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모든 역사 - 빅뱅, 호모 사피엔스, 피라미드, 전쟁… 그리고 일일이 언급하기에 너무 많은 것들
크리스토퍼 로이드 지음, 앤디 포쇼 그림, 곽영직 옮김 / 북스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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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저자는 「그야말로 모든 역사(Absolutely Everything!)」라는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려 했고, 지면의 제한을 고려하여 주로 자연과 인류의 역사 흐름을 핵심적인 사건 위주로 최대한 연결성을 갖게 하면서 서술하고 있다. 모든 지식이 담긴 한 권의 책? 저자는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공부하고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사실 책을 좀 읽는 독자라면, 당장 책 제목만 보고서도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나 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의 ‘빅 히스토리(Big History)’, 하다못해 유발 하리리의 ‘사피엔스(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같은 책들이 비슷한 주제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고 또 괜찮은 지구-인류 요약 역사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은 사실 지금 많이 나오고 있다. 대중적인 인문학이나 교양 분야의 책들이 수요가 좀 있어서인지, 많은 출판사들이 비슷한 ‘잘 정리된 종합적 지식으로 지적 만족감을 주는 책’이라는 기획 의도가 보이는 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인문교양 일반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모든 역사」가 비슷한 다른 수많은 책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느냐를 봐야 한다. 첫째, 핵심적인 내용을 빠트리지 않도록 신경 썼으면서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쉽게 하였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친근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갖게 하는 책 디자인과 일러스트 등이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중국-인도 위주이기는 하나 동양의 역사 부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세계사는 서구의 관점과 사건 위주로 전 인류의 역사를 재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최근에 나온 만큼 동서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꽤 신경을 쓴 듯한 흔적이 있다.

 

 

 

 

 

 

초기 우주와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와 원시인류를 다룬 부분은 당대의 자료가 남아 있기 어려운 만큼 텍스트를 보충하는 이미지 자료가 일러스트 위주로 되어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다시 말해 역사 시대 이후의 자료들은 사진이나 좀 더 섬세한 그림자료 등이 남아 있어 시각적으로 더 풍성한 느낌을 준다. 적절한 도표와 인포그래픽 사용으로 정보의 전달성을 높여주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책에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지구의 기후가 전반적으로 추웠다가 더워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고, 지질학적으로는 통합과 분열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큰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가 얼마나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온건한 기후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풍요롭고 비교적 평화로웠지만, 혹독한 기후로 접어들 때는 항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갈등과 투쟁이 일어났다. 그렇게 오늘까지 생존한 많은 개체들 중에서 전혀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종이 부각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인류다. 지금까지 자연의 주도 아래 지구와 생명체의 운명이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인간이 역으로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연 인간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지 질문하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이 던진 메시지 중 하나였다.

 

 

 

 

 

 

 

저자는 이 책이 세상의 모든 지식으로 들어가는 문 역할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 안에서 독자가 세상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하며 새로운 답을 구하는 즐거움을 오래도록 맛 보는 방법을 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책과 궁합이 맞는 독자들이라면 의문-질문-답-다시 의문-질문-답…… 이라는 상승반복의 시스템 속에서 지식과 지혜가 삶에 녹아드는 경험의 문을 이 책을 통해 열 수도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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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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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과 별이 만날 때」는 최근 보았던 책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목과 표지를 가진 책이었다. 그리고 총 4부로 구성된 이 소설의 각 부 제목도 마음을 흔드는 매력이 있다.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아름다운 자연과 조류학에 관한 몇몇 지식들은 이야기의 사이사이에서 휴게소 같은 역할을 한다. 각자 자신만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있는 세 등장인물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려내는 소설이라고 이해해도 크게 무리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작품의 호흡이 후반부에 급작스럽게 거칠어지면서 뜻하지 않은 긴장감을 일으키는 재미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제1부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 에서는 현장 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어느 시골에 체류하게 된, 조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인 조라는 여성에게 의문투성이의 한 여자아이가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딱 봐도 가정에 문제가 있어서 집을 나온 가엾은 어린 여자아이인 것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이름을 별자리인 큰곰자리를 의미하는 ‘얼사 메이저’라 소개하며, 자신은 죽은 여자아이의 몸을 빌려 지구에 왔고, 다섯 개의 기적을 경험할 때까지 있을 예정이라는 뜻모를 소리만 하며 조에게 혼란을 준다. 당연히 경찰에 알려 집이나 보호기관으로 보내야 할 상황이지만, 자신의 집은 ‘바람개비 은하’ 즉 우주에 있다며 고집을 부리며 도망을 가는 등 소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동안 보호자 노릇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작은곰’이라 불리는 또 다른 혹이 달려 있기까지 한 상황인데…….

