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ㅣ 현대지성 클래식 31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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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후반부에서 밝히고 있지만, 나도 책의 제목에서 “공리”의 의미가 공공의 이익을 의미하는 한자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은 원어상 “효용”의 의미라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을 반영한다면 ‘행복이라는 목적을 얻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 이것이 “공리”라는 용어의 의미다. 그래서 공리주의는 행복주의이기도 하고, 공리를 행복으로 바꿔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기준인 도덕의 제1원칙의 존재의 필요성을 역설한 후, 그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공리주의의 의미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완전한 개념을 바로 잡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 철학적 근거를 논의하기 전에 공리주의 자체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몇 가지 든다. 공리주의와 공리주의가 아닌 것을 구분하고, 공리주의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잘 모르는 데서 오는 반대 의견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다.

 

 

 

 

 

 

공리주의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공리주의가 쾌락이나 즐거움을 반대하는 사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리주의를 주장한, 에피쿠로스에서 벤담에 이르는 철학자들은 공리적인 것 즉 유익한 것과 유쾌한 것 그리고 장식적인 것 모두를 같은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공리주의 사상에 의하면, 인간 행위의 목적이 되는 행복이 도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행복은 인간 행위의 규칙이요 원칙으로 정의될 수 있다.

 

공리주의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것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 지향과 더불어 고통의 감소, 불행의 예방 및 완화를 목표로 하기도 한다. 공리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행복은 요란스럽고 사치스러운 어떤 것과는 다르다. 긍정이 부정을 누르고, 삶의 밑바탕으로서 인생이 제공할 수 있는 것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 평온과 적절한 흥분만으로도 행복의 획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살았던 시기는 빅토리아 시대의 자신감이 팽배하던 시기로, 다시 말해 인간의 힘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업화와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큰 번영을 이루는 가운데 국민의 생활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아지던 때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공리주의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을 획득하는 것을 ‘현재의 비참한 교육, 현재의 비참한 사회 제도가 모든 사람이 그런 삶을 획득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저자는 세상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혜택(행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이런 불균형으로 인해 사회가 점점 갈등을 빚어 불안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굳건해 보이기도 한다. 고통의 원천을 줄여나가기 위한 인간의 관심과 노력, 즉 사회 제도의 개선과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히 공리주의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최대 다수의 효율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희생은 고귀한 것이지만, 공리주의는 희생 그 자체를 선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행복의 총량을 높이는 것, 그럴 가능성을 품고 있지 않은 희생은 낭비라고 보고 있다. 공리주의의 기준은 행위자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행복이다.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 혹은 공동선이 최대한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제러미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개념이 존 스튜어트 밀에 의해 더 깊이 연구되고 확장된 사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하고 기계적인 만족과 욕구 충족을 넘어선, 지적 존재로서 더 높은 차원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능력이 있는 인간의 가능성을 이끌어내고 사회적으로 실현하고자 한 밀의 독특한 비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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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얼굴은 바뀌고 있다 -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가 밝혀낸 악의 근원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신혜원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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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악의 원인 혹은 특성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접근 방법은 학문적으로 다양하다. 생물학, 신학, 유전학, 정신병학 등 여러 학문을 바탕으로 악의 존재에 대해 탐구한다. 그러나 악을 어떤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기에는 그 양상이 너무도 광범위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어려운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저자는 다양한 악의 측면들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실제 사례들을 통해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악을 유발하는 몇 가지 특징적인 상황이나 조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우선 악이란 부정적이거나 나쁜 것, 파괴적인 것을 총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종교에서는 신에 대한 적대적 행위나 불복종으로 이해된다. 철학에서는 자연의 재앙처럼 피할 수 없는 불행, 혹은 인간 자유의 남용을 악과 관련짓기도 한다.

위대한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악의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독특한 설명을 시도한 바 있다. 신이라는 절대 선을 중심으로 점점 멀어질수록 악이 된다는 것이다. 광원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어두워지는 현상으로 선과 악의 개념을 설명한 것이다. 마치 그라데이션 같은 개념으로, 선과 악이 뚜렷이 구분될 수 없거나 인간 안에 혼재되어 있다는 이 책의 설명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또한 파괴와 파멸의 이미지로서, 어떤 근원적인 질서를 흐트러뜨리려는 시도도 악의 한 측면으로 설명될 수 있다.

