 하지만 평이하지 않게 시작된다. 팽선생을 쫓는 듯한 스페인 남자를 뒤로하고 얼마전까지 자신의 환자였던 남자의 부인이었던 레오 부인을 마주하고 있는 현장은 다급하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마저 휩싸이게 한다.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데요"

 "누가요?"

 "저기, 계산대 옆이요. 모르는 척하세요.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요. 나는 그들이 마치 성자의 화신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않나요?"

 "제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천사들이라면 젊고 불그스레한 살결을 가졌어야지요. 저 불쌍해 보이는 사람들은 마치 밤금 감옥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는데요." -본문 

 

 3월 말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는 바예호는 어떠한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딸꾹질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의아스러운 것은 그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나 의사도 그를 딱히 치료해주지도 않고 그저 방관의 자세로 그가 죽어가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레오 부인의 부탁으로 바예호를 치료하려 하는 결심을 한 팽선생에게 그를 줄기차게 뒤쫓아왔던 스페인 남자들은 바예호의 치료를 포기할 것과 그 댓가로 거금을 내밀고 있다. 

 

 깨어있음과 잠이 든 상태의 경계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최면술사 팽선생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 스스로가 자신이 치유하는 환자들과 같이 모호한 상태 빠져들게 된다. 어느 것이 현실인지 어느 것이 꿈인지에 대한 명백한 경계마저도 사라져 가고 있는 찰나 결심을 하고선 아라고 병원으로 바예호를 만나러 가는 그는 결국 바예호나 바예호 부인을 만나기도 전에 간호사에게서 퇴출을 당하고 그 사건 이후 레오 부인에게도 연락을 해 보지만 그녀 역시도 종적을 감춘 상태이다. 

 

 팽선생을 쫓아 다니던 스페인 남자를 미행하며 들어가게된 극장에서 그는 플뢰뫼르부두를 마주하게 되고 플뢰뫼르부두에게 스페인 남자가 자신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묻는 장면에서 플뢰뫼르부두를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팽선생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를 통해서 최면술을 통해서 죄인들을 심문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팽선생은 자신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심상치 않음을, 그리하여 바예호는 물론이고 자신마저도 위험한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즉시하게 된다. 

 

그를 볼 수 없었지만 그곳에 그가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딸꾹질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그는 경련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바예호 씨" 더듬거리는 말조차도 거의 입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기어들고 있었다.

 대답이 없었다. 
 
그림자가 다시 딸꾹질을 시작했을 때, 그 소리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꾸며 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만 같았다. -본문
 

 

 바예호를 만나려고 하면 할 수록 그에게는 다가갈 수 없고 점점 팽선생 주변은 그와 바예호를 마주하지 못하도록 압박으로 그들간의 간극은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그날 역시 습관처럼 병원 앞을 서성이고 있던 그에게 잠시 떠나 있었다던 레오 부인은 자신의 약혼자라며 장 블르크만을 소개하고 있고 그녀는 팽선생에게 "아직도 선생님은 다 이해햐지 못하고 계신거 같아요" 라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 바야호 씨는 시인이었어요" 레노 부인이 말했다.
 "
그건 몰랐군요. 당신이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맞아요, 그는 시인이었어요.." 레노 부인이 대답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 비록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가난했지만 말이예요." 

 "이젠 유명해지겠지요." 블라크만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힐끗 시계를 살폈다.  -본문

 

 마지막 페이지에 당도하고 나서는 다시 앞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대체 이게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것일까. 마치 영화 <달콤한 인생>을 보고 났을 때와 같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도통 분간이 안가 몽롱함에 빠져있는 듯 하다. 문제는 이 소설의 이야기가 대부분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내전이 들끓고 있던 당시 전체주의란 이름 하에 당연시 되어 오던 시인 바예흐를 모티브로 하여 그린 이 소설은 그의 조용하지만 석연치 않았던 죽음을 이 곳에서 다시금 조명하고 있다. 부조리했던 삶의 바꾸려 부단히 노력했던 바예흐는 그가 바꾸려는 세상에게 오히려 잠식당하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묵상하고 외면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현재의 부조리를 탐닉하고 있는 이들이 계속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마치 팽선생을 쫓아 뇌물을 주던 스페인 남자들이나 플뢰뫼르부두가 바예호라는 진실을 마주하지 않길 바랬던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는 레오 부인까지도 이 안에 포함되어 있을지 모른다. 그녀 역시 이 모든 연극 속의 조연일 지 모른다.  

