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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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CEO가 하느님이며 직원이 천사들이라는 전제만으로 이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아름다운 모습만이 떠오르는 천사들이 결국은 하느님의 직속 직원들이었다니.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그 모습이지만 그 한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 오늘도 회사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지내야 하는 내 모습들과 오버랩되며 격한 공감이 들끓어 오르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서는 그토록 기다리고 있는 천사의 손길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모습이 과연 이 회사라는 구조 안에서 어떻게 그려지게 될지. 설렘 가득히 안고 있는 페이지를 넘길 수록 그 안에서는 유쾌함과 신선함이 밀려들고 있다.

<쓰나미는 걱정하지 말게나.> 하느님이 송화기를 손바닥으로 막고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하지.>

일라이자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터덜터덜 카펫을 밟으며 나왔다. 문밖으로 나서려는 찰나, 뭔가 이상한게 그녀의 눈에 띄었다. 하느님의 집무실 귀퉁이에 거대한 서류 무더기가 쌓여 거의 그녀 키만 한 높이의 기둥을 이루고 있었다. 일라이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무더기를 자세히 살펴봤다. 서류가 모두 낯익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기도문 무더기였다. 그것도 모두 긴박성 7등급으로. -본문

수취부에서 기적부로 승진한 천사 일라이자는, 기적부에 도착한 첫날 코드 블랙을 마주하게 된다. 인명 손실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일라이자는 하느님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그에게 다가가게 되지만 하느님이 인간이 올린 기도문을 한쪽으로 쌓아만 두고 있을 뿐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보다는 그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경기 승패나 록밴드를 결성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인 그가 변화하기 바란 일라이자의 바람은 결국 지구 파괴라는 결정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천국주식회사의 CEO인 하느님이 지구를 탄생시킨 것은 크세논 개스라는 귀한 원소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회사 역시도 이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었지만 사업이 어느 정도의 성공 가도를 오르게되면서 느슨해진 틈 속에서 재미를 위해 탄생시킨 '인간'이 지구에 점점 늘어가게 되면서 천국주식회사 속의 천사들은 이제 인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이뤄주기 위해서 하루하루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CEO인 하느님은 인간에 대한 특별한 정이라기 보다는 한 때의 호기심이었기에 그에게 우리의 소원은 그저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다.

어찌되었건 매일은 인간들의 소원에 소소한 기적들을 불러일으켜 그들게 행복은 전해주며 밤새 눈코뜰 새 없이 일을 하던 천사들은 하느님의 이 결정에 오히려 잘 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늘 바쁘게 움직이는 천사들 덕분에 인간에게 전해지는 기적에 대한 진실은 알지 못한 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하느님을 탓하며 되려 지지도 마저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은 격분하게 되고 천사들은 점차 지쳐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구 파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천사 일라이자와 하느님은 이 중대한 결정을, 수 많은 인간들이 올린 기도문 중 한 달 안에 하나라도 이뤄지게 된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협상이 이뤄지고 일라이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레이그와 함께 샘과 로즈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한 고군분투를 하게 된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천사들이 버스를 붙잡아 주지 않는다면 그 두 사람은 그곳에 발이 붂일 상황이었다.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화면에서 고개를 돌리며 무관심한 척했다. 벨기에에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인간들에게 왜 관심을 갖겠는가? 곧 전 세계까 폭발할 예정인데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계속 힘겹게 전진하자. -본문

. 지구의 존속 여부가 인간들의 사랑에 달려 있다는 것과 그들을 바라보는 천사 일라이자와 크레이그가 아등바등하는 모습이라든가 하느님이 점점 철이 들어간다는 것에서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는 이 이야기는 하느님인 CEO와 직원이 천사라는 형태를 하고는 있지만 우리네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고나서 생긴 하나의 후유증(?)이라면 주변에 전해지는 작은 기적들을 보노라면 어디선가 일라이자나 크레이그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싱긋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편하게 웃으며, 그러면서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았던 이야기 덕분에 오랜만에 머리를 식히고 가슴을 열고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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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라 불린 소년 / 멕 로소프저