 

 

 

 

 

 

둘째, 인간의 범죄 행위의 양상을 통해 악의 모습을 구체화한다. 이 책에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살인의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도덕적 본능을 가진 인간이라면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을까 싶은 잔인한 범죄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할 말을 잃었다. 여기에는 질병, 즉 정신 장애에서 비롯되는 사례와 태생적으로 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에 무감각한 자들의 불가해한 살인 행위, 또 타인의 고통을 통해 쾌락을 느끼는 가학 성향의 범죄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두려운 점은 누구나 특정 환경에서는 얼마든지 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악이라는 요소 역시 인간이 적응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셋째, 인간의 의지가 방해받거나 붕괴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린 시절의 학대 받은 경험이나 그 스트레스로 인하여 동물 등에게 잔혹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부터 시작해 인간으로 확장되는 전형적인 범죄자들의 스토리부터, 본인만이 강하게 느끼는 타인으로부터의 모멸감이나 부정적 감정이 확신으로 발전하면서 시한폭탄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한번에 폭발하는 것처럼 일어나는 살인 사건 같은 것이 포함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의 부재 혹은 어려움으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악감정으로 저질러지는 범죄도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나 아렌트가 주창한 ‘악의 평범성’, 즉 무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악의 평범성에 대한 이야기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매체를 통해 노출되고 있는데, 이 책은 많은 악한 행동들이 상당히 계획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즉 조직적인 것과 비조직적인 것, 선천적인 것과 우발적인 면 모두를 품고 있는 것이 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악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타인에 대한 친절과 배려, 예의의 상실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남을 상처 입히거나 죽이는 것을 악의 구체적 형태로 규정한 이 책의 기획의도를 볼 때,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가장 빈번한 원인이, 사람을 무시하거나 비방하거나 억압하거나 강요하고 학대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에 대한 처방이랄까, 그것은 가장 단순한 해법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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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 -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
안웅철 지음 / 파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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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니 답답하기만 현실이라고 여기고 있던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야 할,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만, 어디가 바닥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 지금 주어진 이 상황, 만나는 사람들, 기회들을 나중을 위해 견뎌야만 하는 시간으로 정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총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와 여행 - 그, 그녀 그리고 나 - 다시 보기 -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도시와 여행 파트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나머지 장들은 비슷한 분량으로 구성되었다.

 

 

 

 

 

 

‘도시와 여행’, 에서는 세로 사진에서 가로 사진으로, 도시의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바뀌는 풍경을 통해 작가 스스로 의도하지 않은 시선의 변화에 대해 얘기한다. 풍경이 변화하듯 마음도 변화한다는 것을. 사진의 모양새를 통해 내면의 변화를 포착하는 작가의 감각이 눈에 띈다. 작가가 여행한 곳 중 책에 소개된 곳은 페루, 몽골, 뉴욕의 코니아일랜드, 인도 판공초 호수, 홍콩, 아이슬란드, 미국 조슈아트리국립공원, 뉴욕의 지하철, 런던과 스코틀랜드 등이다.

 

몽골의 경우, 고비사막이 모래뿐만 아니라 암석지대와 초원지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여름에 큰비가 오고나면 사막이 순식간에 푸른 초원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그 광경을 꼭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양과 낙타, 부추꽃으로 뒤덮인 몽골의 광대한 초원과 그것을 뛰어넘는 스케일의 별빛 가득한 하늘의 묘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도 판공초 여행 중 3,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를 지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30시간이 걸리는 버스로 그곳을 오르면 자연스레 고도에 적응 할 수 있고, 1시간 반만 걸린다는 비행기로 급하게 이동하면 고산병 증세로 며칠을 고생하게 된다는 부분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인도 도시의 숨막히는 더위와 고산지대의 0도에 가까운 차가운 기온의 차이에서 오는 대비가, 문장만으로도 상당히 실감났다. 판공초 호수는 인도영화 ‘세 얼간이’로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불합리하고 정리 안 된 풍경’으로 정리되는 그곳, 인도가 왜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게도 사로잡는 걸까?