 

 아마도 나는 또 다시 인생을 산다고 해도 바예호와 같은 삶을 살지는 못할 것이다. 무언가를 선동하여 세상을 움직이려는 시도보다는 지금처럼 조용히 세상에 묻혀 살고만 있을 듯 한데 과연 세상은 이 조용한 자유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만 있을까?라는 생각에 섬뜩함이 밀려온다. <팽선생>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보여주듯이 세상을 바꾸려는 이와 현재의 세상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어김없이 매트릭스의 파란약이 주어질 것이다. 자의보다는 타의로 실제 현실을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감춘 장막으로 덮으려 하는 이들과 그 이면의 실제를 보려하는 자들의 암투가 계속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현실은 현실일까? 이 간단한 물음이 이 책을 통해 투과되어 향하고 있는 그 순간, 과연 우리의 현재는 안녕한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잠들어 있는 것일까, 깨어 있는 것일까? 과연 깨어있다면 그 누가 원하는 세상 속에 깨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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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 강지영저 


 

 

독서 기간 : 2014.02.10~02.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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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기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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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선셋 파크>를 통해서 처음 그를 마주하고 그의 문체에 매료되어 있었던 나로서는 이 <겨울일기>라는 신간 소식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차 있었다. 닮고 싶은 문체 중 하나인 그의 글을 보노라면 마지막을 덮는 순간까지도, 아니 덮고 나서도 그의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잔상으로 남아 입가에 맴돌게 된다.

 

이번 <겨울일기>는 예순네 살의 작가인 폴오스터가 자신의 이야기를 닮은 자전적인 소설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는 자신에 대해서 '나는'이라는 표현대신에 '당신'이라는 2인칭으로 대변하여 시종일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어색했던 '당신은~'이라는 표현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더 자신에 대해서 깊숙히 고백할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담대하게 표현할 수 있기에, 오히려 ''보다도 그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마주할 수가 있었다.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이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본문

 

 예순 네살의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그의 몸에 새겨져 있는 순간순간들의 기억들을 오롯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를 조명해보면 한 해와 한 해 사이의 강우량이 어떠했는지 발육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알아낼 수 있듯이 그는 그의 몸에 새겨진 기억들을 하나하나 덜어내어 이 책 속에 담아 놓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타 '호흡의 현상학'이라는 이 방식을 차용함으로서 끄는 그의 몸에 담겨져 있는 감각적인 기록들, 그러니까 성적인 쾌감이나 고통까지도 '당신'이라는 이름을 통해 낯낯이 고백하고 있었다.

 

당신이 죽고 나서도 틀림없이 멀쩡하게 잘 작동할 것이다. 작업실 방 번호도 1-1도 상징적으로 적절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단 한 사람, 하루에 일고여덟 시간을 벙커같은 방에 홀로 틀어박힌 외톨이를 뜻하는 것 같다. 나머지 세상과 단절하고 매일 자기 머릿속을 탐험하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목적도 없이 책상에 달라 붙어 말없는 사람. -본문

 

 그에게 남아있는 기억 하나하나를 읽어내는 과정 속에서 그는 자신의 기억들을 다시금 정리하고 조합하는 과정들을 거쳤을 것이다. 한때는 이방인이었으며 또 한때는 유대인이라는 이름으로 이웃과의 다툼을 피했고 한 번의 이혼과 두 번의 결혼을 거쳤으며, 그의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했듯이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죽음의 순간을 몇 번이나 스스로 경험했지만 여전히 지금 글을 쓰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독자들에게 이 모든 것들을 고백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 부분들 마저도 담겨져 있기에 때론 민망한 부분도 없지는 않으나,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처연하게 자신의 그동안의 삶을 돌아봤다면, 그 무엇이 두렵고 민망했을까. 그저 그에게 그에게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이자 지나간 과거의 일들이니 말이다. 그의 과거가 나에게는 현재로 다가오기에 황망한 것들도 있지만 책을 넘겨 나갈 수록 그 짧은 방황은 다시 그의 이야기를 따라 집중하게 된다. 

