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의 저주
로버트 러스티그 지음, 이지연 옮김, 강재헌 감수 / 한경비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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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맛있는 점심을 하고 난 후 카페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쇼케이스 안에 조각 케이크가 보인다. 분명 얼마 전 점심을 먹고 왔건만 달콤하면서도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내릴 케이크를 생각하면 어느 새 다시금 결제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한 때는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무자비하게 넣어 설탕 커피처럼 마시던 내가 어느 순간 설탕을 줄여봐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은 생각보다 우리가 먹는 음식 안에 설탕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다. 특히나 찜 닭을 만들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설탕과 물엿의 양을 보면서 이렇게 많이 들어가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막상 먹어보면 익숙한 맛을 느끼게 되면서 맛있다라고 생각하며 먹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대체 내가 먹은 설탕은 얼마만큼인가, 를 생각하며 고개를 휘젓게 된다.   

 얼마 전 제이미 올리버 TED 강연을 듣고서는 비만이라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는데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먹고 있는 음식, 특히나 그가 말한 음식 중 첨가물이 가미된 우유 안에 들어간 설탕이 엄청나다는 것을 보면서 그야말로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흰 우유는 별다른 맛이 없기에 바나나우유나, 딸기, 초코우유를 가끔 마시곤 했는데 이 안에 들어간 각설탕이 2개 분량이라니. 이렇게 매일 먹게 될 경우 5년 동안 우리가 먹게 되는 설탕은 캐리어 하나를 가득 채울 분량이다.

 설탕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이상으로 우리 식탁을 점령하게 된 지금. 우리의 건강은 물론 현재 우리 상태는 어떠한가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책 안에 들어있으며 그 실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에서 놀라움을 넘어 때론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푼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는 어른도 마찬 가지다.
 
우리 사회 전체에 비만이 부각된 것과 때를 같이하는 것이 심리적 스트레스가 보편화되고 심해졌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비만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은 두 가지다. 하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음식 섭취이고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지방 축적이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을 겪고 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음식 섭취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이럴 때 먹는 음식은 고설탕이거나 고지방이거나 둘 다인 경우가 많다. –본문

 가끔,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종종 나는 폭식을 하곤 한다. 한번에 무엇이든 몰아서 먹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해 보면 그런 날들을 되짚어 보면 꼭 그날 기분이 좋지 않았던 무언가가 발생한 날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먹는 것으로 해소를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스트레스가 쌓인 날이면, ‘그래, 이 정도는 괜찮아 라는 생각에 평소 먹는 양의 2~3배를 먹게 되고 그렇게 먹고 있으면서도 오늘 하루니 괜찮다, 라며 스스로 면죄부를 제공하며 계속 먹고 먹게 된다. 특히나 달달한 것들에 먼저 손이 가게 되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먹는 것은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그는 설명하고 있다.

 소아 내분비 전문이인 저자는 이렇게 우리가 알게 모르게 먹게 되는 설탕이 점차 우리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달한 맛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는 사실 설탕이라는 존재가 그 무에 큰 문제일까, 라고 생각하는데 그가 말하는 설탕 중독은 실제 알코올 중독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점점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소리칠지도 모르겠다. “이런 결국엔 식단과 운동인 거야? 이미 다 아는 얘기잖아!” 그렇지 않다. 단순히 적게 먹고 운동하라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것이다. ‘칼로리라고 다 같은 칼로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

 옛 말에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 어느새 설탕이 우리를 잠식하고 있었다니. 뿐만 아니라 가정시간인지 생물 시간인지 배웠던 칼로리 계산은 그 동안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우리 몸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운동을 하는 경우 1분 당 몇 kCal가 빠지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성분들에 따라서 몸 안에서 적용되는 칼로리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게 한다. 

 특히나 비만은 물론 이로 인해서 함께 나타날 수 있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이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대사 증후군의 위협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설탕과 패스트푸드 때문임을 그는 전해주고 있다.