독서 기간 : 2015.01.07~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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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편견 - 열 개의 오해, 열 개의 진심, 김태훈 인터뷰집
김태훈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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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마주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 동안에는 알 수 없었던 한 인간에 대한 모습과 그 안에 매력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러니까 이전에 그는 나와는 별로 상관없었던 이였으며, 잘 알지는 못하지만 찰나의 모습으로 그에 대해 알고 있다고 느꼈던 편견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실제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그에 대한 선입견이 무너지게 되고 그 순간 그는 이내 또 다른 사람으로 내게 다가오게 된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과연 이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그러한 사람일까, 라는 생각의 설렘과 호기심, 약간의 두려움이 동반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요 근래에 읽었던 인터뷰 집은 내가 만나지 못하는 그들을 활자로나마 마주하고 그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는 것에서 다른 책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해주는 듯 하다.

예전에 한번 승범(류승범)이가 양조위랑 뮤직비디오를 찍고 나서 양조위 같이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하니까 박 감독님이 너는 세상에서 가장 침을 잘 뱉는 배우야라고 하셨거든요.(웃음). 그러니까 영역을 다르게 생각하면 편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사무실이 외진 데 있지만 월세 비싼 강남에서 우아 떨면서 살려고 하면 답이 안 나와요. 1년에 하나씩 터지는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계속 나와야 우아를 떨고 살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다 포기하고 그냥 천호 암사지역에서 전주식당 형님들하고 편하게 놀면서 나 하고 싶은 거 할래 이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본문

영화감독인 류승완을 브라운관이 아니고서야 마주할 수 없을 내게 그의 진솔한 면이 활자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유년시절이 어떠했고, 그가 어떠한 길을 걸어왔으며 그가 만드는 영화들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안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따윈 없이 그저 그를 영화를 통해서만 바라봤던 나는 무언가 온화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강인한 느낌의 영화들을 보면서 그의 영화는 선이 굵은 것들이라고만 읊조리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다분히 내 안에 그려진 그의 모습이었으며 그의 고민들을 따라가면 갈수록 그가 현재의 모습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상념들을 안고서 온 것인지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매 영화마다 강한 인상으로 인식되어 있는 배우 곽도원은 타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의 내면을 바라보고서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인식을 한 후에야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노라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를 바라보면 볼수록 세상에 대한 관심도 깊어지며 그 깊어지는 관심이 현재의 자신을 카메라 안에 녹여내는 것이라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한 순간에 지나가는 그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 그 스스로 사투를 벌였을지, 과연 나는 그런 시간이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을 해보게 된다.

나를 가장 핍박하는 요소가 무엇일까에 대해서 장시간 명상을 해 봤어요. 그때 깨달은 것은 현재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나의 코털이다.’ 였어요. 제가 코털을 안 깎아서 되게 간지럽더라고요. 그런데 제 주변에 벌어진 여러 가지 정황,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병이나 일들, 개인적인 심적 고통들 중에서도 지금 이 순간에 나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건 코털인 거예요(웃음) 그러니까 사람 인생이란 게 얼마나 웃기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해지는 길은 하늘에서 5조 원이 떨어지거나 우리 집 뒤편에서 황금 불상이 발견되거나, 아니면 우리 집에 길 잃은 미녀 100명이 찾아오거나, 이런 일이 아니고 지금 빨리 코털을 깎는 거더라고요.(웃음)- 본문

개인적으로 빨간책방의 팟캐스트를 통해 먼저 만났었던 정유정 작가를 다시금 만난 것은 물론 이제는 고인이 되어 버린 신해철을 이 안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곤 했는데 유쾌하면서도 그 나름의 신념으로 지내고 있던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더 많이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나에게는 마왕이라는 이름만 남기고 떠나버린 그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성석제 소설가의 최근 신작인 투명인간을 이미 읽은 터라 그가 말하는 작품 속의 이야기는 물론 그의 신념들에 대해서는 읽으며 아, 이런 의미들이 담겨 있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천명관 작가의 책을 아직 마주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깊게 공감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게만 다가왔다.