 

 

 

 

 

 

제2부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 에서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계란 장사를 하는 게이브란 남성이 등장한다. 이미 1부에서 연구를 위해 조가 자리잡은 거처 옆집에 사는 남성으로, 경찰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일어난 소동을 통해 얼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얼사를 보호하고 있는 조와 더 깊이 알게 되는 장면이 나왔다. 2부는 여기에 이어 셋이 마치 외딴 행성에 떨어진 한 가족처럼 짧은 기간이나마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이야기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게이브의 개인적인 문제가 이 작은 행복에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

 

제3부 불완전한 여자와 마음이 병든 남자, 에서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 등장인물이 가진 개인적 문제가 구체적으로 이야기에 녹아든다. 조는 어머니의 암 진단 과정에서 자기의 암이 발견되었는데, 여성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유방 절제와 난소 제거를 결정하고 수술한 인물이다. 자신의 몸을 치료하면서 어머니의 병간호와 임종을 지킨 조는 그 2년 간의 시간을 가슴에 품고 다시 학계로 돌아온 상황이다. 게이브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울증 환자로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고령의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가족 농장에서 나오는 작물과 가축을 통해 가급적 자급자족을 하고 있으며, 닭들이 낳는 계란이 먹는 것보다 많아져서 동네 길목에서 계란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내면적인 문제의 원인이 뜻밖에 ‘불륜’이라는 기억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여기까지 보면 가정학대로 상처 입고 집을 나와 공상에 자기를 맡겨버린 어린 소녀와, 여성으로서 결코 가볍지 않은 투병생활을 거치고 다시 연구를 재개하는 대학원생,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건장한 남자 - 이 세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갈등과 화해를 통해 희망을 말하는 다소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띄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속도는 4부, 숲과 별이 만날 때, 에서 급격히 빨리진다. 주인공 소녀인 얼사 메이저가 왜 허황된 이야기로 자기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우길 수밖에 없었는지가 밝혀지는 과정이 매우 충격적으로 전개된다. 총격 장면이 나오고, 사람이 죽고, 주인공들이 치명상을 입게 된다. 갑자기 다른 장르로 돌변한 느낌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가장 어두운 면인 가정 붕괴, 약물 중독, 아동 학대 문제가 극적으로 부각된다. 독자는 이 소설이 사실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악마의 열매를 아름답거나 슬픈 은유적 장치들로 포장하다가, 마지막에 그 포장지를 뜯고 정말 지적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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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상징
칼 구스타프 융 외 지음, 설영환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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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인류는 동물과 비슷한 존재였을 것이다. 지금만큼 의식이나 이성이 발달하지 않았고, 본능에 따라 살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인간은 외부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변화하는 자연 환경 앞에서 먼저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보다 뛰어난 운동 능력을 지닌 포식 동물 앞에서 약자의 입장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었다. 이런 순응은 인간의 내면 세계와 외부 세계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인간과 자연은 그만큼 결속된 상태였다는 의미다. 현대 인류처럼 자연에 대한 객관적 파악은 거의 없었을지라도, 그 결속이 곧 삶의 의미이자 목적이었을 것이다. 비록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더라도 말이다.

 

시간이 흘러 인지혁명이 일어나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인다는 판단이 생겼을 것이다. 이에 따라 드디어 인류는 사회적 존재로서 스스로를 자각했다. 집단을 이루고 마을을 만들고 성벽을 쌓고 제국을 건설하면서 인류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한동안 정체기를 겪다가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 또 한 번의 혁명이 일어난다. 바로 과학혁명이다. 신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부정할 정도로 인류의 문명은 눈부신 발견과 업적을 이루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드디어 지금까지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은 바로 신비의 배격이다. 인간은 측정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의 의미를 상실시켰다. 초기 인류 때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정신과 외부 자연의 결속이 근대 세계를 통과하면서 끊어지게 된다. 우리가 지금 신비, 신화, 마술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 정신적인 것, 영적인 것 등으로 인식하고 있는 많은 현상들이 인간에게서 그 지위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물론 보이지 않는 가치나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 개선된 것 같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의 한참 아래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일 뿐이다.