 탄산음료나 주스, 햄버거 등을 먹고 마시며 그 이후에 몇 시간씩 운동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한끼의 식사를 마친 것 이외의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을 그 음식들이 실제는 우리의 목을 죄어 오는 것은 물론 우리의 몸을 잠식해오고 있다. 입에서 느껴지는 달콤함 대신에 단백질에 포함되어 있다는 트립토판을 흡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설탕을 평소 먹는 것의 1/3로 낮추어 먹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너무 지나치면 없느니 못한 것은 음식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저염식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었는데 이번에 과당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보면서 이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뇌마저도 속여 스스로 당이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끌림에 이끌려 계속해서 과당을 섭취하는 순간,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은 환자복을 입고서 후회하고 있을 미래의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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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독 / 존 유드킨저 


 

독서 기간 : 2014.08.25~2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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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투혼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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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미제, 혹은 일제 물건이라고 하면 최고라며 좋아하시던 어른들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만큼 그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물품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고 그 기저에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거대한 경제 축이 있었기에 그러했을 터인데, 폐전국이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그야말로 피폐해진 나라를 유례 없을 정도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일본이 그런 면에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던 일본 경제는 점차 잠식해 들어가면서 지금은 잃어버린 20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일본의 경제는 침잠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 국가의 경제가 잠식되어 간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가계는 물론 기업들 역시도 휘청거린 다는 것이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누군가 절대 될 리 없다,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상식을 들이대며 이야기할지라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노력하라. 매일매일 굉장한 근성을 가지고 새로운 방법과 수단을 찾는 데 몰두하라. 경영자에게는 승리를 쟁취하기까지 끝없이 싸우고자 하는 투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본문

 혼다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 파나 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함께 일본 3대 경영자로 손꼽히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는 이 책을 말미암아 세 번째 마주하게 되는데, 그의 국적을 떠나서 경영자로서 그가 한 기업 안에 보이는 리더십을 마주할 때면, 절로 숙연해지게 된다. 누가 보아도 가장 최악의 순간이라고 할 때 언제나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힘의 원동력은 늘 처음 그 마음처럼, 기본에서 다시 시작한 다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라고 생각한 폐전국의 상황은 물론이고 이제는 쓰러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들 하던 일본 항공의 회장으로 취임하는 그 순간에도 다시 일어났던 그는 지금의 일본의 상황을 보며 젊은 이들에게 그 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길 안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에 대해 전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금 기업들이 재개하기 바라는 마음을 오롯이 담아 이 책 안에 담아낸 것인데 그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한 기업의 최고 경영자라는 느낌보다는 바로 우리 곁에서 함께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기업의 이익이란 모든 사원의 협력과 헌식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경영진의 힘만으로 이익을 달성했다는 착각에 빠져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본문

 최고 경영자이기에 그 자리에 준하는 권위적인 느낌은 전혀 없이 그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하여 먼저 보여주고 있다. 안 된다 생각하지 말고 된다는 마음으로, 기업이 휘청거릴 때는 자신의 임금부터 내 놓는 것은 물론 눈 앞에 이익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만의 이익이 되고 세상에는 해가 될 경우 그는 단칼에 돌아섰다.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은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상대와 나의 관계에 있어서 원활한 관계 유지에 필요한 것이라면 덕으로써 이를 감내하고 안고 가고 있다.

 불요불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떠한 장애가 있어도 그것을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용기를 말하는 이 사자성어는 그가 걸어온 길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기업이라 함은 이익을 쫓는 집단이기에 무엇이든 이익이 있는 곳에 기업은 발을 들여놓게 되지만 이 책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기업가의 모습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존경심이 우러러 나오게 되었는데, 과연 우리나라 기업가들 중 그와 같은 모습을 한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금새 입안에 쌉쌀함이 맴돌게 된다.

