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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1945 -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투하 전 116일간의 비하인드 스토리
크리스 월리스.미치 와이스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0월
평점 :
지금 세계는 공포의 균형으로 관리 가능한 위기를 품은 채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 곳곳에서 국지적으로 잔인한 비극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과거보다 안전해진 세계가 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온 세상이 아슬아슬하지만 서로 함부로 공격할 수 없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핵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핵무기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위험천만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무서운 무기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선을 지키게 만드는 억지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저렇게 충동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혹시 즉흥적으로 핵발사를 승인하는 단추를 누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그럴 리 없다고 믿을 수 있었던 근거는 핵무기의 위험성이 그만큼 확실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멋대로 날뛰는 지도자라도 핵무기가 사용되었을 때의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가질 수 있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인류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야 할 원자폭탄의 폭발에 의해서였다. 「카운트다운 1945」는 맨허튼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세계의 전쟁과 평화 문제를 이끌어가던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망하게 되면서 부통령이었던 트루먼이 갑작스럽게 세계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트루먼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 미국에서 비밀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몰랐던 장면에서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철통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역사상 손꼽히는 대규모 프로젝트였고 그에 참여한 사람만도 수십만에 달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들이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특이한 사건이기도 했다. 2차 세계 대전이 거의 끝나가려는 무렵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야망을 포기하지 않고 만행을 일삼았던 일본을 항복시키기 위해 미국이 내린 결정은 지금껏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파괴력을 지닌 폭탄을 일본 본토에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과학자나, 실질적으로 개발과 제작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도, 결정권자들도 이것이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지니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맨허튼 프로젝트는 엄청난 도박이었다.

폭탄 투하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실존적 문제, 즉 도덕성과 관련하여 깊은 고민을 안을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폭탄을 터뜨리지 않고 오래 시간을 끌면서 지리멸렬하고 잔혹한 공방전을 계속했을 경우 생겼을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원폭 투하는 필요악이었다. 그렇다고 폭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겁을 주는 것만으로 항복할 일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무수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우리는 왜 사태가 이렇게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가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폭탄이 떨어지고, 그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고뇌,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참여했을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떠드는 사람들 문제 같은 것보다, 다시 말하지만 왜 인류가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강력한 교훈이라 여기며 지금 세계가 벌이고 있는 군비 경쟁의 흐름을 저지할 수 있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한 핵물질 피해가 아닌, 인위적인 사용으로 입을 핵무기 피해에 대한 공포심이 막연한 것으로 변하기 전에, 이런 책들을 통해 평화에 대한 실질적인 감각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더 깊이 하게 되었다.
*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