이 안에 담긴 이들에 대해서 이름만 익히 알고 있던 나에게 그들은 그 자신의 모습으로, 이 활자 속에서만큼은 그들 자신의 날것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물론 아직 내가 그들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기에 그들이 나에게 오롯이 전해지기에는 장막들이 있었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그들에 대해서 조금씩 더 알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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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 백영옥저

독서 기간 : 2015.01.03~01.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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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 SF영화로 보는 철학의 모든 것
마크 롤랜즈 지음, 신상규.석기용 옮김 / 책세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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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영화를 보고나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나 궁금증을 안고서 생각을 한 적은 있다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바라보려 한 적은 없었던 듯 하다. 그 안의 주인공들의 선택이라든지 주변의 환경, 그 안에서 그려진 선택에 대한 짧은 고민들이었지만 영화 관람 후 한 두시간이 지나면 그 고민은 언제 세상에 존재했냐는 듯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

특히나 SF영화는 스크린 속에 펼쳐지는 모습들을 보고서는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감탄과 만약 내가 저 스크린 속의 주인공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의 전부였다면 저자는 영화 속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물음들을 던지고 있었다.

이미 본 영화도 있기도 했거니와 서막에 그가 밝히고 있는 이야기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별 부담 없이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앞장으로 역행하고 읽어내려가고 다시 앞으로 돌아오는 무한 도돌이표식 독서가 계속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 꽤나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고 오랜만에 노트에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우리의 삶은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바로 그 것을 성취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직 성취하지 않은 상태일 때에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삶이란 필연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삶의 의미에 관한,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절망적인 부조리 상황이다. 안에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우리 삶이 의미와 목적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밖에서의 이야기는 우리 삶이 그런 것으로 채워질 수 없다고 말한다. 밖에서의 이야기는 우리 삶이 그런 것으로 채워질 수 없다고 말한다. -본문

인간이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을 보며 우리는 그를 괴물이라 부른다. 그 괴물은 사람들 사이에서 융화되어 살아보려 하지만 그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냉대한 눈길과 그를 죽이려는 이들의 손길 뿐이다. 그러니까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의 방향으로 흘러가야만 하는 것인데 인간 역시도 자신의 유전자가 부모에게 전해진 것이며 스스로 선택할 수 없이 그저 태어난 것임에도 우리는 동일하게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것이 아닌 프랑켄슈타인을 저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욕설과 폭력이 계속되는 삶을 살아야 했던 그는 그러니까 신체 강탈자의 삶을 살아야만 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순간 프랑켄슈타인을 통해서 시지프를 바라보고 있다.

시지프의 이야기에 대해서 목도할때마다 그가 꼭대기로 밀어올려야만 하는 거대한 바위의 무게와 무의미한 노동이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하는 그의 삶이 측은하게만 느껴졌을 뿐이다. 그렇게 멍하니 시지프를 바라보고 있느 나에게 저자는 그가 꼭대기로 옮겨야 하는 바위가 거대한 것이 아닌 그저 작은 돌멩이라 생각해보라 조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느끼던 측은함은 반감될 것이며 이제부터 시지프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물어오고 있다.

목적이 없기에 늘 허망할 수 밖에 없는 시지프의 삶과 달리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고서는 그것을 이뤄나가기 위한 도약을 하는 순간 우리는 늘 설렘을 갖고 살아아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무한한 동기를 안고서 그 목표를 도달하고 나면 어느 새 그것은 다시 익숙한 현실이 되어 다시금 무미건조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을 그는 부조리한 인간의 숙명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풀의 녹색은 어디에 있는 걸까? 색깔과 관련해서 기분이 오싹해지는 점은 그것이 아무데도 없다는 것이다. 풀이든 뇌든 그 사이의 공간이든 어디든 물리적 세계 어디를 둘어보아도 우리는 녹색을 찾을 수 없다. 그것은 실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다. 버클리 같은 관념론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바로 이런점을 완벽하게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색깔은 모종의 경험, 즉 순전히 정신적인 존재다. -본문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보았던 매트릭스의 영화를 이 안에서 마주할 수 있기에 설렘을 안고 책을 펼쳐나갔는데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꽤나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현재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들이 실제 존해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게 되는데 어찌되었건 내가 존재를 하든, 하지 않든 그 고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는 당면성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을 마주하게 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진정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나게 된다. 일례로 물과 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노라면 과연 내가 안다고 믿느 것들이 진실로 알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 속에서 알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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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고전 읽기 - 문학 + 인문사회를 가로지르는 고전 겹쳐읽기 프로젝트!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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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그저 흘러가는 대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대로 그렇게 처음을 시작해서 끝을 보는 것으로 독서가 마무리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표시를 남겨둔 부분을 다시 읽어 보는 것으로 나는 나의 독서가 마무리 되었다 생각했고 그리고 나서 나는 그 책을 읽었노라, 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독은 아니더라도 일독 후 다시금 책을 간단히 읽어보고서 리뷰를 남기고 그렇게 2년 넘게 해 온 일들에 대해서 그것이면 나의 독서는 아주 좋은 것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중간은 가고 있는 거라 믿고 있던 나에게 이 <어크로스 고전읽기>는 과연 나의 독서 방식이 옳은가에 대한 물음을 던짐으로써 내 스스로 그간 해 온 독서에 대한 방향성에 대한 파장을 던져 주었다.