 

 당신이 하는 일을 하기 위하여 걸을 필요가 있다걷다 보면 단어들이 떠오르고머릿속에서 그것들을 쓰면서 단어들의 리듬을 들을 수 있다한 발 앞으로다른 발을 앞으로 내밀면서 심장이 이중으로 두근두근 뛴다두 개의 눈두 개의 귀두 개의 팔두 개의 발이것 다음에 저것저것 다음에 또 이것글쓰기는 육체에서 시작된다그것은 몸의 음악이다단어들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때로는 글쓰기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단어들의 음악은 의미가 시작하는 곳이다. -본문

 

 그가 지나왔던 시간의 반도 지나지 못한 나로서는 그가 한 경험 보다는 하지 못한 경험들이 훨씬 많았고 과연 나의 나이테는 어디까지, 어떻게 향해 있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한때는 그 역시도 아버지의 자식이었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위치에 있으며 삶에 있어서도 몇 번의 실패라 할 수 있는 사건들도 있었지만 그 시간들을 지나왔던 그는 지금 우리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이토록 솔직하고 담대하게 들려주고 있다. 유명한 작가이기 이전에 평범한 한 남자로서의 그의 삶을 쫓아가면서 나는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버리고 현재의 나를 마주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2 1일 밤 이후로 눈은 더 이상 의미를 잃었지만 해가 나지 않고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추운 철에는 매일 방에 웅크리고 앉아 이 일기를 쓴다. 겨울 내내 이 여행을 하다 보니 이제 3월이 되었다. 하지만 아침마다 이제는 밖에 나가서 정원을 들여다보며 색깔의 변화가 땅에서 크로커스 잎이 손톱만큼이라도 불쑥 솟아나오지는 않았는지, 개나리 덤불에 노란 첫 꽃망을이 나오지는 않았는지 살펴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에는 봄이 더디 오려나 보다. 첫 울새를 찾아보려면 몇 주나 더 지나야 할까 생각해본다. -본문

 

 차디찬 바닥을 걸어 창가로 걸어가며 눈이 소복히 쌓인 나무가지들을 보면서 그는 몇 번의 아침이 그에게 남았는지에 대해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그 누구도 이 대답에 명쾌한 답을 해줄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누구에게나 인생의 겨울을 도래할 것이고 겨울이 오면 봄이 오듯 또 다른 문이 우리를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 초반의 그가 이야기 했던 '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라는 이야기가 마음 속에 계속 남아 있다. 그의 나이테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져 있듯 나의 나이테는 어떠한 나날들을 기록하게 될지.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이라는 굴레 속에서 우리 모두의 겨울은 어떠한 모습을 펼치게 될지, 폴 오스터의 겨울 일기를 보며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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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상 살다보니 / 김준자저


 

 

독서 기간 : 2014.02.2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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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시절
안드레아스 알트만 지음, 박여명 옮김 / 박하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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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얼마나 파괴시킬 수 있는지, 삶이 통탄스러울만큼이 파괴된 이는 그를 파괴한 자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커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담긴 이 야기를 들으면서 한 사람의 고백이 그저 그 시절을 겪은 저자의 필력을 따라 읽는것만으로도 또 얼마나 아프고 아련하게, 그리하여 읽는 것마저 힘든었는지에 대한 페이지를 넘기면서 생각해보게 된다.

아직 앳된 모습도 사라지지 않은 한 소년이 담배를 물고 있는 옆 모습을 보노라면 이미 세상을 다 산듯이 체념한 모습이 보인다. 아니, 체념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상념을 안고서 짜증 가득한 표정을 보면서 처음엔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어찌되었건 빨리 이 내용들을 읽어봐야만 했다. 저자에게 있어서 개같은 시절은 무엇이었는지, 과연 이 소년에게는 어떠한 비밀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야만 했다.