 

심리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근대 사회를 지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경병적, 심리학적 병리 증상들이 오로지 과학적 태도의 의학적 접근으로는 온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인해서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문제를 탐구하는 가운데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탐구하며 정신분석의 근간을 마련했고, 융이 ‘분석심리학’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존재와 상징」은 바로 이 융의 심리학의 기본적 내용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입문서이다. 꿈이라는 현상을 정의하고 꿈의 내용을 해석하는 방법과 그것을 적용하는 몇몇 사례를 통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잇는 ‘상징’의 의미를 탐구하는 책이다.

 

상징은 인간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해하고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근대 세계에서 인간의 인격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분리되었다. 심리학은 이 분리로 인해 나타나는 인간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시 분리된 의식의 통합을 모색하며 치료의 길을 열었다. 자아와 그림자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의식과 무의식, 즉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결정적인 연결고리로 인간의 의식에 떠오르는 ‘상징’이라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빈번하게 드러나는 통로가 ‘꿈’인 것이다. 꿈을 통해 나타나는 내용들은 사람마다 다 개별적이지만 인류 차원의 공통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치료자는 꿈을 환자의 치료를 위해 꿈을 해석할 때 그 환자의 고유한 배경과 보편적 특성을 유연하게 적용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무의식의 보편적 특성 중 대표적인 예로 신화를 들 수 있다. 신화가 인류 일반의 고뇌와 불안에 대한 일종의 정신적 치료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 책의 관점에서 꿈은 무의식적인 문제에 대한 탐구의 출발점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인류가 억압하며 제한하고 있는 무의식적 욕구들이 표출되는 통로이며, 개인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고뇌나 불안의 문제를 보충하기 위한 작용으로 설명되고 있다. 꿈이 보여주는 상징 체계를 분석함으로써 근대적으로 발전된 의식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가는 역할을 겸하는 것이 심리학의 한 역할임을 알 수 있었다. 심리학이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앞서 살펴본 내용을 돌이켜보니, 역사 속에서 인간 존재의 분열과 그 분열을 다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상징이라는 개념을 포괄하는 ‘존재와 상징’이라는 책 제목은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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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선 자본주의 -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정승욱 옮김, 김기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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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인류의 생산과 소비 활동을 의미하며, 이런 생산과 소비의 활동 양식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이론, 실행을 거쳐 지금까지 가장 큰 승리를 거두고 있는 이론이자 경제체제가 바로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물질만능주의로 인간을 물들게 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인류는 아직 이것보다 더 나은 경제 시스템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경제 체제에 있어서 이것은 최종 해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본주의 자체도 몇 가지 변형과 변용이 일어나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자본주의는 대표적인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미국식 자유자본주의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다.

 

이 책의 표지만 보면 앞으로 세계 역사에서 이 미국식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와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 중 어느 것이 승리를 거두거나 우위를 점할게 될 것인지 묻고 있는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현재 고도로 팽창한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앞으로의 세계 권력 지도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혹은 1차 세계 대전을 불러온 것과 비슷한 경로를 거쳐 완전히 새로운 세계질서가 세워질 수 있지는 않을지 고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시점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매우 생동감 넘치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속성과 역사를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어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세계 경제의 발전과 지구의 한정적인 자원의 고갈과의 관계를 보는 저자의 견해인데, 그 문제에 있어서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즉 인류가 아직 자원기지로서의 지구를 온전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현재 인류가 주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는 화석연료 등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될 즈음엔 또 새로운 에너지원을 발견하거나 개발하고 대체하게 될 것이므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감당 못하게 되지는 않을 거란 전망이다.

 