 

 

 

 

 

 

아이슬란드 편에서는 그 나라 뮤지션인 ‘시규어 로스’와 ‘비요크’의 음악을 알게 되어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볼 수 있었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첫 느낌이 약간 괴기스러웠는데,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분위기가, 더 듣고 있자니 그래, 바로 우라사와 나오키 원작의 애니메이션 ‘몬스터’에서 받은 느낌, 딱 그것이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는 스코틀랜드 여행이 저자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여행이었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진가라 해도 때로는 순간을 담지 않고 그 순간 안에 포함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경우도 있나 보다. 사진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사진은 까맣게 잊어버린 기억이나 추억도 선명하게 혹은 강렬하게 떠올리는 힘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사진작가에게는 사진의 위대함으로 다가오나보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두 번째 파트인 ‘그, 그녀 그리고 나’에 담겨 있다. 음악 쪽에서 일을 하다 사진을 하게 된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조동진과 김광석 이야기가 짧지만 짙은 색채의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다시 보기’ 에서는 작가 고유의 사진 감성을 갖기 위한 노력과, 사진의 역할을 한층 확대해준 드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러 가지 꽃 사진을 많이 선보이는데, 어머니의 의견을 반영하여 자연 상태로 피어 있는 꽃만 촬영한다는 저자의 꽃 촬영법이 인상적이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 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많은 프로젝트들이 중단되었지만 가까운 일상에서 담을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 저자의 걷기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저자의 삶에서 여행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지금의 어려움이 극복되어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게 다니며 세상의 아름다움과 의미 있는 순간을 사진에 담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누구나 예상 밖의 오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당혹스럽기는 하겠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빛낼 수 있기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사진으로 남겨두어 훗날 지금 이 시간들을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고 의미 있었던 순간들로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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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책 - 읽기만 하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김경윤 지음 / 오도스(odos)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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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저 언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특징을 상기시킨다. 언어의 발달은 인류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좀 더 분명하고 체계적인 의사 표현과 정보 전달 및 공유의 요구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이 언어적 특성으로 인해 인간이 자기 생각을 스스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오래도록 발전해온 이 인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에서 이것을 가장 최선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책 쓰기’로 규정하고 있다. 글쓰기나 책 쓰기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나는 이 책에서 글쓰기와 책 쓰기를 명확하고 구분하고 있는 점이 우선 눈에 띄었다. 글 쓰는 사람을 ‘작가’, 책 쓰는 사람을 ‘저자’로 그 의미를 구분하여 단순히 글을 쓴다는 것과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완성인 책 쓰기의 의미를 알려준다.

 

 

 

 

 

 

책을 쓰기 위한 존재적 근거를 확인한 다음 저자는 책을 쓰는 이유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언어적 존재인 인간이 책을 쓴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능동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신분 제도 혹은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듣기와 읽기 단계에서 수동적으로만 대응한다면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노예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서의 읽기와 쓰기 능력의 중요성을 논하면서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위한 방법을 전한다.

 

책의 전반부는 책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알려준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단어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장 기본인 단어-문장-문단-글-책의 단계로 나누어 글의 구조와 각 기능을 설명한다. 이중 단어는 의미를, 문장은 문법의 영역이고, 문단과 글과 책은 통일성과 연결성 그리고 완결성을 갖추어야 하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려준다.

 

여기서 저자는 매우 안타까운 통계 정보 하나를 알려주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 글을 읽을 줄 아는 비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고 하지만, 글의 내용을 읽고 그 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에 있어서는 최악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읽는 대상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횡설수설하거나 쉽게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책 속의 한 단어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나에게도 적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실’이란 말 속에는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는 자연의 법칙이 담겨 있다”는 이 책의 문장을 보고, 평소에 내가 쓰는 단어나 말들이 얼마나 속빈 강정이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성실하다라는 말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습관처럼 쓰던 표현인데, 이런 기본적인 의미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쓰고 있었다니 너무 부끄러웠다.

 

 

 

 

 

 

이어서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의 습관이 중요한데, 저자는 ‘작가는 글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며 항상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강조한다. 메모야말로 작가의 다음을 위한 종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심 있는 주제나 제목으로 폴더를 만들어 해당하는 정보나 자료, 경험 등을 분류한 다음 시간을 두고 숙성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작가는 책을 한 권만 쓰고 마는 것이 아니기에, 그 다음을 준비하거나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자신의 평범한 경험에 고유한 생각을 입혀 특별한 경험으로 축적해놓는 것, 읽고 기록에 남겨놓는 버릇이 작가로서의 기초 활동이라는 것, 평소에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책 쓰기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볼 때 메모와 정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 작가에게는 필수사항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농부의 비유다. 농부가 철에 맞춰 부지런히 심고 가꾸고 거두어들인 다음 또 다음 해 농사를 준비하듯이, 작가도 시기에 맞춰 부지런히 책을 쓰면서 또 책 쓸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농부가 한 해 농사를 망쳤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음을 위해 종자를 준비하듯, 그렇게 작가는 과거와 오늘, 또 내일을 작가로 살기 위해 성실한 농부의 마음과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책을 실제로 쓰는 데서부터 출판사를 찾고 계약하는 과정, 그리고 책 출간 이후에 해야할 일 등 실전적인 가르침으로 채워져 있다. 큰 욕심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부터, 기초부터 차근차근, 경험과 훈련을 통해 점점 실력 있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원고쓰기의 단계에서 초고를 가급적 빨리 쓰고, 퇴고는 아무리 오래 많이 해도 좋다는 충고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다. 또 작가는 쓰고 비판받으면서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가르침도 마음에 와 닿았다.