엄마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던 한 소년이 있다. 엄마의 오롯한 사랑을 다 얻기도 전에 빈 자리로 남아있던 아버지란 사람이 돌아왔다. 소년은 1/2 + 1/2의 사랑으로 1이라는 온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아니 암울과 비극의 전조가 시작되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친위대로 활동했던 그의 아버지는 전쟁 이후 상흔을 고스란히 그의 가족에게 전가시키고 있었다.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해 주변 인물들 마저도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던 그는 그의 가정을 다시 전쟁터로 만들게 되는데 정신이 피폐해져 돌아온 아버지라는 인물은 좀비처럼 그들의 세상을 좀먹어가며 모든 이들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었다.

성물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직옥이 이런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옥에는 소란도, 엄청난 화염도,식인 마귀도, 절규도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존재의 무의미함을 일째워주는 고스 그곳이 지옥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아버지가 자식에게 그렇게 했다. -본문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지내야, 아니 어떻게든 살기 위해 버텨야 했던 그 시간들을 지나 그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비상하려 하고 있었다. 연극배우며 건설현장에서 작은 일들을 하는 등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자신의 가정을 송두리째 먹어치우는 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이미 집을 나간 상태였고 그는 봉사라는 이름을 단 아버지의 명령과 폭언과 폭력을 고스란히 감내해야했으니 말이다. 단지 자식이라는 이유로.

그러나 그것은 그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글쓰기는 이전에도 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였지만 일기장에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됐다. 그러나 나머지 인류에게 가려진 채, 서랍 속에서 고요히 졸고 있는 단어들은 나를 구원하지 못했다. 나의 내면이 그토록 갈망하던 것, 인정, 스스로에 대한 가치 평가, 더 이상 패배자가 아니라는 황홀감 등은 주지 못했다. 대중의 가치 평가를 받아야만 글쓰기가 비로소 기적의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본문

말도 안되는 이 현실을 목도하면서 어찌되었건 그는 지금 이 책을 집필하여 그 자신의 시간들을 '시절'이라는 과거형으로 묶어 놓고 그는 지금이라는 현재를 살고 있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전쟁이 만들어낸 괴물은 또 다른 괴물을 양성해내려 했지만 그 괴물과 함께 살아온 그는 그 시간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견뎌오고 그 시간을 지나왔기에 지금의 그가 있다고 담대히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누구도 그의 고통을 오롯이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이겨낸 이들이 있으니 그 고통을 지내고 있는 이들에게도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이러한 고통을 견뎌야 하는 이들이 더 이상은 없길 바라며, 그리하여 이 고통스런 고백이 그가 마지막이길 바라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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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 은수연저

독서 기간 : 2014.02.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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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 1 세계문학의 숲 38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진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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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위대한 개츠비>가 잘 만들어진 걸잘이라면 <밤은 부드러워>에는 피츠제럴드라는 인간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추천사를 보면서도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하며 아리송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서도 대체 개츠비의 위대함이 무엇일까?에 대해 쫓으며 칼럼을 읽고 얼마전 빨간 책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제서야 조금씩 <위대한 개츠비>를 이해해가고 있는 나로서는, 피츠제럴드의 작품인 줄도 모르고 있었던 <밤은 부드러워>를 마주하면서 표지 속의 고혹적인 그녀와 유혹하고 있는 그녀 사이에 이 내용이 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만을 궁금해하며 서둘러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피츠제럴드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연보를 마주하면서, 작가의 손을 통해서 그들이 살아나는 책 속의 주인공들은 저자의 삶을 관통해야만 가능하겠지만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피츠제럴드를 관통하는 것을 넘어 그의 인생을 투영하여 이 곳에서 제 2의 삶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을 보내야 했고 그 이후 다가온 사랑마저도 파혼당했다 어렵사리 결혼을 하지만 그 이후 아내의 정신질환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 단편 소설을 계속 집필해야 했던 그의 이야기는 그저 저자의 삶이 아닌 이 소설의 배경이자 그의 삶을 옮겨 놓은 듯 했다.

주인공인 딕을 바라보는 로즈메리라는 여배우의 시점으로 그를 바라보면, 이 세상에 이러한 남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설렐수 밖에 없을 것 이란 생각이 든다. 너무도 큰 아픔을 안고 있던 자신의 부인인 니콜의 담당 의사였던 그는 그녀와 결혼을 결심하면서 주변 이들의 기우처럼 그가 그저 신분상승을 위해서 그녀를 선택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 더욱 철저한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있기에 로즈메리를 밀어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그의 헌신적인 사랑에 마음이 자연스레 움직이게 된다.