 주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어 내려가는 나로서는 그저 일독 후 그 안의 이야기를 이해했다는 수준에서 독서를 마무리하고 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화면들과 질문들을 던져보기도 하고 때론 그 안에 닮고 싶은 문장들을 여러 번 읽어보는 것이 내가 하고 있는 독서의 전부인데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은 것인가, 그저 일독한 것만으로도 독서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재차 물어보고 있는 그의 앞에 서면 그 동안 해 왔던 독서가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것만 같아 자꾸만 조바심이 난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장에 가장 앞쪽에 꼽아두고서는 언젠가, 라며 계속해서 읽어 내려갈 날만을 고대하고 있는 <당신들의 천국>에 대해서 간략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도 나는 그저 이 책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으로 책을 읽었노라, 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독서의 모습이며 이것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었는데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소설 속의 원장과 나환자들의 대립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과연 질서를 통해서 인간이 이상적인 사회를 실현시킬 수 있느냐, 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기에 이 질문의 답은 물론이거니와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이 질문을 스스로 떠올려 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곤 하지만 내가 본 나는 냉철하게 투사하여 문제를 바라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기에 그저 멍하니 책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포셔의 판결이 공정함의 원리를 상실하고 이런 편견과 차별 위에서 내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 논쟁이 될 수 잇다. 또한 이와 함께 법이 용징의 성격을 지녀도 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판결이 공정성을 잃고 보복적 성격을 띠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다. 상대방이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실상 국가의 법을 통한 보복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다. –본문

 베니스의 상인은 또 어떠한가. 법관인 포셔의 판결에 대해서 그래, 이토록 후련한 판결이라니! 라는 생각과 그 재치에 대한 경외심을 표하며 모든 재산을 압수당한 샤일록을 보며 내심 인과응보라며 그를 비난하고 있을 뿐이다. 법이란 약자에 편에 서서 있어주어야 한다는 나름의 바람으로 안토니오가 얻게 된 자유에 대해서 당연하다며 찬양만 하고 있던 나에게 저자는 과연 이 모든 것이 공정하게 진행된 판결이었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있다.

그는 인간의 기계적 동일화 지적에 머물지 않고 동일성이 사회적 안정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측면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만약 사회구성원을 이렇게 동일화할 수 있다면 사회적 불만이나 저항을 통제하기가 아주 쉬워진다.(중략)

과학기술 문명은 인간의 정신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육체에만 관심을 갖는다. 정신이 분리된 순수한 육체 말이다. 특히 반성적, 성찰적 비판 정신은 과학기술 문명의 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맹목적으로 과학기술이라는 복음을 믿어야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정신을 육체가 요구하는 욕망에 적응하도록 만든다. –본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보면서도 무수한 과학의 발전으로 그 무엇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새비지는 늙어 추해지고 더러워지며, 병에 걸리는 등 온갖 고통에 자신이 빠질 수 있는 권리를 달라 요청하고 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사실만 바라보았다면 나는 새비지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속해 있는 너무도 완벽해 보이는 세상을 들여다 보면 과연 그것이 완벽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하나의 부속처럼 전락해버려 자유 따위는 없어졌으며 오히려 통제 용이한 체제로 변모되어 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인간은 그저 그 세계 속의 구성품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그러니까 이 한 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저 줄거리를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순간 순간에 당면에 있는 문제들을 고심하며 꽤나 오랜 시간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더 빨리, 더 많은 책들을 읽으면 자연스레 혜안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었다. 독서에 해악이 있으랴 만은 현재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독서의 행태가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빨리만 달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잠시 멈춰야 할 때가 온 듯 하다. 물론 지금의 강박증을 먼저 놓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가 아닌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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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서재 / 김운하저