 

책 쓰기는 언어적 존재로서의 한 사람의 자기 증명, 혹은 능동적인 생존 방식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내 삶의 주인공이 나, 라는 그 진부한 표현을 가장 치열하고 실존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체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책 쓰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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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건축 - 건축으로 사람과 삶을 보다
최동규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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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뮤지컬이나 오페라, 영화 같은 예술 분야에서 ‘종합예술’이란 표현을 쓰곤 한다. 한 사람의 시나리오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기술과 예술적 기법, 수많은 사람들이 협력이 어우러져야 완성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예술 장르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책 「사유의 건축」을 통해 ‘건축’이야말로 냉철하고 정확한 계산과 판단을 바탕으로 한 지성과, 그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반영되어야 할 감성적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하나의 ‘종합예술’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자. 먼저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사유’ 즉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건축 의뢰가 들어오면 건축주가 요구하는 조건을 구현화하기 위해 맨 먼저 주로 새벽 시간을 활용하여 깊이 있는 사유의 과정을 거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건축주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이미지를 건져올린다. 예를 들어 99쪽에서부터 소개되고 있는 서울장신대학교 종합관의 경우 도서관과 식당, 강당이 혼재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요구되었다. 주변 환경과 대지의 조건, 다른 건물과의 조화, 태양의 위치 등을 고려하는 가운데, 하나의 공간이면서도 세 가지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멀티 플레이스’를 구축하는 과정 역시 사유하기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그런 치열한 사유하기의 끝에 나온 이미지가 ‘개미’였다고 한다. 개미의 신체 구조와 각 부분이 지닌 기능과 통일성을 통해, 또 개미의 생존 방식과 특성을 통해 건축주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면서도 건축가의 확장된 의미 부여가 성공하는 순간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이 책은 기독교인이라면 건축을 통한 인문학적 사색집 혹은 종교적인 고백록으로 읽어볼 수 있다. 또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의뢰받은 사안에 대해 안팎으로 아주 깊이 천착하는 성실한 건축가의 성취와 성장 기록으로서도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어 평소 사유와 실천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독자라면 만족스러운 독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저자가 주로 교회 건축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건축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기 때문에 책에 다뤄진 교회 건축물들에 대한 감상과 평가가 독서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요즘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곱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미리 예상한 듯, 너무 종교적인 부분과 연관시키지 말고 건축을 건축 자체로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건축물과 그 안에서 생활하거나 특정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상호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로 이 책은 비유와 상징, 내러티브 같은 해석학적 용어들이 자주 사용된다. 왜냐하면 하나의 건물은 건축 재료들로 지어올린 단순한 무기물로서만이 아니라, 설계 의뢰부터 시공 단계 및 완공은 물론이고 완공 이후 하나의 건물로서 기능하는 데 이르기까지 거기에 관여한 사람들의 수많은 현실적인 이혜관계와 감정, 삶의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및 자연적인 요소들과도 연결되어 더 풍성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로 이 책은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 알토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두 번째 사랑이면서 첫 번째 건축 스승인 그의 건축 철학을 토대로 성장해온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알바 알토의 건축 철학은 인간의 대한 배려, 형태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움, 직선과 곡선의 자유로운 결합, 한결같은 햇빛 사랑 등으로 요약되는데, 그의 건축 세계와 그 결과물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건축을 통해 사회와 인간에게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 건축주의 필요를 채우면서도 사람을 배려한 동선을 만들고, 빛과 창문과 목재를 활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 집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등이 건축에 대한 저자의 사명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사유의 숲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하나의 보물을 찾으려는 저자의 근면 성실함을 나도 조금은 본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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