 일본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 역시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순간 역시 길을 있을 것이고 그 길을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 아닌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기회를 맞잡을 수 있다는 그의 조언 대로 다시 이 불황을 타파해 나가는 비책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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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일언 / 이나모리 가즈오저 


   

 

독서 기간 : 2014.08.1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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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 자폐증 아이와 길고양이의 특별한 우정
루이스 부스 지음, 김혜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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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표지 속의 한 아이와 고양이를 보았더라면 그저 예쁘다라는 말만 되뇌며 지나갔을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손길이 마냥 행복한 고양이를 보며 그저 흐뭇하게 웃으며 지나갔을 터인데 이 책 안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 후 다시 바라본 이들의 관계는 그저 예쁘다, 라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서로에게 밀접한 관계를 하고 있었으며 함께 있어야만이 완벽한 조합이 되는 그들은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무적함대처럼 보인다.

프레이저는 크리스 부스와 루비스 부스가 10여년 만에 갖게 된 아이다. 서로를 끔찍하게 사랑했던 이 부부는 그들의 2세가 함께하는 그 순간은 더욱더 행복할 것이라는 바람을 안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이들 부부에게 있어서 조금씩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는데 임신 중독중으로 인해서 임신 기간 내내 힘들었던 것은 물론 출산 예정일을 사흘이나 지났음에도 아이는 세상으로 나올 기미가 없어 보였다. 시급한대로 자연 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통해서 아이를 낳는 것으로 진행이 됐으며 그렇게 탄생한 아이를 안아볼 기력도 없이 루이스는 하루가 지나서야 겨우 눈을 뜨게 된다.

드디어 세상에서 첫 번째 만남을 하게 된 루이스와 아이는 다른 모자관계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신생아가 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프레이저의 울음 소리는 일반적인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닌 울부짖음처럼 들렸으며 좀처럼 울음을 그칠 줄 모르는 아이는 선천적 자폐증은 물론 근긴장 저하증을 앓고 있다는 판정을 받게 된다.

근육에 힘이 없어 손발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누기도 힘든 것은 물론 주변 환경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프레이저는 보면서 루이스는 두려움마저 느꼈다고 고백하고 있다. 하기야 아이를 낳았다는 것만으로 저절로 모성애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유대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모성애도 깊어지기에 그 모든 것이 처음일뿐더러 평범하지 않는 프레이저를 보며 그녀 역시도 어찌할 바를 몰랐기에 두렵기만 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프레이저의 변화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이웃집 고양이인 토비에게 프레이저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토비와 눈을 마주치려 하고 토비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오히려 토비는 프레이저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여하튼 고양이에 관심을 보이는 프레이저를 보면서 그들은 길고양이였던 빌리를 입양하게 된다.

첫날 저녁부터 그 둘 사이에는 마법 같은 초 자연적인 뭔가가 있었다. 빌리에게는 프레이저만이 속한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우리 중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그런 세상 말이다. 빌리 덕분에 프레이저는 자신이 갇힌 세상 속에서 덜 외로울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빌리는 그 고립된 세상 속에서 아이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었고 아이는 점차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본문

죽음을 직면했던 상황에서 구출된 빌리는 프레이저와 그들만의 유대관계를 집에 온 첫날부터 어김없이 보여주게 된다. 사람과 인간관의 유대관계가 어쩜 이토록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기적과 같은 일들이 펼쳐지게 되는데,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프레이저는 빌리를 통해서 세상과의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도무지 드러내지 않을 자신을 점점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빌리 역시 프레이저의 곁에만 맴도는 것이 아니라 프레이저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계단 위로 올라오도록 유도를 하고 있고 프레이저가 눕기를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가 베개를 자처해 프레이저의 뒤에 서있게 된다. 목욕이라면 끔찍하게 싫어했던 프레이저를 위해 욕조에 두 발을 얻고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빌리는 마치 프레이저를 위해 태어난 둘도 없는 친구처럼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저걸 해낼 수가 있지?” 남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날 아침에도 빌리는 우리 모두의 얼굴에, 심지어 엄마의 얼굴에도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내가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면 크리스는 못마땅해 하며 고개를 흔들겠지만, 나는 빌리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고양이에게는 특별하고 마법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런 빌리가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줘서 정말 행복했다. -본문

