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의 뇌를 해부한다면 - 허언증부터 가짜 뉴스까지 거짓말로 읽는 심리학 ㅣ 지식 더하기 진로 시리즈 6
이남석 지음 / 다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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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거짓말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원만한 인간관계,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관심을 끌기 위해, 이익을 얻기 위해 등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한 거짓말을 한다. 또한 자기 자신을 속이려는 모든 시도가 거짓말이기도 하다.

 

진화심리학에서는 거짓말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본능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도 거짓말을 표현한다. 동물도 거짓말을 한다. 지능과는 관계 없다. 거짓말은 지능 이전에 작동하는 본능의 영역으로 밝혀지고 있다. 식물에게서도 꿀벌을 속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짓말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는 세 살과 네 살의 경계, 네 살부터 지능이 발달하여 자기 밖의 세계에 있는 사람과 물건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생각이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마음이론’이라 부른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 혹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본능적 행동으로서의 거짓말이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뇌에서 마음이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진화심리학자는 원시 상황에서 우리 조상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했는지를 연구해 인간 마음의 본질과 현대인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현대인의 뇌와 원시인의 뇌는 크기와 작동 방식에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언어와 인지 발달에 큰 영향을 주었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거짓과 진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게 인간이 사는 세상의 모습이긴 하지만 그러한 복잡한 패턴 속에서도 거짓과 진실에 대한 원칙은 있어야 한다.

 

 

 

 

 

 

착한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이 있다. 해롭지 않은 거짓말이라면 예술가의 거짓말, 하는 쪽과 당하는 쪽이 모두 거짓말인 것을 아는 경우.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서의 거짓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억은 감각 기관을 거치면서 형성된다. 사람마다 감각의 민감성과 정확성은 다르다. 인간의 기억은 그 특성상 왜곡될 가능성이 높고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플라세보 효과의 반대 개념은 노세보 효과를 소개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큰 사고나 사건,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 너무 큰 충격을 견디지 못해 단기간에 관련 기억을 잊거나 지우고 싶은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망각약’이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망각을 돕는 약도 수요가 있다 보니 관련 연구가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알약의 크기와 색깔도 플라세보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긍정적인 기대가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피그말리온 효과, 부정적인 기대가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 골렘 효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골렘 효과가 더 심해지는 경우를 스티그마 효과(낙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부정적인 결과를 얻는 것을 넘어 부정적 행동이 강화되어 아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이다. 특정 정체성 안에 가두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낙인 효과는 정반대의 긍정적인 기능을 가질 수도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와 믿음인 자기효능감과 피그말리온 효과 등의 적절한 활용이 인생을 좀 더 살기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기술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1장에서는 착한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을 진화심리학과 발달심리학적 배경에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 후 진로상담사의 다양한 직업 갈래를 소개하고 전망한다.

 

 

 

 

 

 

나와 상대방을 지키기 위한 배려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이라고 다 같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에 관한 가장 적절한 예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려의 거짓말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게 핵심이다.

 

‘자기 핸디캡 전략’은 다가올 시험이나 경쟁에서 실패했을 때 비난을 피하려는 목적이나, 성공했을 때 좋은 인상을 유지하거나 겸손한 인상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부정적으로 발전할 경우 ‘자기 배려 편향’에 빠져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남 탓으로 돌리는 사고방식이 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고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화로서의 거짓말 외에도, 거짓말에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기기만도 포함되는데, 이는 주로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진화한 경우다.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수준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사회적인 수준에서는 해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나르시시즘은 ‘자기애’ 또는 ‘자기도취증’으로 번역된다.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여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성향이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심해져 거짓말로 자기 자신을 꾸미거나 나아가 타인을 비하하는 방법 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이 책에서 확인되는 가짜 뉴스의 기원은 17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작성했다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편지가 공개되었는데, 적들이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지 워싱턴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것은 위조된 편지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에게 타격을 입히기 원해던 적들은 충분한 효과를 거두었다. 2016년에는 가짜 뉴스 때문에 핵전쟁의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가짜 뉴스가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가짜 뉴스를 다룰 때 우리는 ‘인지 편향’, ‘확증 편향’ 등의 용어를 많이 접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키아벨리즘 성향, 나르시시즘 성향, 정신적 게으름과 함께 인간이 생존을 위해 부정성에 더 민감한 인지 편향을 발전시켜 왔음을 알 수 있다.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긍정적 부분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기본 성향이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발전은 더디다.

