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의 탄생 - 모리나가 요우의 일러스트로 보는 ㅣ 건들건들 컬렉션
모리나가 요우 지음, 전종훈 옮김 / 레드리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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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전차는 전쟁에 사용하는 차량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전쟁터에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우직하게 전진하는 탱크의 모습이다. 이 책은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영국 전차를 중심으로 탱크의 탄생 이전부터 이후까지 어떤 흐름으로 탱크라는 강력한 전차가 발전해왔는지 특징을 잘 살린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페이지를 빼곡히 채우는 자세한 설명으로 돌아보고 있다.

 

 

 

 

 

 

탱크의 탄생은 1916년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탱크’하면 떠올릴 수 있는 형태와 기능이 만들어지고 실전에서 쓰일 수 있게 개량되어 투입된 것이 그해이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인간은 이동할 때 발포할 수 없었고,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막아주는 장애물이 필요할 때는 이동할 수 없었다.(p.98) 그러나 전차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공격과 방어, 이동이 결합된 신개념의 전쟁 도구가 완성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적을 더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표현이 세련되었다 뿐이지 바꿔 말하면 얼마나 적국의 병사, 아니 사람들을 많이 죽이거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어 항복하게 할 수 있을까와 다름 없는 물음이다. 그리고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전쟁의 역사다. 전쟁의 역사에서 가장 부각되는 것은 역시 무기의 발전이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여긴 때로부터, 칼과 창, 그것으로부터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갑옷이 발달하고, 더 강력한 공격을 위해 총이 만들어지고, 더 막강한 살상력을 위해 대포가 만들어지고, 대포를 이동시키면서 사용하고 싶어서 전차가 만들어지고, 전차를 옮기는 군인의 보호를 위해 장갑차 형태의 전차가 만들어지고, 더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이 들어선 전차가 만들어지고, 총을 막기 위한 참호를 건너기 위해, 철조망을 짓뭉개고 나아가기 위해, 기관총으로 인한 돌격 보병부대의 대량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무한궤도, 오늘날의 캐터필러라 불리는, 바퀴들을 앞뒤로 길게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금속 시계줄 같은, 잇대어져 있는 금속 덩어리들. 그렇게 기차가 가기 위해 까는 선로가 휴대용으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전차 바퀴가 발전하고...

 

 

 

 

 

 

다시 정리하면, 강력한 살상력을 위해 화기가 발전했고, 그 살상력에 대응하기 위해 철판을 둘러 방어한다는 개념의 장갑이 발전했다. 그리고 강한 공격력과 수비력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활용할 수 있는 전차의 발전이 움직이는 무기, 전차 - 탱크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이 책을 보면 오늘날의 탱크라는 형태의 막강한 전쟁 무기가 나오기까지 거쳐왔던 전차 기술의 발전사에 감탄하기 이전에 참으로 인간의 역사는 이 작은 지구 위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 때문에 빚어지는 불필요하고 참혹한 비극의 역사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탱크의 실질적인 탄생, 즉 ‘세계 최초의 근대 전차’라는 타이틀은 영국이 차지했지만만 간발의 차이로 프랑스도 이 장갑차량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던 나라였다. 우리가 떠올리는 탱크 디자인이 프랑스 전차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책 후반부에서는 독일이라는 같은 적을 상대하면서도 교류가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한 프랑스의 전차 발전사를 다룬다. 영국과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였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공동의 적을 두고도 따로 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데포르메’라고 불리는 사물 표현 방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러스트집이다. 데포르메란 사물을 그리되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변형, 축소, 과장 등을 통해 사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작가가 자기 방식대로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방식(p.4)이라고 한다. 이 책의 작가인 모리나가 요우는 이 외에도 기차나 수산시장, 소방차, 비행 산업 관련 일러스트로도 꽤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처음 출간된 저자의 이 책을 보니, 작가의 재능과 세심함, 노력이 매우 탁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울 것은 배우고, 취할 것은 취하는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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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엑셀 ㅣ 만화 비즈니스 클래스 5
기무라 사치코 지음, 사노 마리나 그림, 신현호 옮김, 아키나이 쓰네요시 시나리오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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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엑셀」은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나온 오피스 프로그램인 ‘엑셀’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책이다.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엑셀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표에서 수식 계산 등을 하는 프로그램의 하나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 계산 프로그램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제대로 그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드문 것도 특징이다.