 

  

 

독서 기간 : 2014.12.27~12.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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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이펙트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이창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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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크라임이펙트라는 제목을 보면서 내 스스로 범죄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이것이 죄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성인이라는 이름을 떳떳이 내걸 수는 없을지언정 최소한의 규범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확신했었는데 이 안의 책 내용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과연 내가 알고 있는 범죄라는 것은 진정 범죄의 틀 안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혹은 당시에는 당연한 것들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알고 보면 끔찍한 범죄가 아니었는지 등의 생각들이 교차되면서 범죄라는 것의 틀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골똘히 바라보게 된다.

 기원전 1850년경 수메르에서 발생된 살인사건의 기록이 최초의 범죄 기록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아내는 결국 무죄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게 된다. 그녀는 남편이 살해 당하는 동안에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어찌되었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죄가 되는 것이 아닐까, 했지만 그녀에게는 어떠한 죄도 묻지 않게 된다. 그와는 반대로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그들은 당시의 지배계층에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는 것만으로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사형 선고를 받거나 십자가에 못 박히는 일들도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들은 기득권들이 만들어 놓은 합법이란 이름 앞에 당당히 그것들이 불합리하다, 라는 것을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14세기 말 중앙아시아를 지배한 티무르는 이란에 반란이 일어나가 직접 정벌에 나서 주민 7만 명을 죽이고 성 밖에 해골로 피라미드를 쌓았다. 티무르는 인도 정벌에서 델리를 점령한 뒤 10만 명이나 되는 포로를 모두 처형하는 잔혹함을 보였다.
 
한 명을 죽이면 살인범이지만 1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한 명을 죽이건 1만 명을 죽이건 정당한 이유 없는 살인은 범죄에 불과하다. 전쟁은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잔인하고 참혹하다. 그럼에도 전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거나 필요악이라는 인식이 뿌리깊다. –본문

특히 전쟁 중에 있어서 발생하는 살상에 대해서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상대편에 더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은 국가를 위해 명예로운 일이라며 서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들을 성적 학대하거나 아이들을 무참히 죽이는 것도 그저 전쟁 중에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러한 모습들은 전쟁에서 발생하게 되는 각종 범죄들이 당연하다, 라고 생각하게 하는 잘못된 생각의 주입, 그러니까 코딩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이며 전쟁 중에 일어나는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 범죄에 대해서 후속으로나마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가 범죄를 양산하게 하는 이유라고 저자는 꼬집어 말하고 있다.

인신 공양은 아스테카가 섬기는 태양신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자행되었다. 아스테카 신화에서 태양신과 밤의 신은 끊임없는 전쟁을 벌인다. 밤의 신의 승리는 곧 인간의 멸망을 의미한다. 태양신이 힘을 유지하게 하려면 인간의 피와 심장을 끊임없이 공급해야만 했다. 아스테카왕국이 주변 국가를 침공하고 포로를 생포해 그들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 바친 것도 그래서다. 심지어 50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원정을 가서 포로 수만 명을 생포해 태양신에게 심장을 바치기도 했다. 이른바 꽃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 –본문

 태양신을 위한 다는 명분으로 시작되었던 인신 공양은 실제로는 그 지역을 다스리는 일부의 이들이 다수의 사람들을 조정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하나의 관습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한다거나 배신을 하는 이들의 경우에는 가차없이 인신 공양의 이름으로 그들을 제거하곤 했는데 이러한 모습들은 그 당시에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다스리기 위한 정당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아직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지만 그 안에 수 많은 이해관계는 물론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 자명한 케네디 암살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명예 살인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과연 범죄라는 것의 틀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범죄라는 이름 속에 속해 있는 것들이지만 실제로는 그 당시의 시대상이나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고 법치국가라는 이름 하에 있지만 변모해 온 법의 변천사를 보노라면 현재는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이들을 목을 죄어오는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쉬이 찾아볼 수 있게 된다. 현재의 나는 이것이 정의라고 보고 있지만 실은 범죄의 가면이 아닌지, 곰곰이 주변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아르's 추천목록


잔혹 피와 광기의 세계사 / 콜린 윌슨저

 

  

 

독서 기간 : 2014.12.26~12.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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