기적과도 같은 나날이 계속되면서 점차 프레이저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정규학교에는 절대 입학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견에도 불구하고 프레이저는 현재 정규학교에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빌리가 만들어준 일들은 프레이저 뿐만 아니라 그 가족, 그리고 이야기를 함께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기에 그 울림이 깊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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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안녕』 / 크리스틴 바넷저

독서 기간 : 2014.08.1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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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
김기연 지음 / 맥스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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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분명 여행이었다.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서두를 꺼내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다른 이야기로 빠져 또 그 속에 푹빠져들게 된다. 그러니까 시작은 여수의 어느 섬에서 시작했으나 끝은 다시 일상 속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이어져 오는 것인데 그 이어짐이 자연스럽기에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또 어느새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무언가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페이지의 맨 상단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야기가 시작하는 것에 반해 이 책은 옆으로 글자를 뉘워서 시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평범한 그저 한 편의 산문집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뛰어 넘은 것은 아마도 그 처음 이 책을 마주했던 첫 장면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언가 다른 책과는 조금 다를 것 같다는 예감은 책을 읽는 내내 계속되었고 생경하기는 하지만 낯설지 않은, 그래서 계속 그 문체에 빠져드는 그의 이야기는 매혹적이게 느껴진다.

고인돌 옆구리마다 싹이 돋고 있었다. 어찌하여 죽은 자들의 땅에 푸른 생명이 거침없이 밀고 나오는가 싶었다. 넑고 편한 터는 제쳐두고 하필이면 거무데데하고 오래된 무덤 곁에 터를 잡았을까.

쪼그려 앉아 내 시선이 아닌 그들 높이로 주변을 더듬는다. 그들에게 바위 곁은 척박한 땅, 거친 환경이 아니다. 햇빛도 잘 들고 바람까지 피할 수 있는 명당이다. 제 삶에 딱 어울리는 곳임을 저 생명들은 오랜 경험으로 터득했을 것이다.
잘 살수만 있다면 그곳이 무덤 곁이면 어떻고 들판이면 어떤가. -본문

그저 지나갈법한 풍경 속에서도 그는 삶의 꼬투리를 하나씩 물어다 전해주고 있다. 사소하다 못해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그 순간들을. 아스팔트 위의 작은 새싹이 자라는 것을 보며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머리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그 찰나에 대해서 저자는 그 순간들을 현재의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침대는 삐걱거리며 자신의 늙음에 대해 하소연했고 나는 깊이 잠들지 못했다. 일어날 시간이 되었으나 몸은 뿌드드했다. 물 한잔 들잌켜고 밖으로 나섰다. 새벽의 공간은 아득한데 새들의 목소리는 정오처럼 명랑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 몇몇이 오르내린다. 문을 닫아 건 상점과 식당들을 지나쳐 느긋한 걸음으로 일주문 방향으로 향한다. -본문

움직일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을때면 최대한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그 소리가 나지 않기만을 바라며 잠에 들었다, 라는 것이 평범한 나의 일기라면 그는 침대으 삐걱거리는 소리마저도 침대 스스로가 자신의 늙음에 대해 하소연하는 소리라 말하고 있다. 나에게는 소음인 그 순간이 그에게는 새벽을 깨우는 순간으로 승화되고 있는데, 매번 마주하는 평범한 일상들이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천양차이가 나게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풍경으로써 어부의 그물질은 멋진 춤사위다. 바다란 무대에서 벌어지는 춤판, 펄떡거리는 근육의 춤판이 파랑 위에 일렁인다. 생의 찬연함은 풍요안에만 있지 않다. 지치고 힘든 일상의 끈을 끊어내지 못하는 것은 생을 향한 뜨거운 연민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본문

어부의 고된 노동을 바라보기 보다는 배에 쌓이는 바다의 양식을 보며 그저 뿌듯해하며 내 입 안으로 들어오는 호사만을 그리고 있는 나에게 그는 어부의 어깨 위에 얹혀진 무게를 바라보고 있다. 뿌연 안개가 가득한 곳에서 계속되는 물질마저도 아름다운 춤이라 말하는 그를 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더할 수 있겠는가. 나는 도무지 느껴보지 못했던 그 순간들을 그의 언어를 통해 들으며 똑같은 공간안에 이토록 다른 시간들이 흘렀던가를 되돌아 보게 된다.