 

책 전체가 만화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체감상 만화가 4, 보충 설명격인 텍스트 부분이 6 정도의 비율로 느껴진다. 만화에서 다룬 내용 중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글로 자세히 풀어내는 방식으로 책이 진행된다. 주요 등장인물인 음료업체의 입사 2년차 에지리 마이가 입사 10년차 선배인 모리시타 교코라는 인물에게 우연한 기회로 엑셀 특훈을 받게 된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다.

 

 

 

 

 

 

 

영업 현장에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에지리 마이는 상사로부터 거래처의 매출 데이터를 건네받으면서 매출 증대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할 것을 지시받는다. 엑셀로 자료를 정리해 발표해야 하는데 숫자만 보면 괴롭고 잠이 오는 에지리 마이는 일단 엑셀 프로그램을 열어놓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는데... 이를 본 선배 모리시타 교코는 엑셀 프로그램의 유용성을 모르는 에지리 마이에게 엑셀의 참맛을 보여주기로 한다.

 

먼저 기존의 데이터에서 필요한 정보만 가려서 살펴볼 수 있는 엑셀 분석의 기본, ‘필터 기능’을 소개한다. 이어서 필터 기능을 통해 추출된 자료를 원하는 순서로 볼 수 있도록 ‘정렬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다음으로 무수한 데이터 가운데 원하는 조건의 데이터만 따로 표시될 수 있게 하는 기능인 ‘조건부 서식’ 설정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조건에 부합하는 데이터의 셀이 지정한 색깔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장에서는 새로운 자료들을 정리 정돈할 수 있게 새로운 표를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엑셀은 표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처음에 표를 만들 때 열(세로줄)과 행(가로줄)의 항목명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항상 추가 작업을 생각하고’ 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목 수가 많거나 추가할 내용이 있는 경우는 열로, 날짜와 같은 시간축은 열 우선이 기본이라고 한다. 물론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세 번째 장은 이 책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엑셀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인 엑셀 함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얼핏 봐서는 앞서 말한 ‘조건부 서식’ 기능이 조금 더 복잡해진 느낌인데, 예를 들어 VLOOKUP함수라는 게 있다. 이것은 검색값, 검색범위, 열 번호, 검색방법의 네 가지 항목의 ‘인수’가 필요한데, 풀어 얘기하면, - 1.찾는 실마리가 되는 데이터(상품코드)를 입력하고 2.미리 작성한 데이터가 있는 범위로부터 3.자동입력하고 싶은 열을 빠짐없이 찾아 4.완전 일치되는 데이터를 뽑아내서 - 자동입력을 해주는 편리한 함수라는 것이다. 엑셀에서 알아야 할 함수의 개념은 수식이라는 개념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하는데, ‘수식’이란 엑셀에서 계산을 수행하도록 하는 지시문을 의미하며, ‘함수’는 수식의 일종으로, 간단한 지정만으로 복잡한 계산을 대신 수행해주는 기능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함수’는 귀찮은 계산을 대신해주는 공식‘인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활용법을 알려준 뒤, 수식이나 함수를 쓰지 않고 간단하게 분석할 수 있는 ‘피벗 테이블’을 소개한다. 매출일람표 등을 바탕으로 보고서 형식의 집계표를 만드는 기능인데, 드래그나 클릭의 반복만으로도 원하는 합계나 평균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다룬 내용이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이었다면,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 필요한 데이터의 시각화가 필요하게 된다. 숫자를 시각화하기 위해서는 차트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엑셀에서는 기본적으로 ‘막대형’, ‘꺾은선형, ’원형‘ 등의 틀을 제공하는데 이것들 중에 데이터의 성격에 적합한 것을 골라 활용하면 된다.