 

‘인지적 종결 욕구’는 불확실한 것을 참지 못하는 심리다. 불확실한 것은 위험하다는 본능적 인식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가짜 뉴스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현상이 벌어진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식견이 필요하다.

 

2장에서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마케팅 기획자’나 ‘사회조사분석사’라는 직업을 소개한다.

 

 

 

 

 

 

이익이 있는 곳에 그것을 탐하는 거짓말쟁이가 늘 있다. 사기꾼의 거짓말과 관련하여 미켈란젤로와 보이스피싱이 연결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기는 가해자의 탐욕과 피해자의 탐욕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거짓말은 생존 본능, 경쟁에서의 승리, 욕심 그리고 두려움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대해 얘기한다. 그 권위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점에 취약한 것이 특징이다.

 

3장에서는 사기꾼과 거짓말, 뇌과학적 연구 성과를 통해 거짓말하는 뇌의 특징을 다룬다. 이를 통해 ‘뇌과학자’나 ‘이상심리학자’라는 직업을 소개한다. ‘뇌과학자’는 뇌의 구조와 작동, 처리 과정을 연구하고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상심리학자’는 정상인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 기분, 정신을 보이는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는 직업이다.

 

4장에서는 이렇듯 다양한 거짓말의 세계에 대해 조금 안다고 해서 자신이 절대 사기꾼의 거짓말에 속지 않을 거라는 착각을 버리라는 충고를 한다. 그러면서 과도한 자신감, 우월성 편향, 정상화 편향이라는 심리적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한다. 사회 구조가 더 복잡해지면서 범죄도 더욱 지능적으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새로운 유형이 발생을 것으로 예상되어 ‘프로파일러’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넓은 활동 범위를 갖는 ‘범죄심리학자’도 소개한다. 검거 및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과 범죄자 갱생 및 관련 정책에까지 연결되는 유망 직종으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선택이란 주제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 시나 아이엔가를 롤모델로 소개하면서 책을 마친다. 이 책은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을 위한 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을 위한 입문서로서 ‘거짓말’을 주제로 심리학과 뇌과학 등에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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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르카 서간문 선집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지음, 김효신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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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문’을 검색해보면 특수한 형식의 편지 문체라고 한다. 상대방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격식을 갖춘 편지글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이 책은 단테, 보카치오와 함께 르네상스의 문학을 대표하는 3대 시인이자 최초의 르네상스인으로 불리는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의 문학적 유산 중 대표적인 서간문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첫 번째 글은 실용적 동기가 없는, 순수하고 지적이고 심미적인 목적에서의 등산 과정에서 저자가 느낀 이전 삶에서의 사고방식과 현재 삶에서의 사고방식의 충돌과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이 나온 시대가 14세기 중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등산에서의 성찰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근대적’ 신체 활동 가운데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신체 활동과 내적 분석의 대상이 자기 자신인 것. 이것이 최초의 르네상스인 중 하나로 분류되는 페트라르카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글은 악과 허영, 번잡함, 퇴폐로 가득했던 아비뇽의 삶에서 벗어나 보클뤼즈라는 한적한 곳에서 은둔하며 남긴 글이다. 소박함과 건전함, 자유, 학문적 활동으로 가득한 삶을 누리고자 선택한 ‘고독한 삶’이라고 하는데, 이미 바깥 세상에서 사생아를 둘 정도로 세속적 욕구에 몸을 담았던 저자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은둔의 삶을 선택한 것은 나에게 다소 무책임한 처사로 보였다. 그런 삶에서 나온 지적 성찰의 결과물들에 어떤 평가가 정당할까? 그가 선택한 삶과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의 모순이 나에게는 영 껄끄럽게 느껴진다.