아마도 1권의 표지 속 여인이 니콜이었다면 2권의 표지 속 모습은 로즈메리의 모습과도 같은 느낌인데 닉은 로즈메리의 계속된 구애에 결국 불나방이 되어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로 변모해 버린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그가 낭패감에 젖어 말했다. "로즈메리 양을 사랑하지만 내가 간밤에 한 말에는 변함이 없어"

"이제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싶었을 뿐.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그것으로 됐어요."

"불행히도 나는 로즈메리를 사랑해. 하지만 니콜이 알면 안돼. 조금이라도 눈치채면 안돼. 니콜과 나는 함께 계혹 가야하고. 어찌 보면 그건 단순히 계속 가고 싶다는 것보다 더 중요해요." -본문

모든 점에서 완벽하고 싶었던 그였지만, 그는 이미 변해 있었다. 로즈메리의 구애로 이 불륜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진 것이라 그는 변명하고 싶겠지만, 그리하여 그 순간에도 자신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와 함께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실상 그의 진심은 그랬던 것일까? 의사 대 환자로 지속됐던 만남이 이제는 부부로의 연을 맺고 가는 동안, 그의 처음 신념과는 다르게 점점 지쳐가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치정이라는 소재로 로즈메리가 등장하게 되면서 한 아내를 둔 남자로서의 그의 선택에 대한 원망이 커져가면서도 그는 로즈메리가 아니었어도 어떠한 형태로든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가 한 편으로는 처연하게 보이는 양가적 감정을 안고 그의 행보를 계속 바라보게 된다.

그는 케테 그레고로비우스가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느끼도록 해주었지만,음식마다 ㄱ들어 있는 꽃양배추 때문에 점점 안절부절못했고, 이와 동시에 무언지 모를 그 얄팍함이 발단하자 대해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맙소사,. 결국은 나도 다른 사람들과 별다르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게 해서 그는 밤에 잠 못 이루며 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별 다르지 않다는 말인가?' -본문

어디론가 향해 날아가고픈 그의 발목을 메어둔 것 처럼 그는 점차 스스로를 잠식시켜가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을 받고 있던 그가 점차 추락해가고 있을 즈음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다 한들, 그의 추락을 늦출 수는 있으나 방향을 꺾어 다시 부활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 선택해 들어간 모습이었으며 그리하여 그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그가 함께 가야 한다고 소리쳤던 니콜마저, 그의 친구인 토미의 곁으로 떠나 버려 결국 그는 오롯이 홀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2분 만에 승리를 거두고 거짓말이나 구실을 만들지 않고 자시ㄴ에게 자신을 정당화하고 영구히 줄을 끊었다 .그러고 나서 다리에 기운이 빠진 그녀는 침착하게 흐느끼며 마침네 그녀의 것이 된 집을 향해 걸어갔다.

딕은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나서 머리를 앞으로 수그려 흉장을 갖다 댔다. 이 케이스는 완료되었다. 의사 다이버는 이제 자유로워졌다. -본문

이 케이스는 완료 되었다며, 의사로서 그의 삶이 자유로워졌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그는 그 이후부터 더욱 망가져 오로지 술로서만 삶을 연맹하고 있다. 그가 사랑이라 느꼈던 로즈메리에게는 오히려 망신만 당했으며 어찌되었건 한 여자의 남편이었던 그는 자신의 외도와 허영으로 자신의 아내를 잃었음에도 오히려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해 그녀를 놓아준 듯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상을 그 스스로가 무너져 내려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 의사로서 그는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그 스스로는 자신의 아내이자 환자였던 그녀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 수 있도록 그 시간 동안 함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한 인간으로서 그의 삶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을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쓸쓸한 그에게 있어서 과연 아름다운 나날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파란했던 피츠제럴드의 삶이 녹아있는 이 소설을 보며 탐탁지 않은 뒷 맛이 느껴지는 것은 아직 나는 닉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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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 조세핀 하트저

독서 기간 : 2014.02.15~02.2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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