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 도넛
배정진 엮음, 트래비스 파인 원작 / 열림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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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아니 어쩌면 지금만큼이나 편견이라는 높은 탑 속에서 하나의 귀만 열어두고서는 나와 다른 이들은 배제해 버리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나 보다. 당시 검사로서 승승장구하던 폴은 자신의 성공과 주변 이들의 기대 속에서 자신의 본 모습인 성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었고 노래를 하고 싶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며 현실과 타협해야 했던 루디는 여장을 한 채 자그마한 바에서 립싱크로 입을 뻥긋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 두 남자는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세상을 등지고서라도 그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표지 속의 주인공인 마르코. 단 한 번도 친 엄마인 마리아나에게 따스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지만 그는 오늘도 엄마를 기다리고 있지만 마리아나는 마르코에게는 관심 따윈 없다. 약물 중독에 빠져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마르코는 자신의 아들이 아닌 그저 남보다도 못한 존재일 뿐인데 그런 그녀에게는 마르코가 좋아하는 초콜릿 도넛을 준다거나 해피엔딩 스토리를 들려준다거나 함께 디스코를 추는 일 따위는 없다. 마리아나는 마약 중독으로 수감되기 때문이다.

 이 심리는 마르코를 위한 겁니다. 지금도 마르코는 환경이 맞지 않는 위탁소에 있고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어야 할지 모릅니다. 입양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작고 뚱뚱한 지적 장애아를 세상 어떤 사람도 입양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만 빼고요! 우린 마르코를 진심으로 원하고 마르코도 우리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마르코를 정성을 다해 좋은 사람으로 키울 겁니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최고의 양육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래도 부족합니까? 부모로서의 자격이 이걸로 부족하다는 건가요? –본문 

  

 평범하지 않은 이들이 꿈꾸던 평범한 하루의 일상은 그 당시의 그들을 둘러쌓고 있던 평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폴과 루디가 마르코를 돌보기 적당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생각했기에 그들을 함께하지 못하게 했다면, 최소한 마르코가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보다는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았을까.

 옳고 그름이라는 흑백논리 속에 완벽하게 배제되어 버린 이들의 행복과 인권 유린은 대체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1970년대의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흔적이 드리워져 있는 현재의 이 곳에서는 해피엔딩을 머금은 마르코만이 존재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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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블랙 / 김헌식저

 

 

독서 기간 : 2014.11.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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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꿈결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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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그럴 것이다. 베르터가 아직 삶을 더 살아보지 않았기에, 치기 어린 나이에 사랑이라는 불나방에 모든 것을 불사른 것을 만약 그가 추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있다면 그저 씁쓸한 미소 한번 새기며 돌아볼만한 일이었음에 불구하고 그가 모든 것을 놓아버린 것이라 말이다. 물론 그가 선택한 마지막의 방법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아쉬움이 남고 안타까운 것들이지만 그가 마주해야 했던 현실 속에서 그의 의식의 변화를 온 몸으로 맞이하다 보면 그의 절절함이 얼마나 가슴에 아렸을 지가 전해지기에 한번쯤 누군가를 가슴에 안고 타오르는 그 감정들을 어찌할 바 몰라 아등바등 했던 이들이라면 베르터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자네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마음속으로 맹세마저 했다네. 내가 사랑하는 아가씨, 내가 원하는 이 아가씨가 나 이외의 다른 남자와는 결코 왈츠를 추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일세. 설령 그로 인해 내가 파멸하게 될지라도…… 자네는 내 심정을 이해하겠지! –본문

  차라리 로테를 잊기 위해 떠났던 그 결심을 그가 최후의 순간까지도 지켰더라면 이 안타까운 결말은 없었을까. 아니면 그가 파티장에 참석하기 위해서 로테를 태우러 가던 마차 안에 그가 없었더라면 이 모든 비극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까. 이성적으로는 안 되는 일이라 그토록 다짐하고 있지만 늘 심장은 그보다 더 빠르고 무섭게 우리의 마음을 잠식해 가고 있다.

 게다가 그녀의 생각은 번번이 베르터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이제는 영영 잃어버린 사람, 애석하지만 더 이상 만나선 안 되고 홀로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는 사람에게 말입니다! 그녀를 잃어버린다면 베르터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입니다. –본문

 2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베르터의 아스라한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그가 선택한 마지막 모습에 대해 씁쓸함을 읊조리고 있었을까. 30대의 지금 내가 바라본 베르터는 그의 생애 가장 찬란한 불꽃을 내며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친 열정에 대해서는 과연 나의 삶에 있어서 이토록 열정적인 때가 있었는가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을 보면서는 그에게 있어서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에 대해서 읊조리게 된다. 가장 행복했던 때에 떠난 그는 영원히 로테를 담아갔겠지만, 그를 잃어버린 지금의 나는 먹먹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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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먼저다 / 안느 마리 폴저


 

 

독서 기간 : 2014.11.1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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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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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것들 중에서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해 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만으로 나는 그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졌다. 늘 거닐던 길에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면 발견하는 낯선 간판들을 보며 분명 어제도 저기 있었을 테지만 오늘에서야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생경함과 오묘한 감정들이 그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읽는 내내 새로운 것도 새로운 것이지만 그보다도 따스함이 나를 더 매료시켰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제대로 보아야만 보이는 이야기들이 페이지를 펼치는 어디서나 나를 반기고 있다.