 

 

 

 

 

 

서간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으로는, 페트라르카가 살았던 1340년대는 흑사병(페스트)으로 인한 고난의 시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작가의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형태로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개개인에게 있어서도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14세기에 구현된, 자기내면에 대한 탐색(자기의식)과 성찰로 이어지는 페트라르카 글의 특징에 잘 녹여져 있다.

 

세속적인 것에서 고차원적인 것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와중에도, 그가 경험해온 것들을 종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부분도 눈에 띈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그가 활용해온 문학적 수단을 통해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삶은 크게 세 사람과의 만남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키케로다. 비록 동시대인은 아니었지만 그가 남길 글을 통해 문학에 빠져들게 되었고, 평생의 업을 삼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문학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문학적 색채를 결정 지운 두 번째 만남이 청년시절의 연인 라우라 부인과의 만남이다. 일찍 떠나보낸 연인의 강렬한 인상은 끊임없는 연애시를 창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삶을 궁극적으로 의미 있게 한 마지막 만남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만나면서부터다.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일대 전환을 이룬다. 그러나 그가 그동안의 경험이나 지식, 기술 등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게 된 종교적 가치관을 부각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면서 그의 말년의 문학은 새로운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런데 또 하나 이 서간문을 통해 알 수 있는 확실한 것은, 기독교가 초기 교회형성 시기를 지나 원래 의미에서 얼마나 많이 변질되었는가에 대해서이다. 로마 제국의 국교로 인정된 이후 중세 교회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본연의 사랑보다, 정치적 권력의 도구로 타락하면서 그에 따라 수많은 교리나 의식들이 껍데기만 남고, 본질적인 기독교의 가치는 상당 부분 상실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촉발된 르네상스 인문 혁명은, 후에 종교개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역사의 흥미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페트라르카가 보여주는 모습은 타락한 교회 권력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서 신 앞에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인간의 과도기적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혼합된 형태의 기형적 기독교인의 초기 모습 역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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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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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초기 역사에 나타난 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인류의 술 발견이 처음에는 좋은 쪽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처음 취했을 때의 그 기분 좋음은 남용할 경우 이내 사람들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모든 술은 알코올 발효에서부터 만들어진다. 발효를 통한 주조로 나온 술이 양조주이며,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 증류주와 혼합주라고 한다. 이렇게 술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 형태를 가진다.

 

취한 상태는 신과의 합일, 또 다른 차원으로의 진입 등의 의미를 가지며 권력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취기를 독점하려 한 기득권들의 통제로 상당 기간 술은 통치 도구로 기능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 발효된 형태의 음용 가능한 물질로 발견된 것이 술의 시초인 이상, 오래도록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 되기는 힘든 성질을 갖고 있었다.

 

 

 

 

 

 

벌꿀로 만드는 봉밀주의 기원이 알타미라 벽화에서 확인되는 꿀 채취 모습의 발견을 참고하면 15,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인류의 술 역사가 정말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인은 그 특유의 빛깔로 인해 고대 사람들에게 피와 생명, 불사의 이미지로 인식되어 신의 피로 여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 양조법의 역사도 가장 오래된 흔적이 이란 북부 자그로즈 산맥 유적에서 출토된 와인 잔재를 통해 7,4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 사육에 쓰일 사료 때문에 인간이 먹을 것보다 소가 먹을 곡물 재배에 더 많은 땅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와인의 경우도 로마 시대에 그 수요가 늘어나면서 포도워너 때문에 곡물 부족 현상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폐해 때문에 서기 91년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 우리가 화물 수송에 쓰는 단위인 ‘톤’이 와인 한 통의 무게에서 그 기원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빈 통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문명에도 다양한 기원이 있듯, 그 지역의 주 곡물에 따라 술의 종류도 다양하게 발전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보리나 쌀, 옥수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중 가장 빨리 술로 만들어진 재료는 보리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곡물보다 술로 만들기 쉬운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원전 17세기의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함무라비 법전에 맥주 외상값이나 대금에 관한 규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당시부터 맥주는 상당히 보편적으로 소비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특히 범죄자르 숨긴 경우 여주인을 사형한다는 항목이 있는데, 굳이 ‘여주인’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봐서는 주로 여자들이 술집을 운영했던 모양이다.

