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초기 역사에 나타난 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인류의 술 발견이 처음에는 좋은 쪽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처음 취했을 때의 그 기분 좋음은 남용할 경우 이내 사람들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모든 술은 알코올 발효에서부터 만들어진다. 발효를 통한 주조로 나온 술이 양조주이며,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 증류주와 혼합주라고 한다. 이렇게 술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 형태를 가진다.

 

취한 상태는 신과의 합일, 또 다른 차원으로의 진입 등의 의미를 가지며 권력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취기를 독점하려 한 기득권들의 통제로 상당 기간 술은 통치 도구로 기능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 발효된 형태의 음용 가능한 물질로 발견된 것이 술의 시초인 이상, 오래도록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 되기는 힘든 성질을 갖고 있었다.

 

 

 

 

 

 

벌꿀로 만드는 봉밀주의 기원이 알타미라 벽화에서 확인되는 꿀 채취 모습의 발견을 참고하면 15,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인류의 술 역사가 정말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인은 그 특유의 빛깔로 인해 고대 사람들에게 피와 생명, 불사의 이미지로 인식되어 신의 피로 여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 양조법의 역사도 가장 오래된 흔적이 이란 북부 자그로즈 산맥 유적에서 출토된 와인 잔재를 통해 7,4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 사육에 쓰일 사료 때문에 인간이 먹을 것보다 소가 먹을 곡물 재배에 더 많은 땅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와인의 경우도 로마 시대에 그 수요가 늘어나면서 포도워너 때문에 곡물 부족 현상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폐해 때문에 서기 91년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 우리가 화물 수송에 쓰는 단위인 이 와인 한 통의 무게에서 그 기원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빈 통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문명에도 다양한 기원이 있듯, 그 지역의 주 곡물에 따라 술의 종류도 다양하게 발전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보리나 쌀, 옥수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중 가장 빨리 술로 만들어진 재료는 보리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곡물보다 술로 만들기 쉬운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원전 17세기의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함무라비 법전에 맥주 외상값이나 대금에 관한 규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당시부터 맥주는 상당히 보편적으로 소비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특히 범죄자르 숨긴 경우 여주인을 사형한다는 항목이 있는데, 굳이 여주인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봐서는 주로 여자들이 술집을 운영했던 모양이다.

 

 

 

 

 

 

잉카 제국의 옥수수술 치차는 젊은 여성들이 옥수수를 씹어서 뱉으느 타액으로 발효시킨 술이라고 한다. 이 방법을 읽다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여주인공이 마을의 무녀로서 행사의 일환으로 곡물을 입으로 씹어서 뱉어낸 쿠치카미자케가 떠올랐다. 이미 일본은 16세기에 유럽보다 앞서 가열 처리를 통해 술의 부패를 지연시킨 기록이 있다고 한다.

 

증류주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 전파는 몽골 제국의 세계 정복 과정을 따라 이루어졌다고 한다. 역사 이래 수천 년 동안 교류가 없었던 유럽과 아시아가 징키즈칸이라는 위대한 통치자의 세력 확장 속에서 많은 문화적 교류가 일어나게 되었을 때, 술의 문화 역시 세계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보드카도 이런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즐거움이나 약으로, 심리적 위안의 방편으로, 통치나 주술적 행위의 도구로 사용되어온 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악으로 여겨지며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잘못된 방법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던 술의 역사. 이 책은 술이 단순히 기호 식품이 아닌, 인류의 동반자이자 운명의 방향을 정하기도 했던 역사를 이루는 중요한 핵심 요소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한 잔의 술에도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냥 털어넣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술도 적당히,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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