여행으로 시작되었지만 여행이 아닌 일상 속의 순간들을 들려주는 그를 보면서, 나도 한때 마주했던 것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된다. 잠시 동안 새로운 공간 안에 다녀온 듯한 그의 글을 읽으며 바쁘게 지내왔던 오늘에 위안을 얻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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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변주곡 / 황경신저

독서 기간 : 201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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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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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에 이어 <푸른 수염>까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연달아 읽으면서 그녀만의 해학적이면서도 인간의 숨겨져 있는 이면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만큼은 단연코 그녀의 이야기가 으뜸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깔깔 웃으면서 읽어내려갔다가 끝으로 다다르면 다다를 수록 섬뜩함을 느꼈던 <오후 네 시>와 무언가 음산한 느낌으로 시작해서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이 이것일까?라는 생각이 스치게 하는 <푸른 수염>까지. 처음의 그 느낌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출구로 나오는 이야기가 그녀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이 완벽한 호화저택임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는 가격에 세를 준다는 광고를 보고 사르튀닌은 그 집으로 들어가기 위한 면접을 앞두고 있다. 면접이라는 말이 과연 어울리는 단어일까, 라는 생각이 스치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 작품 속에 면접이라는 단어를 택하고 있기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되는데 문제는 지금은 빈방이지만 그 전에 이 방에 살았던 여덟명의 여자들은 현재 행방불명의 상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에 들어오기를 지원하는 수 많은 여자들 중, 돈 엘레미리오의 간택을 받아 유유히 이 방으로 입성하게 된다.

"어디 감춰두신 거예요? 난 한명도 못 봤는데?"
"
당신도 감춰지고 싶소
?"
"
전 당신의 여자가 아니예요
."
"
내 여자요. 오늘 아침부터는" -본문

계속해서 이어지는 돈 엘레미리오의 고백을 보노라면 과연 그가 무슨 생각에서 사튀르닌에게 이토록 사랑을 느끼는 것인지, 이제 겨우 며칠, 아니 몇 번을 마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 과연 그가 정상인건가? 하는 반문을 하게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관심이 없는이라도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누군가를 보며 은근히 그 모습을 즐기는 심리를 돌이켜보며 그렇게 사튀르닌도 이 관계를 단절시키기 보다는 계속해서 그와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속에서도 너무 진지한 돈 엘레미리오와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톡톡 쏘아대는 사튀르닌을 보며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모되어 갈지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라고 매번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돈 엘레미리오의 요리에, 그 다음에는 그가 손수 만들어준 옷을 보며 사튀르닌은 점차 그에대한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어느새 사랑의 설렘은 그 선을 넘어선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

근접한 것 세가지를 섞으면 이상적인 게 나올 거라고 믿는 것, 그건 무지한 자들이나 품는 환상이오. 색깔들을 섞으면 언제나 끔찍한 잡탕에 도달하고 말지. 한 빛깔의 순수함보다 더 완벽한 건 아무것도 없소. 난 당신을 위해, 당신 치마에 쓸 안감을 위해 87번째 노란색을 발명해 냈소. -본문

돈 엘레미리오가 왜 이토록 노란색에 집착하게 되는지, 사르튀니가 계란 노른자를 표현한 모습에서 그가 왜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마지막을 향해가면 점차 그 비밀이 벗겨지게 된다. 그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8명의 여인들과 한 자리 비어있는 아홉 번째 자리의 액자. 그곳의 숨겨진 비밀이 풀려지는 순간, 사르튀니는 다른 여인들과는 다르게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오게 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하는 순간,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이 모든 것들이 생경하게만 다가오게 된다. 완벽한 사랑과 그 사랑을 완성하려했던 돈 엘레미리오의 바람이 이렇게 이뤄지는 것일까. 가볍지만 쉽지 많은 않은 그녀의 이야기를 한 동안 또 곱씹어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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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 아멜리 노통브저

독서 기간 : 2014.10.14~10.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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