 

 

 

 

 

 

잉카 제국의 옥수수술 ‘치차’는 젊은 여성들이 옥수수를 씹어서 뱉으느 타액으로 발효시킨 술이라고 한다. 이 방법을 읽다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여주인공이 마을의 무녀로서 행사의 일환으로 곡물을 입으로 씹어서 뱉어낸 ‘쿠치카미자케’가 떠올랐다. 이미 일본은 16세기에 유럽보다 앞서 가열 처리를 통해 술의 부패를 지연시킨 기록이 있다고 한다.

 

증류주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 전파는 몽골 제국의 세계 정복 과정을 따라 이루어졌다고 한다. 역사 이래 수천 년 동안 교류가 없었던 유럽과 아시아가 징키즈칸이라는 위대한 통치자의 세력 확장 속에서 많은 문화적 교류가 일어나게 되었을 때, 술의 문화 역시 세계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보드카도 이런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즐거움이나 약으로, 심리적 위안의 방편으로, 통치나 주술적 행위의 도구로 사용되어온 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악으로 여겨지며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잘못된 방법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던 술의 역사. 이 책은 술이 단순히 기호 식품이 아닌, 인류의 동반자이자 운명의 방향을 정하기도 했던 역사를 이루는 중요한 핵심 요소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한 잔의 술에도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냥 털어넣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술도 적당히,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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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1945 -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투하 전 116일간의 비하인드 스토리
크리스 월리스.미치 와이스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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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공포의 균형으로 관리 가능한 위기를 품은 채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 곳곳에서 국지적으로 잔인한 비극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과거보다 안전해진 세계가 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온 세상이 아슬아슬하지만 서로 함부로 공격할 수 없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핵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핵무기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위험천만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무서운 무기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선을 지키게 만드는 억지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저렇게 충동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혹시 즉흥적으로 핵발사를 승인하는 단추를 누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그럴 리 없다고 믿을 수 있었던 근거는 핵무기의 위험성이 그만큼 확실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멋대로 날뛰는 지도자라도 핵무기가 사용되었을 때의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가질 수 있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인류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야 할 원자폭탄의 폭발에 의해서였다. 「카운트다운 1945」는 맨허튼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세계의 전쟁과 평화 문제를 이끌어가던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망하게 되면서 부통령이었던 트루먼이 갑작스럽게 세계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트루먼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 미국에서 비밀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몰랐던 장면에서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철통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역사상 손꼽히는 대규모 프로젝트였고 그에 참여한 사람만도 수십만에 달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들이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특이한 사건이기도 했다. 2차 세계 대전이 거의 끝나가려는 무렵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야망을 포기하지 않고 만행을 일삼았던 일본을 항복시키기 위해 미국이 내린 결정은 지금껏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파괴력을 지닌 폭탄을 일본 본토에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과학자나, 실질적으로 개발과 제작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도, 결정권자들도 이것이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지니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맨허튼 프로젝트는 엄청난 도박이었다.

 

 

 

 

 

 