 아이들이 소와 새와 물고기와 게를 껴안고 노는 그림들 말이다. 그 그림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저절로 무장해제되곤 했지. 그림으로 보던 천진난만의 해방구가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감동할 수밖에. 아이들이 내게 손짓을 보내왔다. 나무 위로 한번 올라와보는 거였다. 그렇지만 나는 나무에 오를 시기를 놓쳐버린 다 큰 어른일 뿐이었다. –본문

얼마나 많은 것들 앞에서 지금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눈 앞의 있는 기회들을 보내어 버렸던가. 어찌 보면 지금이 그것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늘 지금은 안돼, 라며 핑계를 대고 있었는데 나무 위로 올라가기에 너무 커버린 어른이 되어버려 눈 앞에서 그를 바라만 보고 있던 그와 같이, 나 역시도 지난 날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서글프게 느껴진다.

표준이 언제나 표준화되지 못한 것들을 객체화시킨다는 게 문제다. 표준어 시행 규칙도 그렇다. 서울 사람들을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도 누룽지’, 여기에 물을 붓고 끓여도 누룽지라 한다. 전라도에서는 눌은밥을 깜밥’, 물에 끓인 걸 누룽지로 구별해서 부른다. 방언으로 치부하는 언어가 더욱 세밀하고 풍부하다는 것은 표준어의 빈약성을 드러내는 일이 된다. –본문

  눈에 띄지는 않으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라 이야기는 그의 마음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저 한 번 보고서는 흘러 보냈던 것이 대부분인 것들을 그의 펜 아래서는 또 다른 생명을 안고서 그려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왜 나는 이러한 것들을 바라보지 못했나, 라는 아쉬움과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의 발견을 시작으로 그가 남긴 시들도 하나씩 찾아봐야겠다. 그의 관찰력이 함축되어 있는 또 다른 세상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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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 김상규저

 

 

독서 기간 : 2014.11.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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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열린책들 세계문학 227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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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은 것이 <노예 12>에 이어 두번째로 <데미안>로 읽은 것이었는데 처음에 읽었을 때는 조금 난해하기도 하고 어렵다고 느꼈던 것이 다시금 읽으면서 ',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생각들을 계속했던 것 같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무조건 다 이해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시달렸다면 두번째 읽으면서는 그래, 편안하게 읽어보자, 라는 생각이 아무래도 이 책을 마주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 듯 하다.

너무 늦은 나이에 데미안을 보았다는 아쉬움과 강박감을 떨쳐버리가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듯 했다. 10대의 기억들은 이제 아련하기는 하지만 그때의 선명히 남았던 기억들은 현재의 나에게 데미안을 읽는 내내 중첩되어 다가왔고 그래서 책을 보는 동안에 싱클레어의 행보들이 아련하게 다가온 듯 하다. 무엇보다도 그의 결말을 알고 있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며 바라보았는데, 사과를 훔쳤다는 상상에서 시작된 그의 속박은 안쓰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삶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속박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는 듯 했다.

주인공이 아닌 조연같은 느낌이 가득한 데미안을 보며 싱클레어의 삶을 마주하는 동안에 데미안이 얼마나 그의 삶에 가슴 깊이 내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한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었다. 더욱이 그 세계는 훨씬 더 좁아서 원래 우리 부모님만 계셨다. 나는 그 세계의 대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세계는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불렸고, 사랑과 근엄함, 모범과 학교라고 불렀다. 은은한 광채, 맑음과 청결이 그 세계에 속했으며, 다정하고 상냥한 대화, 깨끗이 씻은 손, 깔끔한 옷, 예의범절이 그 세계의 것이었다. –본문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부모님을 틀을 벗어나 새로이 마주한 세상인 프란츠를 통해서 어두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그 어둠 속의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데미안이었는데 싱클레어에게는 데미안은 구원자와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데미안에게 고맙다는 인사보다는 조용히 다시 부모님의 세계로 편승하게 되며 그 이후 데미안과 멀어진 다음 다시 그는 술과 함께 나락의 생활을 하게 된다.