 

만화로 배우는 엑셀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텍스트의 역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세한 설명 부분으로 가면 책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동기부여가 충분히 된 엑셀 초보 학습자라면, 이 책은 엑셀이라는 프로그램이 숫자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배우고 잘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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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그래머 게이트웨이 인터미디엇: 영어가 쉬워지는 기초 영문법 (Grammar Gateway Intermediate) - 필수영어 문법 한달 완성, 영문법·스피킹·라이팅 동시학습 ㅣ 그래머 게이트웨이 시리즈
해커스어학연구소 편집부 엮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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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어 영어 소통법이라고 해서 효율적인 영어 의사소통을 위한 생활회화 교육법이 있다. 초보 영어 학습자들을 위한 아이디어로, 영어에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단어로 원하는 의사표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외국어를 공부하더라도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그 나라에 살면서 해당 문화와 생활에 녹아드는 가운데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외국어 학습 방법을 취해야 한다.

 

EBS 잉글리시 채널에서 아침마다 하는 다수의 영어 회화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하고, YBM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어 학습 이메일을 풀어보곤 하는데, 결국 읽기를 위해서든, 대화를 위해서든 바른 외국어를 익히려면 문법 공부를 피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의 경우 우리는 문법을 그렇게 공부하고서도 세월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거나, 설명해보라고 하면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전통적인 영문법 교재에서 알려주는 문장 5형식이 뭔지 물어보면 ‘그게 사실 정말 어려운 거야!’라는 동문서답이 돌아온다.

 

마침 좋은 기회가 되어 해커스에서 출판된 기초 영문법 교재 ‘그래머 게이트웨이’ 시리즈를 살펴볼 수 있었다. ‘베이직’보다 한 단계 위인 ‘인터미디엇’ 레벨로 공부해보았는데, 페이지마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꼼꼼히 배치되어 편집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고, 글자수가 적은 편은 아니라 단기간에 학습을 마무리할 분량은 아니었다.

 

총 110개의 레슨으로, 한 레슨 당 두 페이지를 할애하여, 왼쪽 페이지에는 해당 문법의 간단한 정의와 예문, 규칙 등을 설명하고, 바로 오른쪽 페이지에서 연습문제를 통해 문법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책 후반부에는 모든 학습이 완료된 후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 코너를 수록하고 있으며, 잘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해당 레슨 넘버로 돌아가 다시 공부할 것을 권한다. 부록으로 전체 내용을 축약한 실용적 팁을 제공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각 레슨의 연습문제 답지가 제공된다. 효과적인 학습이 되도록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무료, 유료의 온라인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부분은 시제와 가정법, 관계대명사를 설명한 부분인데,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다. 2014년에 첫 출간되어 벌써 14쇄가 나온 검증된 영문법 학습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기획과 편집, 학습을 돕는 풍성한 자료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의지다. 그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영어 학습의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데, 동기 부여만 확실하다면, 이 책은 최고의 문법 공부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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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삼국지 1 (라이트 에디션) - 답답한 세상, 희망을 꿈꾸다 ㅣ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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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입력. 이 책을 읽자마자 떠오른 단어이자 느낌이었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재미있다는 의미다. 글로부터 눈을 쉽게 뗄 수 없도록 만드는 필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설민석 선생 특유의 유머와 상상이 기존의 삼국지를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돋보이게 만든다.

 

그렇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존의 역사에 허구적 요소를 가미한 ‘팩션’의 요소가 이 책의 특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지(삼국지연의)’ 자체도 정사를 바탕으로 소설로 재구성된 것이고, 또 후대의 사람들은 이것을 무수히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하고 즐기는 가운데, 오리지널 삼국지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동양 고전의 반열에 우뚝 섰다. 그리고 이 책, ‘설민석의 삼국지’는 또 하나의 삼국지 유니버스를 완성했다.