폭탄 투하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실존적 문제, 즉 도덕성과 관련하여 깊은 고민을 안을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폭탄을 터뜨리지 않고 오래 시간을 끌면서 지리멸렬하고 잔혹한 공방전을 계속했을 경우 생겼을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원폭 투하는 필요악이었다. 그렇다고 폭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겁을 주는 것만으로 항복할 일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무수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우리는 왜 사태가 이렇게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가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폭탄이 떨어지고, 그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고뇌,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참여했을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떠드는 사람들 문제 같은 것보다, 다시 말하지만 왜 인류가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강력한 교훈이라 여기며 지금 세계가 벌이고 있는 군비 경쟁의 흐름을 저지할 수 있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한 핵물질 피해가 아닌, 인위적인 사용으로 입을 핵무기 피해에 대한 공포심이 막연한 것으로 변하기 전에, 이런 책들을 통해 평화에 대한 실질적인 감각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더 깊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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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세상 - 개정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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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인간 없는 세상」이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인간 중심의 가치관이 과연 정당한가? 라는 물음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인간 발생 이전과 이후로 구분지어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과학만능주의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지구의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라는 것을 깨뜨린 사건인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인간이 이 지구상의 생명 체계를 구성하는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에 보편성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의미 부여가 아직도 부족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 중심의 윤리, 세계관이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은 요즘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으로 인간이 지구에서 특별한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과 자연에 대한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몇몇 철학과 종교를 통해 그런 거듭난 존재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파괴적 번영으로 누려도 된다는 착각에 빠졌고, 그것이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복수처럼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보자. 성경에서 묘사하는 창조의 시간에 인간은 맨 마지막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신은 인간에게 앞서 만들어진 바다와 땅, 땅위의 모든 식물과 동물들에 대해 이름을 짓고 잘 관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관리자’라고 할 수 있다. 신은 인간에게 자신이 만든 세상을 아름답게 잘 관리하여 자신에게 영광을 돌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간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신의 메시지를 이후 어떻게 해석하였나? 자연을 마구 개척하고 약탈하고 자원을 소비하여 경제적 풍요를 누리라는 의미로만 맹렬히 실천했다. 자연에 대한 파괴적이고 약탈적인 태도는 곧 인간과 인간의 투쟁 상태로 반영되었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인간의 본능적인 파괴 본능이 자연 세계로 번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갈등을 심화하면서 적대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연에 대한 난폭한 약탈이 환경오염과 이상기후, 생물다양성 감소와 멸종이라는 재앙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선을 지키지 않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전염병의 세례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 양식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읽는 「인간 없는 세상」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류가 총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이 현상이 지구의 자정 능력에 의해서인 것은 아닐까? 인간이 없어도 충분히 지구가 자체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그 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자연 환경과 생명체들의 생존과 순환을 보장할 것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그려내는 미래상은, 인간에게 회개와 겸손을 요구한다. 종교적 차원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생명 현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대가를 치르기 전에, 어서 조금이라도 탐욕과 불필요한 생산과 소비를 줄이라고 호소한다.

 

 

 

 

 

 

인간이 없어도 천년만년 그 자리에 서 있을 것만 같은 거대한 강철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실은 하루라도 인간의 관리에서 벗어나면 엄청나게 위험해질 수 있는 취약성을 가진 피조물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견고한 도시 시스템이 약간의 방치와 균열만으로도 붕괴의 위험을 떠안고 있는 날선 칼 위의 두부나 다름 없는 처지라는 것이 불안감을 일으킨다. ‘인간’만이 사라졌을 때 남아 있는 동물들 중 침팬지 같은 지능이 뛰어난 종들이, 그들이 가진 인간과 유사한 공격성과 권력 투쟁의 행동양식을 가지고 인간과 같은 지위에 올라 새로운 재앙을 불러올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흥미로웠다. 역사상 대부분의 생물 종 멸종이 인간과 관계되어 있을 것이라는 ‘전격전 이론’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 각종 분쟁과 그에 따른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생긴 중립지대가 희귀 동식물의 재생과 번영의 터전이 된다는 아이러니 역시 이 책이 보여주는 놀라운 현실 중 하나다. 미세 플라스틱이나 핵 방사능의 영향이 자연적으로 해소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은, 그런 것들을 만들어낸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고 악질적인 재능에 기인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 없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 위기나 이상 기후 문제, 전염병 위기, 인구 폭발에 의한 식량 위기 등 인류의 모든 문제에 대해 인간 중심 윤리에서 인간을 포함한 지구 위의 모든 개체들을 존중하고 아우르는 생명 중심 윤리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또 하나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경고는 경고 내용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피해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라는 생명 현상에 대해 겸손과 존중의 태도를 계속 거부한다면, 지구 역시 인간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권리라는 것을 실현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더 이상 상상의 영역에 방치해두어서는 안된다. 이미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그 권리 행사의 영향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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