모두가 그가 이제는 낭떠러지에 있는 것으로 보며 더 이상의 구원이 불가할 것이라고 생각할 때 조차 알폰스 베크가 들려운 야켈트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문구점에 들어서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그의 내면까지 어둠이 가득 차지는 않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 우연히 마주한 베아트리제를 보면서 그리기 시작한 초상화가 데미안을 지나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회귀되는 것을 보면서 그가 이전의 방탕했던 삶을 청산하고서 다시 이전의 밝은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우린 슬퍼하지 않아요. 어머니, 다만 이 새로운 징조들이 무얼 뜻하는지 수수께끼를 조금 풀어 보려고 했을 뿐이예요.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오게 될 일은 불시에 들이닥칠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알아야 할 일을 알게 되겠죠. -본문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서 어린 싱클레어가 지금의 어엿한 청년이 될 때까지 데미안은 그의 곁에서 그가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어두컴컴한 길 위의 한 줄기 빛을 밝혀주는 조력자와 같은 일은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재의 싱클레어가 완벽하게 다듬어 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혼자 나아갈 수 있기에 데미안은 그를 홀로 남겨두고 떠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홀로 남은 싱클레어도 자신이 어떠한 길을 가야할지를 알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사다난했던 유년기의 성장통은 값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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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저

독서 기간 : 2014.11.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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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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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에서 보이는 그림만으로도 여자들만의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나저나 왜 제목은 가시내였을까, 라는 의구심을 안고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제목의 이유야 둘째치고 10대 소녀들의 복잡다단한 생각의 변화들을 따라가느라 정신 없이 흘러가게 된다. 외형적인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녀들의 내면적으로 피어 오르는 수 많은 물음들과 아직 미성숙한 그녀들의 모습은 성에 있어서도 불완전한 모습들로 호기심과 불안감 그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솔랑주의 일기를 따라가며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사춘기 때의 내 모습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돌이켜 생각해보게 된다. 생리를 시작했을 때의 아픔에 대한 두려움과 이제는 여자가 됐다는 신호이기에 축복이라는 그 두 가지의 의미 속에서 왔다 갔다 하며 안고 있었던 모습들을 그녀의 일기 속에서도 마주할 수 있게 되는데 섹스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백과사전을 찾아봐도 별 다른 소득이 없고 좀 더 실전적인 것을 보기 위해 마주한 영상으로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해서는 알았을지 언정 그녀가 원하는 무언가는 찾을 수가 없다.  1부의 모습을 넘어 2부로 들어서게 되면 변모하는 신체의 모습만큼이나 그녀의 생각은 거침 없이 성에 대해서 돌진하여 드러나게 된다. 이성에 대한 환상에 대한 이야기들, 관계에 대한 그녀들이 상상하는 나래들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담대한 이야기에 흠칫 놀라게 된다.

지구의 껍질 위에 부조리하게 놓인, 지금 이 순간에도 잘만 돌아가는 이 부조리한 마을에서 멀리 추방되거나 실종되어야 한다. 그녀가 판다고 내놓아도 아무도 사가지 않을 이 부조리한 육체로부터 멀리 떠나야 한다. 개의 몸뚱어리와 바꾸자고 해도, 던져진 공을 물어 오는 용도로조차 아무도 원하지 않을 이 육체. -본문

성에 대해서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자연스럽게 대하던 솔랑주는 자신의 신체가 변화를 느끼게 되면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주변 이들과 나누는 대화조차도 이전과는 다른 주제들에 대해서 말하게 되는 것은 물론 이미 첫 경험을 한 로즈는 이전과는 다르게 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리고 그 당시 관계를 해야만 여자가 될 것 같은 느낌 속에 종종 거리고 있는 솔랑주의 눈에 아르노가 들어온다.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이었다면 그저 아르노로바라보아겠지만 그녀의 시선에서 아르노는 남성의 모습으로 자극되어 비쳐지게 된다. 2차 성징과 함께 성에 대한 눈을 뜨고 그러한 성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금기 시 되어 있는 영역으로의 접근을 진솔하게 펼쳐지고 있는 이 이야기가 때론 날것의 것 그대로 이기에 버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르노, 아르노, 이게 바로 그 병인가 봐. 그녀는 끊임없이 아르노를 생각한다. 그녀는 전염되었다. 그녀의 뇌, 그녀의 몸이 그로 가득찬다. -본문

 성교육이라는 것도 고등학생이 되어서, 그 모든 성 접촉은 옳지 못한 것이라 배웠던 나로서는 솔랑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버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특징들을 가지고 그려진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의식에 따라서 순간순간 들어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아 읽기에 더 어렵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에 대해서 나는 한번쯤은 민낯의 얼굴을 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금기시해야 하는 10대의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조심해야 하고 그것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다는 궁금증은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의 성을 간직해야 하는지, 그들이 진정 사랑이라 여기는 사람과 함께 했을 때 그것이 배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도 알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돌려가며 어른이 되면 다 알 수 있다, 라는 그 말보다는 어지럽지만 날것의 이 이야기가 오히려 더 잘 눈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너무 날것의 것이라 어느 정도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 나눈다면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이 진정으로 한번은 마주하고 싶은 것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나로서도 다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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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 / 에리카 종저

 

 

 

독서 기간 : 2014.11.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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