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이펙트라는 제목을 보면서 내 스스로 범죄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이것이 죄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성인이라는 이름을 떳떳이 내걸 수는 없을지언정 최소한의 규범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확신했었는데 이 안의 책 내용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과연 내가 알고 있는 범죄라는 것은 진정 범죄의 틀 안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혹은 당시에는 당연한 것들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알고 보면 끔찍한 범죄가 아니었는지 등의 생각들이 교차되면서 범죄라는 것의 틀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골똘히 바라보게 된다.
기원전 1850년경 수메르에서 발생된 살인사건의 기록이 최초의 범죄 기록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아내는 결국 무죄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게 된다. 그녀는 남편이 살해 당하는 동안에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어찌되었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죄가 되는 것이 아닐까, 했지만 그녀에게는 어떠한 죄도 묻지 않게 된다. 그와는 반대로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그들은 당시의 지배계층에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는 것만으로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사형 선고를 받거나 십자가에 못 박히는 일들도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들은 기득권들이 만들어 놓은 합법이란 이름 앞에 당당히 그것들이 불합리하다, 라는 것을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14세기 말 중앙아시아를 지배한 티무르는 이란에 반란이 일어나가 직접 정벌에 나서 주민 7만 명을 죽이고 성 밖에 해골로 피라미드를 쌓았다. 티무르는 인도 정벌에서 델리를 점령한 뒤 10만 명이나 되는 포로를 모두 처형하는 잔혹함을 보였다.
한 명을 죽이면 살인범이지만 1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한 명을 죽이건 1만 명을 죽이건 정당한 이유 없는 살인은 범죄에 불과하다. 전쟁은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잔인하고 참혹하다. 그럼에도 전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거나 필요악이라는 인식이 뿌리깊다. –본문
특히 전쟁 중에 있어서 발생하는 살상에 대해서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상대편에 더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은 국가를 위해 명예로운 일이라며 서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들을 성적 학대하거나 아이들을 무참히 죽이는 것도 그저 전쟁 중에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러한 모습들은 전쟁에서 발생하게 되는 각종 범죄들이 당연하다, 라고 생각하게 하는 잘못된 생각의 주입, 그러니까 코딩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이며 전쟁 중에 일어나는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 범죄에 대해서 후속으로나마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가 범죄를 양산하게 하는 이유라고 저자는 꼬집어 말하고 있다.
인신 공양은 아스테카가 섬기는 태양신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자행되었다. 아스테카 신화에서 태양신과 밤의 신은 끊임없는 전쟁을 벌인다. 밤의 신의 승리는 곧 인간의 멸망을 의미한다. 태양신이 힘을 유지하게 하려면 인간의 피와 심장을 끊임없이 공급해야만 했다. 아스테카왕국이 주변 국가를 침공하고 포로를 생포해 그들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 바친 것도 그래서다. 심지어 50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원정을 가서 포로 수만 명을 생포해 태양신에게 심장을 바치기도 했다. 이른바 ‘꽃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 –본문
태양신을 위한 다는 명분으로 시작되었던 인신 공양은 실제로는 그 지역을 다스리는 일부의 이들이 다수의 사람들을 조정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하나의 관습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한다거나 배신을 하는 이들의 경우에는 가차없이 인신 공양의 이름으로 그들을 제거하곤 했는데 이러한 모습들은 그 당시에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다스리기 위한 정당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아직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지만 그 안에 수 많은 이해관계는 물론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 자명한 케네디 암살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명예 살인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과연 범죄라는 것의 틀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범죄라는 이름 속에 속해 있는 것들이지만 실제로는 그 당시의 시대상이나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고 법치국가라는 이름 하에 있지만 변모해 온 법의 변천사를 보노라면 현재는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이들을 목을 죄어오는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쉬이 찾아볼 수 있게 된다. 현재의 나는 이것이 정의라고 보고 있지만 실은 범죄의 가면이 아닌지, 곰곰이 주변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