 

1권만 읽어봐도 이 책의 진가는 드러난다. 이 책은 팩션의 요소를 갖고 있지만 책 후반부에 작가 스스로 어디를 생략하고, 상상으로 채워 넣으며 각색했는지, 기존 이야기와 대조를 통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것은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하면서 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하나의 역사교육 모델을 제시한다.

 

 

 

 

 

 

말이 쉬워 유비-조조-손권의 시대라고 표현하지, 지도를 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땅을 다스렸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영역 안에 우리나라가 도대체 몇 개나 들어가는 거지? 혼돈의 시대에 니편내편이 수시로 바뀌는 이합집산의 시대, 원술이란 인물이 스스로 황제라 선포하고 일어났을 때, 유비 삼형제와 조조, 여포가 한 팀, 즉 드림팀이 되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설민석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 빛을 발한 대목은 다음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도원결의를 하면서 장비가 의병의 군자금으로 쓸 돈을 잔치비로 다 날렸다는 설정. 다행히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던 것인지, 도적떼들로 인해 거래되지 않은 수백 필의 말과 자금을 기부받게 된다는 설정. '아스날 연대기'의 고창석 배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동탁의 인물 묘사, 여포와 초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불교라는 요소를 통해 아련하게 풀어낸 부분(여포가 불교신자였고, 초선이 다음 생에 여포와의 인연을 기원하며 비구니 승이 되었다는 설정.), 제갈공명이 비로소 유비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장면에서 엉뚱한 오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전개 등이 기존 삼국지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재미를 더한다.


또한 적절한 부분에서, 그때까지 등장한 인물들의 관계와 속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인물 관계도를 보여주고, 앞선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읽기를 돕는 솜씨가 탁월하다. 특히 인물 관계도가 인상적일 만큼 이해하기 쉽게 잘 그려져 있어 감탄했다.

 

 

 

 

 

 

설민석 선생은 이 책이 친근한 삼국지 입문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얻는 교훈들을 현대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저자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또 저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게 만든다. 또 태어나면서부터 리더이자 팔로워로서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으로서, 당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며, 또 유능한 팔로워로서 어떤 덕목이 요구되는지를 이 책을 통해 고민해보길 바라고 있다.

 

부정과 비리, 부패로 한나라의 명운이 끝에 이르렀을 무렵,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준비하는 삶을 살아온 유비의 등장부터 관우, 장비, 조조, 원소, 동탁, 여포, 원술, 손권 등이 차례로 삼국지의 기초 퍼즐을 맞추기 시작하는 가운데, 동탁의 횡포, 여포와 초선의 사랑, 원소와 조조가 겨루는 관도대전의 세 가지 묵직한 이야기가 1권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리고 이 1권의 화려한 마무리는 제갈공명의 등장과 유비 삼형제와의 의기투합으로 장식된다.

 

기존의 삼국지를 읽었던 독자들에게는 삼국지의 새로운 매력이 즐거움을 줄 것이며 ‘삼국지’라는 제목과 유명한 등장인물들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독자들에게는 본격적인 삼국지 세계를 만나기 위한 매우 친절하고 흥미로운 준비운동이 될 것이다. 저자의 뛰어난 작품 이해와 요약 능력, 흡입력 있는 전개의 재구성과 상상의 가미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무조건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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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 - REASON OF STATE,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김용운 지음 / 맥스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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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명분과 실리다. 둘 중에 하나를 딱 고를 수 있는 상황은 없다. 비율의 차이다. 당장의 실익은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명분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이득일 경우가 있고, 당장의 실익을 취하지 않으면 재기 불능의 상태가 될 경우에는 당연히 실리 위주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실리를 취하는 유연한 선택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체로 명분을 중시하는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 명분이지 진정한 명분이나 대의를 두고 다투는 경우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 정치권이 항상 우물 안 개구리들처럼 정쟁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면서, 우리나라가 바로 세워야 할 시급한 과제로 ‘국가이성’을 주장한다. 시대를 아우르는 올바른 가치관과 원리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당대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유연함, 인문학과 자연과학 교육을 따로 생각하지 말고 융합하여 총제적이고 종합적인 배움과 이성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국가이성을 갖추는 조건임을 피력한다. 저자는 먼저 철학과 수학으로 대표되는 이성의 역사를 서구지성사를 중심으로 돌아보고 무엇이 그들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했는지 살펴봄으로써,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 혁신, 의식의 전환의 방향을 논의한다. 그 과정에서 일본과의 비교가 많이 나오는데, 서구 문명을 일찍 받아들여 실리적 측면에서 앞서 나갔던 일본의 선택을 가능하게 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과 원형을 무시만 해서는 안된다는 충고가 담겨 있다.

