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의 탄생 - 모리나가 요우의 일러스트로 보는 건들건들 컬렉션
모리나가 요우 지음, 전종훈 옮김 / 레드리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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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전차는 전쟁에 사용하는 차량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전쟁터에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우직하게 전진하는 탱크의 모습이다. 이 책은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영국 전차를 중심으로 탱크의 탄생 이전부터 이후까지 어떤 흐름으로 탱크라는 강력한 전차가 발전해왔는지 특징을 잘 살린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페이지를 빼곡히 채우는 자세한 설명으로 돌아보고 있다.

 

 

 

 

 

 

탱크의 탄생은 1916년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탱크하면 떠올릴 수 있는 형태와 기능이 만들어지고 실전에서 쓰일 수 있게 개량되어 투입된 것이 그해이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인간은 이동할 때 발포할 수 없었고,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막아주는 장애물이 필요할 때는 이동할 수 없었다.(p.98) 그러나 전차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공격과 방어, 이동이 결합된 신개념의 전쟁 도구가 완성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적을 더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표현이 세련되었다 뿐이지 바꿔 말하면 얼마나 적국의 병사, 아니 사람들을 많이 죽이거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어 항복하게 할 수 있을까와 다름 없는 물음이다. 그리고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전쟁의 역사다. 전쟁의 역사에서 가장 부각되는 것은 역시 무기의 발전이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여긴 때로부터, 칼과 창, 그것으로부터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갑옷이 발달하고, 더 강력한 공격을 위해 총이 만들어지고, 더 막강한 살상력을 위해 대포가 만들어지고, 대포를 이동시키면서 사용하고 싶어서 전차가 만들어지고, 전차를 옮기는 군인의 보호를 위해 장갑차 형태의 전차가 만들어지고, 더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이 들어선 전차가 만들어지고, 총을 막기 위한 참호를 건너기 위해, 철조망을 짓뭉개고 나아가기 위해, 기관총으로 인한 돌격 보병부대의 대량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무한궤도, 오늘날의 캐터필러라 불리는, 바퀴들을 앞뒤로 길게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금속 시계줄 같은, 잇대어져 있는 금속 덩어리들. 그렇게 기차가 가기 위해 까는 선로가 휴대용으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전차 바퀴가 발전하고...

 

 

 

 

 

 

다시 정리하면, 강력한 살상력을 위해 화기가 발전했고, 그 살상력에 대응하기 위해 철판을 둘러 방어한다는 개념의 장갑이 발전했다. 그리고 강한 공격력과 수비력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활용할 수 있는 전차의 발전이 움직이는 무기, 전차 - 탱크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이 책을 보면 오늘날의 탱크라는 형태의 막강한 전쟁 무기가 나오기까지 거쳐왔던 전차 기술의 발전사에 감탄하기 이전에 참으로 인간의 역사는 이 작은 지구 위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 때문에 빚어지는 불필요하고 참혹한 비극의 역사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탱크의 실질적인 탄생, 세계 최초의 근대 전차라는 타이틀은 영국이 차지했지만만 간발의 차이로 프랑스도 이 장갑차량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던 나라였다. 우리가 떠올리는 탱크 디자인이 프랑스 전차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책 후반부에서는 독일이라는 같은 적을 상대하면서도 교류가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한 프랑스의 전차 발전사를 다룬다. 영국과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였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공동의 적을 두고도 따로 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데포르메라고 불리는 사물 표현 방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러스트집이다. 데포르메란 사물을 그리되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변형, 축소, 과장 등을 통해 사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작가가 자기 방식대로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방식(p.4)이라고 한다. 이 책의 작가인 모리나가 요우는 이 외에도 기차나 수산시장, 소방차, 비행 산업 관련 일러스트로도 꽤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처음 출간된 저자의 이 책을 보니, 작가의 재능과 세심함, 노력이 매우 탁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울 것은 배우고, 취할 것은 취하는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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