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 SF영화로 보는 철학의 모든 것
마크 롤랜즈 지음, 신상규.석기용 옮김 / 책세상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영화를 보고나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나 궁금증을 안고서 생각을 한 적은 있다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바라보려 한 적은 없었던 듯 하다. 그 안의 주인공들의 선택이라든지 주변의 환경, 그 안에서 그려진 선택에 대한 짧은 고민들이었지만 영화 관람 후 한 두시간이 지나면 그 고민은 언제 세상에 존재했냐는 듯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

특히나 SF영화는 스크린 속에 펼쳐지는 모습들을 보고서는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감탄과 만약 내가 저 스크린 속의 주인공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의 전부였다면 저자는 영화 속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물음들을 던지고 있었다.

이미 본 영화도 있기도 했거니와 서막에 그가 밝히고 있는 이야기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별 부담 없이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앞장으로 역행하고 읽어내려가고 다시 앞으로 돌아오는 무한 도돌이표식 독서가 계속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 꽤나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고 오랜만에 노트에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우리의 삶은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바로 그 것을 성취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직 성취하지 않은 상태일 때에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삶이란 필연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삶의 의미에 관한,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절망적인 부조리 상황이다. 안에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우리 삶이 의미와 목적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밖에서의 이야기는 우리 삶이 그런 것으로 채워질 수 없다고 말한다. 밖에서의 이야기는 우리 삶이 그런 것으로 채워질 수 없다고 말한다. -본문

인간이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을 보며 우리는 그를 괴물이라 부른다. 그 괴물은 사람들 사이에서 융화되어 살아보려 하지만 그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냉대한 눈길과 그를 죽이려는 이들의 손길 뿐이다. 그러니까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의 방향으로 흘러가야만 하는 것인데 인간 역시도 자신의 유전자가 부모에게 전해진 것이며 스스로 선택할 수 없이 그저 태어난 것임에도 우리는 동일하게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것이 아닌 프랑켄슈타인을 저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욕설과 폭력이 계속되는 삶을 살아야 했던 그는 그러니까 신체 강탈자의 삶을 살아야만 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순간 프랑켄슈타인을 통해서 시지프를 바라보고 있다.

시지프의 이야기에 대해서 목도할때마다 그가 꼭대기로 밀어올려야만 하는 거대한 바위의 무게와 무의미한 노동이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하는 그의 삶이 측은하게만 느껴졌을 뿐이다. 그렇게 멍하니 시지프를 바라보고 있느 나에게 저자는 그가 꼭대기로 옮겨야 하는 바위가 거대한 것이 아닌 그저 작은 돌멩이라 생각해보라 조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느끼던 측은함은 반감될 것이며 이제부터 시지프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물어오고 있다.

목적이 없기에 늘 허망할 수 밖에 없는 시지프의 삶과 달리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고서는 그것을 이뤄나가기 위한 도약을 하는 순간 우리는 늘 설렘을 갖고 살아아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무한한 동기를 안고서 그 목표를 도달하고 나면 어느 새 그것은 다시 익숙한 현실이 되어 다시금 무미건조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을 그는 부조리한 인간의 숙명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풀의 녹색은 어디에 있는 걸까? 색깔과 관련해서 기분이 오싹해지는 점은 그것이 아무데도 없다는 것이다. 풀이든 뇌든 그 사이의 공간이든 어디든 물리적 세계 어디를 둘어보아도 우리는 녹색을 찾을 수 없다. 그것은 실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다. 버클리 같은 관념론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바로 이런점을 완벽하게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색깔은 모종의 경험, 즉 순전히 정신적인 존재다. -본문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보았던 매트릭스의 영화를 이 안에서 마주할 수 있기에 설렘을 안고 책을 펼쳐나갔는데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꽤나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현재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들이 실제 존해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게 되는데 어찌되었건 내가 존재를 하든, 하지 않든 그 고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는 당면성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주의자들의 주장을 마주하게 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진정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나게 된다. 일례로 물과 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노라면 과연 내가 안다고 믿느 것들이 진실로 알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 속에서 알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