 

 

 

 

 

 

교육 정책의 경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의 방향을 틀어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몇 년마다 정책의 실험쥐 신세를 면치 못하는데, 이 역시 국가이성의 부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나라를 운영하니 장기적 비전이 암울하다. 그런데 이것이 꼭 지도자들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를 장식하는 가치관, 제도, 문화는 바로 그 나라의 국민의 수준에 부합하는 것이다. 위로부터의 혁명이 어려우면 아래에서라도 변혁의 소망이 꿈틀거려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90년대 후반 이후로 완전히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되어, 배만 부르면 더 이상 사회의 발전을 원하지 않는 세태가 되었다. 부조리와 비리가 만연해도 그것이 당장 우리 삶에 큰 영향이 없다고 하면 침묵을 지키다가 피부로 다가오면 다함께 들고 일어서서 마치 무슨 진정한 혁명을 이룬 마냥 가슴 벅차하는 이상한 민족이다. 냄비 근성이라고, 촛불 혁명이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성취인 것처럼 들더 있더니, 지금 사회는 또 천민 근성을 버리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는 요즘 독일의 68혁명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가 어째서 불완전한 형태의 민주주의와 사회구조를 가지게 되었는지 잘 설명하고 있는 김누리 교수의 강연이 떠올랐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스위스처럼 영세중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에 둘러싸여 있는 한, 실리적 외교를 외면할 수 없다. 국방력은 둘째치고, 국민의 단합이나 정치지도자의 일관성 있는 신념, 국가이성이라 할 만한 능력도 안되면서 자주국방을 논하고, 반일 반미를 외치고, 통일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바로 강동6주를 취한 서희의 외교, 백성을 고난과 죽음으로 내몰지 않은 경순왕의 판단 같은 것이다.

 

그런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현실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가 되기 위해서 저자가 계속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그리스 문화,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사례다. 인간 이성의 힘을 믿고 갈고 닦아 이상적인 세계로의 추구를 위해 교육과 정치가 바뀌어야 함을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인간 이성의 찬양, 과학 만능의 시대의 끝에 무엇이 있었는가? 바로 2차 세계대전이었다. 인간 이성의 영광을 자랑했던 나라들, 영국은 극심한 환경오염과 빈부격차를 낳았고, 프랑스는 혁명으로 뒤집어 졌고, 일본은 군국주의에 빠져들었다. 참고 사례가 다 이상적일 수만은 없지만 저자의 논지는 실제 사례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하고 있는 것 같아 독자의 입장에서는 단점이나 부정적인 측면을 항상 생각하면서 읽어봐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나 아렌트의 ‘무지는 용서해도, 무사유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도 떠오른다. 백년을 내다보는 일관성 있는 비전 없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고민없이, 눈앞의 이익만 쫓는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가치관으로는 더이상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알려준다.

 

아무튼 이 책은 수학, 철학, 언어학, 인류학, 사회학, 물리학 등 대부분의 학문 세계를 망라하면서 지식의 백화점에 들어온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읽을수록 흥미롭고 뭔가를 배워간다는 느낌, 지식이 쌓인다는 느낌이 많이 들 것이다.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총제적, 종합적 지식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현명한 선택과 실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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