그러나 저자의 지구 자원 능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맞다고 하더라도, 환경 파괴 문제와 관련하여 자본주의의 미래를 논하지 않은 것은 의아했다. 인류의 무제한적 욕망과 궁합이 맞아 지금껏 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다소 안이한 상황 파악, 혹은 이익을 우선시한 의도적 외면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하게 피부로 다가오는 인류의 지나친 소비적 경제 행태와 자연파괴 및 기후위기의 상관관계를 중요한 문제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이 책이 지적하는 인상적인 부분은 자본주의가 인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이다. 모든 것을 거래와 비용의 관점으로 보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부정적 기능은, 그 궁극적 결말이 결국 인간이 서로를 온전한 상품으로만 인식하게 되는 세상으로 향하게 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아픔과 고통, 즐거움 속에서도 이득과 손실을 따지는 훌륭한 계산기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어느 정도 현실화되어 있기에 더 무섭게 다가왔다.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부도덕성도 눈에 띄는 통찰이다. 미국식 자유자본주의는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어 심각한 세대 및 계층 간 갈등의 폭탄을 안고 있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보게 되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역시 그 탁월한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의무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경제성장률의 압박과 운영주체인 관료들의 부패라는 위험 요인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어, 둘 중 어느 하나가 승리한다 못 한다는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하여 성공적으로 공존할 수도 있고, 융합될 수도 있으며, 둘 다 자체적으로 붕괴되면서 제3의 길이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3차 세계 대전의 가능성이 큰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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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시크릿 - 돈을 움직이는 시크릿 마법사
월러스 D. 워틀스 지음, 정성호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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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대해 조롱하거나 비판적으로 논할 때 언급되곤 하는 표현이다. 이 책을 읽다가 눈에 턱 걸리는 부분이 바로 이 표현이었다. 간절함에 우주가 반응하여 원하는 소원을 이루도록 움직인다는... 솔직히 이 부분을 읽으며 괜히 이 책을 집어들었나 싶었지만, 자기계발과 성공학 분야에서 고전에 속한다는 이 책의 내용이 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하며 계속 읽어보기로 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우주에는 부의 공급이 제한되어 있지 않으며, 경쟁이 아닌 창조적 사고와 노력을 통해 누구나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온 우주와 세계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진보하고 있고 번영하고 있다. 우주 법칙의 기본 방향이 이러한데, 인간은 스스로 가능성과 발전의 영역을 제한하여 그 안에서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파괴적 혹은 자기붕괴적 부자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쟁의 논리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조 정신과 친절함, 기본을 지키는 자세로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원하고 바라는 것을 분명히 이미지화한다. 그리고 손에 넣으려는 굳건한 결심과 확신을 가진다. 그리고 이미 얻은 것처럼 감사하며 생활한다. 당장의 현실이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믿음을 잃지 않고 위와 같은 법칙을 지키며 나아가다 보면 부는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고와 행동의 일치가 중요하다. 정말 바라는 것이라면 그것을 얻기 위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할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분명히 가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갱신되면서 점점 원하는 것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공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강렬히 원하는 것에 대한 이미지+결심+확신+감사→전지전능한 마음과 결합 → 행동으로 이어짐 = 타인에게 진보와 번영의 감각을 공유시킴. 이와 함께 좀 더 실천적인 부분으로 그날 일은 그날에 끝내라, 효율이 좋은 행동 혹은 효율이 좋은 방법/활동을 의식적으로 상기시키며 실천할 것을 권한다. 비록 지금 하는 일이 보잘 것 없다 하더라도, 이런 법칙을 실천하면 실패가 성공의 기회가 되듯, 작은 일에 충성하면 큰 일을 맡게 된다는 성경의 가르침처럼, 새로운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은 앞서 말한 우주의 법칙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시원물질’, ‘사고하는 물질’로 설명되는 ‘혼돈’에서 비롯된다. 강렬한 소망과 이미지를 전달받아 당사자에게 사람이나 상황을 통해 부를 이루도록 이끌어간다는 다소 허황된 이론일 수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독특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대방에게 진보와 번영의 감각을 가지도록 하라’ 같은 명제는 이 책이 말하는 부의 핵심이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저자는 결코 찬성하지 않겠지만) 이 책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 끝없이 계속 번영하기를 추구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라는 이 책의 주장은, 기형적인 기독교 신학이라 할 수 있는 ‘번영신학’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자주 성경 구절을 부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마땅하고 훌륭한 도리라는 근거로 내세우며, 경쟁이 아닌 간절함과 창조력, 감사함으로써 무한한 어떤 정신물질(시원물질, 혼돈, 혹은 하나님 등으로도 언급된다)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적용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저자의 아전인수식 성경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저자가 그저 사기꾼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이성적이라는 데 있다. 저자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 자연파괴적인 산업의 발전에 대해 분명한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주 전체적으로 진보와 번영, 발전을 이뤄가고 있기 때문에 그 방향과 흐름을 타고 살아가며 먼저 개인적으로 부를 이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부도 이루지 못하고 원하는 개혁도 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지적한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되, 휩쓸리지 말고 더 큰 우주적 관점에서 세상을 좀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도구로써의 돈, 혹은 부의 축적 방법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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